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 - 이동진의 영화풍경
이동진 글.사진 / 예담 / 2010년 3월
품절


예전에는 그런 마음이 덜했는데 요즘은 영화를 보면서 '여행가고 싶다' 라고 느껴지는 화면속 여행지가 너무 많다. 아니 가고 싶어지게 만든 영화가 만다. <냉정과 열정사이> 를 보면서 이탈리에 가고 싶었고 <맘마미아>를 보면서 그리스에 가고 싶었으며 <나잇 앤 데이> 또한 영화속을 따라 가고 싶게 만들었던 영화이며 <프로포즈 데이> 도 영화속으로 마구마구 달려가고 싶게 만들었던 영화이다. 그런 영화가 어디 한 둘일까. 영상이 아름다워서 정말 영상에 빠져 들어 재미 없는 영화여도 난 후한 점수를 준 경우도 있다. 그런 영화 속으로 마구 달려 가고 싶게 만든 영화중에서 최고는 아마도 <맘마 미아> 일 것이다. 너무도 아름답고 깨끗하고 아기자기한 영상들이 정말 좋았던 곳 그리스, 물론 그남자의 이야기 속엔 <맘마 미아> 그리스도 포함되니 얼마나 다행인가. 하지만 영화가 촬영되었던 곳을 여행한다고 영화속과 같은 그 감흥을 여행지에서 모두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화면속과 현실의 간극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현실에는 있는 것이 영화속에서는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고 영화속에는 있지만 현실에는 없는,세트도 또한 많은 것이다. 그남자는 그런 느낌을 이렇게 표현해 놓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촬영 장소에 가면 오히려 영화와 멀이지는 경험을 가끔씩 했다. 현장이 품고 있는 현재의 리얼리티는 은막이 구현했던 초시간적인 판타지를 종종 무화시켰다.' 어디 촬영지만 그럴까 배우 또한 은막속과 현실은 많은 차이가 날 것이다. 하지만 그 여운을 간직하며 여행한다는 것은 정말 행복일듯 하다.그것도 감성과 음악을 겸비하고 때론 무모함(?)까지 겻들여 영화지를 여행한다면 정말 멋질듯 하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영화도 그렇고 책도 읽지 않은 작품이지만 몇 번 들어다 놓은 책이라 약간은 내용을 알겠는데 그가 풀어 놓으니 당장 영화를 보고 싶어진다. 그는 EBS에서도 영화프로를 하는데 해박한 지식으로 그가 들려주는 영화이야기는 재밌고도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시끄럽지 않고 조용하면서도 차분하게 전해주는 영화이야기를 자주 보았기에 글로 된 그의 영화이야기를 읽는 것은 방송을 보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음악이면 음악 영화면 영화, 어느 한 곳 치우치지 않고 해박함면서도 영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까지 곁들여져 보지 않은 영화는 당장 보면서 읽는 다면 아님 읽은 후에라도 빨리 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여행지야 생각처럼 갈 수 없는 곳이기에 그의 글과 사진으로 만족하지만 그가 소개해준 그 느낌이 영화속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다시금 보고 싶게 만든다. 호주의 '울룰루' 세계의 중심,배꼽이라 말하는 곳. 그곳에서 사랑을 외친다면 사랑이 영원할까. 세상이 중심에 서면 왜 사랑을 외치고 싶은 것일까. 만약 그가 영화가 아닌 그저 여행목적으로 울룰루를 찾았다면 그곳에서 느낌은 어떻게 다를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아 그나저나 가고 싶다. 울룰루 그곳에 외줄을 잡고 힘겹게 그 정상까지 올라 팔각기둥을 만져보고 시원한 바람을 느껴보고 싶다. 나도 세계의 중심이며 배꼽이라는 곳에 가면 사랑을 외치게 될까.

