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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독서 -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
가시라기 히로키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이 부제다. 대학교 2학년 때 난치병을 선고받고 13년간 투병 생활을 했던 저자는 과장하지도, 감추지도 않으면서 덤덤하게 자신의 경험을 고백한다.
내가 외로울 때,
상관없는 사람은 몰라.
내가 외로울 때,
친구들은 웃어.
내가 외로울 때,
어머니는 상냥해.
내가 외로울 때,
부처님은 외로워.
절망의 시간을 사는 사람에게 가족, 친구, 지인 등은 처음에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 그만 절망하고 힘내서 일어나라고 말한다. 절망 때문에 쓰러져 있는 시간을 아까워한다. 절망과 함께 외로움이 찾아올 때, 그 때의 나는 완벽하게 혼자다. 슬플 때는 나 혼자.
저자는 카프카와 함께 ‘쓰러진 채 머물고’, ‘고뇌 속에 틀어박히는’ 시간을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보낼 것을 제안한다. 제일 마음에 와 닿던 부분은 ‘매컬러스와 함께 쓸쓸한 마음 느끼기’였다.
불치병을 앓는 사람은 현실 사회에서 이탈된 존재입니다. 요컨대 모두의 인생 바깥에 있는 것이지요. …… 그들에게 괴로운 일이 있을 때, 병원을 찾아오면 침대 위에는 반드시 제가 있습니다. 잠깐 들러서 이야기나 하고 갈까, 하는 기분도 들겠지요. 제 코가 석 자인 인간은, 구직 활동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에게 그에 대한 푸념을 늘어 놓는 것이 얼마나 가혹한 일인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합니다. (187쪽)
고민과 고통은 혼자만의 일이다. 누구의 고민이 더 무겁고, 덜 무겁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난치병에 걸려 미래에 대한 아무런 희망없이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친구에게 자신의 고민만 털어놓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정한 일이다.
『절망독서』는 사람보다 인내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비밀도 잘 지킬 것이 확실한 책을 친구로 삼아, 길고 고단하며 외롭고 쓸쓸한 절망의 시간을 견뎌내라고 제안한다. 절망의 시간에 ‘긍정’의 말이 주는 괴로움에 대해서도 말한다. 나는 위의 인용문에 더 마음이 쓰였다. 나 역시 그런 적이 없었나, 하는 생각. 나의 고민을 앞에 두고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작게 본 건 아니었는지. 인용문 속의 무심한 사람이 ‘나’는 아니지만, 나도 그런 무정한 일들을 무심하게 했던 건 아니었는지. 뜻하지 않게 시무룩해 져서는 혼자만의 반성 시간을 가졌다.
눈치 없고, 배려심이 부족한 나. 그리고, 아직도 쉽게 불평하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