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독서 -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
가시라기 히로키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이 부제다. 대학교 2학년 때 난치병을 선고받고 13년간 투병 생활을 했던 저자는 과장하지도, 감추지도 않으면서 덤덤하게 자신의 경험을 고백한다. 



내가 외로울 때, 

상관없는 사람은 몰라. 


내가 외로울 때, 

친구들은 웃어. 


내가 외로울 때, 

어머니는 상냥해. 


내가 외로울 때, 

부처님은 외로워. 


  • - 가네코 미스즈 <외로울 때> 




절망의 시간을 사는 사람에게 가족, 친구, 지인 등은 처음에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 그만 절망하고 힘내서 일어나라고 말한다. 절망 때문에 쓰러져 있는 시간을 아까워한다. 절망과 함께 외로움이 찾아올 때, 그 때의 나는 완벽하게 혼자다. 슬플 때는 나 혼자.  



저자는 카프카와 함께 ‘쓰러진 채 머물고’, ‘고뇌 속에 틀어박히는’ 시간을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보낼 것을 제안한다. 제일 마음에 와 닿던 부분은 ‘매컬러스와 함께 쓸쓸한 마음 느끼기’였다. 



불치병을 앓는 사람은 현실 사회에서 이탈된 존재입니다. 요컨대 모두의 인생 바깥에 있는 것이지요. …… 그들에게 괴로운 일이 있을 때, 병원을 찾아오면 침대 위에는 반드시 제가 있습니다. 잠깐 들러서 이야기나 하고 갈까, 하는 기분도 들겠지요. 제 코가 석 자인 인간은, 구직 활동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에게 그에 대한 푸념을 늘어 놓는 것이 얼마나 가혹한 일인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합니다. (187쪽)



고민과 고통은 혼자만의 일이다. 누구의 고민이 더 무겁고, 덜 무겁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난치병에 걸려 미래에 대한 아무런 희망없이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친구에게 자신의 고민만 털어놓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정한 일이다. 


『절망독서』는 사람보다 인내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비밀도 잘 지킬 것이 확실한 책을 친구로 삼아, 길고 고단하며 외롭고 쓸쓸한 절망의 시간을 견뎌내라고 제안한다. 절망의 시간에 ‘긍정’의 말이 주는 괴로움에 대해서도 말한다. 나는 위의 인용문에 더 마음이 쓰였다. 나 역시 그런 적이 없었나, 하는 생각. 나의 고민을 앞에 두고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작게 본 건 아니었는지. 인용문 속의 무심한 사람이 ‘나’는 아니지만, 나도 그런 무정한 일들을 무심하게 했던 건 아니었는지. 뜻하지 않게 시무룩해 져서는 혼자만의 반성 시간을 가졌다. 


눈치 없고, 배려심이 부족한 나. 그리고, 아직도 쉽게 불평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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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3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03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17-11-03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절망 극복법은 음 그러고 보니 책이었네요. 사람도 좋지만 책이 없었다면 정말 인생 어떻게 살까 싶어요. 은행잎 팔랑팔랑거려요, 감기 조심❤️

단발머리 2017-11-03 13:22   좋아요 0 | URL
도스토예프스키 이야기가 한 챕터 나와요. 그의 끝없는 웅얼거림이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
저자가 묵었던(?) 입원실과 그 옆에 옆에 병실도 모두 다 도스토예프스키 열풍이 불었다는 ㅎㅎㅎㅎ
야나님 동생 한 번 더 생각하고... 힘들 때는 도스토예프스키를^^
감기 조심할께요, 다정한 야나님도 조심조심~~^^

2017-11-03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7-11-03 14:20   좋아요 1 | URL
저는... 고민과 비밀을 많이 털어놓아야 관계가 깊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가까운 사이에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 같아요. 저자의 친구들 역시 취업이 큰 고민인지라 저자에게 그런 고민을 말했겠지만, 뭐랄까요.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저자의 모습이 자꾸 그려집니다.

다른 이의 죽음보다 내 고뿔이 더 중하다. 참... 맞는 말 같기도 하면서 쓸쓸한 말인것 같아요.
 




















