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교육대기획 초대형 교육 프로젝트 『학교란 무엇인가』는 총 5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1. 칭찬 속의 진실게임 2. 아이의 생각을 여는 책 읽기의 힘 3. 배움의 역주행, 사교육을 파헤치다 4. 0.1% 영재들의 새로운 발견 5.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들. 이 중에서 제일 관심이 가는 건, 아무래도 책 읽기에 관한 챕터다.
『책 읽는 뇌』, 『하루 15분 책읽어주기의 힘』, 『책으로 가는 문』
『책 읽는 뇌』의 저자 매리언 울프는 미국 메사추세츠 주 터프츠 대학의 엘리엇-피어슨 아동발달학과 교수이다. 오랫동안 인지신경과학과 아동발달을 연구해온 학자이며, 난독증으로 고생하는 아이를 기르는 엄마이기도 하다. 그녀의 주장, ‘인간이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독서는 선천적인 능력이 아니다. 인류가 독서를 발명해 낸 것은 불과 수천 년 전이다. 인간은 이 발명품을 통해 뇌 조직을 재편성했고 그렇게 재편성된 뇌는 인간의 사고 능력을 확대시켰으며 그것이 결국 인지 발달을 바꾸어 놓았다. 독서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이며 역사의 기록은 그 발명의 결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책 읽는 뇌』, 15쪽)
『하루 15분 책읽어주기의 힘』은 교육에 완전 무관심한 나 같은 게으른 엄마가 유일하게 관심을 갖고 있는 책읽기에 관한 가이드북이다. 독서에 상을 내리지 않는다, 읽은 책에 대해 말하기 싫어할 때 더 이상 묻지 않는다, 방금 읽은 책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혼내지 않는다,는 철저하게는 아니더라도 내가 따르려고 하는 몇 안 되는 독서 원칙들이다. 그 중에서 제일 강조되는 실천법은 제목 그대로다. 하루 15분씩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 이건 돈이 많이 드는 방법도, 많은 노력이나 기술, 훈련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고르고, 아이와 함께 앉아서, 책을 읽어준다. 소리 내어 읽어준다. 물론, 잠이 온다. 잠은 정확히 12분에 출몰한다. 15분 책 읽어주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하루 15분 책읽어주기가 주는 정서적 위안과 학습적 효과에 대해 듣게 된다면, 이 일을 마다할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 바로 반대 주장 이어진다.
책에는 효과 같은 게 없습니다. ‘이제야 되돌아보니 효과가 있었구나.‘라고 알 뿐입니다. 그 때 그 책이 자신에게 이러저러한 의미가 있었음을 수십 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것입니다... 책을 읽어야 생각이 깊어진다는 말을 생각하지 말기로 합시다. 책을 읽는다고 훌륭해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독서라는 것은 어떤 효과가 있다든가 하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보다는 어렸을 때 “역시 이것”이라 할 만큼 자신에게 아주 중요한 한 권을 만나는 일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으로 가는 문』, 141쪽)
책을 읽는다고 생각이 깊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물론이다. 책을 읽는다고 훌륭해지는 것도 아니다. 아이가 ‘역시 이것’이라고 할 만한 한 권을 만나게 해 주었다면 그걸로 된 거다.
책읽기는 선천적으로 얻어지는 능력이 아니기에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 15분 소리 내어 책을 읽어줌으로, 아이가 즐겁게 책읽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되, ‘역시 이것’이라고 할 만한 한 권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챕터 1의 내용 중, <야채 주스 먹기> 실험이 있는데, 이것은 아이들이 먹기 싫어하는 야채주스를 먹게 하는 방법으로 칭찬이 사용되었을 때, 그리고 칭찬이 중단되었을 때 아이들의 반응을 관찰한 것이다. 결과는 예상과 다르다. 칭찬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칭찬스티커를 주지 않자 바로 야채 주스를 거부했다. 반면에 칭찬을 해주지 않은 팀은 야채 맛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실험이 끝나는 시점에는 스스로 야채 주스를 많이 먹게 되었다. 뇌가 달콤한 칭찬에 길들여질 경우, 칭찬이 사라졌을 때 의욕마저 사라진다는 것이다. 교육학자 알피 콘은 <야채 주스 먹기> 실험과 관련해 이렇게 조언했다.
알피 콘의 칭찬 방법 (68쪽)
1. 아무 말 없이 지켜보기
2. 보고 있는 것을 설명해주기 : 그림에 보라색을 많이 사용했구나.
3. 본 것에 대해 질문학기 : 네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보라색이니?’
4. 과정에 대해 인정하고 물어보기
챕터 4에는 0.1% 아이들의 부모들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이전에 아이와 엄마의 인터뷰 영상을 보았던 것도 기억나는데, 0.1% 부모들 대화법의 특징은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와 대화하는 도중 일반 아이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거나 눈물을 흘리는 반면, 0.1% 아이들은 여전히 편안한 표정이었다. 엄마가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기 잘못에 대해 되돌아보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245쪽)
긍정의 대화법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공감’이다. 공감은 말 그대로 아이의 감정이나 의견에 대해서 자신도 그렇게 느껴주는 것이다. “너는 많이 줄였다고 하는데 엄마가 보기에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이 하는 것 같아”. 스스로 컴퓨터 게임을 자제하지 못해 후회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비난 대신 공감을 해 준다. 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생각을 인정하고 함께 걱정해 준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그다음에 이어지는 충고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246쪽)
이제 마지막이다. 보통 교회에서 쓰는 ‘전문 용어’로 ‘은혜 받았다’고 하는데, 이 책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건 머리말의 이 문단에서 '은혜를 받았기' 때문이다.
배움의 과정이 행복하고 진실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교육이란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아이에게 개입하고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와 부모, 교사와 학생의 관계 속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서적 교류가 핵심이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 (7쪽)
나는 실제로 부모가 되어야만 자녀를 양육할 때 얻게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애정을 가지고 아이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다 보면, 관찰하고, 이야기 나누고, 의미 있는 시간을 공유하다 보면 ‘아이를 키운다는 것’, 작은 아이가 한 사람의 독립된 인격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얼마나 경이롭고 환상적인 일인지, 그것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부모가 될 것인가는 곧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과 같다. 아이는 같이 산다. 내가 말하는 것을 들을 뿐만 아니라, 내가 실제로 어떻게 사는지를 가까이에서 본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여지는가 혹은 내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기를 원하는가를 넘어서서,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아이는 스스로 판단한다.
나는 어떤 부모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책을 좋아한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은 스마트폰 중독이다. 정직해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거짓말을 하고 1800원밖에 안 되는 주차 요금을 내지 않은 적이 있다. 아이는 내 옆에서 내가 하는 말을 듣고, 내 행동을 가늠한다.
어떤 부모가 될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정확하고 부지런한 이 귀여운 관찰자 바로 옆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