'하지만 연인들이 영원을 말할 때 그것은 끝없는 지속을 의미하는 게 아닌지도 모른다. 그건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시간의 강도이며,모든 순간에 힘주어 내려찍는 액센트를 뜻하는 수식어인지도 모른다. 사랑에 관한 한, 영원은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다.....녹슬어버리는 것보다는 닳아버리는 게 낫다. 변치 않는 미래를 꿈꾸느라 녹슬어버리느니, 들끓는 현재를 겪어내느라 해져버리는 게 차라리 좋다. 사랑에는 자물쇠보다 종이비행기가 더 어울린다.' 연인들이 사랑을 다짐하던 인상깊은 장소에 요즈은 자물쇠를 많이 해 놓는다. 둘의 사랑이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열쇠가 없는 자물쇠를 채워 놓는데 그게 몇 달 후엔 녹슬어 버리는 것을 보고는 그가 정리해 놓은 말이다. '사랑에는 자물쇠보다 종이비행기가 더 어울린다' 라는 말이 왠지 시적이면서 나도 공감한다. 날려 버리는게 낫지 열쇠도 없는 자물쇠로 꼭꼭 채워 구속하거나 묶어두고 싶지는 않다.

원스, 그 음악영화를 보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지 그렇게 어렵게 보게 된 영화 <원스>는 정말이지 영화인지 음악인지 구분이 안갈정도로 음악에 아니 영화에 푹 빠져 들게 만들었다. 전문적인 배우가 아니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 이르글로바의 노래는 너무도 좋아 OST를 처음으로 구매를 하여 듣게 되었다. 물론 핸드폰 벨소리나 그외 다운 받는 노래는 모두 <원스OST> 였다. 그렇게 내게 온 <원스>는 아일랜드를 새롭게 내게 심어 놓기도 하여 '프로포즈 데이' 나 그외 영화에서 아일랜드를 보게 되고 가고 싶게 만들었던 영화이다. 영화도 보고 아일랜드에 대한 동경도 있었으니 그가 전해주는 모든 것들이 쏙쏙 내 뇌리에 와서 박힌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글렌 한사드의 <원스 OST>를 들어가며 읽어야 할 것만 같다. 너무도 맑고 청아하면서도 좋았던 노래들이 그의 발걸음을 따라 글과 사진으로 다시 태어난다. 감성적인 그남자는 영화를 더욱 재밌고 영화답게 소개를 하면서 아일랜드를 보여준다. 무척 인상깊었던 악기점도 보여주고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던 글렌 한사드를 금방 만날것만 같은 그곳을 보여준다. 때가 묻지 않은 곳이며 영화때문에 결코 때가 묻지 않은 곳만 같은 곳이다. 그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읽다보니 꼭 한번 가보고 싶어지게 만든다.

