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에 관하여 - 훌륭한 것을 만들어내는 일에 대한 뉴욕 목수의 이야기
마크 엘리슨 지음, 정윤미 옮김 / 북스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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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p.

4장 수학과 언어


93p.

수학


이 세상은 매우 추상적이다. 우리는 반사된 빛을 통해 세상을 보고, 꼬여 있는 조그만 달팽이관을 통해 소리를 듣는다. 모든 정보는 부스러기처럼 흩어져 있는 데다 사람이 그 정보를 어떤 방법으로 인지하느냐에 따라 왜곡되거나 변형된다. 부엉이와 하이에나는 사람보다 모든 감각이 훨씬 뛰어나다. 하지만 인류는 질서정연한 우주를 다소 왜곡된 창을 통해 내다보면서도 세계 안에 입자, 에너지, 힘, 운동, 과정이라는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추론해냈다.


94p.

사람들은 극적인 것을 좋아한다. 일부 목공업자는 날카롭게 다듬는 것에 유독 집착한다. 일본식 숫돌 대 다이아몬드 연마기, 헝겊 대 가죽숫돌을 비교하며 열띤 논쟁을 벌이는 것도 여러 번 보았다. 나는 관심이 없다. 내가 가진 공구로 목재를 깔끔하게 자를 수 있고 큰 힘이 들지 않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95p.

내게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만들고 완성하는 것이지, 일에 쓰이는 공구를 완벽히 만드느라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다. 공구의 날을 아무리 열심히 갈아본들 현미경으로 보면 여전히 뭉툭하고 들쑥날쑥할 것이다. 어떤 방법이든 완벽하지 않다. 내가 바라는 만큼 완벽하게 날카로운 공구는 이 세상에 없다. 적당히 괜찮은 끌이 있으면 계속 날을 갈아가며 쓰면 된다. 계단이 완공되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도 그 역시 완전무결한 계단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작은 결함이나 눈에 띄지 않는 오류, 미묘하게 비틀린 부분 같은 걸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아 낼 것이다. 하지만 충분히 잘 만들어져서 수년간 원래 목적대로 잘 쓰일 것이고, 누군가는 소중하게 여길 수도 있다.  



95p.

대부분의 머릿속에 수학이란 '고등학교에서 배운 것/잊어버려도 됨'이라는 항목으로 분류될 것이다. 하지만 잘만 활용하면 온갖 복잡한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마법의 열쇠가 될 수도 있다.


96p.

모든 언어가 그렇듯이, 수학이라는 학문도 수학을 이해하는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하게 활용된다. 


음표가 음정과 화음을 만들어내듯, 

수학은 위치과 관계를 표현한다.


바흐와 베토벤이 음악이라는 언어를 쉽고도 아름답게 사용했듯이, 뉴턴도 수학이라는 언어를 십분 활용했다. 그런 거장들 앞에 서면 나는 입을 떡 벌리고 감탄할 뿐이다. 내게 수학은 컨트리음악, 세 번째 뇌, 진실과 같다. 낮을 잘 버티게 해주고, 가끔은 길고 외로운 밤도 견디게 해준다. 괴델은 이 우주를 산산조각 냈을지 모르나, 내 세상에서는 유클리드의 아름다운 증명만 있어도 모든 게 해결된다. 건축업자는 수완이 뛰어난 편이다. 정식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도 사물을 정확히 조립하는 수많은 방법을 찾아내고, 때로는 아주 간단한 요령으로 노련한 기하학자를 놀라게 만든다. 귀를 쫑긋 세우는 한, 유클리드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양자역학이라면 밤을 새워야 하겠지만 창문의 위치 같은 문제는 두 번 고민할 필요가 없다.


97p.

어찌 보면 천재


건축가들은 지나치게 긍정적인 비전을 품고 이 분야에 발을 들인다. 건축의 역사를 훑고, 성명서 한두 개를 읽어보고, 과도한 찬사를 당연시하는 교수들이 주도하는 샤레트(charrette, 집중 검토 회의-옮긴이)에 참석하고 나면, 돈 많은 고객이 좋아할 만한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발 빠르게 공략한다. 자격 증명을 취득하고 고객을 만나 계약을 따내는 과정을 거치며 살아남은 처음의 열정을 간직한 소수에게만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온다. (건축 일도 하긴 하지만, 다른 분야 일을 더 많이 하며 살아온 내가 할 소리는 아닐지 모르지만, 어쨌든 살아남는다면 적어도 한 번은, 내 인생길에도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리라. 킁킁. 냄새가 난다. 간질간질, 봄 냄새, 건축가로서 맞이할 봄이여 오라! 어서 어서 오라!) 


