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주장하기 위한 노력은, 쉼이 없다.




















선사학은 19세기 중반에 나타난 신생 학문이다. 해당 분야 최초의 교과서에서 설명된 남녀의 역할은 실제 선사시대의 상황을 반영하기보다는 19세기의 시대적 상황과 더 관련있어 보인다. 당시는 의학 이론과 종교 경전이 한창 서로 결합하던 시기였다. 그리해서 이제 여성은 ‘신의 뜻ordre de dieu‘으로 뿐 아니라 ‘본질nature‘적으로도 열등한 존재라고 시달리게 되었다. - P13

1950년대에 제시되었던 ‘남성사냥꾼homme chasseur‘ 모델에 따르면, 집단에 먹을거리를 가져다주고 혁신적인 기술을 고안해낸 것은 남성이었다. 남성이 인류의 진화와 인간화humanisation * 에 중요한 촉매제가 되었을것이라는 이론이다. - P15

한 남자가 여자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있다. 그는 우리를 어디로 이끌고 가려는 것일까? 양성의 관계가 지배를 기반으로 하는, 강간, 납치, 잔혹함이 규칙이던 먼 옛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야만성이 선사사회의 중심이 된다는 이러한 시각은 지금까지도 우리의 상상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 P25

초기 선사학자들이 접근했던 방식과 여기에서 파생된 선사시대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는 두 가지 편견과 연결되어있다. 첫 번째 편견은 폭력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고, 두 번째 편견은 인류 역사가 단일한 경로를 따라 진화하고 발달했다는 생각이다. - P26

‘프랑스 민족학의 아버지‘ 마르셀 모스(1872~1950)는, 이른바 ‘원시적‘ 사회에서 선물 교환 시스템은 영속적인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주고 대립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이러한 입장을 지지하는 연구자들은 구석기시대 여성의 교환으로 집단 간의 결합이 다져지고 넓은 지역에 흩어져서 살고 있던 소규모 집단이 생존을 위해필요한 동맹을 형성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주장한다. - P34

클로드레비스트로스(1908~2009)가 여성의 교환을 ‘긍정적인 거래‘라고 불렀다면, 프랑수아즈 에리티에는 남성이 지배권을 가지고 있고 여성의 가치가 낮게 평가된 것으로 본다. "지구상의 여러 곳에서, 성격이 서로 다른 집단이, 남성이 여성을 교환한다. 이 때문에 나는 인류의 시작부터, 그리고 구석기시대가 시작했을 때부터 성에 따른 차별적 가치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 P35

주요 종교의 기본 경전 전체를 놓고 봐도 여성은 항상 열등하게 다뤄졌으며, 결코 주체가 된 적이 없다. 구약성서‘와신약성서의 구절은 마치 남자들이 남자들을 위해 쓴 것처럼, 남자들에게만 말을 건넨다. 특히 바울의 글에서 아주 분명하게 나타난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서 다시 평가되어야 하겠지만, 이 구절들은 이후 수백 년 동안 여성의종속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했다. 여성에게 부여된 이 열등한 지위는 남자만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는 신앙의 표현에서도 드러난다. - P42

중세연구가 자크 르 고프(1924~ 2014)가 보고한 것처럼, 13세기의 기독교 사회는 유대인 남성은 생리를 한다면서 여성화를 시켜버렸다. 이것은극단적인 사례이지만, 당시 사회에서 여성이 가지고 있던 이른바 부정한 지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종교는 여자의 성을 억압함으로써 많은 가부장적 사회를 견고하게 하는 역할을 했는데, 남자의 ‘소유물‘이 되기를 거부한 여성은 매춘부로 여겨지곤 했다. - P71

의사이자 사회심리학자였던 르 봉은 "우월한 인종"에 속하더라도, 여성의 뇌는 "더 발달한 남자의 뇌보다 고릴라의 뇌 크기에 가깝다"고 했다. 이러한 열등함은 워낙 명백해서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고, 기껏해야 토론의 주제가 될 정도라는 것이다. 따라서 여자들을 교육해봤자 소용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 P90

그러다가 구석기시대가 끝나갈 무렵부터 던지는 종류의 무기는 남성만 사용하도록 하는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 P168

《제2의 성》(1949)의 <역사>에서 보부아르는 고고학 자료를 전혀 참고하지 않고 생물학적 결정주의에 함몰되어, 농업 이전의 선사시대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는 이들의 ‘본성 nature‘ 때문에 소외되었다고 기술했다. 여성이 출산과 아이 양육 때문에 지식과 전문 기술을 만들어내는 데 적합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보부아르는 여성의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남성의 역할이 가치 있다고 했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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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11-23 20:3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좀 쉬어라!!

단발머리 2023-11-24 08:41   좋아요 1 | URL
모든 분야의 남자들이 이 일에 열성적일 때, 그 때 (이미 알고는 있지만) 더 좌절되기는 해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법, 종교, 과학, 연예, 스포츠..... 아닌데가 없는 듯.
좀....... 쉬어라, 쫌!

잠자냥 2023-11-24 13:1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곰탱이왈

얄라알라 2023-12-04 1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man the hunter를 요렇게 불어로 써 놓으니, 갑자기 남자 운전수란 단어가 떠올랐어요^^:;; 맥락도 없이

homme chasseur

인용된 학자들을 보니, 저 책을 함께 읽으려 시도 안했음이 급 후회됩니다!

단발머리 2023-12-05 15:50   좋아요 1 | URL
저 남자 운전수 이렇게 쓰는 거 오늘 처음 봤어요! 얄라알라님, 불어가 가능하신 분이군요!!!
멋짐 폭발입니다!! @@

얄라알라 2023-12-07 0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아니옵니다!!! 불어를 눈으로만 공부했더니, 지우개로 지우듯 싸악 지워져서 제가 불어책을 읽었던 적이 꿈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고고학에서 ˝man the hunter˝를 하도 많이 듣다보니 불어로 표기해 놓은 게 신기하다는 뜼이었어요^^; 남성 운전수 단어를 저도 모릅니다. 단발머리님께 혼란을 드려 죄송해진 마음^^;;

단발머리 2023-12-08 15:34   좋아요 1 | URL
혼란스러웠던 건 저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그런 혼란을 좋아하구요.
눈으로만 공부했다해도 공부한 언어가 불어라는 건 참 근사한 일이에요. 불어를 사랑하는 단발머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