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를 읽고, 리뷰를 쓰고, ‘읽고있어요’ 책장에서 ‘읽었어요’ 책장으로 옮겼다. 아주 작은 일이지만, 그 일을 해냈다는 생각에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4월부터 읽기 시작한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가 40페이지, 아직도(!) 40페이지 정도 남아 있지만, 일단 『전락』을 읽기로 했다. 『전락』을 ‘읽고있어요’ 책장에 넣었다.
얼른 끝내고, 로스의 다른 책을 찾아 읽자. 원서도 읽고, 해외 주문도 넣어보고. 이번 기회에 아마존에서 주문하는 걸 시도해 볼까. 직구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아이들 수영 가방을 챙긴다. 둘째가 볼 책을 챙기면서 내 책도 챙기려는 찰나, 내가 가방에 넣은 책은 『전락』이 아니라,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읽고있어요’ 책장에는 『전락』이, 가방에는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아이들을 들여보내고 의자에 앉는다. ‘알람‘이 울린다. 『전락』을 읽고 있다는 내 페이퍼에 ’좋아요‘가 4개 달린다. 아, 죄송해요. 저는 지금 『전락』이 아니라,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을 읽고 있어요. ’좋아요‘ 4개가 부끄럽지 않도록, 얼른 읽겠습니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책은 『아무래도 싫은 사람』이 처음이었는데, <아무래도>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는 <지금> 이렇게 술술 읽힌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할 수 있는 인생 경험상, 여성의 외모에 대한 그녀의 평, 일테면 ‘24세의 추녀보다 34세의 미인이 여자의 순위에서는 높다’는 이야기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 울적해지고, 마음에 두었던 ‘나카다’ 매니저와 직장 동료 ‘이와이’의 결혼을 알게 된 날, 잠 못 이루는 ‘수짱’의 모습에 마음 한켠이 짠하다.
수짱은 아직 결혼하지 않았는데, 가끔 사랑과 결혼, 그리고 미래 때문에 고민하고 염려하기도 한다. 이미 결혼해 아이를 낳았고, 주부로 살고 있는 내가 그녀의 불안과 외로움을 ‘이해한다’고 말한다면, 그녀는 듣기 싫다고 할 것이다. ‘결혼, 그거 뭐, 별거야!’라고 말한다면, 더더욱. 제일 중요한 건, 그녀, 수짱의 생각이다. 그녀가 자신의 일에 대해,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나는 특히 이 구절에 마음이 갔다.
자신의 마음이 보이지 않을 때는
그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상담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이 옅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할 것이다.
계속 그렇게 해왔으니까.
그리고 계속 그렇게 해왔던 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 (111쪽)
나는 마음이 보이지 않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상담한 일이 많았는데, 수짱의 이야기가 맞다는 생각에, 다음부터는 ‘내 마음이 보이지 않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 상담하기 전에, 그 고민을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해 보기’로 결정한다.
이제 ‘좋아요 4개’의 『전락』에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