한가로운 저녁에 현대 디자인 잡지를 뒤절여보면 요즘은 검정, 흰색, 은색 금속, 나무/베이지, 회색이 주로 쓰이며 직사각형을 질서정연하게 나열한 디자인이 압도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트렌드를 거부하기 위해 방 전체에 곡선을 살리거나 서재에 보석처럼 화려한 색을 칠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독특한 사례가 아니라 주요 트렌드에 주목하자. 인테리어 디자인 고객으로 구성된 포커스그룹에 그들이 선호하는 것을 모두 나열하라면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다. 모든 사람이 직사각형과 앞서 언급한 다섯 가지 색상을 좋아하기 때문에, '더 프리팩처(Prefecture)'와 같은 웅장한 이름을 가진 건축관리기구는 앞으로 장소를 막론하고 모든 공간에 이들 기본 요소를 넣어야 한다고 선언한다.


98p. 

이전 시대의 혁명가라면 지옥 같은 이른 틀을 산산조각 내고 싶지 않을까? 때로는 탈옥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이내 후회하는 죄수처럼, 심혈을 기울여서 계획을 세우는 편이 낫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특히 요즘처럼 관련 당국의 눈을 피할 수 없을 때는 달리 방도가 없다.


104p.

과학이나 수학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인간이라는 종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일 것이다. 아직 알아내야 할 것이 많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일자리를 보장하며, 연구 의욕을 고취해준다. 수학의 가장 좋은 점은 증명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수학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서 유일하게 옳은 것이 있다면 아인슈타인이 틀렸다기보다는 그가 알려준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고 노력하고, 역사가와 법의심리학자도 그와 비슷한 일을 하지만, 언어는 깔끔하게 증명할 수 없다.


105p.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거짓말을 한다. 그것이 아마도 가장 믿을 만한 인류의 특성일 것이다. 역사가들은 1인칭 시점의 기록물을 발견하면 틀린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할 정도다. 위대한 인물의 일ㅇ기에서 부끄러운 개인적 약점은 최대한 숨기거나 자신이 적과 대면한 순간에서 좀 더 멋있게 보이려고 과장한 부분을 과연 어떻게 찾아내야 할까?


106p.

연기 선생과도 꽤 친해졌고, 선생은 자기가 새로 고안한 연기 기법을 실험해볼 당사자로 내가 아주 적합하다고 여겼다.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그에게 연기를 배우러 온 학생들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연기했기 때문에 너무 오래되어 고치기 힘든 습관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몰라서 선생님이 라려주는 대로 따라 했다. 나 같은 제자는 선생님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백지 같았다. 선생은 교실 앞으로 나를 불러 내 연극의 한 장면을 연기해보라고 시켰다. 그리고 "병상에 누운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그 커피잔을 주셨다고 생각하면서 해보세요." 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지시를 덧붙였다. 달리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나는 커피잔이 매우 중요한 것처럼 그것에만 집중했는데, 그로 인해 작가의 의도와는 완전히 별개로 그 장면에 새로운 풍부함과 의미를 부여했다. 매우 특별한 기술이었다.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쓰여진 대사와는 별개로 의미가 만들어진 것이다. 선생에게는 그런 기술이 많았다. 


이렇게 연기를 배우는 동안 언어라는 것이 참 유연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하는 말은 진짜 의도를 숨긴 깨진 화면 같은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을 집필하는 작가로서 자신의 입맛에 맞게 적당한 단어를 선택하고 가장 멋지게 꾸며주는 세부 사항이 아니면 과감히 편집해버린다. 자기 자신이나 상대방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하려고 설탕이나 향신료를 약간 첨가하는 것이다. "강아지가 참 귀엽네요."라는 말은 엘리베이터처럼 좁고 폐쇄된 장소에거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 말을 시작으로 무시무시한 납치극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107p.

단어는 중요하지 않다. 상대방에게 전달하려는 의미와 의도가 상당히 멀어지면, 그 순간 당신이 뱉은 말은 거짓말로 둔갑한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이런 변화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설령 눈치채더라도 방금 전에 자신도 같은 식으로 거짓말을 했다면, 누가 대놓고 지적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말을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인간의 수많은 발명이 그렇듯이 언어는 약점과 단점을 드러낸다. 우리도 스스로 결점투성이라는 점을 알기에, 매 순간 자신을 포장하려고 갖은 애를 쓴다.


누구나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계급으로 올라가려는 유혹을 느낀다. "나는 의자에 앉아 있어" 라고 말하면, 내 동료는 정확히 말하면 의자가 아니라 스툴이라고 반박할 것읻. 가구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알토에서 나온 곡목(bentwood) 스툴이라고 할 것이다. 어떤 수집가는 그 의자가 모조품임을 알아챌지 모른다. 엔지니어라면 스툴의 디자인에 드러난 텐션이나 컴프레션이 눈에 먼저 들어올 것이다. 건축가는 가구가 아니라 전체 건축 환경의 연장선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이쯤 되면 언어의 차원을 벗어난다.


