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의 역사, 구체적으로 ‘~주의 페미니즘 역사를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싶다면 여성학강의』 좋다. 자유주의 페미니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급진주의 페미니즘, 사회주의 페미니즘, 에코 페미니즘 이론등에 대한 간단한 이해를 도와준.  



『페미니즘과 기독교적 맥락들』 역시 페미니즘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 저자가 기독교인이라는 점이 한계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페미니즘 이론의 특징과 페미니즘 역사의 변천 과정을 내가 읽었던 어떤 페미니즘 책보다도 명쾌하게 설명했. 



『페미니즘의 역사』 정치학자이자 역사가인 니콜 바사랑이 프랑스의 인류학자 프랑수아즈 에리티에, 철학자 실비안 아가생스키, 역사학자 미셸 페로와 <페미니즘의 역사, 여성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나눈 대화를 녹취한 책이다. 인터뷰 형식의 글이라 쉽게 읽히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손에 집으면 다른 책에 손길이 가지 않는 마법의 , 책이 바로 책이다. 문단이 1 없지만 간신히 추려본다. 더할 말이 1 없어 그대로 옮긴다. 







바사랑 결혼, 혈족, 노동의 분배, 모든 것이 성적 불평등과 상관없이 전체 사회 구성원의 이익에 따라 결정되었다는 말이군요? 



에리티에 그렇습니다. … 세계의 수많은 공동체에서 여자를 교환하는 남자들은 있지만, 반대의 경우는 찾아볼 없습니다. 여자가 남자를 교환한 사례도 없고, 남자와 여자로 이루어진 혼성 그룹에서 남자와 여자가 서로 교환되는 경우도 확인된 적이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오직 남자들만이 그런 권리를 가지고 있고, 권리를 가진 남자들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성의 차별적 가치가 이미 구석기 시대부터, 인류의 시초부터 존재했다고 말할 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25) 






바사랑 고대 사회에서 여성의 육체는 남자의 소유물로서 그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 외에 다른 기능은 없었나요? 


에리티에 근친상간의 금지와 성관계를 통해 아들과 쾌락을 동시에 얻는 것이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것은 이론적으로 남자는 어떤 여자든 가질 권리가 있고, 이미 다른 남자의 소유가 되어 보호받고 있는 여자를 제외한 모든 여자는 그에게 몸을 바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호하지 않는 여자는 누구나 가질 있습니다. 남성의 충동은 허용되고 정당하게 여겨졌으며, 남성은 그런 충동을 실현할 권리가 있었죠. 저는 이것을남성 충동의 절대적 합법성이라고 부릅니다. (43)  







바사랑 그렇다면 선생님 같은 젊은 여성 철학자는 한편으로생식이라는 별로 고상하지 못한 방법의 세속적인 아프로디테와, 다른 한편으로 고결하지만 소년에게만 허락된 천상의 아프로디테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있었을까요? 


아가생스키 흥미로운 질문이군요. 여성은 현자 사이에 끼어들 자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여성 철학자는 여성으로서 자신의 육체, 출산의 역할을 포기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여성성 버려야 합니다. 얼마 전까지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남성 철학자가 남성으로서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전혀 여성 혐오적인 태도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고전 텍스트에 남성만의 고유한 특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너무도 당연하게 남성과 보편적 인간을 동일시합니다. 이것을남성적 보편이라고 부릅니다. (89) 







바사랑 선생님은 <향연>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시게 겁니까? 


아가생스키남성을 인간의 원형이라고 보는 남성 중심주의는 다른 생명체들을 주변적이고 저급한 존재로 간주하고 인간을 우주의 중심에 놓는 인간 중심주의보다도 먼저 뿌리를 내렸습니다. 남성 중심주의와 인간 중심주의가 결합한 기독교 사상은 철학과 서양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성의 불균형과 위계는 바울에게서부터 명백하게 나타나기 시작했고, “남자는 신의 영광을 위해 그의 영으로 창조되었고, 여자는 남자의 영광을 위해 그의 몸에서 창조되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해석으로 더욱 견고해졌죠. (91) 







바사랑 그러니까고전문법의 논리를 따르면 여성은 아내, 안주인, 어머니의 자격일 때에만 온전한 여성이 있다는 말이군요. 공적인 영역으로 진입하는 여성은 남성적이 되거나 적어도 중성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군요. 


아가생스키 사실, 옛날에 공적 영역은 중성의 영역이 아닌 남성의 영역이었습니다. 정치계가 바로 대표적인 예입니다. 세계의 남자들에게 그들의 남성성을 버리라고 요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남성성은 당연한 것이었죠. 사회적, 미적 이미지, 복식의 특징, 본래 남성적인 언어 습관은 세계에서 정당한 것이었습니다. 사회학자들이남성적 에토스(ethos)’라고 부르는 것은 남성이 다수인 사회와 자연스럽게 결합했습니다. (103) 







바사랑 최근 통계를 보면 프랑스에서 옷을 다리는 사람의 80퍼센트,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의 70퍼센트가 여성이라고 하더군요. 