튀니즈의 스타워즈, 이 영화가 나오고 얼마나 흥분을 했었던지 몇 번을 보아도 질리지 않았는데 시리즈물이 되어 가고 부터 식상해졌던것 같다. 워낙에 SF는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곳에 나온 곳들이 인상깊어서 기억하게 되고 그곳이 바로 튀니지라면서 EBS세계테마기행에서도 보여주기도 하여 가고 싶은 곳으로 이곳 또한 나의 리스트에 올려 놓기도 했다. 정말 지구라고는 믿기지 않는 이상야릇한 모양의 지형들이 너무도 눈을 끌었던 곳, 그곳에서 모래알처럼 세세히 부서져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간 '시간' 을 본다. 스타워즈의 명성도 모두 지난 꿈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듯 모래뿐인 그곳이 인상깊다. 이런 곳을 물색하기 위하여 관계자들은 얼마나 많은 곳을 뒤지며 다녔을까. 황량한 듯 하면서 무언가 이야기를 간직한 것처럼 보이는 그곳이 먼 이상향처럼 신기루속에 휩싸인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 스페인 이곳은 '카미노 데 산티아고' 때문에 정말 가고 싶어진 곳인데 영화로 소개를 하니 더 가고 싶어진다. 순례자의 길은 한달이 걸릴지 오십여일이 걸릴지 모르지만 언젠가 내 인생에서 꼭 한번 도전을 해 보고 싶은 곳이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 되겠지만. 그렇게 하여 간직하게 된 스페인, <내 어머니의 모든 것> 이란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그남자의 소개를 보면 영화를 꼭 봐야할것만 같다.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페넬로페 쿠르즈' 가 나오니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찾아서 봐야겠다. 스페인 하면 페넬로페 크루즈를 빼놓을 수 없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 영화속에서 나온 곳들이 그의 감성적인 소개에 더없이 가고 싶은 곳으로 점찍힌다. '죽음은 단 한순간이지만, 삶은 수많은 순간들의 집합이다. 그리고 모성은 요동치는 그 많은 순간들의 아득한 본향이다.' 라는 말이 인상깊은 소개였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는 영화는 잠깐씩 보았기에 그 내용과 장면을 잘 몰라 영화가 궁금해진다. 큰딸이 '엄마 이 영화 꼭 보세요' 했지만 어떻게 하다가보니 건너뛰듯 하게 된 영화이다. 녀석은 영화속에서 나오던 피아노배틀을 보고 학교친구와 피아노배틀을 하기도 했다. 한동안 그렇게 피아노에 빠지게 만들었는데 이젠 시들한가보다. 그래서 더 기억하게 되었지만 자세히 보지 않았으니 그의 소개로 만족하며 읽었다. 그래도 본것처럼 쏙쏙 들어오면서 다시 영화를 접하게 된다면 장면 장면을 눈여겨 보게 될 것만 같은 영화이다. 야자수길도 붉은벽돌십자무늬담도 너무 이쁘게 보였다. 아기자기 한 맛이 영화를 꼭 찾아서 봐야 할것만 같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시간이 흐르고 음악이 흐르며, 사랑이 흐르고 삶자저 흐를 때, 크고 작은 비밀들이 어느새 마디마다 송글송글 맺힌다.' 라는 말과 함께 파이프오르간 앞에 앉아서 연주하는 할머니나 그 중후한 음악을 듣는 노할머니의 하얀 머리색이 눈길을 끌었던 사진이 잊을 수가 없다. 영화는 기억에 없지만 사진이 기억에 남을 대만 단수이다.

여고때 친구와 상영시간 내내 흥분하며 보았던 영화 <맘마 미아>, 내가 아바 노래를 접한것은 초등학교때이다. 잘 따라부르지도 못하는 것을 흥얼흥얼 거리며 모든 노래를 즐겨 듣다보니 테잎은 늘어질때로 늘어지고 그 노래들은 언제나 늘 흥얼흥얼 거리게 만들었다. 그러다 그들이 갈라서면서 어느 정도 내 삶에서도 잊혀졌던 노래들이 한곳에 모였다. 바로 <맘마 미아>라는 뮤지컬 영화로. 얼마나 기분 좋았던지 여고때 친구와 함께 당장 극장으로 달려가 박수도 치고 발로 박자도 맞추어 가면서 종종 따라부르기도 하며 보았던 영화 '맘마미아' 영화속 영상은 왜 그리 멋있고 깨끗하고 얼른 달려 가고 싶게 만드는지, 그렇게 나를 흥분시켰던 영화지를 그남자가 소개를 해준다. 영화만큼 영화지가 웅성웅성 북적북적하리라 믿지 않았지만 영화와는 너무도 다른 한산함이 또한 너무 좋다. 사진 속에서 마구마구 노래들이 어느 순간에서 튀어 나올것만 같기도 하고 그들의 이야기가 나올것만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영화속과 모두 같으리라는 생각지 않았지만 그와 똑같으리라 기대를 한다면 약간은 실망도 하게 되리라. '해변 바위 틈에 피어 있던 마거리트 꽃 한 송이를 꺾었다. 그리스의 연인들은 상대의 사랑을 가늠해 보기 위해 이 꽃잎을 차례로 따내면서 은밀히 테스트한다는 말을 전날 들었던 기억이 났다.' 꽃잎이 사랑의 운명을 추측할 수 있다는 발상이 재밌다. 우린 어릴때 아카시아 잎으로 이런 놀이를 많이 했는데 여행지라 그런가 그 또한 여행지에서의 작은 추억이 될 듯 하다. 화려한 영화와는 다르게 한산함이 가져다 준 아름다움이 잘 전해진 그리스 '맘마 미아' 여행편은 언제 갈지 모르지만 정말 한 번은 꼭 가고 싶은 아름다움이 있다.