그래도 언어에는 한 줄기 희망이 있다. 인간의 내면세계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예리한 표현에도, 침팬지가 남몰래 웅얼거리는 소리에도 의미와 전달, 상호 이해가 있다. 우리는 자신의 의도에 스스로 발목을 잡힌다.


어리석게 들릴지 모르지만, 언어는 화자가 청자에게 이해시키고 싶은 내용이 있을 때 가장 잘 통한다. 말하기 전에 잠깐 생각을 정리한다면 언어는 훨씬 더 효과를 발휘한다. 청자가 이해할 만한 단어나 표현을 화자가 적절히 선택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물론 청자도 이런 합의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뭐, 이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108p.

나는 열네 살 때 집에서 완전히 독립했다. 부모님은 두 분 다 이름 뒤에 붙은 직함이 여러 개였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을 살았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지식인들이 감옥에서 새기는 문신처럼 저항의 상징이기도 하다. 외가 쪽 식구들은 몬테나에서 농장과 목장을 운영했다. 외조부모님은 교육받은 후 몬테나를 떠났다. 친가 쪽 식구들은 북부 뉴욕의 외딴 지역 출신으로 꼬장꼬장한 칼뱅주의자들이었다. 이렇다 할 사회적 지위도, 집과 차 외에는 가진 것도 없었다. 내 부모님은 자유를 누리며 살려면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두 분의 의견이 일치했으니 좋은 일이다. 두 분은 자녀가 똑똑하기를 바랐다. 우리가 뭔가 포기하면 아버지는 실수를 지적하면서 길게 훈계했고, 다음에는 더 잘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야 말았다. 이게 나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몇 년 전에 아버지가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상자를 보내주셨는데, 상자 안에 누렇게 바랜 성적표는 난롯불에 던져버렸다.


110p.

그 기사에서는 내가 입학할 학교의 훌륭한 교장 선생님이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고 보도했다. 그는 역량(Competence)이라는 필수과목을 개설했는데, 결과적으로 학교 커리큘럼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학생들은 모든 수업에서 합리적인 사고력을 발휘하여 체계 잡힌 글을 써야 했다. 수학 쪽지 시험에서 철자가 틀리면 점수를 깎았고, 과학 보고서에도 필요한 접속사나 구두점을 사용하지 않은 문장은 모두 지적당했다. 덕분에 나는 요즘도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틀린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


111p.

역량 수업은 효과가 있었다. 많은 학생이 낙태, 중독, 자살 시도 등 어려움을 겪긴 했어도, 졸업할 무렵이면 대부분 유창한 글쓰기 실력과 기본적인 수학 실력을 갖추었다. 여름방학에 재활센터에서 보냈을지도 모르는 학생들이 대학 입시에 수준 높은 에세이를 제출했다. 이 학교는 교육 방식이 특이해서, 우리 학교 학생등은 L 발음을 독특하게 말아 올렸다. 이런 발음은 어느 곳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무에게든 이 독특한 발음을 가르치면 며칠 만에 공작 부인으로 둔갑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예비학교의 모순점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피츠버그 충산층 출신의 나에게 설득력 있는 글쓰기 방법을 알려준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이 학교의 존재 이유가 상류층 부모 덕에 이미 모든 것을 누리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는 점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129p.

6장 집중과 의도


두뇌는 다루기 힘든 곳이다. 과학자들은 두뇌에 약 1000억 개의 뉴런이 있다고 추정한다. 은하수를 구성하는 별만큼 큰 숫자다. 뉴런은 시냅스, 가교 축삭 및 수상돌기에 의해 연결되는데, 신체의 각 부분이 의사소통하도록 도움을 준다. 이렇게 복잡한 미로 속에서 살아야 한다면 아무도 견디지 못할 것이다.


다행히도 두뇌 기능은 대부분 자동이라서 우리가 인지하거나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 복잡한 네트워크에서 폐가 숨을 쉬고 심장이 박동하고 신장이 필터 기능을 수행하도록 적절한 명령이 전달되지만, 정작 우리는 각 장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채지 못할 때가 많다. 또 다른 뉴런들은 음식을 먹거나 체온을 유지하고, 짝을 찾고, 피부를 보호하는 등 우리에게 특정 동작을 하도록 자극을 준다. 어떤 일을 할지 생각하고 결정해야 하지만, 두뇌는 자극에 따라 움직이도록 끈질기게 요구한다. 어떤 두뇌 회로는 일정 기간을 두고 습득하는 활동, 즉 습관이나 학습된 기술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신발 끈을 항상 토끼 귀 모양으로 묶는다. 맛있는 볶음 요리를 만드는 기술은 유용하며 즐겁게 해준다. 어떤 행동은 원래의 목적을 달성한 후에도 기억에 남아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132p. 

