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쓰기의 말들』
내게 은유는, ‘내가 여성성을 맞닥뜨린 건 결혼 이후다’의 그 은유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5쪽) 알라딘 메인 화면에는 ‘박보검이 효리네 민박에서 읽은 책’이라는 문구로 광고하고 있다. 2월 한달 내내 매일 적립금 100원, 크레마 사용자 적립금 100원을 차곡차곡 모아 크레마 사용자 몰별 적립금을 더해서 30% 할인쿠폰를 사용해 10년 대여했다. 무료다.
글쓰기에 대해서는 많은 책들이 나와 있지만, 글쓰기 기술이나 글 쓰는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책들을 뒤로 하고, 글쓰기 자체와 글 쓰는 인생을 연결해 설명한 책으로는 이 책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 외국책으로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가 그렇다. ‘글을 쓰면 이런 저런 면이 좋다’ 혹은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이런 저런 방법을 써라’가 아니라, 글쓰기 자체가 가지는 무게와 힘에 대해, 글을 쓰는 이와 그녀/그가 쓰는 글의 관계에 대한 세밀한 통찰이 돋보인다.
내 경험이 남들에게 도움을 주는가. 뻔뻔한 자랑이나 지지한 험담에 머물지는 않는가. 타인의 삶으로 연결되거나 확장시키는 메시지가 있는가. 이리저리 재어 본다. 자기 만족이나 과시를 넘어 타인의 생각에 좋은 영향을 준다면 자기 노출은 더 이상 사적이지 않다. 돈 내고 들으려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읽고 쓰며 묻는다. 몸으로 실감한 진실한 표현인지, 설익은 개념으로 세상만사 재단하고 있지는 않는지. 남의 삶을 도구처럼 동원하고 있지는 않는지. 앎으로 삶에 덤비지 않도록, 글이 삶을 초과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2. 『기린의 날개』
콜라를 다 마셔 갈 때쯤 젊은이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있었다.
“뭐 좀 마실래요?”
마쓰미야가 자동판매기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닙니다. 금방 들어가야 해서요.”
그러더니 젊은이는 “아, 하지만 지금 여기서 마시지 않아도 괜찮다면 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무슨 뜻인지 몰라 잠시 어리둥절해하던 마쓰미야는 민망해하는 젊은이의 표정을 보고서야 그가 한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마쓰미야는 웃으며 지갑을 꺼냈다.
“뭐로 할래요?”
“녹차로 하겠습니다.”
녹차 페트병은 350밀리와 500밀리의 두 가지가 있었다. 주저 없이 큰 쪽을 사서 젊은이에게 건넸다. 고맙습니다, 라는 젊은이의 말을 들으며 마쓰미야는 살기가 힘든가 보다고 생각했다. (130쪽)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기린의 날개』가 처음이다. 1순위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2순위는 『용의자 X의 헌신』이었는데, 도서관에서 새 책을 만나 주말에 시작해 금방 끝냈다. 피의자의 죽음으로 급하게 마무리되던 도심 속 의문의 살인사건은 가가 형사의 활약으로 서서히 전모를 드러낸다. 추리/미스터리물은 많이 읽지 않아 어떠하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살인자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산재 은폐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 피의자이며 의식 불명 상태인 후유키의 직장 동료가 회사로 찾아온 마쓰미야 형사와 잠깐 대화를 나눈다. 지금 여기서 마시지 않아도 괜찮다면 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며 음료수를 건네받는 일본 젊은이의 말이 인상깊다.
3. 『달콤한 노래』
그녀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다. 그들과 함께 세상을 이루고, 자기 자리를 찾고, 그곳에 거주하는 것, 몸을 숨길 둥지 하나, 따스한 은신처 하나를 마련하는 것. (243쪽)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단어는 뭘까. ‘완벽한’이 첫번째 후보가 아닐까 싶다. 완벽한 외모, 완벽한 몸매, 완벽한 상태, 완벽한 환경. ‘완벽함’이란 흔들리는 저울추가 0점을 가리키는 순간에만 적확한 말이다. 완벽함은 지속될 수 없다. 넘침과 부족함은 완벽함과 함께 할 수 없고, 더러움과 흐트러짐 역시 그렇다.
다시 변호사로 일하기 위해 보모를 찾던 미리암은 루이즈를 만나게 된다.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완벽한 보모 루이즈는 ‘완벽하게’ 구현한다. 그녀와 함께라면, 그들은 완벽하게 행복하다. 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불길한 예감은 완벽한 균형을 흔들어 대고,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 미리암은 이를 모른 척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