아가생스키현재 프랑스에서는 남성과 동일하게 노동하는 여성의 수입은 남성보다 25퍼센트 적습니다. 사람들은 여자가 밖에서 노동하지 않고 집안일만 하면일하지 않는것으로, ‘노는 으로 간주합니다. 그들이 무상으로 하는 노동은당연하고’, 사회적으로 열등한 것으로 여기고, 재화를 생산하지 않기에 경제 체제에 편입될 없습니다. 실제로 여성이 하는 일들은 가족을 위한봉사입니다. 그런데 이제 기술의 발달로 가사 노동의 양이 많이 줄었기에 이런 낡은 도식은 시사성을 상실하고 있죠. (125) 







바사랑 특권층에는 실제로집에 있는 여자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그런 여자들이 가정주부는 아니죠. 


아가생스키 그런 계층에서는 대부분 가사를 가사도우미, 보모 임금 노동자가 담당합니다. 그리고 세탁소나 식사 배달 업체를 이용하는 가사가 밖에서 이루어집니다. … 그러나 세탁물 다림질이 과연 어리석고, 무시할 만한 일일까요? 학위를 받아 육아 전문가가 되는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고, 집에서 자기 아이를 기르는 것은 평가하지 못할 일인가요? 우리는 집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을 가치 없게 여기는 역설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저는 지금여성은 집으로 돌아가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의 어머니라는 위선적인 가치와 사회적으로 평가절하된 가사 노동의 가치 사이의 모순을 강조하려는 겁니다. 중요한 점은 모든 노동이 사회적 노동으로 인정되고, 아이들의 교육을 아버지와 어머니가 분담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127) 







바사랑 동수법 운동을 전개하면서 소수파의 공정한 대표권은 요구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가생스키 여러 집단이 인종적, 종교적 원인, 성적 성향, 신체적, 정신적 결함, 심지어 나이나 외모 때문에 차별당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공화국의 역할은 이런 차별에 맞서 싸우는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문명에서 인류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에게 자행되었던 역사적, 집단적 차별과 사회의 소수 세력에 대한 차별을 혼동해서는 됩니다. 이런 차별은일반적이거나보편적인것이 아닙니다. 어떤 종교나 어떤 민족은 어떤 사회에서 소수 세력이 되어 핍박받을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거꾸로 다수 세력이 되어 소수를 핍박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다양성에 대한 배려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소수 세력의 상황은 가변적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남성 여성의 이분법은 항구적이죠. (137)







바사랑 남성과 여성의 관계도 마찬가지일까요? 결정적인 발전은 없는 건가요? 


아가생스키 그렇습니다. … 오늘날 세계에서 여성이 직면한 중요한 도전은 단지 가정과 정치에서 자행되는 불평등에 맞서 싸우는 일이 아닙니다. 비록 완벽한 남녀평등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고 해도 여성의 정치적 권리가 꾸준히 확장되고 있고, 경제 분야에서도 여성의 지위 확보는 진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업생식 산업에서 여성 육체의 도구화와 상품화는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여성은 이런 산업과 시장에서 특징적인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여성을 위협하는 것은초자유주의입니다. (167) 







바사랑 남자와 여자에게 부부 관계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지, 혹시 다른 가능성은 없는지 생각해볼 있지 않을까요? 


아가생스키 독신도 괜찮습니다. 그것도 삶의 국면이니까요. … 물론 여성 혹은 남성 커플을 포함해서 부부의 매력은 바로 사람 사이의 은밀한 유대감, 일상적인 결속에 있습니다. 배우자는 자기 존재의 영원한 증인입니다. 일상적 사건들, 평범하지만 예기치 못한 일들, 기쁨, 슬픔, 성공과 실패를 함꼐할 있는 남성 혹은 여성이 바로 배우자입니다. 누군가와 삶을 공유하면 가면을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줄 있고, 말이 없어도 가깝게 느끼고, 암시만으로도 이해할 있는 친밀한 공간이 형성됩니다. 성욕이나 불타는 사랑을 넘어서 부부 관계가 오래 지속하려면 무엇보다도 신뢰를 바탕으로 우정이 요구됩니다. (171) 







바사랑 개신교도들은 그렇게 근원으로, ‘하나님 앞에서 모든 존재는 평등하다 이념으로 돌아가려고 했던 건가요? 


