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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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가 비즈니스 아닌것이 있을까.모든 관계는 비즈니스로 시작되는 것 같다. 그것이 어느 쪽으로 더 많이 기우느냐에 따라 우린 또한 행과 불행을 타진하기도 한다. 작가의 책은 <은교>를 얼마전에 읽고는 바로 ’비즈니스’ 가 나와 반갑다. 그가 <흰소가 끄는 수레> 라는 작품에서도 밝혔지만 절필선언을 하고는 한동안 몸살을 앓듯 한 이야기를 읽고나니 그가 산고를 거치고 탄생시키는 작품들마다 왠지 더 찾아 읽어야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한동안 그의 책에 매달려 보기도 했다. 그렇게해서 읽게 된 <고산자> <나마스테> <촐라체> 등의 작품에서 그를 탐독했다고 느꼈지만 아직 나의 갈증은 풀리지 않았고 그렇게 또 읽게 된 ’비즈니스’ 는 그가 아직은 ’현역작가’ 로 현대사회를 날카롭게 들여다보고 있음이 느껴져 미소짓게 되었다. <나마스테>에서는 벚꽃이 활짝 핀 나무아래에서 ’세상이 화안해져요..’ 하는 대사가 무척이나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게 했다면 비즈니스에서는 ’이팝나무’ 꽃이 또한 세상을 환하게 해주었던 작품이다. 하지만 그것은 슬픔이다. 환하게 피지 못한 행복이나 꿈 등이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한 깊은 슬픔이라 더 가슴이 아리다.

’떠난 자는 성공한 자이고 머무는 자는 실패자이다.
방조제가 들어서면서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뉜 곳, 그곳에서 신시가지로 떠나는 자는 성공한 자이고 아직 구시가지에 남아 그들의 뒷설거지를 해주는 자들은 실패한 자들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성공한 자들의 이야기일까, 실패한 자들의 이야기일까’ 이팝나무의 꽃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꿈은 있으나 실현을 하지 못하고 자기 삶에 갇혀 전전긍긍하는 실패한 자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자식을 좀더 나은 특목고에 보내기 위해 몸을 팔아야 하는 ’비즈니스우먼’ 이 되어야 하는 서른 아홉살의 그녀, 그녀는 ’칼라’ 라는 닉으로 자신을 포장하여 판다. 십여년 고시공부를 하던 남편이 고시를 때려치고 스포츠회사에 들어갔지만 그녀에게 주는 월급은 자식을 과외로 돌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 그녀에게 친구인 주리가 대학때 알려준 ’후원자’를 두는 방법으로 알게 된 ’비즈니스’ 가 자식을 가르치기 위한 밑바탕이 되고 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일에 윤리도 도덕도 점점 자신안에서 빠져 나가고 있음을 자각한다. 반면 아내를 잃고 자폐아 여름이를 키우며 은행빚에 넘어간 ’동백횟집’ 의 주인인 남자 ’옐로’ 는 그 지역에서 유명한 부자집만 터는 도둑 ’타잔’ 이다. 그런 그들이 우연하게 만난다. 더이상 물러날 수 없는 바닷가 절벽의 모텔에서. 그리곤 자신들의 일이 ’비즈니스맨’ 과 ’비즈니스우먼’ 이라는 도덕과 윤리가 말라 삐틀어진 언어로 표현해 놓지만 과연 그들의 일이 비즈니스일까.

사랑은 자본재였던 주리, 그녀는 대학도 후원자의 힘으로 남들과는 다르게 명품으로 휘감으며 다니더니 결혼 또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랑이 아닌 돈이 넘쳐나는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후에도 그녀의 생활은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고 겨우 아이를 하나 낳은 엄마이지만 모성애가 아닌 자신 위주의 생활에 기울우져 새로운 ’명품’ 인 젊은남자에 빠져 살게 된다. 남편 또한 다른 애인이 있어 자신 또한 즐겁게 즐기며 자신이 대학시절에 후원자의 힘으로 이겨냈듯 자신 또한 젊은 남자에게 자신의 돈으로 치장을 한다. 인간과 인간사이에 사랑이 아닌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주리, 그녀의 삶은 행복할까.그녀의 삶에서 돈이 없어진다면 새로운 명품인 젊은 남자가 만약에 변절을 한다면 그녀의 삶은 어떻게 될까. 그 삶은 남편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 그녀의 삶은 현재는 BMW를 타고 호화롭게 고속도로를 달리는듯 하지만 늘 위태위태하다. 

