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자두가 있는데 집을 나섰다. 자두만 있는 아니고. 자두도 있고 수박도 있고 바나나도 있다(과일 열전). 우유도 있고, 요구르트도 있고, 치즈도 있다(유제품 열전). 밥도 있고, 라면도 있고, 초코파이도 있다(식사 열전). 그런데도 집을 나섰다. 집에 자두도 있는데 



물론 일이 있어서 나온 거다. 일이 없으면 일을 만들어서라도 나온다는 문제라면 문제지만. 책을 반납하려고 집을 나섰는데, 오늘은 부끄러운 날이다. 3권을 빌렸는데, 권도 읽지 했다. 보통 6권을 빌리면 2.5권을 읽고, 5권을 빌리면 2 정도 읽는데, 3 빌려서 그런가. 권도 읽지 했다. 미안한 마음에 도서관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마사 C. 누수바움의 책을 펼친다. 
















마사 누스바움의 이름은시적 정의』라는 책을 통해 처음 들었는데,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다. 내게는 어려웠다. 오히려 나는 그녀의 이름을 다른 곳에서 만났다. 





공손함, 자기의심, 내면적 침묵은 젊은 여성을 상대적으로 취약한 표적으로 만든다.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 Martha Nussbaum 1969 하버드에서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다. 최근 그때 일을 회상하기를 지도 교수가팔을 뻗어 가슴을 만지려고 했을 (…) 교수에게 창피를 주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그저 가만히 그를 밀어냈다 한다. (83)  







세계의 중심 미국, 세계 최고의 대학 하버드.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를 하는 와중에도 그녀를 얽어 매는여자라는 굴레. 분노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슬퍼했다. 그래? 미국도 그래? 하버드도? 하버드에서도 그런단 말이야? 




방학 때는 자주 오지 못할 같아 책을 대출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눈에 띄는 책들이 있어서 3권을 대출했다. 















『문맹』 전에 대형서점에서 읽었다. 앞부분을 읽어보고 구입하려 했는데, “? 끝났어?” (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느낌을 이해할 것이다. ? 끝났어? 벌써?) 하는 바람에 구입하지 않았는데, 읽고 싶기도 하고, 아이들에게도 읽어 줘야겠다 싶어 얼른 책을 집었다. 아이에게는 첫번째 에세이 <시작> 읽어주고 싶다. 문장을 들려주고 싶다. 


나는 읽는다. 이것은 질병과도 같다. (9) 



둘째 아이에게는 번째 에세이 <말에서 글쓰기로> 읽어주겠다.  


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까?”

어떤 비밀.” 

출생의 비밀.”

출생에는 어떤 비밀도 없어.” 

아니야. 그렇지만 네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해야지만 말해줄 거야.” 

맹세할게.” 

있잖아. 너는 주워 아이야. 우리 식구가 아니라고. 사람들이 발가벗고 들판에 버려진 너를 발견했어.” (21) 















『엄마의 독서』 jsshin님의 리뷰를 보고 제목을 기억해 두었던 책이다. 소설가다운 입담과 진솔한 이야기라는 평가에 귀가 솔깃했다. 육아서를 많이 읽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도입부가 특별했다. 저자가엄마 육아서들이 취하는 기본적인 스텝과 많이 달랐다. 엄마가 되었을 때의 기쁨과 놀라움, 초보 육아의 당황스러움과 사랑스러운 아이, 실패와 난관을 딛고 진정한(?) 엄마로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 아니었다. 엄마가 시시각각 떨어져 내리는 온갖 책임에 이리저리 치이며 필사적으로 붙잡았던이라는 동아줄에 대한 이야기이되(7), 첫번째 책이 <역사 속의 매춘부들>이다. ‘엄마로서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기 , 사회 생활과 결혼 생활을 통해 여성이투명인간으로 처리되는 불합리함을 인식하게 저자가 그대로페미니즘 모먼트 겪어내는 광경이 책의 시작점이다. 



그러나 당시 나는 상황을 그렇게 거시적으로 통찰해내지 못했다. 사회적으로 존재감이 완전히 소멸될 예정인 사람으로서, 닥쳐올 나날에 대한 두려움으로 어쩔 몰라 하며 버둥거렸다. 다시는 사회에 나가지 못할 것이며 그저 이렇게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애를 보다가 한생이 가버릴 거라는 절망감, 사회적, 경제적 표식들을 모조리 잃고 오직 육아의 담당자로서만 자리매김된 나에 비해 사회적, 경제적으로 아무것도 잃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라는 조력자가 스물네 시간 집을 지키고 앉아 육아와 살림을 온전히 도맡을 것이기에 가정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출근하고 대학원에 가고 회식도 가고 5 6일짜리 출장도 있는 남편의 대조적 상황에 대한 분노로 억장이 무너질 같았다. (50) 



그녀가 말하는 고민은, 어제부터읽고 있는 책에서 말하는이름 붙일 없는 문제들 닿아 있다. 




문제는 미국 여성들의 가슴 속에 여러 동안 묻혀있었다. 동요는 낯설었고, 불만족스러웠으며, 20세기 중반의 미국 여성들이 애타게 기다리며 간절히 바라던 것이었다. 교외에 사는 가정주부들은 제각기 문제를 가지고 홀로 싸웠다. 침대를 정리하면서, 식료품 가게에서 물건을 사면서, 의자에 커버를 씌우면서, 아이들과 땅콩버터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아이들을 보이스카우트와 걸스카우트에 태우고 다니면서, 그리고 밤마다 남편 옆에 누워이것이 과연 전부일까?”하고 스스로에게 조용히 묻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61) 






『여성성의 신화』. 출간된 50주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출발선에 다시 세우는 이라고 정희진이 말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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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8-07-20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엔 복숭아가 있지요. 아몬드랑 우유, 가지랑 오이도 있고요. ^^

단발머리 2018-07-21 07:32   좋아요 0 | URL
저희집에 없는 것 중에 복숭아가 제일 부러운데요.
복숭아, 복숭아....^^

유부만두 2018-07-21 07:50   좋아요 0 | URL
어제 밤, 아이 수영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 자두 샀지요!!!!

라로 2018-07-21 08:38   좋아요 0 | URL
저희집엔 체리랑 포도랑 수박이랑 바나나랑 다 있는데 복숭아랑 자두가 없어요!! 어제 복숭아 산다고 하면서 마트에서 그냥 걸어나왔어요. 엉엉 다시 마트 갈래요. 실화에요!!

단발머리 2018-07-21 09:56   좋아요 0 | URL
아하~~~ 유부만두님 자두까지~~~^^
자두까지 집에 있다면 퍼퍽트인데요~~ ㅎㅎㅎ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8-07-21 09:59   좋아요 0 | URL
미국의 체리는 저희 동네의 체리랑 비슷할 것 같은데요 ㅎㅎㅎㅎㅎㅎ 바나나도요.
수박은 웬지 다른 모습일 것 같구요.
복숭아는 저도 아직이예요. 라로님이랑 저랑 ˝복숭아 없는˝ 동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