페미니즘에 대해 읽고 생각하면서 답답할 때는 가부장제의 일면인 페미사이드와 여성 혐오가 ‘남성 혐오’와 대칭으로 이해될 때다. 우리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너희’도’ 잘못이야,라는 주장.  지금은 오히려 여성 상위 시대인데 왜 아직도 페미니즘을 말하느냐는 주장. 그게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주장. 그런 주장 앞에 이런 통계들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눈을 감았기에. 보이지 않으므로.



한국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었다는 말만큼 유언비언인 것도 없다. 여성 노동의 증가를 지위 향상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남녀 임금 격차(gender wage gap)을 발표한 2000년부터 부동의 1위를 지켜 왔다. 2014년도 역시 압도적 1위였다. 한국 여성은 남성보다 36.7퍼센트 덜 받는다(2위 에스토니아는 26.6퍼센트). 2015년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서도 한국은 29개 조사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세계경제포럼의 성차별 지수 역시 145개국 중 115위다. (『낯선 시선』, 257쪽) 

 


“여성부는 있는데 왜 ‘남성부’는 없는가?”, “여성 전용 주차장은 남성을 차별하는 제도 아닌가?”, “매 맞는 남편도 있다”, “평등을 원하려면 여자도 군대 가라”는 남자들의 이야기는 한국 여성들이 이미 ‘여성 상위 시대’에 살고 있으며, 여성들의 불평등한 현실을 개선하려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역차별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그렇다. 남녀 공박의 종착역은 거의 ‘여성 군입대’이고, 가끔 ‘치즈케이크’인 경우도 있다.  



어제는 『혐오사회』의 서론을 읽었다. 카롤린 엠케. 나는 어제 그 이름을 처음 들었고, 처음 보았고, 처음 읽었는데, 책을 읽다가 세상에! 이렇게 말하고는 무릎을 쳤다. 탁. 



유대인이든 동성애자든 여성이든 이제는 좀 순순히 만족할 때가 되었으며, 어쨌든 이미 그들에게 많은 것이 허용되지 않았느냐는, 신중한 척하지만 분명한 비난도 있다. 마치 평등에 상한선이라도 있다는 듯이 말이다. 마치 지금까지는 여성이나 동성애자가 편히 평등을 누릴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끝이라는 듯이. ‘완전한 평등이라고? 그건 너무 지나친 요구지! 그러면 그건 정말로 …… 평등한 게 되잖아.’ (20쪽)  



동성애자, 여성, 무슬림 등 소수자 또는 타자에 대한 억압이 ‘혐오’의 모습으로 형상화되고 구체화되고 강화되는 것에 관심이 생긴다. 

일단 이 책으로 시작한다. 


오늘, 아니, 어제의 발견. 

카롤린 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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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막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서 내린 참이었다. 나는 이 소설이 너무 좋아 한 번 더 읽어야겠다 다짐했지만, 일단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서 내렸다. 오랫동안 백인들이 과학적 실험을 근거로 흑인이 ‘열등하다’고 주장한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렇게 대할 수 없다.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하기 위해 백인들은 지식과 정보, 돈과 재능을 쏟아 부었다. 흑인은 백인보다 열등하다고 말하기 위해. 흑인들의 영혼까지 착취하기 위해. 흑인들에 대한 횡포와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랑스럽고 용감한 주인공 코라를 숨겨주었던 마틴과 에설 부부 이야기 중에, 에설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아버지?” 어느날 밤 에설이 물었다. 펠리스(재스민의 엄마)가 죽은 지 2년 되던 해였다. 재스민은 열네 살이었다. 