캐스트 어웨이를 찍은 피지, 영화가 아니어도 정말 아름다운 휴양지 아닌가. 그곳에서 무인도에서 살아남기도 아닌 로빈슨 크루소 흉내내기도 아닌 영화속 척을 흉내내어 1박2일을 하면서 그가 보여준 '무인도에서 살아 남는 법' 은 정말 재밌기도 하고 웃게도 만들었다. 목이 말라 야자수 열매를 따기 위하여 무모하게(?) 올라갔던 야자나무에서 1m 정도 남겨 놓고 더 오르지도 내려오지도 못하고 헛발질처럼 벨트로 허공중에 그가 한 행동은 정말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때론 여행지에서 해볼만한 무모함이다. 그렇다고 그가 야자수 물을 구하지 못했을까, 아니다 숲에서 그는 손쉽게 야자수 열매를 많이 구할 수 있어 다행히 그곳에서 살아 남는다. 물고기를 한마리도 못 잡아도 게를 한마리도 못 잡아도 그는 그곳에서 1박2일 이라는 멋진 여행을 경험한다. 이 영화 또한 보다가 만 영화인듯 한데 보여주는 영화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 그는 말한다. 그곳이 살아나지 못할것만 같은 그런 섬은 아니라며 섬에서의 힘겨움을 보여주듯 신문지 한 장에서의 숙박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값진 숙박지임을 보여준다. 개미가 귀에 들어가도 그런 여행 한 번 해보고 싶어지게 한다. 그렇다고 난 야자수 나무엔 절대로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내가 도달하지 못할 곳에 있다면 다른 곳을 더 한번 찾아보는, 그에게서 배운 여유로움을 선택할 것이다.

그외 <투스카니의 태양>을 찍은 이탈리아 토스카나와 <폭풍의 언덕>을 찍은 영국의 요크셔데일스는 정말 산책하기에 좋은 곳인듯 하다. 그 푸른 초원에 나 있는 길을 따라 마냥 산책하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는 다면 더욱 좋은 길인듯 한 그곳이 그들의 폭풍과도 같은 사랑을 잉태하게 만들었던 곳이란 것이 아니러니하게 만든다. 날씨 때문인가. 영화를 보고 영화속을 여행하듯 영화속 여행지를 여행하는 기분은 남다를 듯 하다. 그렇다고 영화가 세세하게 모두 기억나는 것은 아닐테지만 간간이 뇌리에 박힌 영상들이나 장면들이 여행지에서 만나면 어떤 느낌이 들지 이런 여행도 한 번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보게 한다. 여행지를 갈 수 없다면 영화로 만족하며 좀더 깊게 영화를 봐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을 갖게 만들어준 감성쟁이 그남자의 이야기는 음악CD라도 찾아서 들어봐야 할것만 같은 생각을 갖게 해준다. 밖은 추운데 겨울여행은 고사하고 집 밖으로도 나가지 않는 내가 그남자의 이야기를 따라 영화와 함께 12곳을 여행하고 나니 한동안 여행에 대한 생각이 해갈이 될 듯 하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고 너무 감동적이게 보았던 영화들이 있어 더 재밌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영화에서 느꼈던 그 느낌을 고스란히 받지는 못해도 여행지에서 그 감흥을 부분적으로나마 느끼며서 영화를 새롭게 들여다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하는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