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조원희 지음 / 만만한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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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름고래입니다.

오늘은 제목도 표지 그림도 강렬한 그림책 <미움>입니다.


뜬금없이, 어느 날, 다짜고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


이유가 있어도 미움받는 건 괴로운데

이유도 없이 미움을 받으니 얼마나 힘들까요.

주인공 아이는 결심합니다.

나도 너를 미워하기로 했어.

밥을 먹으면서도 숙제를 하고 신나게 놀면서도 미워하고 잠자면서도 꿈을 꾸면서도,

매 순간 미워합니다.



목에 걸린 가시 같은 미움, 두통 같은 미움, 두드러기 같은_미움은

점점 더 자라서 더 커지고 힘도 세져서

아이를 칭칭 옭아매고 잡아먹지.

그러다가 "마음이 미움으로 가득 차"버렸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이상해.

싫은 사람을 자꾸 떠올리면서 괴로워해.



미움은 족쇄가 되어 아이를 힘들게 합니다.


너는 지금도 나를 미워하고 있을까?



아이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여전히 미움에 온 마음을 내주었을까요? 아니면 미움에서 자유로워졌을까요?


'나를 미워하는 이를 미워하는 나',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그것이 얼마나 나를 아프게 하는지가 잘 표현되어 있어요.

강렬한 그림으로 표현되는 미움과 마음이 눈과 마음에 쏙 들어옵니다.

출판사 소개처럼 "'미움'을 통해 '마음'을 탐구한 조원희 작가의 이 그림책은

유아 이상 초등 저학년에게 추천합니다.

물론 마음을 돌아보아야 할 청소년과 어른들, 모든 이에게도 좋습니다.


TMI : 작가 조원희는

이전에 포스팅했던 <비누 인간>의 그림을 그렸어요.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 라가치 수상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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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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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삶을 채우는 것은 거창한 것 이상과 꿈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일상은 '사소한 것들'로 채워져있다.

심지어 꿈과 이상을 향해 가는 길도 그렇지.

읽는 내내, 1980년대 아일랜드의 일상은 이랬구나, 참 고단하겠다, 하며

평화로운 삶이 얼마나 위태한지 절절히 알고 있는 주인공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그리고 내가 느끼는 불안감을 생각하게 되었다.

일상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일들이라는 것,

그 틈에서 다른 선택을 한다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하는 바,

펄롱이 내린 그 결정에 감동하면서도 다가올 어려움이 절로 느껴져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하게 된다.

'두려움이 모든 감정을 압도함'에도 불구하고 옳은 일,

원하는 곳은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그 길은, 결국

내가 선택한 그 길이 내 길이라는 뜻 아닐까.

모든 걸 다 잃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는 걸 펄롱은 알았다. - P22

혹독한 시기였지만 그럴수록 펄롱은.계속 버티고 조용히 엎드려 지내면서 사람들과 척지지 않고, 딸들이 잘 커서 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괜찮은 여학교인 세인트마거릿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도록 뒷바라지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 P24

늘 이렇지, 펄롱은.생각했다. 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펄롱은 생각했다. 삶이 달라질까 아니면 그래도 마찬가지일까-아니면 그저 일상이 엉망진창 흐트러지고 말까? - P29

어둠 속에서 잠에서 깨어 똑같은 것을 또다시 마주하는 것. 아무것도 달라지지도 바뀌지도 새로워지지도 않는 걸까? 요즘 펄롱은.뭐가 중요한 걸까, 아일린과 딸들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 P44

펄롱은.차를 세우고 노인에게 인사를 했다.
"이 길로 가면 어디가 나오는지 알려주실 수 있어요?"
"이 길?" 노인은 낫으로 땅을 짚고 손잡이에 기댄 채 펄롱을 빤히 보았다. "이 길로 어디든 자네가 원하는 데로 갈 수 있다네." - P54

잠시 멈춰서 생각이 마음대로 돌고 떠돌게 하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한 해 일을 마치고 여기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게 싫지 않았다. 머리를 자르고 값을 치르고 밖으로 나왔을 때는 눈이 쌓여 있었고 인도 위에 먼저 간 사람과 뒤따라온 사람의 발자국이 양쪽으로 뚜렷하면서도 또 그다지 뚜렷하지 않게 남아 있었다. - P111

아이를 데리고 걸으면서 펄롱은.얼마나 몸이 가볍고 당당한 느낌이던지, 가슴속에 새롭고 새삼스럽고 뭔지 모를 기쁨이 솟았다. 펄롱의 가장 좋은 부분이 빛을 내며 밖으로 나오고 있는.것일 수도 있을까? - P120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을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구두 상자를 들고 걸어 올라가는 펄롱의 가슴속에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 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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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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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일랜드의 1980년대는 우리의 1950년대 이후 60년대와 70년대를 닮았다.

많은 자녀들, 하나하나 사랑하고 관심을 줄 수 없는 고단한 부모들,

감당하기 어려운 입들, 그러니 누군가는 떠나야 한다.

그래서 멀리, 낯선 곳에서 돈벌이를 하게 된 아이들.