“위층에 간다.” 아버지가 말했고, 둘은 그 야간 방문을 표현할 말이 생기자 이상한 안도감을 경험했다. 그는 위층으로 가고 있었다. (219쪽) 



에설의 아버지는 밤마다 삐걱거리는 계단을 밟으며, 에설의 소꼽친구 재스민의 방으로 간다. 삐걱거리는 계단 소리와 재스민의 비명이 밤마다 들려온다. 에설이 듣는다. 에설의 엄마가 듣는다. 이 때, 자기 자신에게서 그리고 그를 둘러싼 세계에서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는 사람은 에설의 아버지 뿐이다. 에설의 어머니도, 에설도, 그리고 불쌍한 흑인 소녀 재스민도 고통받는다. 재스민의 고통과 에설의 고통이 똑같았다고 말하는게 아니다. 다만, 재스민이 에설의 친구이냐 아니냐, 그녀가 백인이냐 흑인이냐의 사실과 상관 없이 재스민의 고통이 에설에게도 전해졌다는 것이고, 에설의 어머니는 또 다른 형태의 고통을 견뎌야만 했다는 의미다. 만약 재스민의 엄마가 살아있었다면 그녀도 고통 속에 있었을 것이다. 재스민에게 아빠가 있었다면, 오빠가 있었다면, 남동생이 있었다면, 그들 모두 밤마다 재스민의 비명을 들었을 것이고, 모두 다 괴로웠을 것이다. 단 한 사람, 에설의 아버지만 제외하고. 백인 남자, 에설의 아버지만 밤마다 자신의 자유를 과시할 수 있다. 에설의 아버지에게만 재스민의 비명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난, 이제 막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서 내린 참이다. 새롭게 떠나기 위해 다음 책을 펼친다. 『차이의 정치와 정의』. 희망도서로 신청하고 대출해서 딱 펼쳤더니 이런 구절이 보인다. 247쪽. 



보편적 시민은 또한 백인이고 부르주아이다. 여성만 근대의 시민 공중에 참여하는 것이 배제되어 왔던 것은 아니다. 최근까지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유태인과 노동계급은 시민의 지위를 갖지 못했다. …… 품위 있는 남성은 올곧고,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규칙을 준수하는 존재여야 했다. 이런 문화적 이미지에서는 육체적이고, 성적이고, 불확실하며, 무질서한 존재 양상은 여성, 동성애자, 흑인, 인디언, 유태인, 동양인과 동일시되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래 바로 이거야.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명랑하고 활기로 가득찼으나, 서론을 읽어보니 막막한 마음에 다시 한 번 247쪽을 펼친다. 난 이제 막 내렸는데, 여기가 아닌가 봐. 다른 역으로 이동 요망. 



여기에 박연선이 있다. 박연선 작가의 대표작이라면 역시나 손예진, 감우성 주연의 <연애시대>가 있다. 이혼한 부부의 사랑이야기가 신선하기도 했거니와 주고 받는 대화들이 주옥 같아서, 열혈청취자는 아니었지만, 애잔한 느낌이 남는 드라마였는데, 그 드라마가 박연선 작가의 작품이었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는 표지에서부터 책의 분위기를 예상케 한다. 왼쪽 츄리닝 입은 처자와 오른쪽 몸빼 할머니는 친족 관계가 분명해 보인다. 밑으로는 여덟 개의 발이 보인다. 발바닥이 보이는 이 사람들은 누워 있는 게 분명하고, 그들은 바위 아래 어둠 속에 누워있다. 삼수생 강무순, 홍간난 여사, 종갓집 양자 꽃돌이가 15년 전 아홉모랑이 마을에서 일어났던 ‘4소녀 실종 사건’을 추적한다. 경산 유씨 종갓집 외동딸을 잃어버린 후 커다란 대문을 걸어 잠그고 사는 유선희네, 막내딸을 잃어버린 후 밤마다 산에 올라 여우 울음소리로 외계에 정착한 딸과 대화를 나누는 목사님 사모님 조예은네. 삼거리 허리 병신 아빠에 동네 바보 일영이 누나 황부영네. 그리고 동네 최고의 날라리지만 늦게 얻어 귀한 외동딸을 잃어버린 유미숙네. 나이도 학교도 출신 성분도 다른 네 명의 소녀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그녀들은 왜, 어디로 갔을까.


타임캡슐 속 물건을 통해 추리에 추리를 더해 가며, 하나하나 퍼즐을 맞춰가는 이야기는 군데군데 가감없이 코믹의 진가를 보여주고, 지금 죽어가는 이의 자기 고백 ‘주마등’ 12꼭지는 스릴러의 축을 잡아준다. 흑백 인종차별 기차에서 이제 막 내린 나는, 코믹에 방점을 찍고 싶다. 



