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엔미래보고서 2045]
유엔미래보고서는 될 수 있으면 챙겨보려고 하는 편이다. 미래를 예측해서 그에 대응하기 위해서, 라기보다는 그냥 단순하게 궁금해서이다.
미래 연대표에서는 이런 대목이 눈길을 끈다.
2020 생각만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된다.
- 생각도 마음대로 못 한다.
2025 무료 인터넷의 보급으로 한반도의 통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 현재 한국의 고령화 진행 속도로 가늠하건대 통일 시기는 이보다 훨씬 더 앞당겨 질 수 있다고 본다.
2035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강좌가 활성화되면서 한국 대학의 절반이 사라진다.
- 대학에 들어갈 학생이 없으니 당연한 일일 테지만, 웬지 속은 느낌이다.
2045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시점, 특이점이 온다.
더 이상 예측할 수 없는 지점, 미래학, 미래예측의 방점이며, 한편으로는 마침표가 되기도 하는 시점을 싱귤래리티 singularity, 특이점이라고 말한다. 학자들마다 이 시점은 조금씩 다르게 보고 있지만, 대체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시점을 특이점으로 보며, 시기는 2045년이다. (머리말)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고, 그래서 현재로서는 예측조차 불가능한 미래가 곧 다가온다. 2045년. 2045년이면 30년 뒤인데, 나는 할머니가.... 할머니가 되어 있을테지만, 아롱이, 딸롱이는 한창 때다. 이 아이들의 미래는 좀처럼 알 수가 없다.
저번주 [노유진의 정치카페] 2부에서는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가 출연했다. 대부분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영화에서나 봤음직한 일들이 이제 곧 우리의 실생활이 된다고 한다. 무인자동차는 이미 안전성 검사를 마친 상태라 5년 이내에 상용화 될 거라 했고, 인간의 일을 대신해주는 로봇 덕분에(?)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거라 했다.
제일 두려운 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우리 인간들보다 더 똑똑해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것이다.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우리 인간을 지구에서 공존이 불가능한 존재로, 아니 지구에서 불필요한 존재로 최종 판단한다면, 우리 인간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상대는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존재들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좀처럼 알 수가 없다.
2.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재미있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나는 솔직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는 시간들이 참 좋았다고는 말할 수 있다. 나는 솔직한 사람이다.
은희경의 말처럼 이 소설은 천천히 읽을 수 있는 낯선 글이다. 과거를 잃어버려 자기 자신을 찾으려 애쓰는 이 불운한 남자를 따라가다 보면 더욱 그렇다. 모든 소설이 그렇지는 않지만, 어떤 소설은 첫 문장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 소설은 첫 문장이 인상 깊은 그런 소설이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날 저녁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나는 한낱 환한 실루엣에 지나지 않았다. (9쪽)
3.
[낭송 열하일기]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읽는 작가 중의 한 명이 고미숙님이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글을 통해 만난 그녀는 화통하고, 털털하며, 정확하다. 그리고 부지런하다. 이번에 새로 기획된 낭송 시리즈는 그녀가 이전 책에서 여러 번 이야기했던 ‘고전 낭송’ 의 워크북 격이다. 소리 내어 읽거나 암송하면 더욱 좋다고 안내되어 있다. 나도 처음에는 작게 소리내어 읽어 보았으나, 음독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금세 묵독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동청룡에서 다섯 번째 책 ‘낭송 열하일기’를 구매했는데, 풀어쓴 이들의 노고 덕분에 재미있게 읽고 있다. 전해 듣던 이야기를 읽어나갈 때의 재미도 솔솔하다.
심유붕이 물었다.
“선생은 이걸 베껴 무얼 하시려는 건가요?”
“내 돌아가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한번 읽혀 모두 허리를 잡고 한바탕 크게 웃게 할 작정입니다. 아마 이글을 보면 다들 웃느라고 입안에 든 밥알이 벌처럼 튀어나오고, 튼튼한 갓끈이라도 썩은 새끼줄처럼 툭 끊어질 겁니다.” (74쪽)
그 덩치에, 그 외모에, 고향 가서 친구들에게 들려준다고 종이를 준비해 땀을 뻘뻘 흘리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베끼고 있는 박지원이 눈앞에 그려진다. 그의 땀이 있었기에, 나는 오래전 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이렇게나 재미있게 읽고 있다.
4.
[Becoming Jane]
내게 온 이 책이 이것보다 더 두껍다고 했을 때, 내가 그 두꺼운 책을 다 읽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쪽수 확인을 안 했다 하더라도, 이건 너무하지 않나 싶다. 얇아도 너무 얇다. 그래서 빛의 속도는 아니지만,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그나저나 이 책과 영화에서 제일 아련한 장면이다. 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란...
Finally, she took Tom's hand and asked him sadly, 'How many brothers and sisters have you got in Ireland?'
Tom waited a second before answering. 'Enough,' he said nervously. 'Why?'
She took the letters out of his pocket, saying, 'What are their names?'
He suddenly realised that she knew about his large family. He was unable to speak....
‘Don't think. Do you love me?'
She did not want to answer, but finally said, 'Yes. But if our love destroys your family, it will destroy itself. It seems that we were not meant to be together.' (44쪽)
사진을 올리느라 제임스 맥어보이를 한참 들여다 보았더니 그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
그는 오늘 내 꿈에 나타날 것인가, 나타나지 않을 것인가?
그는 내게도 미소 지을 것인가, 나를 모른 척 할 것인가?
혹시나 해서 굳이 다시 한 번 밝혀둔다.
내가 기다리는 사람은 [비커밍 제인]에서 톰 리프로이를 연기했던 제임스 맥어보이다.
진짜 톰 리프로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