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 - 이동진의 영화풍경
이동진 글.사진 / 예담 / 2010년 3월
품절


예전에는 그런 마음이 덜했는데 요즘은 영화를 보면서 '여행가고 싶다' 라고 느껴지는 화면속 여행지가 너무 많다. 아니 가고 싶어지게 만든 영화가 만다. <냉정과 열정사이> 를 보면서 이탈리에 가고 싶었고 <맘마미아>를 보면서 그리스에 가고 싶었으며 <나잇 앤 데이> 또한 영화속을 따라 가고 싶게 만들었던 영화이며 <프로포즈 데이> 도 영화속으로 마구마구 달려가고 싶게 만들었던 영화이다. 그런 영화가 어디 한 둘일까. 영상이 아름다워서 정말 영상에 빠져 들어 재미 없는 영화여도 난 후한 점수를 준 경우도 있다. 그런 영화 속으로 마구 달려 가고 싶게 만든 영화중에서 최고는 아마도 <맘마 미아> 일 것이다. 너무도 아름답고 깨끗하고 아기자기한 영상들이 정말 좋았던 곳 그리스, 물론 그남자의 이야기 속엔 <맘마 미아> 그리스도 포함되니 얼마나 다행인가. 하지만 영화가 촬영되었던 곳을 여행한다고 영화속과 같은 그 감흥을 여행지에서 모두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화면속과 현실의 간극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현실에는 있는 것이 영화속에서는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고 영화속에는 있지만 현실에는 없는,세트도 또한 많은 것이다. 그남자는 그런 느낌을 이렇게 표현해 놓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촬영 장소에 가면 오히려 영화와 멀이지는 경험을 가끔씩 했다. 현장이 품고 있는 현재의 리얼리티는 은막이 구현했던 초시간적인 판타지를 종종 무화시켰다.' 어디 촬영지만 그럴까 배우 또한 은막속과 현실은 많은 차이가 날 것이다. 하지만 그 여운을 간직하며 여행한다는 것은 정말 행복일듯 하다.그것도 감성과 음악을 겸비하고 때론 무모함(?)까지 겻들여 영화지를 여행한다면 정말 멋질듯 하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영화도 그렇고 책도 읽지 않은 작품이지만 몇 번 들어다 놓은 책이라 약간은 내용을 알겠는데 그가 풀어 놓으니 당장 영화를 보고 싶어진다. 그는 EBS에서도 영화프로를 하는데 해박한 지식으로 그가 들려주는 영화이야기는 재밌고도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시끄럽지 않고 조용하면서도 차분하게 전해주는 영화이야기를 자주 보았기에 글로 된 그의 영화이야기를 읽는 것은 방송을 보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음악이면 음악 영화면 영화, 어느 한 곳 치우치지 않고 해박함면서도 영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까지 곁들여져 보지 않은 영화는 당장 보면서 읽는 다면 아님 읽은 후에라도 빨리 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여행지야 생각처럼 갈 수 없는 곳이기에 그의 글과 사진으로 만족하지만 그가 소개해준 그 느낌이 영화속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다시금 보고 싶게 만든다. 호주의 '울룰루' 세계의 중심,배꼽이라 말하는 곳. 그곳에서 사랑을 외친다면 사랑이 영원할까. 세상이 중심에 서면 왜 사랑을 외치고 싶은 것일까. 만약 그가 영화가 아닌 그저 여행목적으로 울룰루를 찾았다면 그곳에서 느낌은 어떻게 다를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아 그나저나 가고 싶다. 울룰루 그곳에 외줄을 잡고 힘겹게 그 정상까지 올라 팔각기둥을 만져보고 시원한 바람을 느껴보고 싶다. 나도 세계의 중심이며 배꼽이라는 곳에 가면 사랑을 외치게 될까.

'하지만 연인들이 영원을 말할 때 그것은 끝없는 지속을 의미하는 게 아닌지도 모른다. 그건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시간의 강도이며,모든 순간에 힘주어 내려찍는 액센트를 뜻하는 수식어인지도 모른다. 사랑에 관한 한, 영원은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다.....녹슬어버리는 것보다는 닳아버리는 게 낫다. 변치 않는 미래를 꿈꾸느라 녹슬어버리느니, 들끓는 현재를 겪어내느라 해져버리는 게 차라리 좋다. 사랑에는 자물쇠보다 종이비행기가 더 어울린다.' 연인들이 사랑을 다짐하던 인상깊은 장소에 요즈은 자물쇠를 많이 해 놓는다. 둘의 사랑이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열쇠가 없는 자물쇠를 채워 놓는데 그게 몇 달 후엔 녹슬어 버리는 것을 보고는 그가 정리해 놓은 말이다. '사랑에는 자물쇠보다 종이비행기가 더 어울린다' 라는 말이 왠지 시적이면서 나도 공감한다. 날려 버리는게 낫지 열쇠도 없는 자물쇠로 꼭꼭 채워 구속하거나 묶어두고 싶지는 않다.

원스, 그 음악영화를 보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지 그렇게 어렵게 보게 된 영화 <원스>는 정말이지 영화인지 음악인지 구분이 안갈정도로 음악에 아니 영화에 푹 빠져 들게 만들었다. 전문적인 배우가 아니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 이르글로바의 노래는 너무도 좋아 OST를 처음으로 구매를 하여 듣게 되었다. 물론 핸드폰 벨소리나 그외 다운 받는 노래는 모두 <원스OST> 였다. 그렇게 내게 온 <원스>는 아일랜드를 새롭게 내게 심어 놓기도 하여 '프로포즈 데이' 나 그외 영화에서 아일랜드를 보게 되고 가고 싶게 만들었던 영화이다. 영화도 보고 아일랜드에 대한 동경도 있었으니 그가 전해주는 모든 것들이 쏙쏙 내 뇌리에 와서 박힌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글렌 한사드의 <원스 OST>를 들어가며 읽어야 할 것만 같다. 너무도 맑고 청아하면서도 좋았던 노래들이 그의 발걸음을 따라 글과 사진으로 다시 태어난다. 감성적인 그남자는 영화를 더욱 재밌고 영화답게 소개를 하면서 아일랜드를 보여준다. 무척 인상깊었던 악기점도 보여주고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던 글렌 한사드를 금방 만날것만 같은 그곳을 보여준다. 때가 묻지 않은 곳이며 영화때문에 결코 때가 묻지 않은 곳만 같은 곳이다. 그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읽다보니 꼭 한번 가보고 싶어지게 만든다.