그 때를 틈타 나는 꽃돌이를 이리저리 감상했다. 정말이지 공짜로 보기 미안할 정도의 미모다. 

“이걸 묻은 게 몇 년 전이라구요?”

15년 전이란 말에 꽃돌이는 심각해졌다. 뭘 생각하느라 그러는지 눈을 내리까는데, 속눈썹이 어찌나 긴지 그 그늘에서 햇빛도 피하겠다. “따라와요.”

지옥이라도 따라가주마. (70쪽) 



“그때부터 한호 얘기만 하길래. 내가 한호한테 얘기해줬어. 선희가 관심 있어 한다구. 그다음부터야, 뭐……. 요새 애들처럼 데이트다 커플이다 그러진 않았어도 편지도 주고받고, 참고서도 추천해주고 그랬을걸.”

전국 학부모연합에서 환영할 만한 그런 이성교제를 했나보다. (128쪽) 



이것들아, 여름방학이라고 싸돌아다닐 생각 말고 공부하란 말이다. 연애하지 말고 공부해. 맥주 마시지 말고 도서관에 말뚝 박어. 한 자라도 배우고 익히는 게 전국의 재수생 삼수생에 대한 예의요 책임이란 말이다. 덥다고 놀아도 되는 건 백수 뿐이야. (203쪽) 



황부영이 꽃돌이를 빤히 쳐다보는데, 참 냉정한 시선이다. 비 오기 직전, 불쾌지수 최고인 꿉꿉한 날에 봐도 저절로 미소가 나오는 그 고운 얼굴을 한참 쏘아보더니 묻는다. (341쪽) 



이 소설을 재미나게 읽으면서 정지돈의 단편 <창백한 말>이 생각났다. 이렇게 재미있는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도 소설이고, 난해한 <창백한 말>도 소설이고, 『82년생 김지영』도 소설이다. 소설은 힘이 세다. 이 모든 이야기가 가능하다. 소설이라는 틀 속에서 이 다채로운 재미가 가능하다. 


즐거움을 위한 독서, 쾌락에만 봉무한 독서였다. 

조용한 집을 킥킥대는 소리로 채워버렸던 즐거운 독서 여행이었다. 

이제 내린다. 이번 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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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10-31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더 그라운드 레일로드가 그렇게 좋단 말입니까? 할랬는데, 인용하신 문장을 보니 가슴 아파서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ㅠㅠ

(그래도 일단 땡투하고 담아보기)

단발머리 2017-10-31 11:25   좋아요 0 | URL
일단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엄청 좋은 책이지만 여러군데 가슴 아픈 장면이 많아요, 아주. 제가 권해 이 책을 읽은 1인은 무섭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니까 일반적인 의미에서 무섭지는 않은데 장면들이 워낙 긴박하게 펼쳐지니까요.
저의 올해의 책 후보 중 하납니다^^

transient-guest 2017-10-31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애시대는 일본소설이 원작 아닌가요??? 처음 듣는 작가라서 여쭙고 갑니다

단발머리 2017-10-31 11:22   좋아요 0 | URL
네~ 일본소설이 원작 맞네요. 저는 극본:박연선만 확인해서^^:;

레삭매냐 2017-11-01 1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UGGR 보다 폴 비티의 <배반>이 확실히 읽기
에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맨부커상이라는 광휘에도 울나라에서는 잘
팔리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UGGR 은 확실히 대단한 작품이었습니다.
콜슨 화이트헤드의 다른 작품들도 빨랑 나
왔으면 좋겠습니다.

