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에 페미니스트 섹슈얼리티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는 그게 무슨 뜻인지 정말 알지 못했다. (72쪽)
어제는 D도서관에 갔다. 내가 주로 다니는 S도서관이 확장공사를 하고 있고, 3주에 한 번씩 가는 M도서관과 다른 S도서관은 이번주 토요일이 가는 날이다. D도서관은 시립 도서관답게 책도 많고 신간도서도 많이 구입한다. 전날 저녁에 검색을 통해 내가 찾는 책이 있는 걸 확인하고, 아롱이를 수영장에 떨궈 주고, 혼자서 도서관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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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하려고 했던 책은 『페미니즘, 왼쪽 날개를 펴다』와 『올 어바웃 러브』. 같은 저자 벨 훅스의 책 『행복한 페미니즘』이 페미니즘 책들 사이에서도 유독 눈에 띄여 대출했다. 헤세의 책에 대한 책,이 읽고 싶어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을 대출했는데, 집에 와서 살펴보다가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은 정여울의 『헤세로 가는 길』이였음을 알게 됐다.
제일 먼저 읽고 싶은 책은 『올 어바웃 러브』. 그 다음은 『페미니즘, 왼쪽 날개를 펴다』.
아, 이건 아닌데.
총 707쪽. 저는 이렇게 각 잡고 공부할 생각은 없습니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묵직한 무게에, 대출하지 말아야겠다, 소심한 결심. 그래도 책을 찾았으니, 펼쳐는 봐야지. 책을 펼친다. 그리고 이 문단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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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어머니가 돈 많은 애인이 싫은 건지, 아니면 그 사람이 아니라 그가 주는 걸 넙죽 받는 자기 가난이 싫은 건지 궁금했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싫어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 사람은 나이가 많고 약간 불구인데다 말더듬이에 가난했고, 엄마를 무척 배려해주었다. 아니 대단히 정중하게 대했다. (77쪽)
엄마의 돈 많은 애인에 대한 이야기. 절로 눈이 간다. 이 책의 부제는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35인의 여성/노동/계급 이야기’. 정희진의 문장을 다시 한 번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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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접한 페미니즘 입문서 중에서 가장 우수하며 가장 ‘충분’하다. 또한 가슴 죄는 명언들이 즐비하다. (97쪽)
가장 우수하며, 가장 충분한데다 가슴 죄는 명언까지 즐비하다니 더 이상 두꺼운 무게를 탓할 수 없다.
읽는다. 알든 모르든 읽는다.
일단,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