튀니즈의 스타워즈, 이 영화가 나오고 얼마나 흥분을 했었던지 몇 번을 보아도 질리지 않았는데 시리즈물이 되어 가고 부터 식상해졌던것 같다. 워낙에 SF는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곳에 나온 곳들이 인상깊어서 기억하게 되고 그곳이 바로 튀니지라면서 EBS세계테마기행에서도 보여주기도 하여 가고 싶은 곳으로 이곳 또한 나의 리스트에 올려 놓기도 했다. 정말 지구라고는 믿기지 않는 이상야릇한 모양의 지형들이 너무도 눈을 끌었던 곳, 그곳에서 모래알처럼 세세히 부서져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간 '시간' 을 본다. 스타워즈의 명성도 모두 지난 꿈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듯 모래뿐인 그곳이 인상깊다. 이런 곳을 물색하기 위하여 관계자들은 얼마나 많은 곳을 뒤지며 다녔을까. 황량한 듯 하면서 무언가 이야기를 간직한 것처럼 보이는 그곳이 먼 이상향처럼 신기루속에 휩싸인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 스페인 이곳은 '카미노 데 산티아고' 때문에 정말 가고 싶어진 곳인데 영화로 소개를 하니 더 가고 싶어진다. 순례자의 길은 한달이 걸릴지 오십여일이 걸릴지 모르지만 언젠가 내 인생에서 꼭 한번 도전을 해 보고 싶은 곳이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 되겠지만. 그렇게 하여 간직하게 된 스페인, <내 어머니의 모든 것> 이란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그남자의 소개를 보면 영화를 꼭 봐야할것만 같다.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페넬로페 쿠르즈' 가 나오니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찾아서 봐야겠다. 스페인 하면 페넬로페 크루즈를 빼놓을 수 없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 영화속에서 나온 곳들이 그의 감성적인 소개에 더없이 가고 싶은 곳으로 점찍힌다. '죽음은 단 한순간이지만, 삶은 수많은 순간들의 집합이다. 그리고 모성은 요동치는 그 많은 순간들의 아득한 본향이다.' 라는 말이 인상깊은 소개였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는 영화는 잠깐씩 보았기에 그 내용과 장면을 잘 몰라 영화가 궁금해진다. 큰딸이 '엄마 이 영화 꼭 보세요' 했지만 어떻게 하다가보니 건너뛰듯 하게 된 영화이다. 녀석은 영화속에서 나오던 피아노배틀을 보고 학교친구와 피아노배틀을 하기도 했다. 한동안 그렇게 피아노에 빠지게 만들었는데 이젠 시들한가보다. 그래서 더 기억하게 되었지만 자세히 보지 않았으니 그의 소개로 만족하며 읽었다. 그래도 본것처럼 쏙쏙 들어오면서 다시 영화를 접하게 된다면 장면 장면을 눈여겨 보게 될 것만 같은 영화이다. 야자수길도 붉은벽돌십자무늬담도 너무 이쁘게 보였다. 아기자기 한 맛이 영화를 꼭 찾아서 봐야 할것만 같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시간이 흐르고 음악이 흐르며, 사랑이 흐르고 삶자저 흐를 때, 크고 작은 비밀들이 어느새 마디마다 송글송글 맺힌다.' 라는 말과 함께 파이프오르간 앞에 앉아서 연주하는 할머니나 그 중후한 음악을 듣는 노할머니의 하얀 머리색이 눈길을 끌었던 사진이 잊을 수가 없다. 영화는 기억에 없지만 사진이 기억에 남을 대만 단수이다.

여고때 친구와 상영시간 내내 흥분하며 보았던 영화 <맘마 미아>, 내가 아바 노래를 접한것은 초등학교때이다. 잘 따라부르지도 못하는 것을 흥얼흥얼 거리며 모든 노래를 즐겨 듣다보니 테잎은 늘어질때로 늘어지고 그 노래들은 언제나 늘 흥얼흥얼 거리게 만들었다. 그러다 그들이 갈라서면서 어느 정도 내 삶에서도 잊혀졌던 노래들이 한곳에 모였다. 바로 <맘마 미아>라는 뮤지컬 영화로. 얼마나 기분 좋았던지 여고때 친구와 함께 당장 극장으로 달려가 박수도 치고 발로 박자도 맞추어 가면서 종종 따라부르기도 하며 보았던 영화 '맘마미아' 영화속 영상은 왜 그리 멋있고 깨끗하고 얼른 달려 가고 싶게 만드는지, 그렇게 나를 흥분시켰던 영화지를 그남자가 소개를 해준다. 영화만큼 영화지가 웅성웅성 북적북적하리라 믿지 않았지만 영화와는 너무도 다른 한산함이 또한 너무 좋다. 사진 속에서 마구마구 노래들이 어느 순간에서 튀어 나올것만 같기도 하고 그들의 이야기가 나올것만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영화속과 모두 같으리라는 생각지 않았지만 그와 똑같으리라 기대를 한다면 약간은 실망도 하게 되리라. '해변 바위 틈에 피어 있던 마거리트 꽃 한 송이를 꺾었다. 그리스의 연인들은 상대의 사랑을 가늠해 보기 위해 이 꽃잎을 차례로 따내면서 은밀히 테스트한다는 말을 전날 들었던 기억이 났다.' 꽃잎이 사랑의 운명을 추측할 수 있다는 발상이 재밌다. 우린 어릴때 아카시아 잎으로 이런 놀이를 많이 했는데 여행지라 그런가 그 또한 여행지에서의 작은 추억이 될 듯 하다. 화려한 영화와는 다르게 한산함이 가져다 준 아름다움이 잘 전해진 그리스 '맘마 미아' 여행편은 언제 갈지 모르지만 정말 한 번은 꼭 가고 싶은 아름다움이 있다.