’그는 인권 변호사가 되겠다고 했다. 인권 변호사라는 말에 나는 전율했다. 진실을 밝히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 게 젊은 대학생의 자랑스런 특권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나는 사진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되었다. 사진은 거짓이 없었다. 내게 대학이란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미지의 세계로 힘 있게 나아가는 진작로와 같았다.’ 인권 변호사가 되겠다던 남편은 집안은 뒷전이고 사회에서도 밀려난 힘 없는 남자가 되었고 사진을 전공하여 거짓이 없는 세계를 찍으려던 그녀는 모든 삶이 거짓으로 점철되는 삶으로 점점 변질되어 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우연히 비즈니스를 위해 만난 남자와 엮이게 되면서 그가 그 지역에서 유명한 도둑 타잔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 또한 사회에서 밀려나고 인생에서 밀려나 쓰레기 하지장이 인접하고 쓰레기차가 집앞을 줄줄이 지나다니는 버려진 횟집에서 그마져 은행에 넘어가 촛불을 켜고 살아가는 가련한 삶을 살고 있다. 마지막 자신의 인생의 마지노선과 같은 ’동백횟집’ 을 살려내기 위하여 남의 집을 털지만 그 집은 아내와 함께 하던 꿈이 있고 행복이 깃들었던 터전이다. 비록 현실은 비루하나 미래를 내다보며 죽은 아내의 마지막 희망을 살려보기 위하여 노력하는 그에게서 다시금 윤리와 도덕을 발견하게 되는 여자, 그렇다면 남편과 옐로라는 닉의 남자 사이에서 자신은 무엇이란 말인가. 정체성을 점점 잃어가는 그녀에게 친구 주리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며 그다음은 자신의 차례임을 자각하는 그녀에게 현실의 진실은 무엇이고 거짓은 무엇일까.

’세상에서 말하는 도덕이란 누구나 볼 수 있는 데 걸어놓는 문패 같은 거야. 문패는, 지금 걸던 대로 걸어.’ 라고 자신만만하게 외치던 친구 주리의 현실은 남편에게도 뒤통수를 맞고 젊은 남자라며 그녀의 모든것을 투자하려던 새 명품에게도 뒤통수를 맞게 된다. 도덕이 결여된 비즈니스로 벌어 온 돈으로 자식을 성공시킨다면 그 아들인 정우가 외고에 들어가고 나중에 잘 되면 엄마의 그런 비즈니스를 용서하고 받아 들일 수 있을까. 남편을 만나 첫키스를 나누었던 곳이 이팝나무이고 이팝꽃이 한참일때 자신의 미래가 뭉글뭉글 피어난 것처럼 보이던 시기라면 옐로의 아내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산의 이팝나무 아래 잠들어 있다. 배불리 먹고 싶었던 며느리가 죽고 그녀의 살아생전 꿈이 었던 배부름이 현실에서 피어나듯 하는 이팝나무, 여름이의 엄마도 비즈니스우먼도 배곯으면 죽어갔갔던 며느리도 모두가 허상으로 바라던 ’이팝’ 의 꿈은 현대인들이 모두가 꿈 꾸는 세계일지 모르지만 윤리와 도덕이 결여된, 자신의 정당한 땀의 댓가가 아닌 것은 반드시 그에 준하는 댓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다. 

’견딜 수 없는 고독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정우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가족 모두 무국적자였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안에서 서로의 공통분모가 없고 교집합이 없다. 서로의 개인적인 공간에서 겨우 발버둥치며 하루살아가기 급급한 사람들, 무국적자로  외로우면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외로움을 함께 나눌 그런 마음의 여유 공간이 없는 삶에서 남을 이기며 올라가려고만 하는 치열한 경쟁의 삶에 점점 지쳐가는 사람들, 그들의 끝은 모래알처럼 산산이 부서져 내리는 것 뿐이라는 것이 가슴 아프다. 좀더 뭉쳐보려 노력하고 타인의 아픔을 감싸주고 보듬어주기 보다는 서로의 이익을 따져가며 자신의 밥그릇만 챙기려는 이기적인 냉대에 밀려나야 하는 그들의 말로가 슬픈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아 더 슬프다. ’사는 게, 알고 보면 비즈니스 아닌 게 없지요.’ 사는 게 다 비즈니스다. 인간관계도 사회생활도, 그 비즈니스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한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든 한계단 올라보려고 노력한 방법이 잘못되긴 했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하는 마지막까지 밀려난 그들이 안쓰럽다. 무너진 그들의 삶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 신도시만 되면 모든게 다 이루어질 것이라 자부했던 ’비즈니스’ 를 부르짓던 시장이, 아니면 사회가, 아니면 그렇게 만든 정부가... ’’12월 그믐날이었다. 오늘 밤이 지나고 나면 마흔이었다.아 마흔...이라고. 나는 입속으로 중얼거려 보았다. 마흔까지가 ’인생의 본문’ 이라고 한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정말로 ’인생의 본문’ 이 다 끝났다는 기분이 들었다. 인생의 본문의 시간동안 톡톡이 값어치를 치룬 비즈니스우먼, 그녀가 새로 선택한 삶이 비록 냄새나고 남들에겐 비루하게 보이지만 자신의 노력하는 정당한 땀의 댓가로 이루어지는 값진 인생을 얻게 되어 희망적인 이야기 ’비즈니스’ 는 작가가 ’청춘작가’ 가 아닌 ’현역작가’ 로 불리워지길 그리고 ’쓰는 행위를 멈추지 못하는 게 최근 나의 딜레마다. 소설의 자궁 속으로 들어가 ’순직’ 하고 싶은 욕망이 내 속에서 날로 커지는 걸 보는 건 황홀하면서,동시에 두렵다.’ 라는 말처럼 쓰는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자신의 안에 것을 자주 뱉어낸 다는 것은 독자에겐 희망이다. 문득 내가 살고 있는 삶은 어떤 삶인가 하면서 뒤돌아 보는 기회를 준 작품으로 자주 작가의 작품을 읽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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