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걸 선언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3
수잔 보트 지음, 김선희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제이미는 뚱뚱한 정도가 아니라 말 그대로 팻걸(THE Fat Girl)이다.

핫칙스(Hotchix) 매장에서는 맞은편 부인복 매장으로 가보라는 점원들의 차가운 응대와 맞서야 하고, 학교 연극반에서는 서쪽 마녀를 비롯한 모든 악녀를 도맡아한다. 대학입학시험 준비도 해야 하고, 장학금을 타기 위해 학교 신문에 <팻걸선언>이라는 새로운 연재기사도 써야 해서 바쁘고 빡센 고3 생활이 눈앞에 선하다.

뭔가를 감추려는 듯한 남자친구 버크를 으르고 협박해서 듣게 된 소식은 변심했다는 말보다 더 청천벽력. 팻보이 남친이 생명의 위협을 무릎 쓰고 체중 감량을 위해 위 접합수술을 받기로 한 것이다. 뚱보 뚜엣으로 남자친구를 믿고 의지했던 제이미는 버크의 수술을 기다리며 두 가지 감정에 휩싸인다. 위험한 수술로 버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버크처럼 수술을 받고 싶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수술을 받을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안타까움이 바로 그것이다.

한편 뚱뚱하게 살 권리에 대한 <팻걸선언>은 지역신문에도 소개되는 인기를 누리게 되고, 전국 단위의 방송사에서도 인터뷰 요청을 받기에 이른다. 하지만, 당차고 야무진 그녀의 주장은 건강의 위협 요소인 비만을 옹호한다는 방송국의 악의적 방송으로 오해를 받게 되고 제이미는 위기에 처한다.

 

선택.

내가 뚱뚱하기로 선택했던가?

아주 어린 소녀 시절부터 평생 비만으로 살아가기로 선택했단 말인가?

매일매일, 의식적으로 뚱뚱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무얼 먹을지 선택한단 말인가?

잘 모르겠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

선택에 대해 더 잘 자각하는 것만이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거다. 내가 초래한 파문이 나를 익사시키려 할 때, 투덜거리며 낑낑거리지 않아야 한다. 물살을 더욱 잘 헤쳐 나가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리고 뒤돌아보며, 은밀하게 선택하는 나 자신을 파악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277)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뚱뚱한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비만으로 살기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택하지 않은 삶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선택이라면 더욱 그렇다. 어떤 사람이 어떤 삶을 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 사람의 자유로운 선택이다. 그 삶이 다른 사람의 자유와 행복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 자신의 선택 때문에 무시당해서는 안 되고, 경멸 받아서도 안 된다. 제이미를 위한답시고 의사들이, 가족들이, 친구들이, 선생님들이 하는 말들은 모두 제이미에게 상처를 주는 말들이다. 건강을 위해, 아름다운 외모를 위해, 대학 입학을 위해 살을 빼라, 살을 빼려고 노력하라,는 사람들의 말은 제이미에게 가해지는 명백한 폭력이다.

이제는 변해버린 모습, 날씬해진 자신의 모습에만 관심을 갖는 버크에 대해 제이미는 왠지 모를 소외감을 느끼고, 채찍을 휘두르며 서쪽마녀 에블린을 연기하는 그녀를 보러온 히스에게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한다.

날씬해진 남친 버크, 좋은 냄새 편집부장 히스.

다정한 남친 버크, 매력적인 남자 히스.

사랑해~라고 말하는 남친. 너 정말 멋져~라고 말하는 히스.

제이미의 선택은?

 

키스를 끝낸 뒤에도, 우리는 오래도록 서로를 놓아주지 않았다. 이제 동굴은 하나의 섬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섬에 살고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세상의 모든 마감시간과 옳고 그름 따윈 지옥에나 가라지.

이제, 이제 내가 무엇을 하든, 어떻게 하든 나는 욕을 먹을 거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만약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난 싸가지가 되지 않을 거다. 노노처럼 귀여워질 거다. 프레디처럼 각선미 있는 몸매를 가질 거다. 이상적인 제이미...... 온순하고 부드럽고, 받아들이기 쉬운 사람. (270)

 

이 책은 딸롱이 필독도서 목록에 들어있는 책이다. 필독도서를 찾아서 읽히지는 않았는데, 1년에 40여권 내외의 초등학생과는 달리, 중학생은 1년에 9권 정도라서 찾아서 읽어보라, 독서록도 좀 성의있게 써 보라, 잔소리를 하다가 나도 읽게 됐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뚱뚱해서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것만으로 자신을 규정하는 것을 거부하는 팻걸, 부당한 대우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불편한 비행기 여행을 감수하는 팻걸,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솔직하게 말할 줄 아는 팻걸.

그녀는 정말 멋지다.

 

평생 처음, 피곤하거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패배한 것 같은 느낌을 받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솔직해졌기 때문일지도.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일지도.

히스 때문일지도.

또는 내 선택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잘 모르겠다. 여전히 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많다.

하지만 아무렴 어때?

내 선택을 믿고 끝까지 가보는 거다.

난 팻걸이니까. (305)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이 2016-08-18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도 팻걸❤️ 당당하게 살래요~

단발머리 2016-08-18 20:37   좋아요 1 | URL
그대는 팻걸은 아니지만~~~
당당하게 사는게 멋져요~~~ ㅎㅎ

다락방 2016-08-19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제가 읽어야 하는 책이군요!

단발머리 2016-08-19 08:17   좋아요 0 | URL
청소년도서라 주제를 무겁게 다루지도 않았고 통통 튀는 주인공 제이미가 매력적이기는 합니다.
다락방님은 자신이 원하는 걸 아는 멋진 사람이니까 패쑤하셔도 될듯요~~ ㅎㅎㅎ

cyrus 2016-08-19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이 너무 뚱뚱하다, 너무 말랐다, 다른 사람의 체형 가지고 수군거리고 쓸데없이 걱정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ㅠㅠ

단발머리 2016-08-21 22:5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다른 사람에 대해 너무 쉽게 말해요.
저는 다른 사람 외모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는 않지만... 그치만....
급.... 혼자 반성 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