캐스트 어웨이를 찍은 피지, 영화가 아니어도 정말 아름다운 휴양지 아닌가. 그곳에서 무인도에서 살아남기도 아닌 로빈슨 크루소 흉내내기도 아닌 영화속 척을 흉내내어 1박2일을 하면서 그가 보여준 '무인도에서 살아 남는 법' 은 정말 재밌기도 하고 웃게도 만들었다. 목이 말라 야자수 열매를 따기 위하여 무모하게(?) 올라갔던 야자나무에서 1m 정도 남겨 놓고 더 오르지도 내려오지도 못하고 헛발질처럼 벨트로 허공중에 그가 한 행동은 정말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때론 여행지에서 해볼만한 무모함이다. 그렇다고 그가 야자수 물을 구하지 못했을까, 아니다 숲에서 그는 손쉽게 야자수 열매를 많이 구할 수 있어 다행히 그곳에서 살아 남는다. 물고기를 한마리도 못 잡아도 게를 한마리도 못 잡아도 그는 그곳에서 1박2일 이라는 멋진 여행을 경험한다. 이 영화 또한 보다가 만 영화인듯 한데 보여주는 영화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 그는 말한다. 그곳이 살아나지 못할것만 같은 그런 섬은 아니라며 섬에서의 힘겨움을 보여주듯 신문지 한 장에서의 숙박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값진 숙박지임을 보여준다. 개미가 귀에 들어가도 그런 여행 한 번 해보고 싶어지게 한다. 그렇다고 난 야자수 나무엔 절대로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내가 도달하지 못할 곳에 있다면 다른 곳을 더 한번 찾아보는, 그에게서 배운 여유로움을 선택할 것이다.

그외 <투스카니의 태양>을 찍은 이탈리아 토스카나와 <폭풍의 언덕>을 찍은 영국의 요크셔데일스는 정말 산책하기에 좋은 곳인듯 하다. 그 푸른 초원에 나 있는 길을 따라 마냥 산책하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는 다면 더욱 좋은 길인듯 한 그곳이 그들의 폭풍과도 같은 사랑을 잉태하게 만들었던 곳이란 것이 아니러니하게 만든다. 날씨 때문인가. 영화를 보고 영화속을 여행하듯 영화속 여행지를 여행하는 기분은 남다를 듯 하다. 그렇다고 영화가 세세하게 모두 기억나는 것은 아닐테지만 간간이 뇌리에 박힌 영상들이나 장면들이 여행지에서 만나면 어떤 느낌이 들지 이런 여행도 한 번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보게 한다. 여행지를 갈 수 없다면 영화로 만족하며 좀더 깊게 영화를 봐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을 갖게 만들어준 감성쟁이 그남자의 이야기는 음악CD라도 찾아서 들어봐야 할것만 같은 생각을 갖게 해준다. 밖은 추운데 겨울여행은 고사하고 집 밖으로도 나가지 않는 내가 그남자의 이야기를 따라 영화와 함께 12곳을 여행하고 나니 한동안 여행에 대한 생각이 해갈이 될 듯 하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고 너무 감동적이게 보았던 영화들이 있어 더 재밌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영화에서 느꼈던 그 느낌을 고스란히 받지는 못해도 여행지에서 그 감흥을 부분적으로나마 느끼며서 영화를 새롭게 들여다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하는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누가미 일족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의 가며이 정말 섬짓하면서 이채롭다. 무언가 깊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인간의 어두운 뒷면을 보듯 하얀 가면은 양이 아닌 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나오자마자 구매를 해 놓고 두어해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다가 요즘 다시 만난 작가의 다른 책 <삼수탑>을 구매하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피를 부르는 가면’ 처럼 이야기는 첫 시작부터 ’죽음’ 이다. 대단한 재력을 갖추게 된 사헤 옹의 지난 시절의 이력은 특이하면서도 뭔가 감추어져 있는 듯 하다. 그가 정처도 두지 않고 각기 배다른 세 딸을 키우게 된 사연과 오십이 넘어서 딸보다 어린 나이의 여자에 빠져 아들을 낳게 된 사연등은 뭔가 소설의 큰 맥이 될 듯 하다. 그가 죽음을 앞두고 자식들을 모아 놓았지만 그의 죽음보다는 ’재산’ 의 향방에 더 눈이 뒤짚혀 있는 사람들에게는 모두가 각기 적이다. 그런 그들에게 그는 ’대단한 유언장’을 남겨 놓고 정처의 소생하나 없이 운명을 달리하고 만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이누가미 일가는 그야말로 피를 부르고 만다.

이누가미 일가의 그런 움직임을 감지했었는지 긴다이치 코스케를 만나자고 한 와카바야시 도요이치로라는 후루다테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남자의 전갈이 있고 코스케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투숙하고 있던 곳에서 바라다 보이는 이누가미 일가에서 나오던 어여쁜 여인이 그만 배를 타고 나오며 호수 중앙 부분에서 배가 침몰하려고 해 그녀를 구하려 달려가다가 모든 일은 어긋나고 말게 된다. 그녀의 아름다움을 본 코스케는 그녀가 간괴를 꾸미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하게 된다.그녀는 사헤 옹과는 관련이 없는 사헤 옹이 어린시절 짐을 지게 된 집안의 딸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가려진 무언가를 보려고 노력하던 중에 그에게 긴밀한 진실을 말해주려고 오던 와카바야시가 갑자기 죽게 되면서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게 되고 큰딸 마츠코 부인의 아들인 스케키요가 전장에서 돌아와야 유언장 공개를 한다는 말에 일가는 술렁이게 되고 얼마후에 나타난 스케키요는 엄마인 마츠코와 집안에 숨듯 모든 이들의 앞에 나타나지 않다가 가면을 쓰고 나타나 모두를 놀라게 한다.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진 스케키요, 그렇다면 유언장에 숨겨진 비밀은 또 무엇이고 앞으로 그들의 집안에 어떤 피바람이 불 것인가.

와카바야시 죽음 이후에 이누가미 일가에 죽음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스케타케가 사루조가 가꾸는 국화밭에서 머리만 발견된 것이다. 그렇다면 몸통은 어딜 간 것일까.가면을 쓰고 나타난 스케키요의 손도장을 찍어 그가 진짜 인물인지 대조를 하자고 하던 이들이 스케타케의 죽음으로 인해 더욱 서로를 의심하게 된다. 코스케 또한 스케키요의 손도장을 강력하게 밀고 나간 다마요를 의심한다. 그녀의 아름다움 속에는 뭔가 비밀이 가득할 것만 같다. 스케타케의 몸을 찾다가 발견된 이상한 군인복장 남자의 등장, 사건은 더욱 알 수 없게 엉켜 들기만 하고 서로를 의심하면서 어마어마한 재산을 탐하려는 인간의 야욕은 더욱 불타오른다. 세명이 남자 중 한명과 결혼을 해야 하는 다마요, 그녀가 선택하는 남자에게 이 거대한 이누가미의 재산은 모두 간다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죽었으니 이제 두사람 남았다. 그렇다면 더욱 결론은 불 보듯 뻔하게 보여진다. 얼굴이 흉하게 된 스케키요보다는 스케토모에게 저울은 기울어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다마요를 또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이 집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사헤 옹은 기필코 그녀와 결혼하는 남자에게 재산을 물려준다고 했고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의 수를 꼼꼼하게 집어 무리수를 두었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재산은 어느 손으로 갈 것인가.

