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가미 일족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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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가며이 정말 섬짓하면서 이채롭다. 무언가 깊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인간의 어두운 뒷면을 보듯 하얀 가면은 양이 아닌 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나오자마자 구매를 해 놓고 두어해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다가 요즘 다시 만난 작가의 다른 책 <삼수탑>을 구매하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피를 부르는 가면’ 처럼 이야기는 첫 시작부터 ’죽음’ 이다. 대단한 재력을 갖추게 된 사헤 옹의 지난 시절의 이력은 특이하면서도 뭔가 감추어져 있는 듯 하다. 그가 정처도 두지 않고 각기 배다른 세 딸을 키우게 된 사연과 오십이 넘어서 딸보다 어린 나이의 여자에 빠져 아들을 낳게 된 사연등은 뭔가 소설의 큰 맥이 될 듯 하다. 그가 죽음을 앞두고 자식들을 모아 놓았지만 그의 죽음보다는 ’재산’ 의 향방에 더 눈이 뒤짚혀 있는 사람들에게는 모두가 각기 적이다. 그런 그들에게 그는 ’대단한 유언장’을 남겨 놓고 정처의 소생하나 없이 운명을 달리하고 만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이누가미 일가는 그야말로 피를 부르고 만다.

이누가미 일가의 그런 움직임을 감지했었는지 긴다이치 코스케를 만나자고 한 와카바야시 도요이치로라는 후루다테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남자의 전갈이 있고 코스케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투숙하고 있던 곳에서 바라다 보이는 이누가미 일가에서 나오던 어여쁜 여인이 그만 배를 타고 나오며 호수 중앙 부분에서 배가 침몰하려고 해 그녀를 구하려 달려가다가 모든 일은 어긋나고 말게 된다. 그녀의 아름다움을 본 코스케는 그녀가 간괴를 꾸미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하게 된다.그녀는 사헤 옹과는 관련이 없는 사헤 옹이 어린시절 짐을 지게 된 집안의 딸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가려진 무언가를 보려고 노력하던 중에 그에게 긴밀한 진실을 말해주려고 오던 와카바야시가 갑자기 죽게 되면서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게 되고 큰딸 마츠코 부인의 아들인 스케키요가 전장에서 돌아와야 유언장 공개를 한다는 말에 일가는 술렁이게 되고 얼마후에 나타난 스케키요는 엄마인 마츠코와 집안에 숨듯 모든 이들의 앞에 나타나지 않다가 가면을 쓰고 나타나 모두를 놀라게 한다.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진 스케키요, 그렇다면 유언장에 숨겨진 비밀은 또 무엇이고 앞으로 그들의 집안에 어떤 피바람이 불 것인가.

와카바야시 죽음 이후에 이누가미 일가에 죽음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스케타케가 사루조가 가꾸는 국화밭에서 머리만 발견된 것이다. 그렇다면 몸통은 어딜 간 것일까.가면을 쓰고 나타난 스케키요의 손도장을 찍어 그가 진짜 인물인지 대조를 하자고 하던 이들이 스케타케의 죽음으로 인해 더욱 서로를 의심하게 된다. 코스케 또한 스케키요의 손도장을 강력하게 밀고 나간 다마요를 의심한다. 그녀의 아름다움 속에는 뭔가 비밀이 가득할 것만 같다. 스케타케의 몸을 찾다가 발견된 이상한 군인복장 남자의 등장, 사건은 더욱 알 수 없게 엉켜 들기만 하고 서로를 의심하면서 어마어마한 재산을 탐하려는 인간의 야욕은 더욱 불타오른다. 세명이 남자 중 한명과 결혼을 해야 하는 다마요, 그녀가 선택하는 남자에게 이 거대한 이누가미의 재산은 모두 간다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죽었으니 이제 두사람 남았다. 그렇다면 더욱 결론은 불 보듯 뻔하게 보여진다. 얼굴이 흉하게 된 스케키요보다는 스케토모에게 저울은 기울어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다마요를 또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이 집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사헤 옹은 기필코 그녀와 결혼하는 남자에게 재산을 물려준다고 했고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의 수를 꼼꼼하게 집어 무리수를 두었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재산은 어느 손으로 갈 것인가.