한편 '우리 아빠는 스킨십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어'라든가 '내가 원한 건 그녀가 내 마음을 받아주는 것뿐이었어'와 같은 기억은 심리적 상처라고 한다. 전기에 비유하자면 합선이 일어난 셈인데, 습관이나 반복적 행동이 선호하는 경로라도 '길이 막혔으니 돌아가시오'와 같은 표지판이 없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 뉴런은 우리가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남아 있다. 구체적인 목적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뜻이다. 신체적, 감정적, 정신적 회로의 조합에 의해, 혹은 한 번에 세 가지 회로가 모두 작동하여 아주 강한 전류가 흐르기만 기다린다. 이 회로가 활성화되면 그것을 의미라고 부른다.


하루하루 끼니를 해결할 걱정에 시달리고, 실패로 가득 찬 암울한 미래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확신에 사로잡힌 환경에서 산다고 생각해보라. 그러던 어느 날,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생긴다. 우선 새로운 방향으로 돌리는 순간, 두뇌가 이미 익숙해진 경로나 습관에 큰 혼란이 벌어진다. 피로가 누적되면 신체 활동이 멎고 잠이 쏟아질 것이다. 그러다가 배가 고프면 뭔가 먹을 것을 찾아야 한다. 이렇듯 습관은 매일 자신을 강화할 방법을 찾아낸다. 그 순간에 불현듯 형제자매나 선생님이 그런 시도는 바보짓이라고 끊임없이 질책하던 오래된 기억이 떠오른다. 이런 것은 집중에 방해가 되지만 통제할 수 없는 요소다.


사람들은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무용담처럼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다. 생물학적 필요와 습관 때문에 변화는 어렵다. 군대처럼 조잡한 시스템이라도 두뇌를 재조직하는 방법을 모를 리 없다. 군대에서 신병이 가장 먼저 듣는 말은 바로 "차렷!"이다.


133p.

더 온건한 방법은 정확히 같은 기능에 초점을 맞춘다. 적어도 그런 방법을 시도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태극권, 요가, 명상, 치유를 비롯하여 심리적 변화를 유도하는 모든 시스템은 집중에서 시작된다. 집중력이 우리가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태극권 등을 배울 때 가장 먼저 깨닫는 것은 자신의 집중력이 보잘것없다는 사실이다. 형편없는 집중력은 길들여지지 않은 강아지와 같아서, 나무 그루터기 냄새를 맡다가 다섯 걸음 떨어진 쓰레기 더미에서 뒹군다. 하지만 참을성을 가지고 훈련하면 이 작은 악당은 늠름한 사냥개가 되거나 낯선 길에서 든든한 도움이 되는 안내견 역할을 하거나 산사태가 발생했을 때 구조견이 되어 온기를 찾아 헤매는 사상자에게 따스한 음식을 가져다줄 것이다.


집중력을 높이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집중력은 지불하는 행위다. 가치 있는 대상에 집중력을 투자하고, 심리적 에너지를 지불한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은 정해져 있다. 코 앞에 있는 멋진 물건, 눈앞에 닥친 큰 문제에 모든 집중력을 뺏긴다면, 거기에 인생을 다 쏟아붓는 셈이다. 그렇게 하면 다른 일에 사용할 에너지가 하나도 남지 않는다. 


우리는 집중의 가치를 무시하고 이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멀티태스킹, 끊임없이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요소에 살고 있다. 멀티태스킹, 끊임없이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요소들, 광고, 자극, 뒷담화, 소문, 무분별한 욕망, 걱정거리, 다양한 오락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집중력을 흩트린다. 일주일 내내 열심히 일한 후에 영화 한 편 보거나 콘서트에 가는 것이 잘못됐다는 말은 아니다. 


134p. 그러나 진지하게 하는 말이지만, 미국의 갓난아이 절반은 부모가 자신들보다 휴대폰을 더 사랑한다고 여기며 성장할 것 같다. 


감정은 아무런 경고도 없이 나를 휘두르며, 감정이 내리는 판단은 신뢰도가 매우 낮다. 생각은 초대받지 않았는데도 나를 관통해 지나가며, 어디에서 생겨난 것인지 의심스럽다. 감각은 이 기능 또는 저 기능에 관리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계속 보낸다. 집중력이야말로 내 삶의 경로를 수정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게 도와주는 유일한 역량이다.



143p.

의도


"너느닌생을 어떻게 살 거니?"