그렇다고 배가 다른 사헤 옹의 세 딸들 또한 서로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다. 언제나 으르렁 거리며 물고 뜯으려 드는 그녀들 또한 서로의 이기심에 눈이 멀었다. 자기 자신의 아들이 다마요와 짝이 되어야 자신들 또한 재산을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서로 잡아먹으려 늘 으르렁 거린다. 그런 속에서 다마요의 아름다움은 더욱 고고하지만 그녀의 겉으로 보이는 것들이 진실이라고 모두를 받아 들일 수도 없는 이누가미가의 울타리 안이다. 처음에 다마요의 죽음직전의 사건이 있지 않았다면, 코스케가 와카바야시와 만났더라면 이누가미 집안에는 피바람이 불지 않았을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거대한 재산이 있기에 인간의 욕심이 돈 앞에서 눈이 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다.

서로를 의심하다가 스케토모 또한 의문사를 당하게 되고 그와 관련되었던 다마요와의 사건이 있어 그녀를 의심하게 되지만 살인은 끝을 보려는지 또 다시 스케키요마저 시체로 발견되고 모두가 이누가미 집안의 보물이라 마찬가지인 ’국화,거문고,도끼’ 와 관련하여 죽게 되면서 사건은 풀리지 않는듯 하지만 우리의 코스케는 날마다 일지를 적어 사건을 한 눈에 들여다 보면서 범인을 집어낸다. 마지막까지 읽고나면 범인이 금방 눈에 보인다. 첫 살인을 당한 와카바야시가 음독살인을 당하고 그가 담배로 인해 독을 흡입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것에 촛점을 맞추면 범인은 금방 나온다. 또한 가면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더 숨을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을 생각해 둔다면 이누가미 집안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쉽게 풀 수 있다. 하지만 살인사건들은 한번이 아니라 연이어 발생을 하고 그 사건이 또한 집안의 가보와 같은 ’국화 거문고 도끼’ 와 관계되어 나타나는 발전형으로 변질되면서 다마요의 신분이 들어나고 사헤 옹이 왜 배다른 딸들을 싫어했는지 정부인을 두지 않고 그저 본능에 의한 관계만 가졌는지 알게 된다면 모든 일은 사헤 옹으로 부터 발생한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져 보지만 그런 아버지 밑에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외면당하면서 막대한 재산 또한 균등한 분배가 아닌 다마요와 관계하여 재분배를 하려던 아버지의 외곡된 생가에서 피르 부르게 된 점, 그리고 재산을 나누어 가지기 보다는 자신들의 것으로 하려는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이 불러낸 무서운 재앙과 같은 살인이라는 점에 씁쓸하다. 

처음부터 사헤 옹이 다마요의 신분을 세 딸들에게 밝히고 받아 주길 바랬거나 아님 좀더 따듯하게 정을 쏟아가며 세 딸을 보살폈다면 이런 피의 죽음이 일어났을까. 아무리 많은 재산이 있고 거대한 집에서 살면 무얼하나. 서로가 잡아 먹지 못하여 아웅다웅 하고 적보다 못한 관계 속에서 남과 같은 사람들로 살아가는 피붙이들은 있으나마나 하다. 그러다 결국 살인을 부르고 후회하게 되지만 그 모든것 다 잃고나면 재산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사헤 옹이 진실을 덮으려 한 왜곡된 생각에서 비롯된 무시무시한 결과는 정말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무서운것가를 보여주기도 하면서 정에 굶주리면 그 또한 무서운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작 겉으로 보이는 가면은 벗으면 진짜인지 가짜인지 진실을 밝힐 수 있지만 마음의 가면은 벗어서 진실을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살인사건도 섬짓했고 집안사람들끼리의 살인사건이라 마음을 아프게 하였지만 작가의 필력은 대단한 듯 하다. 한번 일어난 살인사건을 발전시키고 살인에 사랑과 야망 욕심등 인간이 가진 추악함으 모두 쏟아 부어 더욱 끈적끈적 벗어날 수 없는 깊은 수렁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 대단한듯. 인간의 욕심 또한 죽어야 끝이 난다는, 그 무서움을 보여준 작품으로 작가의 다른 작품 <삼수탑>과 그외 작품을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사랑이나 돈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살인이 일어날 수 있을까. 무엇이든 남의 것을 탐하는 것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그 지저분한 밑바닥을 들여다보게 해준 작품이며 재밌게 추리소설에 빠져들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마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소설은 한 번 손에 잡으면 계속적으로 읽게 되는 ’중독성’ 이 있어 좋아하지만 조금 멀리하려는 의도도 있다. 히기시노 게이고의 책은 많이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읽지 않은 것들이다. 얼마전에 읽은 <탐정 클럽> 은 작가의 능력을 보여주듯 단편들이 수록되어 읽는 재미를 준 책으로 다른 책들은 언제 올지 모를 기회에 대기중상태이다. 이 소설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와 비슷한 구조를 이룬다. 밀실 트릭이며 동요속에 그 해답이 있다는 것이다. 추리소설 하면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로 소설속에 자주 등장하는 마플여사며 포와로 형사처럼 낯 익은 인물들이 재탄생 되기도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어느 외진 산장에서 ’자살’ 이라는 믿지 못한 죽음을 맞이한 고이치라는 오빠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품은 여동생 나오코와 그녀의 친구 마코토와 함께 특이한 백마산장에 가서 그녀 오빠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푸는 내용이다. 나오코와 마코토는 추리의 콤비를 이루어 경찰도 찾아 내지 못한 ’단서’ 들을 찾아 내고 오빠가 마지막에 풀었다고 생각되는 산장에 방마다 걸려 있는 ’동요속’ 의 숨은 뜻을 밝혀낸다.

