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댓글 기능이 없어져 슬픕니다. 이것은 저의 질병입니다. 먼댓글쓰기명. 긴댓글쓰기병.

저의 글에 대한 다락방님의 댓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도 히잡, 베일에 대해 이 책 읽고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저는 단발머리 님과는 약간 다르게 생각했는데요, ‘이 땅에 살면 여기 문화를 따라야지, 히잡을 벗어야지‘ 라는 것보다는 ‘저 억압에서 벗어나야 한다!‘ 쪽이었거든요. 히잡 없이 자유로운 여성들을 보고 본인의 억압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라고 생각했던거죠. 이 책 읽으면서 제가 되게 편협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그러나, 저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히잡을 벗을 자유‘ 입니다. 본인의 종교나 신념을 드러내기 위해 히잡을 쓰고 싶다면 쓰면 되지만, 마찬가지로 그것을 벗기를 원한다면 벗을 수 있어야 하는거죠. 제가 편협하게 계속 그것을 억압이라고 생각했던 데에는, 그들에게 ‘쓸 자유‘는 있지만 ‘벗을 자유‘는 없다는 것 때문이었거든요. 벗을 자유가 없는데.. 그게 억압이 아닐 수 있나? 이런거죠.

그렇지만 여전히 복잡해요. 역시나 이것이다 저것이다 라고 정하질 못하겠는데요, 그것은 저항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그 나름대로 악용되기도 해서요. 그런데 그 악용 때문에 모두 벗으라고 해야 하나 싶어지면서 저는 트랜스젠더라며 비수술 상태로 여성 목욕탕에 침입한 남자들도 떠올랐고요. 명백한 하나의 답은 존재할 수 없는 것 같은데, 저는 역시나 생각이 조금 바뀌긴 했어요.

음 그런데 말이죠, 계속해서 끊임없이 복잡하게 생각되는건, 애초에 베일이 없었다면, 그렇다면 이 모든 것들이 여기로 흘렀을까, 하는 거였어요. 베일이 강제되지 않았다면 그것을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억압이라 생각했을까. 베일을 쓰지 않았다면 여기선 베일을 벗어 라는 말이 나왔을까. 베일을 벗으라는 말에 난 쓰고 싶어 라고 저항하는 건, 말 그대로 애초에 그것이 존재했고 그 문화의 혹은 인종의 특성이 되었기 때문인거잖아요? 아, 제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을 정리가 잘 안되는데, 그러니까 이제와서 타문화권의 사람이 베일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라는 가정을 하는 것은 굉장히 부질없고 그 또한 차별적 시선이겠지만, ‘저항‘이라는 상징이 있기 전에 이미 강제가 있지 않았나 하는 거였어요. 이건 제가 좀 더 정리할 수 있는 언어로 생각해볼게요.

일단 저는 베일이 저항의 상징으로 작동한다, 혹은 작동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정말 애정하는 책 『가부장제의 창조』에서 거다 러너는 "의복, 장신구 착용 혹은 장신구 없음, 그리고 노예들의 경우 그들의 지위를 나타내는 시각적 표시들(247쪽)"이 계급 형성에서 시각적 구분을 가능하게 했다고 썼거든요. 즉, 베일이 '구별'의 목적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인데요. 인류 역사의 초창기부터 여성이 물성화되면서, 남성과 여성을 '구별'하는 수단으로서, 그러니까 노예에게 시각적 표시를 강제하거나, 유대인들에게 노란 모자를 쓰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훨씬 이전부터 여성을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해 '구별'하려 했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분명 억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고요.

그런 억압이 이슬람 문화권에서만 있었던 건 아니고, 다른 문화에서도, 일테면 서구 유럽의 코르셋이나 중국의 전족, 최근 특히 우리나라에서 아주 강력하게 일어나고 있는 '성형 권유'가 그러한 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모든 것이 여성을, 특히 여성의 신체를 억압하는 도구죠.

다만 저는... 저항의 상징이며 여러가지 측면에서 악용될 수 있는 히잡의 사용에 관해서, 그 판단은 여전히 '이슬람 여성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럽 여러 나라에서 법제화가 예정되어 있는 '히잡 금지 법령'은 그들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를 무시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글로벌화 정확히는 서구화 되는 과정 속에서, 이제 서구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 유일한 지역은 이슬람이라고 보거든요. 아, 그리고 자랑스러운 우리 동포 북한이 있지요. 자료 사진을 한 장 첨부합니다.



제가 알기에, 지금 전 세계에서 자신의 전통의상을 공식적인 자리에 입고 나오는 문화권 혹은 세력권은 오직 이슬람권이 유일합니다. 저는 그 문화에 대해 잘 모르고, 우리만큼 여성혐오와 억압으로 똘똘 뭉쳐진 문화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 정도만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현시점에서 유럽과 미국으로 상징되는 서구세력에 대항하며 자신들만의 문화를 이어오고 있는 그들에게 히잡 착용이 어떤 의미일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베일은 억압이죠. 히잡은 억압으로 작동하고요. 하지만, 그 베일을 여성혐오에 앞장섰던 서구 남성들이, 너희들은 뭘 몰라,라고 말하는 서구 여성들이 '벗기고자' 할 때, 그 문화 구성원으로서 살아왔던 경험을 가진 이슬람 여성들에게 그건 분명 모욕적인 일이 될 거에요.