ㅡ아빠


고전 영화를 보면, 남자가 간절한 마음으로 구혼할 때 상대방 여자의 아버지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이렇게 말한다. "이보게, 젊은이. 내 딸을 데려가서 어쩔 셈인가?" 어떤 영화에서도 이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인류가 문명화되면서 도덕, 예의범절, 행동 규칙, 법, 처벌과 같은 것이 생겨났다. 이런 요소들은 인간의 거친 충동을 제어하고 사람들이 상호작용할 때 유혈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우리는 문명사회의 예의범절에 익숙해져서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이를테면 커피숍에서 바리스타가 "귀리 우유가 다 떨어졌는데 두유로 대체해도 될까요?"라고 물으면 고객은 "네,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커피숍에서 기본적인 재료도 제대로 안 갖춰놓은 거야? 이 멍청한 자식아, 재고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는 건 기본이잖아' 하고 신랄한 비난을 퍼부을 것이다. 나도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마, 솔직히 그렇게 말하기는 어렵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고 속으로라도 나쁜 말을 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안 하겠지만, 내 어깨는 살짝 구부러지고 표정은 굳고 목소리도 조금 달라졌을 것이다. 어쩌면 그 바리스타도 내가 말과 마음이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만 이렇게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144p.

나이를 먹으면 한 가지 좋은 점도 있다. 내면세계는 물론이고 외부의 주변 환경에서 벌어지는 일 중에서 내 의도대로 되는 게 없음을 깨닫는 것이다. 도덕이나 분노 등은 내 의지에 의해 만든 것이 아니다. 사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 내 의지로 만든 것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매일 시끄럽고 힘든 내면의 갈등을 겪는다. 이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내가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갈등은 내가 뭔가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147p.

반대로 현장 인부들에게 파크 애비뉴 주민들은 교활하기 짝이 없는 사기꾼처럼 보였을 것이다. 노동자 계급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그들의 체구가 마르고 힘없어 보이는 것, 향정신성 의약품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것, 결혼 생활이 파탄으로 끝나는 것, 아이들이 버릇없고 제멋대로인 것을 마음껏 비웃었다.


148p.

지금까지 만난 의뢰인 중에 내 아이들을 믿고 맡길 보모를 고르라고 하면, 두 세 명밖에 없을 것 같다. 


대부분의 경우 양측 모두 계급의 분열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 서로 알아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거리를 두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과 함께 작업할 때 놀라울 만큼 화합과 조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는 서로 적대시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건축 현장에 자주 오면 사회적 계급에 차이가 있어도 친하게 지내는 방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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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생리학 - 전면개정판
이경준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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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은 아무 때나 잎, 가지, 꽃, 열매를 떨어뜨리고 뿌리도 떨어져 나간다. - P97

자연적인 탈락(脫落, natural shedding)은 토양에 유기물을 제공하고, 건조 피해를 막으며, 병든 조직을 제거하고, 수목 내 양분과 수분 경쟁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 P97

수목은 가을에 낙엽이 질 것을 미리 대비하기 위하여, 어린잎에서부터 엽병 밑부분에 이층(離層, 떨켜, abscission layer)을 사전에 형성하고 있다. 이층의 세포는 다른 부위에 비해 세포가 작고 세포벽이 얇아서 쉽게 이탈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가울이 되면 입자루(엽병) 끝의 분리층이 떨어져 나가 낙엽이 지고 남아 있는 가지 표면에 수베린(suberin), 검(gum) 등이 분비되는 수베린화, 리그닌화, 그리고 코르크로 보호하는 코르크화가 진행되어 보호층을 형성하면서 탈리현상(脫離現象, abscission)을 마무리한다. - P98

사철나무는 상록수이지만, 봄에 나온 잎은 가을 전에 떨어지고, 가을에 생긴 잎은 이듬해 새싹이 나온 다음에 탈락하여, 노엽에서 유엽으로의 양분순환이 매우 빠른 편이다. - P98

상록수 잎의 자연수명. 대왕소나무 2년, (한국)소나무 3~4년, 동백나무 3~4년, 잣나무 4~5년, 스위스잣나무(고산성) 20년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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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041p.)  시간여행과 스토리텔링


  이 과정은 두 가지 능력, 즉 우리 마음의 두 가지 독특한 능력에서 시작된다. 인간은 머릿속으로 과거와 미래를 방문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 우리는 노련한 시간 여행자이자 숙련된 이야기꾼이다. 이 두 가지 능력은 삶에 후회를 일으키는 인지적 이중 나선을 형성한다.


   '세계 후회 설문조사'에 제출된 수많은 후회 중 하나를 살펴보자.


아버지의 뜻에 굴복해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지 않고, 내가 선택한 분야의 학위를 취득하겠다는 내 소망을 따랐더라면 좋았을 거라 생각해요. 그랬다면 내 인생은 지금과는 다른 궤도에 올랐을 겁니다. 더 큰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꼈겠죠. 