그녀의 오빠 고이치가 죽기 전 해, 보석상을 하던 남자가 그 산장의 무너진 돌다리에서 실족사를 하는 사고가 있었다.그리고 그 다음 해 고이치가 침대 위에서 음독자살을 한 것이다. 백마산장이라고 하는 곳은 영국부인이 아들이 절벽에서 떨어져 죽자 친구에게 헐값으로 넘기듯 한 곳으로 그곳은 무척이나 외지고 또한 그곳에 오는 손님은 대부분 단골들이다. 그곳에서 묶어던 사람들이 다시금 모이는 희한한 곳으로 오빠가 죽던 해에 묵었던 사람들이 겨울에 다시 투숙한다고 하여 나오코는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오빠가 죽은 방에 묵게 된다. 오빠는 문이 모두 잠긴 방에서 독이 든 콜라를 마시고 자살을 했다. 과연 오빠가 자살을 할만한 이유가 있었으며 오빠의 죽음은 자살일까? 아니다 타살이라고 믿는 그녀는 오빠가 죽기전에 발송한 ’뜻을 알지 못하는 그림엽서’ 한 장을 가지고 있다. ’마리아님은 언제 오셨지?’ 마리아님은 언제 돌아오셨을까? 무엇을 묻는 것인지 어디에서 나온 말인지 감을 잡지 못하던 그녀들은 방마다 걸려 있는 ’이상한 동요’ 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조사를 하면서 그해에 함께 투숙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야호! 나오코 잘 지내? 나는 지금 신슈의 한 펜션에 있어. 사실 여기는 아주 이상한 곳이야. 하지만 무척 재미있기도 해. 이 숙소에 오게 된 것에 감사하고 있어. 어쩌면 내 인생에도 드디어 희망이 찾아올지 모르겠어. 그런데 부탁이 있어.알아봐줬으면 하는 게 있거든. ’마리아님은 언제 돌아왔지?’ 라는 거야. 성모 마리아의 마리아야. 성경이나 다른 어딘가에 실려 있을 것 같은데, 조사해줘. 다시 말하는데 나한테 아주 중요해. 잘 부탁해. 이 은해는 나중에 꼭 갚을께.’ 오빠가 보낸 엽서에 적힌 글에서는 ’자살’ 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내 인생에도 희망이 찾아올지 모르겠어’ 라고 하며 희망을 내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자살이라니 믿어야 할까. 마코토와 산장의 이곳저곳과 투숙객들을 조사하던 중에 의문의 사고가 한 건 다시 발생한다. 그 죽음 또한 ’자살’ 이라는 경찰의 결과가 나왔지만 그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그녀들의 말에 의해 사건은 다시 처음부터 조사하게 되는 경찰, 그런 가운데 그녀들의 정체가 드러나고 산장에서 일어났던 세 건의 살인사건은 모두가 관계가 있다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밀실 살인사건 이었던 오빠의 죽음, 과연 밀실사건일까. 추리소설을 보면 밀실사건은 그 사건속에 밀실이 아님은 증명하고 있다. 고이치의 사건 또한 밀실로 보여지지만 실은 밀실이 아니다. 그렇게 만들어 놓은 트릭일 뿐이다. 돌다리에서 떨어져 죽은 두 건의 사고 또한 자살로 보이지만 자살처럼 보이는 타살임이 드러난다. 나오코 그녀와 추리놀이를 하길 좋아했던 오빠 고이치, 그의 추리력에 의해 방마다 걸린 동요액자의 비밀이 풀렸지만 그 비밀을 자신들의 이기적인 욕심에 이용하려 죽였던 이들, 또한 실제 값도 없는 보석을 가지고 무성한 소문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은 보석상 남자의 죽음과 그 값어치 없는 보석으로 인해 살인을 해야 했던 이들과 죽어간 남자의 씁쓸함은 욕심이 얼마나 값어치 없는 것에 목숨을 거는지 보여주고 있다. 

밀실 트릭이라 재미는 기본이고 살인사건이 연이어 일어나 읽는 재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방마다 걸려 있는 동요를 가지고 한가지 트릭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또한 재미이다. 그리고 마지막 보여주는 ’반전’ 은 허전하면서 씁쓸하다. 한번 손에서 잡으면 놓지 못하게 하는 강한 중독성을 이 책 또한 지니고 있다. 표지의 그림들이 만화적이라 읽을까 말까 망설였는데 읽길 잘했다. 게이고가 학교시리즈에서 벗어나 본격 추리소설로 발돋움 한 첫번째 소설이라는데 갖출것 다 갖춘 추리소설의 기본처럼 모든 것을 다 구비하고 있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살인이란 결국 인간의 물질에 대한 이기심에서 비롯된다는 씁쓸함을 남겼지만 재밌게 읽은 소설이다. 이 기회를 빌어 그의 책들을 좀더 읽어볼까 한다. 아무것도 없이 매해 모이는 줄 알았던 투숙객들이 뭔가가 있기 때문에 모여들었다는 것이, 뭔가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 답이 되었지만 난 작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될 좋은 기회로 다가온 작품이라 잊지 못할 듯 하다. 겨울은 추리소설을 읽기에 정말 좋은 계절이다. 따듯한 곳에 배를 깔고 누워 한 권 손에 잡으면 어떻게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간다. 추리소설을 읽다가 겨울이 다 갈듯 하여 내 삶의 걸음이 조금 느려졌다 싶을때 한 권씩 빼들고 읽어보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살이가 비즈니스 아닌것이 있을까.모든 관계는 비즈니스로 시작되는 것 같다. 그것이 어느 쪽으로 더 많이 기우느냐에 따라 우린 또한 행과 불행을 타진하기도 한다. 작가의 책은 <은교>를 얼마전에 읽고는 바로 ’비즈니스’ 가 나와 반갑다. 그가 <흰소가 끄는 수레> 라는 작품에서도 밝혔지만 절필선언을 하고는 한동안 몸살을 앓듯 한 이야기를 읽고나니 그가 산고를 거치고 탄생시키는 작품들마다 왠지 더 찾아 읽어야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한동안 그의 책에 매달려 보기도 했다. 그렇게해서 읽게 된 <고산자> <나마스테> <촐라체> 등의 작품에서 그를 탐독했다고 느꼈지만 아직 나의 갈증은 풀리지 않았고 그렇게 또 읽게 된 ’비즈니스’ 는 그가 아직은 ’현역작가’ 로 현대사회를 날카롭게 들여다보고 있음이 느껴져 미소짓게 되었다. <나마스테>에서는 벚꽃이 활짝 핀 나무아래에서 ’세상이 화안해져요..’ 하는 대사가 무척이나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게 했다면 비즈니스에서는 ’이팝나무’ 꽃이 또한 세상을 환하게 해주었던 작품이다. 하지만 그것은 슬픔이다. 환하게 피지 못한 행복이나 꿈 등이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한 깊은 슬픔이라 더 가슴이 아리다.