단발머리 2017-11-01 19:16   좋아요 1 | URL
으흠.... 그렇군요.
전 <배반>을 도전해 보려구요.
비슷한 환경과 배경이 어떻게 다른 식으로 그려질지 기대됩니다.
<노예 12년>도 이번에 이어서 읽어볼까 하는데, 맨날 계획만 앞서고 그럽니다. ㅠㅠ

저도 콜슨 화이트헤드 다른 작품들 기다려집니다.ㅎㅎㅎㅎㅎ

AgalmA 2017-11-01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내리니 폴 비티 <배반>이 도착한ㅎ? 전 둘다 못 봤는데 전자를 읽은 분들은 후자도 꼭 읽으실 듯한ㅎ; 역시나 레삭매냐님도 단발머리님도 그럴 줄 알았음요ㅎ

단발머리 2017-11-07 08:38   좋아요 0 | URL
전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너무 좋았어요. 곧 이어 <배반>으로 이어가볼까 합니다.
레삭매냐님과ㅡ같이ㅡ묶여서 (~~~~도) 기분 좋은데요^^
 
기사단장 죽이기 2 - 전이하는 메타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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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키가 좋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하루키의 작품보다 하루키식 라이프 스타일을 좋아한다. 하지만, 내가 하루키의 라이프 스타일을 정확히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건 하루키 작품 속 인물들의 라이프 스타일이다. 매력적인 주인공은 독자를 소설 한 가운데로 어렵지 않게 이끌어 간다. 나는 하루키 사람들을 좋아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하나 있기는 하다. 



초상화 전문 화가이며 친구 아버지 집에 머물게 된 ‘나’는 신비에 쌓인 이웃 멘시키씨의 부탁으로 그의 딸로 예상되는 여고생 마리에의 초상화를 그리게 된다. 마리에는 엄마 없이 고모 손에 자란 부잣집 딸이다. 문화센터 미술선생님이자 이웃집 아저씨의 초상화 모델이 되기 위해 자리에 앉았는데, 마리에는 모델과 화가로 만나는 첫 자리에서 자신의 ‘가슴’에 대한 이야기를 반복한다. 


마리에에게 가슴은 생명만큼 중요하다. 곧 죽는다고 생각하더라도 제일 중요한 이야기가 ‘가슴’ 이야기고, 이데아의 현신인 기사단장이 그녀와 헤어지며 마지막으로 하는 말도 ‘제군의 가슴은 머지않아 커질 거라네’는 말이다. 마리에 마음 속 가장 큰 고민이 ‘가슴’에 관한 것임을 기사단장이 꿰뚫어 보았다는 뜻이다. 가슴이 그렇게 중요한가. 그럴 수도 있겠다. 가슴은 중요하다. 가슴은 중요하지. 하지만, 가슴만 중요한가. 눈도 중요하고, 코도 중요하다. 입술도 중요하고, 이런 세상에! 피부도 중요하다. 귀모양도 중요하고, 머리결도, 헤어스타일도 중요하다. 목 라인도 중요하고, 쇄골뼈도 중요하고, 손도 중요하고, 허리도 중요하고, 다리도 중요하고, 엉덩이도 중요하다. 목소리, 보이지 않지만 느낌을 100% 살려주는 목소리도 중요하다. 한 사람이 앞에 서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 사람이 여자라고 생각해보자. 어떻게 그 사람에게, 그 여자에게 가슴만 중요한가.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모두 다 중요하다. 마리에가 자신의 정체성의 한 축을 육체에서 찾으려고 하는 청소년기라는 점을 참작하더라도 그렇다. 그녀에게는 이렇게 한결 같이 가슴만 중요한가. 이 부분이 마음에 안 든다. 처음 만나 초상화 작업을 하는 자리의 문화센터 선생님이며 이웃집 아저씨에게, 자기 가슴이 너무 작지 않냐고 물어보는 여자애가 실제로 있는지 모르겠다. 소설 속에서는 모든 것이 꼭 그럴 듯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 ‘가슴’ 문제에 대해서라면 마리에는 너무 멍청해 보인다. 억지스럽다. 



이제부터는 좋은 얘기. 



실종된 마리에를 찾기 위해 ‘나’는 기사단장의 명령대로 기사단장을 죽이고, 땅 속에서 얼굴을 내민 ‘긴 얼굴’을 붙들어 지하세계로 내려간다. 어둠을 헤치고, 강을 건너 길을 걷는다. 숲을 지나 광장으로 나와서는 다시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좁아진 동굴 끝에서 흙바닥으로 떨어지는데, 떨어져서 살펴보니 그 곳은 사당 뒤의 구덩이 속이다. 멘시키씨의 도움으로 ‘나’는 구출되고, 기사단장의 약속대로 마리에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다. 사실, 그녀는 나흘간 멘시키집 지하 2층 입주 도우미방에 셀프 감금되어 있었다.  


