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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ㅣ 소담 한국 현대 소설 1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2월
평점 :
저는 별이 후해요. 뭐냐면
우선 별을 열개 주고 시작해요. 어떤 사람이 어떤 목적으로든 자기 생각(또는 삶)을 어떤 시기에(저마다 사연 있는 바로 '그 때'에) '책'이라는 결과물로 내놓았다는 사실이 고맙기 때문이예요.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별이 하나씩 날아가요. 지가 알아서 날아가는 별도 있고 제가 부채질 해서 날려버리는 별도 있어요.
겉과 속이 다를 때, 말만 번지르 알맹이가 없다고 느낄 때, 해피엔딩이 아닐 때, 오타가 너무 많을 때, 지루할 때, 난해할 때, 늘어질 때, 더 잘할 수 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느낄 때, 질투할 때, 시기할 때, 배아플때... 별을 날리는 이유야, 뭐 한도 끝도 없지요.
별은 다 날아갔는데 책은 아직 끝나지 않을 때도 많아요. 끝을 봤다면, 별은 어지간히 남지요. 끝을 봤다면 별 다섯개는 무난해요. 그래서 제가 리뷰를 쓰는 책은 거의 별 다섯 개 아니면 네 개예요. 이 책은, 별이 세 개 남았어요.
'세 개 남길 바에야 다 날려버리고 말지, 어설프게 세 개는 뭐하려 남겨서 리뷰를 써?'
실은 이게 제 진심이예요. 그러니까 저도 노력은 했어요. 다 날려버리려구요. 그런데 저 별 세 개가 꿋꿋하게 정말 묵직하게 (머리도 아니고 가슴도 아니고 하필 저도 어쩌지 못해 애탕끓탕하는 배둘레햄에) 콱 박혀서 어쩔 수 없네요. 리뷰를 써야지.
별 하나, 일기장.
처음부터 끝까지 떠나지 않은 생각, '일기장 그대로 책으로 냈군' 이었어요. 일기 쓰는 사람 드문 세상에, 누군가 날마다 쓴 일기장을 읽으면서, 어떻게 끝날까 궁금해서 결국 끝까지 다 읽어놓고는, 내 일기장이 아니라고 해서 몽땅 날려버릴 수는 없었어요. 차마.
별 둘, 일기장.
그래요. 일기장이라니깐요. 울산 삼산동 롯데백화점 지하1층 반디앤루니스 소설 신간 코너에서 주은 일기장이요. 우연이든 악연이든 아무튼 남의 일기장을 주웠는데, 그걸 안 읽어요 그럼? 일기장인데요!
별 셋, 일기장.
미안해요. 일기장을 돌려줘야 해서 버릴 수가 없었어요. 그래요. 나에겐 그냥 흥미로 한 번 읽고 그만일 일기장이지만, 일기를 쓴 그 사람에게는, 계속 일기를 쓰고 있는 그 사람에게는, 다시 쓸 수 없는 소중한 일기장일테니까, 돌려주기로 했어요. 이렇게.
일기장을 덮고 제일 먼저 이런 말이 기억나는군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아니다. 악마는 월급을 준다.」 아닙니다. 악마는 뭐든 합니다. 월급을 주기도 하고, 빼앗기도 하고, 가로채기도 하고, 두 배로 주기도 하고 열 배로 줄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 월급을 준다고 다 악마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세상은 참 요지경 속입니다.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요지경 속일까요?
요지경을 들여다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요지경을 만든 사람은요?
비가 와요.
비를 봐요.
빗소리가 재촉하네요.
열정, 같은 소리 좀 하고 살라구요.
오늘은 더욱.
* 아! 솔직,과 정직,을 구분해야죠^^
솔직엔 변명이 숨어있구요,
정직엔 변명이 필요 없어요.
정직은 혼자서도 든든해요.
정직은 참 힘이 쎄요.
에... 솔직하게 말해서, 저는
정직할 때도 있고 솔직할 때도 있는데,
비율은 일 대 백이예요. 물론
정직이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