’떠난 자는 성공한 자이고 머무는 자는 실패자이다.
방조제가 들어서면서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뉜 곳, 그곳에서 신시가지로 떠나는 자는 성공한 자이고 아직 구시가지에 남아 그들의 뒷설거지를 해주는 자들은 실패한 자들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성공한 자들의 이야기일까, 실패한 자들의 이야기일까’ 이팝나무의 꽃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꿈은 있으나 실현을 하지 못하고 자기 삶에 갇혀 전전긍긍하는 실패한 자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자식을 좀더 나은 특목고에 보내기 위해 몸을 팔아야 하는 ’비즈니스우먼’ 이 되어야 하는 서른 아홉살의 그녀, 그녀는 ’칼라’ 라는 닉으로 자신을 포장하여 판다. 십여년 고시공부를 하던 남편이 고시를 때려치고 스포츠회사에 들어갔지만 그녀에게 주는 월급은 자식을 과외로 돌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 그녀에게 친구인 주리가 대학때 알려준 ’후원자’를 두는 방법으로 알게 된 ’비즈니스’ 가 자식을 가르치기 위한 밑바탕이 되고 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일에 윤리도 도덕도 점점 자신안에서 빠져 나가고 있음을 자각한다. 반면 아내를 잃고 자폐아 여름이를 키우며 은행빚에 넘어간 ’동백횟집’ 의 주인인 남자 ’옐로’ 는 그 지역에서 유명한 부자집만 터는 도둑 ’타잔’ 이다. 그런 그들이 우연하게 만난다. 더이상 물러날 수 없는 바닷가 절벽의 모텔에서. 그리곤 자신들의 일이 ’비즈니스맨’ 과 ’비즈니스우먼’ 이라는 도덕과 윤리가 말라 삐틀어진 언어로 표현해 놓지만 과연 그들의 일이 비즈니스일까.

사랑은 자본재였던 주리, 그녀는 대학도 후원자의 힘으로 남들과는 다르게 명품으로 휘감으며 다니더니 결혼 또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랑이 아닌 돈이 넘쳐나는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후에도 그녀의 생활은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고 겨우 아이를 하나 낳은 엄마이지만 모성애가 아닌 자신 위주의 생활에 기울우져 새로운 ’명품’ 인 젊은남자에 빠져 살게 된다. 남편 또한 다른 애인이 있어 자신 또한 즐겁게 즐기며 자신이 대학시절에 후원자의 힘으로 이겨냈듯 자신 또한 젊은 남자에게 자신의 돈으로 치장을 한다. 인간과 인간사이에 사랑이 아닌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주리, 그녀의 삶은 행복할까.그녀의 삶에서 돈이 없어진다면 새로운 명품인 젊은 남자가 만약에 변절을 한다면 그녀의 삶은 어떻게 될까. 그 삶은 남편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 그녀의 삶은 현재는 BMW를 타고 호화롭게 고속도로를 달리는듯 하지만 늘 위태위태하다. 

’그는 인권 변호사가 되겠다고 했다. 인권 변호사라는 말에 나는 전율했다. 진실을 밝히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 게 젊은 대학생의 자랑스런 특권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나는 사진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되었다. 사진은 거짓이 없었다. 내게 대학이란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미지의 세계로 힘 있게 나아가는 진작로와 같았다.’ 인권 변호사가 되겠다던 남편은 집안은 뒷전이고 사회에서도 밀려난 힘 없는 남자가 되었고 사진을 전공하여 거짓이 없는 세계를 찍으려던 그녀는 모든 삶이 거짓으로 점철되는 삶으로 점점 변질되어 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우연히 비즈니스를 위해 만난 남자와 엮이게 되면서 그가 그 지역에서 유명한 도둑 타잔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 또한 사회에서 밀려나고 인생에서 밀려나 쓰레기 하지장이 인접하고 쓰레기차가 집앞을 줄줄이 지나다니는 버려진 횟집에서 그마져 은행에 넘어가 촛불을 켜고 살아가는 가련한 삶을 살고 있다. 마지막 자신의 인생의 마지노선과 같은 ’동백횟집’ 을 살려내기 위하여 남의 집을 털지만 그 집은 아내와 함께 하던 꿈이 있고 행복이 깃들었던 터전이다. 비록 현실은 비루하나 미래를 내다보며 죽은 아내의 마지막 희망을 살려보기 위하여 노력하는 그에게서 다시금 윤리와 도덕을 발견하게 되는 여자, 그렇다면 남편과 옐로라는 닉의 남자 사이에서 자신은 무엇이란 말인가. 정체성을 점점 잃어가는 그녀에게 친구 주리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며 그다음은 자신의 차례임을 자각하는 그녀에게 현실의 진실은 무엇이고 거짓은 무엇일까.

’세상에서 말하는 도덕이란 누구나 볼 수 있는 데 걸어놓는 문패 같은 거야. 문패는, 지금 걸던 대로 걸어.’ 라고 자신만만하게 외치던 친구 주리의 현실은 남편에게도 뒤통수를 맞고 젊은 남자라며 그녀의 모든것을 투자하려던 새 명품에게도 뒤통수를 맞게 된다. 도덕이 결여된 비즈니스로 벌어 온 돈으로 자식을 성공시킨다면 그 아들인 정우가 외고에 들어가고 나중에 잘 되면 엄마의 그런 비즈니스를 용서하고 받아 들일 수 있을까. 남편을 만나 첫키스를 나누었던 곳이 이팝나무이고 이팝꽃이 한참일때 자신의 미래가 뭉글뭉글 피어난 것처럼 보이던 시기라면 옐로의 아내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산의 이팝나무 아래 잠들어 있다. 배불리 먹고 싶었던 며느리가 죽고 그녀의 살아생전 꿈이 었던 배부름이 현실에서 피어나듯 하는 이팝나무, 여름이의 엄마도 비즈니스우먼도 배곯으면 죽어갔갔던 며느리도 모두가 허상으로 바라던 ’이팝’ 의 꿈은 현대인들이 모두가 꿈 꾸는 세계일지 모르지만 윤리와 도덕이 결여된, 자신의 정당한 땀의 댓가가 아닌 것은 반드시 그에 준하는 댓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다. 

