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는 토요일 오후에 했다. 아침부터 나가자 나가자 실랑이를 하다가, 늦게 준비하는 1인과 토요일에도 학교에 간 1인의 동선을 고려해 투표 후 노상에서 치킨을 먹기로 했다. 벚꽃잎이 흩날리는 거리를 뛰어갔다. 이번 투표를 앞두고 큰애랑 여러 번 싸워서 아예 투표를 안 한다고 할까 봐 걱정했는데 투표소에 들어갈 때는 다정하게 들어섰다. 기표를 하고 나와서 기다리는데 큰애가 나오지를 않는 거다. 왜 이렇게 늦었냐고 했더니, 호호 불고 세로로 반 접고 또 반으로 접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엄마 같은 (거대 정당 찍는) 사람들은 몰라.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이 한 표, 한 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요? 내 한 표도 소중하단다, 아가야.
반유대주의가 유대인 절멸로까지 이어지는 그 지난한 순간에 대한 연구와 고찰이 이어진다. 내가 꼽은 문장은 여기다.
인종주의자들의 유대인 증오는 신이 선택한 민족, 신의 섭리로 성공을 보장받은 민족이 자신들이 아니라 유대인일지도 모른다는 미신적 우려에서 나왔다. 거기에는 결국 모든 외양에도 불구하고 세계 역사에서 마지막 승자로 등장할 것이라는,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보증을 받았다고 그들이 두려워하는 민족에 대한 의지박약한 분노가 있었던 것이다. (451쪽)
역사라기보다는 신화로 여겨지는 이스라엘 민족의 이집트 대탈출 때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벌어진다. 훈련 받은 군인 집단이 아니라, 어린아이부터 시작해 노인에 이르는 가족 공동체, 유목 민족이라 부르기에도 세가 부족한 이스라엘 부족의 대이동이 펼쳐질 때,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공포로 흔들렸다. 그들, 이스라엘인들은 특별하다는 믿음, 그들의 신은 특별하다는 믿음이 선주민이었던 가나안 여러 부족들의 마음을 온통 지배했다. 이스라엘이 계속 승리한 것은 아니지만, 이스라엘의 승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그렇게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자리를 잡았다.
자기 계발서가 반복해서 말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 모토가 ‘할 수 있다’ 일 수 밖에 없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할 수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당연히 ‘할 수 있다’ 쪽이 우세하다. 상황의 변화는 태도에 달려있고, 태도는 마음에, 마음은 생각에 달려있다. 이스라엘은 항상 ‘할 수 있다’ 쪽이었고, 자신들이 선민, 선택받은 특별한 민족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요는, 이스라엘인들만, 유대인들만 그렇게 믿은 것이 아니라, 유대인의 말을 반복해서 들었던 인종주의자들도 유대인의 말을 믿었다는 거다. 그 말을 믿게 된, 진심으로 믿게 된 인종주의자들의 의심과 분노는 유대인 증오라는 결과로 산출되었다.
공산 전체주의 비판하는 세력의 몰락을 기대하며 <전체주의의 기원>을 읽는다. 자랑하기 참 좋은데 <전체주의의 기원>은 너무 두꺼워서 외출 때에는 다른 한나를 모시고 다닌다. 한나 풍년. 한나 대잔치다.
깝치는 마음 1도 없이 겸손하게, 저녁에는 치킨을 먹기로 했다. 파티 분위기 절대 아니다. 1년 만의 건강검진에서 평생 처음으로 ‘빈혈’ 판정이 나왔기에 그렇다. 단백질 보충이 필요하단다. 한나 풍년. 치킨 예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