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제목의 책이 있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눈에 익은 책이고 많이 들었던 책이다.

이 책, 내 옆에 있는 사람저자 옆에 앉았다.

마지막 시의 한 연을 고쳐 가느라, 아니 고쳐야한다고 생각하느라, 나는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옆에 앉을 수도 있다는 걸 까맣게 잊어버렸고, 책을 준비하지 않아 싸인 받을 기회를 놓쳐 버린 것을 야나님 탓으로 돌렸다.

이 자리를 빌어 야나님에게 쏘리를 전한다. 야나님, 쏘리~

 

[내 옆에 있는 사람], [찬란], [눈사람 여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어렵다. 어렵다고 느낀다. 그냥 인사하는 정도가 아니라, 애정이 샘솟는, 살갑게 대하고 싶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시창작 수업을 하면서 제일 좋았던 건 좋은 사람들,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났던 거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많이 웃었다. 그 시간들이 참 좋았다.

  

  

지지난주였던가. 토요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아팠다. 나는 타고난 저질체력이라 몸을 아끼는 편인데, 전날 밤에 흥에 겨워 너무 신나게 연주해서 그런가. 손목, , 어깨에 통증이 느껴졌다. 밥을 준비해서 먹이고 각각 자기의 자리로 보내놓고는 시집을 들고 침대에 누웠다. 시를 다섯 개 읽었다. 너무 많이 읽기에는 어려운 시다,라고 생각했다.

시 다섯 개를 읽고는 잠이 들어서 한 시간을 잤다. 정확히는 50분 정도 잔 것 같은데, 일어나니 몸이 가뿐하니 방금 전의 통증이 거짓말 같았다. 한 시간의 단잠이 몸살을 이기게 했나,라고 생각했다가 침대 머리 맡, 시집에 눈이 갔다.

나를 낫게 한 건, 시였다. 이 시, 아마도 이 시가 아니었나 싶다.

시를 읽고 나았다. 시를 읽고, 나는 나았다.

 

 

 

일어나지 않는 일

 

                                                                       정영효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려고

기분과 눈빛을 함께 이야기하려고

그런 상황을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태어났으면 좋을 사람과 사귀면 건강해지고

가지 못하는 나라의 소식을 듣는 게 오히려 경험적이다

오 분을 먼저 걱정할 때마다 오 분간만 해야 하는 생각

우연히 마주쳤는데 마주치지 않더라도 생기는 일

그런 상황이 나타나는 곳에서 멈춰야 할 순간이 생긴다

하나쯤 붙잡고 싶은 의지라는 것

졸음이 묶인 개의 꼬리를 풀어주고

정오에 들리는 종소리가 누군가를 신실하게 만들 듯

가까이할수록 멀리서 진실이 다가오는

가까운 미래를 바라보며 떨어진 과거를 찾는

그런 일이 일어나기란 쉽지 않다

유일한 장면을 목격한 것처럼

다만 당장을 불러보면서

이제부터 끝으로 밀려나는 세계를 믿고

문을 잠근 채 누워 있는 너를 친구로 여기고

꿈을 가진 자의 속물을 감춰주는

그런 상황을 기다리며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나에 대해서만 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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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6-05-01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로 사진 올리기가 가능했다면 수십장 올렸을 텐데_ 시인님 시집 내일 입고된다 하오 ㅎ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6-05-01 22:10   좋아요 0 | URL
내 폰에 있음을 감사히 여기기로... (나만 보기로) 했어요. ^^

수이 2016-05-01 22:13   좋아요 0 | URL
그럼 제가 올려야겠습니다 ㅎㅎㅎㅎㅎ 굿나잇❤️

단발머리 2016-05-01 22:15   좋아요 0 | URL
좋죠, 좋아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야나님도 굿밤~~~

꿈꾸는섬 2016-05-01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시인님 팔뚝사진ㅎㅎ 정말 숨막히게 멋진분이에요.
근데 정시인님 시 정말 좋네요.♡

단발머리 2016-05-01 22:36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우리가 저런 시를 쓰는 분께 배웠는데...
근데 그걸 몰랐네요. 그 때는...
선생님이 추천해준 시집도 많이 읽고,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그럴 것을...
저는 숙제도 20분 만에 대충대충 해가고, 성의 없이..
후회가 좀 되네요. 좋은 기회였는데... 쩝...

꿈꾸는섬 2016-05-02 05:05   좋아요 0 | URL
대충대충 성의없는 숙제가 참 좋은 시였다는 건 시 쓰기 자질을 타고난 건가봐요.
수업하면서 단발머리님의 타고난 감각이 부러웠어요.^^
노력해도 얻기 힘든 태생적으로 타고난 감각!

단발머리 2016-05-02 10:20   좋아요 1 | URL
아하하.... 오늘 아침 5시 댓글인거예요? ㅎㅎ
완전 부지런한 아침새시군요.

아침에 일어났더니 꿈섬님 댓글이 있어서 저는 시간 확인 안 하고,
와... 꿈섬님 늦게 주무시네~~~ 했거든요.

제가 첫시간부터 하기 싫다, 하기 싫다, 해서 정시인님이랑 선생님들이 칭찬해 주신 거예요.
다정한 칭찬 말씀 감사해요~~~ㅎㅎㅎㅎ

해피북 2016-05-0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어렵다. 어렵다고 느낀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을 단발머리님 글에서 만나니 너무 좋아요 ㅎㅎㅎ
정말 나이를 먹어갈 수 록 사람을 만나는 일도, 사귀는 일도 또 마음을 주는 일도 버겁고 힘겹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래도 단발머리님 곁에 좋은 분들이 많으셔서 다행이예요^~^

단발머리 2016-05-01 22:37   좋아요 0 | URL
너무 좋군요. 제 글이 해피북님 생각과 닿아서요.

그러게요. 나이 들수록 새로운 사람 만나는게 어려워요.
시수업 하면서 좋은 분들 만나서 좋았어요.
시간이 여유로웠다면 더 좋았을것을... 아쉬움이 많네요.
해피북님 주변에도 좋은 분들이 많으시기를, 더 많아지시기를... 바래봅니다.^^

2016-05-01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5-01 22:34   좋아요 0 | URL
에헤야디야~~ 어야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