  이 몇 마디 말속에서, 버지니아에 사는 이 52세 여성은 두뇌의 놀라운 민첩성을 발휘한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한 그녀의 머릿속에서 과거(자신이 교육과 직업 사이에서 고민하던 수십 년 전 젊은시절)로 돌아간다. 일단 그곳에 도착하면, 그녀는 실제로 일어난 일(아버지의 바람에 굴복한 사실)을 '부인'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원했던 대로 대학원 과정에 등록하는 대안으로 대체한다. 그러고는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앞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그녀가 과거를 재구성했기 때문에 도착했을 때 마주하는 현재는 조금 전 떠나온 현재와는 크게 다르다. 새로 단장된 그 세상에서 그녀는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낀다. 


  시간여행과 허구의 조합은 인간의 초능력이다.


(중략)


(045~046p.)  시간여행을 하고 사건을 다시 쓰는 한 쌍의 능력은 후회 과정의 동력이다. 하지만 후회와 다른 부정적인 감정을 구별하는 두 가지 추가 단계를 더 거치지 않으면 이 과정은 완성되지 않는다. 첫째, 비교한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52세 여성으로 돌아가 보자. 아버지의 뜻을 따르지 않고 자신이 바라던 대로 대학원에 진학했더라면 좋았을 거라 생각한 사람이다. 그녀가 단지 현재 처한 상황이 비참하기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거라면 어떨까. 그것만으로는 후회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 감정은 슬픔, 우울, 혹은 절망이다. 타임머신에 탑승해, 과거를 부정하고, 암울한 실제 현재와 어쩌면 있었을지 모를 현재를 '비교'하는 일을 해야만 그 감정은 '후회가 된다'. 비교는 후회의 핵심에 있다. 


  둘째, 비난을 평가한다. 후회는 다른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잘못이다. 영향력 있는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표현하는 후회의 약95퍼센트는 외부 환경이 아니라 자신이 통제했던 그 상황과 관련이 있다.


  후회에 사로잡힌 버지니아를 다시 생각해보자. 그녀는 자신의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상상의 대안과 비교하고 부족한 점이 있다는 생각에 빠진다. 이 단계가 필수이긴 하지만 부족함을 느끼는 것 자체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녀를 후회의 영역으로 완전히 밀어넣는 것은 그 결정과 행동을 한 것이 그녀 자신이라는, 대체 불가능성이다. 그녀 자신이 고통의 원인이다. 그래서 후회는 실망 같은 부정적인 감정과 다르고 훨씬 더 고통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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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이름 붙이기 -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
캐럴 계숙 윤 지음, 정지인 옮김 / 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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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p.) 그것은 아주 즐거운 괴상함이었다. (....) 한 연구자에 따르면 남서부 사막지대에 사는 파파고 인디언은 생물을 "생각하는 것",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 "나는 것", "가시가 있는 것" 등 놀랍도록 특이한 범주들로 분류한다고 한다.


* * *


아.... 이거구나. 내가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

이걸 하지 않아서 무기력했던 것이야.

이걸 하지 않아서 우울했던 것이야.

이걸 하지 않아서.


사랑받지 못해서가 아니고!

이해받지 못해서가 아니고!

관심받지 못해서가 아니라고!!!!!


* * *


(174p.)그보다 더 이상한 예는 뉴기니 고지대에 사는 로파이포족Rofaifo이었는데, 아주 열성적인 사냥꾼인 카람족 못지않게 자신들이 사냥하는 동물들에 관해 잘 알았다. 그들은 작은 포유류로 구성된 한 분류군을 알아보고 이 동물들을 '후넴베Hunembe'라고 부른다. 후넴베로 보기에 너무 큰 포유류는 모두 그들 말로 더 큰 포유류를 뜻하는 '헤파Hefa'로 간주된다. 그런데 로파이포 사람들은 이 털이 있고 젖꼭지와 자궁이 있는 포유류들 사이에 화식조cassowary라고 알려진, 깃털을 비롯해 새의 특징은 다 가진 거대한 새를 집어넣었다. 자기들 주변의 동물들을 그렇게 잘 아는 이 사람들은 화식조가 새라는 걸 왜 알아보지 못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보다 더 이상한 건, 왜 다른 부족들도 똑같이 그러는 걸까? 모든 새와 박쥐를 한 범주에 몰아넣은 카람족 역시 화식조만은 그 범주에서 빼놓았다. 그들이 자기네가 사냥하고, 먹고, 잡고, 그보다 훨씬 많이 관찰하여 상세하게 분류한 그 모든 생물을 아주 잘 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특히 더 이상한 일이었다. 

뉴기니에서 수년간 연구한 인류학자 랠프 벌머Ralph Bulmer가 쓴 유명한 논문의 제목도 이렇게 묻고 있다. "왜 화식조가 새가 아니라는 것일까?"