동굴 속의 어둠이나 강, 숲, 이런 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굳이 찾지 않아도 ‘나’의 환상 여행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하루키의 작품을 많이 읽지 않아서, 어떤 식으로든 그를 평가할 필요도 의무도 느끼지 않기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강력하게 예견되었던 하루키의 수상이 불발되고, 그와 비교적 가깝다고 알려진 가즈오 이시구로의 수상 소식을 들으면서, 소설 속 ‘나’의 이 말이 떠올랐다.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었다. 멘시키가 나의 어떤 부분을 부러워하는지 전혀 상상되지 않았다. 그는 모든 것을 가졌고, 나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다. 

“대체 저의 어디가 부러우신가요?” 내가 물었다. 

“당신은 아마 누군가를 부러워하지 않으시겠죠?” 멘시키가 말했다. 

잠깐 뜸을 들이며 생각해본 뒤 내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껏 누구를 부러워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하려는 말도 그런 겁니다.” (92쪽) 



부러우면 지는 거고, 부럽지 않다면 그걸로 됐다. 지금껏 누구를 부러워해본 적이 없다는 이 사람을, 나는 부러워한다. 나는 여러 번, 아주 여러 번, 내가 갖고 있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는 어떤 사람을 부러워했기에. 재능을, 끈기를 그리고 젊음을.  



누구를 부러워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나’이고, 아래처럼 말하는 사람은 멘시키지만, 나는 두 사람이 한 사람으로 모아진다고 느낀다. 



멘시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게는 생각할 일이 많습니다. 읽어야 할 책과, 들어야 할 음악이 있어요. 많은 데이터를 모아 분류하고, 해석하고, 머리를 쓰는 것이 일상적인 습관입니다. 운동도 하고, 기분전환 삼아 피아노 연습도 합니다. 물론 집안일도 해야죠. 따분할 틈이 없습니다. (156쪽)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고, 생각하고,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듣고, 운동을 하고. 기분전환 삼아 피아노 연습을 하고 집안일을 하고. 이런 삶은 근사하다. 크게 자랑할 일도 아니고,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일들도 아니다. 준비해야 할 것도 없고, 훈련이나 연습도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삶이야말로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삶일 수도 있다. 



따분할 틈이 없는 삶. 그런 삶은 누구를 부러워하지 않기에 누릴 수 있는 삶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피아노 연습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저번주부터 이어지는 셀프 독려 메시지 혹은 계시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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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0 09: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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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0 09: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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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10-30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만난 아저씨에게 가슴 얘기를 하는 여고생...의 이야기를 아저씨...가 썼군요. 저는 하루키 너무 좋아하고, 그의 책을 빠짐없이 다 읽으려고 하는 사람이지만, 지금 여고생 가슴..얘기 듣고 넘나 충격....하루키여....

저도 조만간 읽어볼게요. 책은 이미 가지고 있으니 읽기만 하면 되는데..요즘 저의 독서 속도가 영.. ㅠㅠ

단발머리 2017-10-30 15:3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처음 만난 아저씨는 아니구요. ㅎㅎㅎㅎ
동네 문화센터 미술 선생님인데, 초상화를 그리는 첫 자리에서요. (다시 읽어보니 제가 좀 애매하게 썼군요. )
대충 스케치하고 그런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든요.
화가도 모델에 대해 좀 알아야 그림 그리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이 여고생이 대뜸...
저, 가슴 작은 편이죠. ㅠㅠ
뭐니.... ㅠㅠㅠ
그 다음 페이지에는 더합니다. 직접 확인하시는게 우리 아침 건강에 좋을 듯요.

요즘에 <제2의 성> 읽으시느라 바쁘신 거 아니예요?
얼른 진도 뺴야하는데 저도 요즘 속도가 메롱이예요. ㅎㅎㅎ
 




















엘리 위젤의 나이트 3부작 『Night』, 『Dawn』, 『Day』 중에서 두 번째 『Dawn』을 읽었다. 


