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끝나고 만났을 때, 고등학교 절친인 그 친구는 ‘신부보다 신부 엄마가 더 예뻤다’고 말했다. 그래? 하고 웃어넘겼는데, 다른 친구 두 명에게서 똑같은 말을 듣고 나니 정말 그런가 싶어 엄마를 자세히 살펴봤다. 맞다, 엄마는 달라져 있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든 다니지 않는 사람이든 이해하기 어려울 테지만, 사실인즉 그렇다. 엄마는 예수님을 만나고 인생이 바뀌었다. 또 다른 말로 하면 엄마는 예수님을 만나고 새 생명을 얻었다. 죽을 목숨이 죽지 않게 됐다. 다시 살아난 엄마는 생명력으로 활활 불타올랐고, 나는 여전히 엄마표 횃불의 온기에 기대 산다. 엄마는 밝아졌고, 환해졌고, 그리고 예뻐졌다. 작고 부끄럼을 많이 타던 내 엄마, 남들 앞에서 말 한마디 못 하던 내 엄마가 환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었다. 엄마가 변했다.
<인종 토크>에서는 인종 차별을 받는 자신의 처지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백인 엄마에 대한 원망이 그려진다. 하얀 엄마를 가진 검은 여자아이의 마음. 친할머니 손에 자란 마야 안젤루가 처음 엄마를 만났을 때, 마야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성’을 만났다고 말한다. 엄마가 우리를 버린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고, 엄마처럼 예쁜 사람이 우리처럼 막돼먹은 아이들을 키울 수는 없다고, 어린 마야가 생각한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하얀 엄마를 가진 검은 여자아이의 생각.
서인도제도 출신 오드리의 부모는 두 사람만의 대화가 필요할 때 그레나다어를 사용한다. 오드리의 아버지는 오드리 자매들처럼 흑인이지만(흑인으로 분류되는 사람이지만), 오드리의 엄마는 그렇지 않다. 그녀는 백인에 가까울 정도로 하얀 사람이다.
1920년대, 1930년대의 뉴욕에서 흑인이자 외국인인 동시에 여성으로서 살기란 녹록한 일이 아니었는데, 특히나 어머니 당신은 백인으로 여겨질 만큼 피부색이 희었던 반면 자식들은 그렇지 않았기에 더했다. (<자미>, 35쪽)
아름다운 어머니에 대한 동경. 이것이 최초로 ‘나의 것’인 엄마에 대한 동경인지 혹은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인지를 뚜렷하게 구분할 수는 없다. 이 두 가지는 항상 함께 오지 않던가. 내가 사랑하는 것은 아름답고, 나는 아름다운 그것을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한다. 사랑할 때, 나는 그 사람을 숭배하고, 내가 숭배하는 그 사람은 이 세상에서 홀로 완벽한 존재이다.
나는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받았다. 과하다고 생각한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모범생이고 뭐든지 잘하는 언니 둘과 함께 엄마를 ‘나눠 써야’ 하는 오드리의 심정에 대해 나는 잘 모르지만.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을, 그의 사랑과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는 그 애절한 마음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더욱이 내가 갈망하는 존재가 어디서든 빛을 발하는, 아름답고 위풍당당하며 ‘하얀’ 존재일 때, 경외감은 더욱더 강렬해진다. 이런 감정은 분리될 수 없는 복잡한 심경의 복판에 자리한다. 사랑하는 그 존재가 나의 엄마이기 때문인가 혹은 내 엄마가 백인 여자이기 때문인가.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의 프란츠 파농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내 영혼의 가장 검은 부분으로부터 [흑백] 줄무늬 지대를 가로질러 단번에 백인이 되려는 저 욕망이 솟아오른다.
나는 흑인으로 인정받고 싶지 않다. 백인으로 인정받고 싶다.
그런데-그리고 이 점이 헤겔이 기술하지 않았던 인정 형태인데-백인 여성이 아니라면 다른 누가 그렇게 해주겠는가? 그 여성은 나를 사랑함으로써 내가 백인의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음을 증명해준다. 나는 백인 남성으로서 사랑받는다.
나는 백인 남성이다. (<검은 피부, 하얀 가면>, 63쪽)
백인 남성이 되기 위해 백인 여성의 사랑을 갈구하는 파농. 백인 여성에게 선택받음으로써 백인 남성이 되어버린 파농. 되고 싶은 혹은 되어야만 하는.
급하다고 하는 큰애 책을 하나 사고, 사면서 내 책도 하나 샀다. 3월에는 독서대 하나, 책 한 권만 사는 걸로 목표를 잡았는데, 그 한 권이 뭔지 모르겠어서 지금 제일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주문했다. 그러고 보니 3월의 도서를 아직 구입하지 않았군. 하지만 이웃님들과 같이 읽는 여성주의 책은 권수에 포함되지 않으니 나중에 구입하면 되겠고(모두 그렇게 카운트하지 않나요? 여성주의 책은 권수에 포함하지 않잖아요? 맞죠?ㅎㅎㅎ). 기억나지 않는, 원래 ‘사려고 했던’ 그 한 권을 기억해 내는 일이 오늘의 과제 되시겠다. 기억이 안 난다. 안 나고 있다.
내 어머니가 다른 여자들과 달랐기에, 때로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데서 오는 기쁨과 특별함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느꼈다. 그러나 때로는 같은 이유로 고통을 느끼기도 했는데, 나는 어린 시절 그것이 내가 느끼는 슬픔 대부분의 원인이라 생각했다. 내 어머니가 다른 어머니들과 같았더라면 남들이 날 더 좋아했을지도 몰라. 그러나 어머니가 남들과 다른 건 계절 같은 것, 추운 날씨 같은 것, 6월의 안개 낀 밤 같은 것이었다. 이유도 계기도 필요치 않은, 원래 그런 것이었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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