* * *

그렇다고 내가 위와 같은 질문에 답을 찾아 연구하는 '민속 분류학' 일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모를까. 이 책을 들고 타임머신을 타고 학창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모를까.

......


* * *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3년 동안 포레족Fore이라는 뉴기니 사람들과 새의 이름에 관해 인터뷰하며 보냈다.(『총ㆍ균ㆍ쇠』의 저자로 가장 잘 알려진 다이아몬드는 오랫동안 뉴기니의 새들을 연구한 대단히 존경받는 생물학자이기도 하다). 그 시기에 그는 자기가 잘 모르는 생물 집단인 버섯들을 비롯해 새 외에 다른 유기체들에 관해서도 질문했다. 그 지역의 자연사에 관한 그들의 풍부한 지식에 비추어볼 때 놀랍게도 포레족은 자신들에게 서로 다른 버섯 종들을 가리키는 이름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다 나중에 숲에서 야영하며 지낼 때 식량이 떨어져가자 다이아몬드와 동행한 포레족 사람들은 숲으로 가서 버섯을 두 자루 가득 채취해왔다. 다이아몬드는 걱정스러워졌다.


  "포레족은 저 버섯들이 먹을 수 있는 종류인지 어떠헥 확신하는 걸까?" 나중에 다이아몬드와 한 동료는 이렇게 썼다. "그러자 그 포레 사람은 자신들이 구별하고 먹을 수 있는 건지 아닌지에 관해 장장 한 시간에 걸쳐 설교했다." 다이아몬드가 왜 전에는 버섯 이름이 없다고 했느냐고 묻자 그들은 버섯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그에게 버섯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낭비를 하는 건 쓸데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181p.)

* * *

아... 버섯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올해는 엄마가 버섯을 따러 다니지 않았다. 엄마가 가야 내가 갈 수 있는데 엄마는 버섯을 따러 산에 가기에는 이제 다리에 힘이 너무 약해졌다. 엄마가 못 가면 나도 갈 수 없다. 백날 엄마에게 말로 설명을 들어봐야 소용없다. 나 혼자 산에 가서 아무리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본다 해도, 가장 흔한 갓버섯을 본다 해도, 엄마 따라 갔을 때 몇 번 보았던 꾀꼬리 버섯이나 보라 버섯, 심지어 영지 버섯을 본다 해도 그게 그거라고 확신할 수 없을 테니까.


추석 전에 엄마를 모시고 영양에서 고추농사 짓고 있는 형님 댁에 다녀왔을 때, 단 하룻밤 여행이었을 뿐인데 엄마가 왜 그렇게 많이 웃고, 왜 그렇게 밥을 많이 먹고, 좋아라했는지 알았다. 엄마는 잃어버렸던 자신의 움벨트를 다시 만났던 것이다. "시골에 땅을 좀 사라. 얼른 얼른 돈 벌어서 시골에 집을 지으라고. 영양은 너무 머니까 엄마 사는 곳 가까운 데다가 땅을 사. 땅을 사서 니 집 지으면 마당 한 쪽에 내 집 한 칸 짓게. 같이는 못 살아. 집은 따로 짓고 곁에 살자." 음... 일단 돈을 벌어야겠지.


* * *


(181p.) 이렇게 민속 분류학 연구는 확실히 슬렁슬렁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에어컨이 돌아가는 쾌적한 사무실, 시원한 아이스티 한 잔, 안락한 거실, 멋지게 장정된 책들로 가득한 도서관으로부터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일하는 이 연구자들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거기서 그들은 매캐한 모닥불 주변에 둘러앉아 시간을 보내고, 어쩌면 그들의 배 속은 낯선 장내 박테리아 때문에 요동치고 있을지도 모르며, 주변에는 묘한 언어로 말하는 묘한 사람들, 지루해하고 짜증 내고 심지어 적대적인 사람들, 그리고 대개 이 연구자들이 이제 그만 공책들과 끝없는 질문들을 다 챙겨서 집으로 돌아가기만을 학수고대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충분히 많은 수의 이 용감한 영혼들은 처음에 분류와 이름의 완전한 혼돈으로 보였던 것이 상당히 다른 무언가로 바뀔 때까지 계속 질문하고 답변을 해독하며 버텨냈다. 무수한 낯선 분류들이 혼란스러울 정도로 다양하며, 구조나 패턴도 없고, 우리의 분류와는 전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고 보았던 나의 첫인상은 사실 불완전했을 뿐 아니라 완전히 틀린 것이었다. 인류학자들은 마침내 민속 분류학들 사이에서 명확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관성을 발견했다.


