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야?”라고 물었다.
이전 상황에 대한 아무런 설명없이 박형식이 전화해 “어디야?”라고 물었다는 건, 내
꿈 속에서 박형식과 나는 아무때나 전화해서 “어디야?”라고
묻는 사이라는 이야기고, 곧 연인이라는 뜻이겠다.
박형식이 또 물었다. “하와이야?”
내가 말했다. “아니, 태국.”
“하아…” 수화기 저 너머에서 박형식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태국이든, 하와이든… 암튼… ”
그 다음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일년에 2-3번
정도 꿈을 꾼다. 더 많이 꿈꾸겠지만 기억나는 게 일년에 2-3번
정도다. 잠잘 때는 오직 자는 일에만 집중하느라 꿈꾸지 않는 내게,
(비록 목소리만 출연했지만) 박형식이 찾아와서는 “어디야?”라고 연인처럼 혹은 연인의 포스로 물어봐줬다. 내용과 형식, 의의 또는 의미와 상관없이 어제의 우울함이 단번에 날아갔다.
모두들 바삐 자신의 자리를 찾아 떠나고, 출발하고, 손을 흔들며 멀어져 가는 아침. 혼자 남아 청소기를 돌리고 머리를 감고 외출 준비를 하는데, 자꾸
“어디야?”가 생각났다. 나는
혼자 웃었는데, ‘큭큭큭’ 웃지 않고 ‘허허허’하고 웃었다. 자꾸만
큰 소리로 웃게 됐다. “어디야?”
너무 두꺼워 간신히 읽기를 마친 『여성의 신비』를 반납하고, 도서관 앞 작은 커피숍에 들어갔다. 서민 교수님, 혹은 마태우스님은 기발하고 발칙한 유머 포인트를 갖고 계시기에 이미 만반의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9쪽에서 빵 터졌다. 약한 마음 갖지 마시고 빨리 사서 읽으시라.
게으른 나를 말없이 기다려 준 생각정원
출판사 박 대표님께 감사드리고, 책이 나오면 인세를 받지 않을까 기대에 들뜬 아내에게도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부탁해 본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말씀드린다. ‘조금
있다가 읽어야지’하는 약한 마음을 갖지 마시고 빨리 사서 읽으시라고.
탄핵으로 인해 대선이 빨라졌고, 대선이 끝나면 정치 책을 읽는 일에는 시들해지니 말이다. (9쪽)
연휴 아닌 연휴, 방학
아닌 방학에 아껴가며 조금씩 읽으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저자의
충고를 전격 수용, 미루지 말고 부지런히 읽어봐야겠다.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