그래서, 다락방님께서도 댓글에서 밝히셨듯이, 그 여성들이 '히잡을 쓰지 않을 자유'를 원할 때, 그들이 살해되거나 협박받는 일이 없도록, 가족과 친구들에 의해 폭행당하는 일이 없도록, 그들을 도와주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베일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에요. 하지만, 우리 모두 사랑하는 정희진선생님 말씀처럼 여성혐오는 인류문화의 시작점이 확실한 듯해요. 일부를 배제하고, 타자화하는 경험을 통해 나 자신이 누군가인지를 알아갔던 거죠. 물론 그 나.... 그 '나'는 남자.

밤이 깊어갑니다.

화이트와인과 오징어젓은 어떤 조합을 보여줬는지 페이퍼 기다리겠습니다. 저도 이거 쓰면서 한 캔 했습니다.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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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8-23 0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히잡이 저항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지금이라서‘ 그리고 ‘다른 문화권에게만‘ 가능해질 수 있죠. 히잡을 쓰는게 저항이 되는건 자국내에서는 유효하지 않잖아요. 자국내에서는 그저 흐름을 따를 뿐이고요, 그럴 경우에는 그야말로 ‘벗을‘자유가 필요하고요. 타문화권에서 ‘벗어‘라고 말하기 때문에 자국에서 어떤 마음으로 그걸 썼든, ‘니네가 뭔데 나한테 벗으라 마라야?‘ 하게될 수 있는거죠. 그래서 저는 이게 굉장히 복잡하고 결론이 안나는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생각 자체가, 그러니까 이게 참으로 복잡한 것이로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이 책 때문이었어요. 만약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것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점에서 책읽기가 참 좋은데요, 제가 쉽게 혹은 단순하게 결론내렸던 많은 일들에 대해서 여기엔 또 어떤 복잡한 의미가 있을까, 를 생각해볼 수 있게 되겠죠. 정말로 제가 그렇게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인간은 애쓰지 않으면 단순하게 결론내기 쉬운것 같아요.

화이트와인은 마시지 못했는데 그에 대해선 제가 지금 페이퍼로 풀겠습니다.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슬픈 이야기니까 손수건 꺼내고 각오하세요..

단발머리 2024-08-23 12:00   좋아요 1 | URL
그래서, 저는 ‘자신의 삶과 신체의 주인‘으로서 자의대로 히잡을 벗겠다는 여성에 대한 지원이 있었야된다고 생각하는데요. 내부의 시선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할 거 같기는 해요. 저는 이 부분 생각하면서 흑인 여성들이 생각났는데요. 자매애를 강조하면서도 인종차별적 언행을 서슴치 않는 백인 페미니스트와 인종적 저항을 말하면서도 가부장제에 물들어 있는 흑인 남성들 사이에서 갈등했던 그들의 상황, 처지가 좀 생각나더라구요.

내 말이 옳다,는 강요 없이 상대방과 진정한 화해와 협력을 이끌어 내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겠죠.

제 손수건, 일반 손수건보다 조금 더 커요. 꽃무늬 손수건이 흠뻑 젖었다는 소식입니다. 너무 슬픈 이야기였어요.

다락방 2024-08-23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기 그런데 말입니다,
저 펜 통.. 이라고 하나, 저거 혹시 알라딘 굿즈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뭘 사면 얻을 수 있나요??

후렝치파이 애플망고맛 있다는 거 지금 처음 알았어요. -.-

잠자냥 2024-08-23 10:27   좋아요 1 | URL
초중고 참고서 사면 저런 필통 주던데요?
근데 다락방님 저런 필통 있으면 정리 잘 할 거 같죠??
다부장.... 꿈 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8-23 10:38   좋아요 1 | URL
사실 제가 저런 통을 다이소에서 몇 개 사놓긴 했거든요?

(그 뒤는 말하기 생략)

단발머리 2024-08-23 12:03   좋아요 0 | URL
저 펜 통은 1) 알라딘 굿즈가 맞으며 2) 현재 이벤트 상품은 아닙니다.
일전에 (2년 전쯤) 알라딘에서 이벤트 해서 준비해 두었는데, 큰아이가 가져가더니 구석에 처박아두었던 것을, 청소하다가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잘 닦아서 김치냉장고 위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정리정돈의 시작은 수납장 구입이죠. 이상 정리정돈에 취약한 단발머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8-23 15:27   좋아요 0 | URL
후렌치파이 애플망고맛 신상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맛은 그닥ㅋㅋㅋ 저는 사과맛이 나은거 같아요. 참고바랍니다!

잠자냥 2024-08-23 1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갈아만든 배 한 캔이라니... 이건 좀.......... 갈아만든 보리 넣어 발효한 맥주 한 캔도 아니고....-_-

단발머리 2024-08-23 12:04   좋아요 0 | URL
출생 이후 한결같이 금주 생활에 여념이 없는 1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갈아만든 보리 넣어 발효한 맥주라~~ 어떤 맛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4-08-23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23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23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23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23 1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4-08-23 12:20   좋아요 0 | URL
크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름이 핵심이네요. 우아,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