예전에 읽었던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는 ‘인간의 의식’에 방점이 찍혔던 것 같다. 



수면부족과 식량부족 그리고 다양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그런 환경이 수감자를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종적으로 분석을 해보면 그 수감자가 어떤 종류의 사람이 되는가 하는 것은 그 개인의 내적인 선택의 결과이지 수용소라는 환경의 영향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121쪽) 



“인간이 살아가는 데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을 기다리는 운명이 아니라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방법’이라는 빅터 프랭클의 말은 최근까지도 여러 자기계발서에서 다양하게 인용되고 있다. 이러한 인용이 빅터 프랭클의 의도와 부합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의 의식이 생존을 가늠하는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닐 테지만. 



엘리 위젤의 『Night』에서는 고통받는 개인이되 유대인으로서의 자각이 좀 더 부각되는 느낌이다. 선택하고, 인도하고, 사랑하고, 보호하겠다 약속했던 신은 정작 자신들이 고통받고 죽임 당하는 바로 지금 어디에 있느냐는 애끓는 외침은 작품 전체를 꿰뚫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For God’s sake, where is God? 

And from within me, I heard a voice answer. 

“Where He is? This is where – hanging here from this gallows.” 



『Dawn』에서는 아우슈비치의 생존자로서 이제 막 테러리스트가 된 엘리사의 고민과 갈등이 주를 이룬다. 납치된 저항군 데이빗 벤 모쉐의 처형에 대한 복수로 영국인 존 도슨의 처형 임무를 맡게 된 엘리사는 임무를 마쳐야 하는 새벽녘까지 고민에 고민을 더한다. 그의 앞에는 첫 임무가 놓여 있다. 그는 첫번째 살인을 하게 될 것이고, 존 도슨은 첫번째 희생자가 될 것이다. 



In their eyes I should be forever branded a killer. There are not a thousand ways of being a killer; either a man is one or he isn’t. He can’t say I’ll kill only ten day. He who has killed one man alone is a killer for life. (55) 



이제 영원히 살인자가 될 엘리사. 아버지와 어머니, 거지와 랍비, 친구 예라크미엘이 그를 찾아온다. 이미 죽은 그들이 엘리사를 찾아와 임무를 앞둔 그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본다. 엘리사는 유령들에게 말한다. 절 판단하지 마세요. 하나님을 원망하세요. 이게 다 하나님 때문이라고요!


영국인 포로 존 도슨을 죽이기 위해 그를 증오하겠다 마음 먹는 엘리사. 하지만, 처음 만난 존 도슨은 잘 생기고 단정한 사람이다. 옥스포드에 다니는 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들을 위해 외과의사 같은 손으로 메모를 남긴다. 존 도슨은 첫번째 살인의 두려움에 떠는 엘리사를 도리어 위로해 준다. 엘리사는 적국에 의해 처형당한 동료 데이빗을 상기하며, 존 도슨을 미워하려 애쓰지만, 그의 노력은 쓸데없다.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이제 10분 남았다.  5분.  2분.  1분. 


도처에 도사린 죽음의 위협을 이겨내고 끝내 살아남은 엘리사는 이제 살인자가 된다. 그 어떤 변명도 의미가 없다. 한 번 사람을 죽인 사람은 영원히 살인자일 뿐이다. 그 날 밤, 엘리사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얼굴을 가진 어둠이 그를 찾아온다. 



The tattered fragment of darkness had a face. Looking at it, I understood the reason for my fear. The face was my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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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7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7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7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7-10-27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엘리 위젤의 책을 읽어 보진 않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핍박하는 급진적 시오니스트
라는 말에 저히 꺼려지더군요.

단발머리 2017-10-27 15:07   좋아요 0 | URL
네~~ 사실 이 책은 교보문고에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작가의 책을 표지만 보고 구입했거든요.
<나이트> 읽으면서 작가 서치를 해봤더니 급진적 시오니스트 이야기가 있더라구요.
레이건 대통령 서독갔을 때 일화건도 있고요ㅠㅠ
작품 그 자체로서는 참 훌륭하지만, 작가에 대한 정보를 알고 나서는 조금 꺼려지는 부분이 있기는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