페로 물론이죠. 개신교에서는 누구나 성경을 읽어야 하니까요. 이렇게 남녀평등의 문제에서 바울과 초기 교회가 연결됩니다. 비록 목사가 일요일 예배를 책임지고 있어도 성경 읽기는 단지 성직자만의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카톨릭 사제와 달리 목사는 기혼자이고 다른 사람들처럼 가정에서는 아버지입니다. 아버지가 없을 어머니가 성경을 펼쳐서 식구들에게 읽어줘야 합니다. ‘성경 읽기라는 가족적이고 개인적인 필요는 개신교 국가에서 여성에게 글을 가르치는 아주 중요한 요인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여성의 교육은 개신교 국가와 가톨릭 국가 사이에서 매우 차이를 보이게 되었죠. (182) 







바사랑 그래도 19세기에 조지 엘리엇이나 브론테 자매 같은 영국의 위대한 여류 소설가들은 공식적으로 인정도 받았고, 두꺼운 독자층이 있었잖습니까? 


페로 그렇죠. 여성 작가들에게는 영국에서 진정한 돌파구가 열렸습니다. 1900년경 신문 연재 소설가의 15-20퍼센트가 여성 작가였습니다. 프랑스에서는 10퍼센트 미만이었죠. 그럼에도, 처음에 여성 작가의 독자는 여성뿐이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을 없군요. 개신교 국가에서는 여성이 일찍이 독서에 접근할 있었다는 점이 영국 같은 경우, 독자층 구축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301) 








바사랑 여성은 오랜 세월 자기 것이 아니었던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드디어 획득했습니다. 이제 여성은 온전한 시민이 것인가요? 


페로 여성은 이제 역사의 주인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는 여성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죠. 만일 오늘날 개인이 사회에서 더욱 가치 있는 존재가 되었다면 그것은 한편으로 페미니즘 덕분입니다. 페미니즘과 민주주의, 페미니즘과 개인주의는 별개로 생각할 없는 가치입니다. … 여성의 4분의 3 전체 직업의 3분의 1 해당하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게다가 사기업에서나 공공 기관에서나 여성이 결정권을 행사하는 직위에 있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집안일도 잘못 분배되어 있죠. 여성에게는 창조적인 차원에서 정복할 영역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분야에 접근한 여성은 턱없이 적습니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계급으로 구분되어 있었다는 점을 프랑수아 에리티에는 상기시켜줬습니다. 남성은 우월하고 여성은 저열한 존재로 여겨져왔죠. 여성의 역사는 이렇게 끝나는 걸까요? 아니,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 가야 길이 멀지만, 여성의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377)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9-09-02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링크하신 세 권의 책 모두 읽고 싶네요. 차례차례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물론 땡투도 누르겠습니다.
아아, 아직 도착하지 않은 한 박스도 있건만 이렇게 자꾸 책을 사면..
아니야 일단 도서관을..
아 모르겠다 일단 담아놓으면 되니까.

저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우리 단발머리님 진짜 부지런히 읽으신다 ㅠㅠ

단발머리 2019-09-02 14:20   좋아요 0 | URL
전 앞에 두권은 도서관책으로 읽었구요. 세번째책에 땡투를 똭!!! 해주시어요.
전 <허랜드>의 허랜드만 읽어서요.
부지런하지는 않는걸로 해 주세요 ㅠㅠ

다락방 2019-09-02 15:36   좋아요 0 | URL
아아, 뒤의 짧은 단편 두 개는 안읽으셨단 말입니까. 그 단편들 진짠데요!! 크-

단발머리 2019-09-02 15:48   좋아요 0 | URL
크흐- 정말 안 읽었단 말입니다ㅠㅠ
토요일에 다시 빌려왔습니다, 허랜드.
뒤에 두 편 읽어야지요. 늦독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

다락방 2019-09-02 15:52   좋아요 0 | URL
뒤에 두 편 강력추천입니다, 단발머리님!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불끈!

단발머리 2019-09-02 15:56   좋아요 0 | URL
누런 벽지,는 뭐 명품이죠.
후회하지 않을 거에요!
난 소중하니까요! 불끈!

비연 2019-09-03 09:1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단발머리님, 정말 대단하심...
전 정말 겨우겨우 좇아가기 바쁜데...

단발머리 2019-09-03 16:20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은 진짜 대단하시고
비연님도 완전 대단하세요.
같이 가는 의미로 저도 대단한 걸로...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마무리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9-03 16:21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 그냥 일단 모두다 대단한걸로?? 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9-03 17:06   좋아요 1 | URL
코오오오올! 콜!!!

비연 2019-09-03 17:07   좋아요 0 | URL
코오오올 2 !!!!!

syo 2019-09-03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새로운 원숭이가 하나 더 태어나는 장면을 지금 목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단발머리 2019-09-03 07:32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저 원숭이 좋아요.
원숭이 시리즈도 좋고, 저기 위에 비스듬이 앉아있는 원숭이도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