* * *


밑줄은 여기다 "처음에 분류와 이름의 완전한 혼돈으로 보였던 것이 상당히 다른 무언가로 바뀔 때까지 계속 질문하고 답변을 해독하며 버텨냈다."


길을 잃었지만

완전한 혼돈으로 보이는 세상이지만

지금 이것들(내 마음을 포함해 가족들의 마음, 타인들의 마음,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상당히 다른 무언가로 바뀔 때까지

계속 질문하고

답변을 해독하며

버텨내는 수 밖에

달리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아주 즐거운 괴상한 이야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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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10-07 23: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너무 너무 좋아해요.

잘잘라 2024-10-08 01:20   좋아요 1 | URL
저도 밤마다 이북으로 읽다가 종이책 샀어요. 엄청 든든한 빽이 생긴 기분이예요.
 
사토 후쿠로의 단순한 제스처 드로잉 - 10%의 힘만으로 그리는 도형화·인체 드로잉 사토 후쿠로의 제스처 드로잉
사토 후쿠로 지음, 김재훈 옮김 / 잉크잼(잼스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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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p.)저자소개

도쿄 가쓰시카 출신으로, 1982년 1월 18일생입니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했고, 그해 일러스트레이터 겸 만화가로 독립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이바라키 공업고등전문학교를 3학년 때 중퇴한 후에 총무 사무직, 공장 근무직, IT 관련 영업직, 앤티크 가구 창고 관리직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죠.


2021년 4월부터 교토 예술대학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며 온라인, 오프라인 강좌를 통해 학생부터 프로까지 제스처 드로잉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코스도 담당하고 있죠. 또한 제스처 드로잉과 함께 '그림으로 표현하기'를 중심으로 각종 테마의 세미나를 종종 개최하면서, 다양한 형태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법과 관련한 정보도 전하고 있답니다.


좋아하는 건 곤충으로, 특히 하늘소를 좋아합니다. 식충식물, 광석, 열대식물 등 식물 전반에 흥미가 있죠. 손에 굳은살이 있는 사람을 동경합니다. 저는 굳은살이 전혀 생기지 않거든요. 


♥나와 공통점 세 가지 발견

1. 개띠

2. 사무직, 영업직, 관리직.. 다양한 직업을 거침

3. 손에 굳은살이 있는 사람을 동경함


기념으로 책 구입.

흐흐흐.

책을 사다가,

굿즈를 사다가,

굿즈를 갖고 싶어 책을 사다가,

다시 책을 산다.

굿즈용 책을 산다.

오늘의 통찰 모먼트

책=굿즈

굿즈 중의 굿즈

책 책 책





내 안의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소중히 여겨보세요. - P8

-사람을 그려봤어!
-이야, 죽이네!
-이번엔 이 사람의 움직임과 감정이 궁금한데?
-움직인다고? 감정이라고?
-그래, 정했다! 나는 너를 웃게 해줄거야!

‘흐믓해한다‘
‘기뻐한다‘
‘지쳐 보인다‘
‘집중하고 있다‘
이런 사람을 발견한다면 잘 그릴 수 있을까요?
그 사람을 보고 느낀 인상을 ‘어떻게 해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끄적여 보세요. - P9

ㆍ뉘앙스
ㆍ분위기
ㆍ현장감
말로는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 반대로 말하자면 그림이 아니고선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 - P10

비주얼: 시각적 요소로
스토리: 이야기를
텔링: 말한다 - P11

8가지 공부법
제스처 드로잉
카페 스케치
필름 스터디
풍경 스케치
자료를 참고해 만든 단편
히어로 포즈
25가지 표정 챌린지
스토리보드
... 모든 드로잉 방법의 기본에는 제스처 드로잉의 원리가 깔려 있습니다. - P14

제스처 드로잉이란?
제스처 드로잉에는 다양한 정의와 방법론이 있습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죠.
ㆍ사람의 전신을 러프로 그린다.
ㆍ짧은 시간에 잡아낸다.
ㆍ선화로 표현한다.

제 나름대로 이해한 내용을 적어 보자면,
제스처 드로잉이란 ‘동작과 감정을 그래 내는 아이디어 스케치‘입니다.
또한 제스처 드로잉은 여행과 비슷합니다.
그려나가는 동안 탐색과 발견을 즐기는 여행이죠.
솔직히 말하자면, 단번에 이해하거나 내 것으로 만들려는 마음보다는 느긋하게 즐겼으면 좋겠어요. - P16

제스처 드로잉을 계속하면 뭐가 좋을까?
① 전신 그리기가 당연해진다!
② 러프를 빠르게 그릴 수 있다! 5분 안에도 가능해!
③ 다시 그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④ 그림의 허들이 낮아진다! 어디서든 그릴 수 있어!
⑤ 인상을 포착하는 습관이 생긴다! 위화감 없이 전달할 수 있으면 돼!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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