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 - 가고 싶은 카페에는 좋은 커피가 있다
구대회 지음 / 달 / 2016년 4월
평점 :
카페 모카만 마시던 시절이 있었다. 에스프레소와 우유, 초코시럽과 휘핑크림의 달콤한 맛이 어우러진 카페모카가 맛있었다. 커피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마시게 되면 ‘아메리카노’만 마신다는 어떤 사람은 커피의 참맛은 ‘아메리카노’에 있다며 카페 모카만 고집하는 나를 ‘커피맛도 모르며 커피 마시는 사람’이라 했다. 요즘엔 나도 가끔씩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은 대학로 커피숍에서 맛보았던 아이스 아메리카노 때문이다. 내가 카페 모카만 마신다는 걸 알고 있는 친한 동생이 여기 아메리카노를 꼭 마셔봐야 한다 해서, 그 애의 간곡한 주문 때문에 나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색다른 느낌이었는데, 그 애의 설명처럼 갓 볶은 좋은 원두를 사용해서 그런가, 아메리카노가 고소하고 향긋한 보리차 같았다. (고소하고 향긋한 보리차가 내게는 맛있는 차의 최상급인가보다). 그 후로는 나도 여름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아이스 카페 모카와 아이스 카페라떼,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와 아이스 녹차라떼를 뒤로하고 말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계절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커피를 마시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카페모카, 카페라떼,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계속해서 생각났다. 사실 나는 맛나게 마실 줄만 알았지, 실제로 각종 원두별로 독특한 커피맛의 차이를 알지 못한다.
전동 그라인더가 없어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주인장은 커피 통에서 미리 갈아놓은 커피 가루를 한 스푼 떠서 포터필터에 담았다. 탬핑도 하지 않고 바로 머신에 장착하고는 손으로 레버를 내렸다. 이윽고 추출되는 진한 갈색의 에스프레소는 보기만 해도 그 향과 맛이 전해지는 듯하였다. 머신이 구형이라 크레마는 두텁게 추출되지 않았다. (26쪽)
그라인더는 어떻게 생겼는지, 포터필터는 또 어떤지 나는 잘 모른다. 탬핑 동작은 대체 그러하다고 여겨지는 동작이라 예상할 뿐이고, 크레마는 그림 혹은 사진에서 보았던 갈색의 커피 뭉게 구름일거라 생각한다.
내게는 이렇게나 멀고도 먼 커피의 세계. 그 세계를 넘나드는 저자의 커피 사랑이 여기저기서 속속들이 펼쳐진다. 예술의 경지에까지 이른 커피맛을 몸소 느끼기 위해 콜롬비아, 쿠바, 베트남, 오스트리아, 모로코, 칠레 등의 카페를 방문하고, 커피에 대해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전 세계 커피 원산지와 커피 농장을 방문한 이야기들은 찰지고 재미있다.
사랑이 지극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지극한 커피 사랑에 취한(?) 지은이는 커피 사업을 통해 강연 등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도 한다. 카페를 오픈하고 나서는 손님이 스스로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소극적인 자세가 아니라, 싸고 맛있는 커피를 파격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커피를 알리고 카페를 알리면서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매일 1일(군인), 12일(경찰관), 15일(교사), 19일(소방관)에 해당하는 직업인에 한해 메뉴 주문시 사이즈를 무료로 업그레이드 해주고, 1년에 하루 네 가지 직업의 기념일(국군의 날, 경찰의 날, 스승의 날, 소방의 날)에는 커피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었다.(153쪽) 더불어 <구대회 커피>에 배송을 오는 택배기사님들에게는 8월 한 달간 매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씩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154쪽)
사람이 직업을 가지고 생활을 이어갈 때에는 경제적인 의미가 적지 않다. 장사가 되어야, 이익을 창출해야 계속해서 그 일을 해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지은이는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는 작으면서도 의미 있는 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도 커피를 통한 기쁨을 전해 준다고 하니, 말 그대로 따뜻하고 착한 ‘커피 전도사’다.
카페 모카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커피 메뉴는 바뀌었지만 나의 커피 사랑은 계속될 듯하다. 커피 사랑에 불을 지피는 이런 멋진 책을 읽었으니 말이다.
바로 지금,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간절한데, 핸드메이드 가내 수공업 커피는 아무래도 사양하고 싶다. 새로 오픈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의 여유로웠던 한 때를 기억하며 아쉬움을 달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