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알라딘 친구와 『모스크바의 신사』 57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너무 웃겨서 하하하 웃었다. 외출했다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아, 오늘은 『모스크바의 신사』를 많이 못 읽었네... 였는데.
그런데도 하염없이 단발머리는 도서관으로 향하고.
제목부터 흥미유발 100%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을 들고 돌아왔다.
뭐랄까, 나는 근본 없이 어느 주제든 그냥 강준만 교수님을 믿고 또 믿는 편인데, 첫번째 문단을 읽고는 눈물이 핑 돌았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30여 년간 페미니즘 논쟁과 논란이 뜨겁게 벌어졌으며,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너무도 뜨거운 싸움인지라, '전쟁'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전쟁이긴 하지만, 싸우는 양쪽이 대등하게 싸우는 전쟁은 아니다. 인류 역사 이래로 억압을 받던 사람들이 해방을 위해 벌인 전쟁이 다 그렇듯이, 억압을 받는 쪽에서만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는 '참혹한 전쟁'이다. (4쪽)
나는, 내가 받는 부당함이 내가 여자이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내가 사는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숱하게 많은 나라와 문화가 가부장제의 속박 아래 있음을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여자들이 이건 아니라고 말하기 시작했을 때, 여자들의 외침과 항의와 문제 제기에 쏟아지는 그 엄청난 물량의 비난과 협박과 공격의 실체를 파악하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둘 다 문제라는 말을 들었다.
그건 잘못이지. 근데 여자들한테도 문제가 있어.
강준만이 말한다.
억압을 받는 쪽에서만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는 '참혹한 전쟁'이다.
리뷰는 책을 읽고 써야하는데, 이 책은 첫 문단에서부터 초대한다.
말할 수 밖에 없는 자리로. 참혹한 전쟁의 한 가운데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