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토론회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할말은 1등에게만 있다며 1 :
4 로 작심하고 달려든 대선후보 토론회 혹은 달님 대통령 청문회 다음날 아침, 나는 그냥
정의당 홈페이지에 들어갔을 뿐이다. 로그인을 해야 글을 남길 수 있다 해서, 로그인 이전에 회원가입을 해야하는 수고까지는 감당하지 못 하고, 그냥
올려진 최신 글들의 제목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그게 다다.
문재인 후보 열성 지지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아
이번 대선에서 나는 비교적 조용히 있는 편이다. 정확히는 시선이 곱지 않아서 라기보다는,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간 열성적 지지가 혹 그 분에게 누가 될까 싶어서다.
친한 선배언니들에게 (아직) 전화하지 않았고, 친구들에게 (아직) 카톡하지
않았다. 안찰스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는 친구들에게 협박 및 회유의 글을 보내지 않았고, 사촌 동생들에게 전화해 어떻게 할거냐 다그치지 않았다.
아직 수신제가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진보정당을 지지해온 투표권 있는 1인과 투표권은 없으되 심상정 후보를 강력 지지하는 1인과 함께 사는 나는, 가장
편안해야할 집에서조차 협공당하는 나는, 수줍은 문재인 지지자다. 나는
문빠다.
자꾸 깜빡깜빡하지만, 이번
대선은 탄핵 때문에 이루어지는 보궐 선거다. 안민석 의원과 주진우 기자의 외로운 싸움이 없었다면, 결정적 증거인 태블릿 피씨가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그 태블릿이 손석희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전해졌더라면, 박근혜가 1차 담화에서
최순실과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더라면, 새누리당 의원들 일부가 탄핵안에 찬성하지 않았더라면, 헌법재판소 재판정 안밖에서 박근혜 변호인들이 그런 헛소리를 계속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매주 토요일 밤 ‘이번주가 분수령’이라는 기록을 연달아 갈아
치웠던 위대한 촛불의 힘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아직 박근혜의 통치, 예측할
수 없고, 설명되지 않는 박근혜의 통치 아래에 있었을 것이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금방 좋은 세상이 오겠는가. 유시민의 말처럼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 되면, 정치권력, 딱 청와대 권력만 바뀌는 것이다. 무소불위의 언론권력도, 행정부, 사법부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재벌권력도 모두 그대로다. 이제는 책임 있는 자리에 있게 됐으니, 이 모든 일이 네 책임이다, 라고 할 것이다. 오른쪽과 왼쪽에서, 좌와 우에서, 위와 아래에서 이 모든 일의 책임이 네게 있다고, 너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진보언론에게조차 노무현과 문재인은 공격받고 있다고, 공격받았다고
말하는 이 책이 소중하다. 이렇게 집요하고 지속적인 공격 속에서도 문재인이 굳건하게 지지율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한줌 같은 문빠들 때문인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언론의 보호와 격려, 낯간지러운 칭찬으로 버무려졌던
반기문과 안철수는 어쩌다 그렇게 가버렸는가. 탄핵이 만들어준 구도와 정권교체에 대한 강한 열망, 청와대에서의 국정 운영 경험과 대통령을 두 번 배출한 당의 전폭적인 지원 역시 중요한 요소이겠지만, 나는 무엇보다 문재인이라는 사람 그 자체, 문재인의 인생에서 보여지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동질감과 그들을 돕고자 하는 그의 진실한 마음이, 그를 여기까지, 그렇게 싫다고 도망쳤던 그를 여기까지 밀어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바꿔보자. 새로운
시대를 열어보자. 라고 말한다.
그래서 투표합시다. 내일
꼭 투표하세요. 라고 말한다.
마음 속 자막은 물론 투명으로 처리된다.
투대문. 투표해야 대통령
문재인 된다.
압도적 정권교체로 그에게 힘을 실어주자.
한 표, 꼭 부탁드립니다. 꾸벅.
한 번 더. 꾸우벅.
좌우 언론은 역대 가장 민주적이었던 노 대통령에게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프레임을 사용해 비판했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제왕적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미 FTA 체결로 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50%가 넘는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최장집 교수는 노 대통령이 국민이 반대하는 FTA를 밀어붙였기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는 1970년 남미의 독재자들에게 사용하던 위임민주주의 delegative democracy라는 말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그 반대편에서는 좌파 언론, 지식인, 정치인, 지지자들이 노 대통령이 양극화를 일거에 해결하지 못했다고, 정치검찰을 척결하지 못했다고, 주어진 권력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다시 말해서 제왕적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고 비판한 것이다. 노무현은 도대체 어느 쪽 칼끝에 맞춰서 춤을 췄어야 하나? (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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