’견딜 수 없는 고독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정우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가족 모두 무국적자였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안에서 서로의 공통분모가 없고 교집합이 없다. 서로의 개인적인 공간에서 겨우 발버둥치며 하루살아가기 급급한 사람들, 무국적자로  외로우면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외로움을 함께 나눌 그런 마음의 여유 공간이 없는 삶에서 남을 이기며 올라가려고만 하는 치열한 경쟁의 삶에 점점 지쳐가는 사람들, 그들의 끝은 모래알처럼 산산이 부서져 내리는 것 뿐이라는 것이 가슴 아프다. 좀더 뭉쳐보려 노력하고 타인의 아픔을 감싸주고 보듬어주기 보다는 서로의 이익을 따져가며 자신의 밥그릇만 챙기려는 이기적인 냉대에 밀려나야 하는 그들의 말로가 슬픈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아 더 슬프다. ’사는 게, 알고 보면 비즈니스 아닌 게 없지요.’ 사는 게 다 비즈니스다. 인간관계도 사회생활도, 그 비즈니스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한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든 한계단 올라보려고 노력한 방법이 잘못되긴 했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하는 마지막까지 밀려난 그들이 안쓰럽다. 무너진 그들의 삶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 신도시만 되면 모든게 다 이루어질 것이라 자부했던 ’비즈니스’ 를 부르짓던 시장이, 아니면 사회가, 아니면 그렇게 만든 정부가... ’’12월 그믐날이었다. 오늘 밤이 지나고 나면 마흔이었다.아 마흔...이라고. 나는 입속으로 중얼거려 보았다. 마흔까지가 ’인생의 본문’ 이라고 한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정말로 ’인생의 본문’ 이 다 끝났다는 기분이 들었다. 인생의 본문의 시간동안 톡톡이 값어치를 치룬 비즈니스우먼, 그녀가 새로 선택한 삶이 비록 냄새나고 남들에겐 비루하게 보이지만 자신의 노력하는 정당한 땀의 댓가로 이루어지는 값진 인생을 얻게 되어 희망적인 이야기 ’비즈니스’ 는 작가가 ’청춘작가’ 가 아닌 ’현역작가’ 로 불리워지길 그리고 ’쓰는 행위를 멈추지 못하는 게 최근 나의 딜레마다. 소설의 자궁 속으로 들어가 ’순직’ 하고 싶은 욕망이 내 속에서 날로 커지는 걸 보는 건 황홀하면서,동시에 두렵다.’ 라는 말처럼 쓰는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자신의 안에 것을 자주 뱉어낸 다는 것은 독자에겐 희망이다. 문득 내가 살고 있는 삶은 어떤 삶인가 하면서 뒤돌아 보는 기회를 준 작품으로 자주 작가의 작품을 읽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 오기를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장이란 자신이 서 있는 시간과 공간을 자각하는 거야.’
열일곱살의 연우, 아빠의 기억은 낯설고 소년에게는 보호를 해줘야 할 것만 같은 옷칼럼니스트인 엄마와 둘이서 자유롭게 사는 그들.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좀더 나은곳이라 해야하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새로운 삶과 인연들, 그리고 아픈만큼 성숙해지기 위한 자아 성장을 위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 소년의 이야기는 연우의 나이와 엄마의 나이가 현재 나와 우리 아이들의 나이와 같아서일까 더 가슴으로 느껴지는 이야기들 이었다. 한참 공부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세상 부조리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음악’ 이라는 비상구를 찾는 아이들, 그들이 십대 소년들이다. 자신들에게 잘 맞고 어울리고 자신들을 표현한 노래라고 여겨지는 힙합에 심취하여 혹은 그외 다른 음악에 심취하여 현재의 스트레스를 푸는 아이들, 하지만 그들과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부모세대들에겐 공부와 음악을 병행한다는 것을 받아 들이질 못한다. 아니 음악에 빠져 사는 아이들을 이해를 해주려 하지 않는다. 그 시간에 공부에 더 매진할 수 있도록 ’잔소리’ 를 해보지만 안된다. 물론 나 또한 아이들과 늘 부딫히는 문제도 그것이다. 공부를 하는 중에는 음악을 좀더 멀리하라고, 하지만 지금 세대의 아이들에겐 그것이 안된다. 음악과 함께 자란것처럼 음악에 빠지기도 하고 그속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찾는 아이들도 있다.

성장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전학을 가는 학교에서 처음으로 마주친 아이 태수와 그를 통해서 알게되는 노래와 ’G 그리핀’ 그리고 그의 방에 그려진 알 수 없는 그림의 정체로 부터 소년은 성장을 시작한다. 연우에겐 아버지의 기억보다 엄마의 연인인 연하의 남자 재욱형의 기억이 그리고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자연스럽고 가족같다. 가끔 그들의 술자리에 끼어 가족처럼 혹은 형제처럼 하나가 되는 이상한 관계, 하지만 엄마와 재욱형의 관계는 늘 모호하다. 연결이 되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현재형’ 인 관계에서 그는 어른들의 세계를 습득한다. 그리고 그의 앞에 나타난 ’큐티 걸’ 인 채영, 그녀는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것일까, 아님 자신의 방 전주인인 선배형을 향하고 있는 것일까. 태수와의 만남에서 연우는 자신이 알지 못하던 ’다른 세계’ 를 경험하고 채영을 만나면서 ’첫사랑’ 같은 사랑의 감정에 눈을 트게 된다. 엄마와 재욱형의 관계를 보아오던 그에게도 한 곳을 향할 상대가 생긴 것이다.

엄마는 늘 연우의 보호본능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 늦은 밤, 식탁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엄마와 내 방 거울 앞에서 서 있는 나,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서로의 고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모두가 그런 것일까.’ 늘 고독하게 혼자 술을 마시거나 술에 취해 있을때 술상대로 그를 불러내기도 하는 엄마를 보면서 옆에서 부축을 해주거나 보호를 해줄 수는 있지만 엄마의 고독을 함께 나누지 못하는 연우, 그는 그 속에서 어른들의 고독에 대하여 느끼게 된다. 하지만 세상은 혼자의 힘으로 버티고 일어나야 하는 곳이란것을 엄마를 보면서 알아가고 엄마의 ’성’ 안으로 들어가 보려 하지만 엄마라는, 어른의 울타리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것 같다. ’ 우리는 둘러싼 세계는 너무나 모호해서 성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그러니 세계에 대해서는 결국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거지.어떻게 궁금증 같은 게 풀려? 신민아씨, 대체 카프카를 어떻게 읽은 거야.’ 카프카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되듯 하는 소녀 채영과는 다르게 어른이라는 세계는 뭔가 다른 성이 있는 듯 하다. 소년은 그 세계를 습득해 가는 것이다. 소녀 채영과 태수 그리고 그의 여동생 마리를 통하여.

