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신주와 장자, 니체와 고병권을 동시에 만나고 나니

어지럼증이 몰려온다. 용량을 넘어섰다.

현대백화점 영풍문고에서 『안나 카레니나』 부분을 살짝 들쳐봤을 때는 책 전체를 읽어볼 생각은 안 했는데, 처음부터 읽어보니 보석처럼 좋은 문장들이 많았다. 학생들과의 강독회라 그런지 다정하고 편안하게 술술 풀어가는 저자의 이야기가 쉽게 책장을 넘기게 했다.

2. 김훈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나는 김훈이 좋은데, 좋으면서도 무섭다. 그의 문장은 너무나 담백하고 단단하지만, 삶의 면면을 가르는 사실적 묘사는 나를 불편하게 한다. 읽었던 작품 중에는 『남한산성』을 제일 좋아한다.

자두의 생김새는 천하의 모든 과일들 중에 으뜸으로 에로틱하다. 자두는 요물단지로 생겼다. 자두는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동물적 에로스의 모습을 하고 있다.

수박은 천지개벽하듯이 갈라진다. 수박이 두 쪽으로 벌어지는 순간, ‘앗!’ 소리를 지를 여유도 없이 초록은 빨강으로 바뀐다. (88쪽) 

마침 집에 자두도 있고, 수박도 있어서, 딸롱이가 자두를 먹을 때는 자두 부분을, 수박을 먹을 때는 수박 부분을 읽어줬다. 당연히, 반응은 심드렁했다. 김훈의 문장을 읽고 감탄하지 않는 딸롱이, 아직은 인생에 대해 예의를 차릴 나이가 아닌가 보다. 책 중간 중간 자신이 소개한 책들을 사서 읽어보라는 저자의 이야기를 그냥 지나쳤는데, 아래의 책들은 정말 사고 싶었다. 하지만 『자전거 여행 1, 2』는 품절이라,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 한다.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중고는, 허걱. 중고는 비싸다.

 

 

 

 

 

3. 알랭 드 보통 <동물원에 가기>

 키스는 모든 것을 바꾸어버린다. 두 살갗이 접촉하게 되면 우리는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들어가, 암호화된 말의 교환은 끝이 나고 드디어 이면의 의미들을 인정하게 될 터였다. (136쪽)

 

 

 

‘돌아올 수 없는 길‘이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그런 것 아닐까. 다시는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 다시는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것. 몇 달 전인가 『우리는 사랑일까』을 읽고, 이 책을 다음 타자로 찜해두었는데, 그만 까먹었다. 다시 도전하기로 한다.

 

 

 

 

 

4. 고은 <순간의 꽃>

엄마는 곤히 잠들고

아기 혼자서

밤기차 가는 소리 듣는다 (145쪽)

한겨레신문 인터뷰 기사를 읽어보고, 고은님에 대해 조금 알게 됐다. 이 책도 꼭 사서 저자처럼 줄을 쳐가며 꼭꼭 씹어 읽고 보고 싶다.

 

5. 김화영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여행지에서 그렇게 만났다가 그렇게 떠나 보낸 사람들은 우리에게 말해준다. 우리 일생이 한갓 여행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행길에서 우리는 이별 연습을 한다. 삶은 이별의 연습이다. 세상에서 마지막 보게 될 얼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한 떨기 빛. 여행은 우리의 삶이 그리움인 것을 가르쳐준다. (187쪽)

 

 

 

6. 뮤지컬 배우 옥주현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보고 와서, 유튜브로 뮤지컬 음악을 많이 듣고 보게 된다. 좋은 노래들이 많다. 유명한 것들은 외국 작품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외국 가수와 우리나라 뮤지컬 배우들의 노래를 비교해 듣기도 한다. 홍광호가 공연이 없는 날은 집에서 클래식이나 뮤지컬 음악을 들으며 하루 종일 쉰다고 해서, 그래서 듣는 건 아니다. *^^*

여러 동영상을 보던 중 옥주현의 동영상을 보게 됐다. 나가수에 나왔을 때도 ‘노래를 잘 한다’고, ‘예뻐졌다’고 생각했는데, 뮤지컬 동영상은 그보다 더했다. 내가 하도 봐서 딸롱이가 외워버린 곡이다. 내가 좋아하는 버전이다. 오늘 날씨에도 딱이다.

옥주현이 부릅니다. ‘레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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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3-07-23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영 집어 넣은 글들 참 좋네요. 특히 김화영의 글.

단발머리 2013-07-24 07:38   좋아요 0 | URL
앗, 야클님, 안녕하세요~~

저도 이 책 읽으면서 번역가 '김화영'이 아닌 작가 '김화영'을 새롭게 만나게 되었어요. *^^*

2013-07-24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24 2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혜윰 2013-07-25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물원에 가기는 알랭드보통의 책 중 유일하게 다 못읽은책이에요. 아마 읽을당시의 상황도 여의치않았던것으로 기억해요ㅋ 덕분에 호퍼를 사랑하게 되었지만요^^ 전 불안을 가장 좋아해요♥

단발머리 2013-07-26 09:5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책만먹어도살쪄요님.

님은 알랭드보통 책을 다 읽으셨군요. 저는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제목만 보고, 뭐야 이 작가?하면서
알랭드보통을 시시하게 여겼답니다. *^^*

좋은 책이 많을텐데, 저는 다 못 읽었어요. <왜 나는... >부터 시작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