그렇다고 배가 다른 사헤 옹의 세 딸들 또한 서로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다. 언제나 으르렁 거리며 물고 뜯으려 드는 그녀들 또한 서로의 이기심에 눈이 멀었다. 자기 자신의 아들이 다마요와 짝이 되어야 자신들 또한 재산을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서로 잡아먹으려 늘 으르렁 거린다. 그런 속에서 다마요의 아름다움은 더욱 고고하지만 그녀의 겉으로 보이는 것들이 진실이라고 모두를 받아 들일 수도 없는 이누가미가의 울타리 안이다. 처음에 다마요의 죽음직전의 사건이 있지 않았다면, 코스케가 와카바야시와 만났더라면 이누가미 집안에는 피바람이 불지 않았을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거대한 재산이 있기에 인간의 욕심이 돈 앞에서 눈이 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다.

서로를 의심하다가 스케토모 또한 의문사를 당하게 되고 그와 관련되었던 다마요와의 사건이 있어 그녀를 의심하게 되지만 살인은 끝을 보려는지 또 다시 스케키요마저 시체로 발견되고 모두가 이누가미 집안의 보물이라 마찬가지인 ’국화,거문고,도끼’ 와 관련하여 죽게 되면서 사건은 풀리지 않는듯 하지만 우리의 코스케는 날마다 일지를 적어 사건을 한 눈에 들여다 보면서 범인을 집어낸다. 마지막까지 읽고나면 범인이 금방 눈에 보인다. 첫 살인을 당한 와카바야시가 음독살인을 당하고 그가 담배로 인해 독을 흡입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것에 촛점을 맞추면 범인은 금방 나온다. 또한 가면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더 숨을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을 생각해 둔다면 이누가미 집안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쉽게 풀 수 있다. 하지만 살인사건들은 한번이 아니라 연이어 발생을 하고 그 사건이 또한 집안의 가보와 같은 ’국화 거문고 도끼’ 와 관계되어 나타나는 발전형으로 변질되면서 다마요의 신분이 들어나고 사헤 옹이 왜 배다른 딸들을 싫어했는지 정부인을 두지 않고 그저 본능에 의한 관계만 가졌는지 알게 된다면 모든 일은 사헤 옹으로 부터 발생한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져 보지만 그런 아버지 밑에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외면당하면서 막대한 재산 또한 균등한 분배가 아닌 다마요와 관계하여 재분배를 하려던 아버지의 외곡된 생가에서 피르 부르게 된 점, 그리고 재산을 나누어 가지기 보다는 자신들의 것으로 하려는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이 불러낸 무서운 재앙과 같은 살인이라는 점에 씁쓸하다. 

처음부터 사헤 옹이 다마요의 신분을 세 딸들에게 밝히고 받아 주길 바랬거나 아님 좀더 따듯하게 정을 쏟아가며 세 딸을 보살폈다면 이런 피의 죽음이 일어났을까. 아무리 많은 재산이 있고 거대한 집에서 살면 무얼하나. 서로가 잡아 먹지 못하여 아웅다웅 하고 적보다 못한 관계 속에서 남과 같은 사람들로 살아가는 피붙이들은 있으나마나 하다. 그러다 결국 살인을 부르고 후회하게 되지만 그 모든것 다 잃고나면 재산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사헤 옹이 진실을 덮으려 한 왜곡된 생각에서 비롯된 무시무시한 결과는 정말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무서운것가를 보여주기도 하면서 정에 굶주리면 그 또한 무서운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작 겉으로 보이는 가면은 벗으면 진짜인지 가짜인지 진실을 밝힐 수 있지만 마음의 가면은 벗어서 진실을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살인사건도 섬짓했고 집안사람들끼리의 살인사건이라 마음을 아프게 하였지만 작가의 필력은 대단한 듯 하다. 한번 일어난 살인사건을 발전시키고 살인에 사랑과 야망 욕심등 인간이 가진 추악함으 모두 쏟아 부어 더욱 끈적끈적 벗어날 수 없는 깊은 수렁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 대단한듯. 인간의 욕심 또한 죽어야 끝이 난다는, 그 무서움을 보여준 작품으로 작가의 다른 작품 <삼수탑>과 그외 작품을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사랑이나 돈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살인이 일어날 수 있을까. 무엇이든 남의 것을 탐하는 것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그 지저분한 밑바닥을 들여다보게 해준 작품이며 재밌게 추리소설에 빠져들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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