 ’그리운 거 손톱 사이에 낀 놀이터 모래알들. 그리운 거 미소짓게 하던 어린 시절의 잃어버린 기억들 아침햇빛.’ 처럼 시간은 순간 자신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모래알들처럼 모두 사라지고 어린시절 기억 또한 사라져 버렸기에 그리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아픔이 있다면 그 기억은 사라질까? 또한 세상이 자신이 원하던 방향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픔만큼 그만큼 성숙해지는 것이다.그리고 자신이 원하던 밑그림으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기에 ’추억’ 은 더욱 소중한 것이다. 자신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게 해 주었던 태우, 하지만 그에게도 그만이 그리는 세상이 있다. ’마리의 말도 떠올랐다. 오빠는, 안 그러고 싶은데도 꼭 무슨 일엔가 희말리게 돼.’ 자신이 원하지 않지만 타인의 일에 휘말리어 인생이 꼬이게 되는 태수, 그런 연우는 첫사랑 채영을 오롯이 가슴에 담는다. 채영 또한 연우의 방에 살던 선배 대신이 아닌 ’연우’ 로서 그를 좋아하는것처럼 연우에게 다가온다. 그 사이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는 ’독고마리’ 는 아프지만 늘 씩씩하다. 그들의 사랑 사이에 끼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태수는 채영과 연우의 사이가 궁금하다. 한참 그럴 나이다. 사랑에 눈 뜨고 사랑이라는 열병에 가슴앓이를 하고, 그러다 그 사랑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 아닌 자신은 겉껍데기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연우, 그렇다면 채영은 아직도 선배와의 사랑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어른들과의 관계와는 다른 사춘기 소년 소녀의 관계는 그렇게 채영이 늘 뒤집어 쓰는 후드에 가려진것처럼 반쪽이 가려져 있다. 반쪽의 숨은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연우에게 모든 자신의 마음을 다 보여주지 않는 채영을 보면서 태우는 그들의 사랑에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다. 채영이 연우를 좋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 무면허로 운전을 하게 되고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떠나게 된다. 하지만 연우와 채영은 태우의 죽음으로 인해, 아니 아픈 그들만의 시간을 이겨내고 ’성장’ 을 한다. ’청소년들이 사고치는 것, 그건 세상에 자신들이 컨트롤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무력감을 이겨내고 오버하는 거야.’ 그렇다면 태우의 죽음은 세상을 컨트롤 할 수 없는 오버였을까. 그의 죽음이후 비로소 선명하게 들어나는 세상, 세상은 스스로의 힘으로 혼자 이겨내고 살아가고 견디어 내는 것이다. 조력자가 있다고 해도 자신의 힘으로 견디어 내는 것이지 누군가에게 기대어 서서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늘 씩씩하게 혼자의 힘으로 ’엄마와 아들 연우’ 라는 공동체를 확고하게 지켜나가는 엄마에게서 소년은 은연중에 더 깊이 세상을 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든 것을 가졌다고 생각되는 채영의 부모님들 혹은 태우의 부모님들, 하지만 그들은 다 가진듯 하지만 늘 한쪽이 비어 있다. 완전하지 못한 장애를 가진 어른들처럼 자신들의 불완전을 자식에게 강요하듯 자신들이 습득한 것을 혹은 이루지 못한 세상을 종용하지만 연우의 엄마는 개방적이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방목을 하면서도 책임감을 늘 잃지 않게,엄마를 보호해야 하고 아빠 없이도 스스로 견디어 내게 강하게 만든다. 그리고 사랑도 죽음도 혼자 이겨내야 하는 세상의 편린이다.

’고등학생 래퍼 G-그리핀, 그가 떠난 둥지에 깃들어서 그가 두고 간 날개를 대신 완성해가고 있는 것, 그게 나였다. 날개에 그리핀이란 이름은 내가 붙여준 걸로 알았지, 그가 노래를 만들었던 방에서 나는 그 노래를 들었다. 그의 창밖에 서 있던 채영이 그에게 보낸 엽서를 대신 받았고 그리고 그와 비슷한 목소리로 마음속 이야기를 모조리 털어놓았던 거지. 내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고, 하지만 어디에도 나는 없었다. 모두 다 그의 그림자였다.’ 자신만의 세계를 산 것이 아니라 채영을 만나고 그를 좋아한다고 그녀가 나를 좋아한다고 생가한 것들이 모두 마리오네트처럼 남의 삶을 껍데기를 뒤집어 쓰고 살듯 살아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자아발견’ ’자아형성’ 이 되어가는 연우, 이제 스스로 자신만의 성을 구축해 나가려 노력하는 그리핀이 되려 한다. 태우의 죽음과 어른들의 계산적인 사랑을 보면서 그리고 껍데기 뿐인 사랑앓이를 하는 하는 동안 ’시간과 겨루기’ 한 판을 멋지게 끝내고 자신만의 ’시간과 세계’ 를 찾게 되는 연우의 가슴 아픈 성장기는 그들이 고치를 벗아나 아름다운 나비로 탈바꿈하여 다시 만나게 되어서일까 가슴 아프지만 무지개를 보듯 잔잔한 설레임을 간직하게 만든다. 누구에게나 ’사춘기의 질풍노도’ 이 시간은 있다. 그 시간의 터널을 지혜롭게 빠져 나오나면 밝은 세상을 보게 되겠지만 그 터널을 벗어나지 못한 태수처럼 터널안에 갇히게 된다면, 그래서 더욱 소년들을 위로해 주고 싶었을까, 아님 또래의 아이가 있어 그들의 세계를 조금은 공감하기에 나 또한 그 시간을 그렇게 지나왔기에 소년들에게 힘을 보내주고 싶었던 것일까 읽는 동안 태수만은 지키고 싶었고 연우와 채영은 아픔이 있었지만 아름답게 지켜주고 싶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위로’ 를 받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나 자신은 지난 해에 아버지를 잃었기에 그 아픔을 위로 받고 싶고 다른 사람들은 취업이 되지 않아 혹은 정년을 늘려 달라고 혹은 용돈이 적어서 남보다 더 가진 것이 없다고, 위로의 이유도 가지가지 일것이다. 우린 누군가에게 모두 위로를 받고 싶다. 하지만 남의 그림자는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내 그림자에 가려져. 연우과 같은 아픈 시기를 이겨 내고 지금에 이르렀듯이 또 그렇게 살아갈 일이다. 그렇게 살아갈지어다. 왠지 읽으며 스스로 위로를 받았거나 스스로를 위로해줘야 할 것만 같은, ’소년을 위로해줘’ 잔잔하게 퍼지는 호수의 파문처럼 연우의 힘찬 달리기가 희망을 향한 발걸음이라 마음이 놓인다. 그리고 다시금 그 시절로 돌아가 그시절 위로해주지 못한 나 자신을 위로하고 돌아오듯 현실이 희망으로 반짝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