그에 비하면 주인공은 그나마 나은 처지다.

그냥 친척 집에 맡겨졌을 뿐이니까.

이 책 속 주인공은 위로 언니들, 아래로는 남동생들에 치인 가운데 딸.

엄마는 할 일이 너무 많고, 돌봐야 할 동생이 있는 만삭의 상태로

아이를 남의 집에 맡기며 '원하는 만큼 데리고 있어도 된다'고 한다.

아버지는 아이의 손 한 번 잡아준 일 없고,

인사도 없이 옷가지조차 남겨두지 않을 만큼 아이에게 관심이 없다.

분명 농부임이 분명한데 '소'를 걸고 카드를 하는 사람으로(당연히 소를 잃었고)

심지어 엄마의 출산 이후 돌아온 아이에게 '돌아온 탕아'라며

아이가 남의 집에 맡겨졌다 돌아온 것에 아이 탓을 하는,

돌봐준 이에게 '제대로 돌보질 못했다며, 본인도 알지 않냐'며 비아냥 거리는 그런 사람.

앉을 곳조차 찾기 어려운 궁핍한 살림에도 허세를 부리고

떨어진 루바브 한 줄기조차 자기 손으로 줍지 않는, 그런 이.

여름 동안 더 마르고 더 말이 없어진 언니들과 달리

아이는 다행히 찬란한 여름을 보내며 관심과 돌봄을 받았다.

자기 아들을 잃은 부부는 주인공 아이를 통해 기쁨을 얻었고.

하지만 여름은 끝나고 아이는 집으로 돌아갔다.

잠깐의 애정, 돌봄으로 진심을 나눈 이들을 쫓아,

자신의 부모가 아니라 여름 한 철 자신을 돌봐준 어른들을 향해 달려갔다.

이 책은 표지와 제목을 보고

옛 시대를 생각하며 고통스러우리라 지레짐작하고는 읽지 않으려 했었다.

다행히 이웃님들의 리뷰로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고 읽게 되었는데

여전히 그 시대의 맡겨진 소녀들이 생각난다.

식모로, 공장 노동자로 들어가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던 소녀들.

그들을 그렇게 몰고 간 가난과 부모들.

그들은 나이 들어 여전히 살아간다.

지금은 애정과 관심이 있는 삶을 살고 있을까.

진심의 밀도는 얼마나 될까.

부모와 형제라는 혈연으로 엮인 가정에서 관심과 애정을 받지 못할 때,

그들이 가지는 서로에 대한 진심의 밀도는 얼마나 될까,

한 계절을 함께 했어도 서로 위안이 되었다면 그 마음은 얼마나 조밀할까,

아이는. 킨셀라 부부와 함께 하게 됐을까,

헤어져 언니들처럼 말라갔을까. 아니면 여름의 기억으로 건강히 자라났을까.

질문만 무성하다.

일요일 이른 아침, 클로너걸에서의 첫 미사를 마친 다음 아빠는 나를 집으로 데려가는 대신 엄마의 고향인 해안 쪽을 향해 웩스퍼드 깊숙이 차를 달린다. - P9

대화는 다시 소의 ㄱㅏ격, 유럽경제공동체, 남아도는 버터, 소독액과 석회 ㄱㅏ격으로 흘러간다. 나에게도 익숙한 모습이다. 남자들은 이런 식으로 사실은 아무 이야기도 나누지 않는다. - P12

아주머니가 내 옷을 보자 나도 아주머니의 눈을 통해 내 얇은 면 원피스와 먼지투성이 샌들을 본다. - P14

"비밀이 있는.곳에는 부끄러운 일이 .있는 거야." 아주머니가 말한다. "우린 부끄러운 일 같은 거 없어 돼."27 - P27

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하다.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맛, 아빠가 가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맛이다. 나는.머그잔을 다시 물에 넣었다가 햇빛과 일직선이 되도록 들어 올린다. 나는.물을 여섯 잔이나 마시면서 부끄러운 일도 비밀도.없는 이곳이 당분간 내 집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P30

킨셀라 아저씨가 내 손을 잡는다.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나는.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둔다. 아저씨는 내가 발을 맞춰 걸을 수 있도록 보폭을 줄인다. 나는. 작은 주택에 사는 아주머니를, 그 여자가 어떻게 걷고 어떻게 말했는지를 생각하다가 사람들 사이에는 아주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 P70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아저씨가. 말한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 P73

자갈 진입로에서 자동차가 브레이크를 밟는 소리와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어느새 나는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을 하고 있다.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나는. 선 자세에서 곧장 출발하여 진입로를 달려 내려간다. 심장이 가슴속이 아니라 내 손에 쥐어져 있는 것 같다. 나는. 내 마음을 전하는 전령이 된 것처럼 그것을 들고 신속하게 달리고 있다. 여러 가지 일들이 마음속을 스친다. 벽지에 그려진 남자아이, 구스베리, 양동이가 나를 아래로 잡아당기던 그 순간, 길 잃은 어린 암소, 젖은 매트리스, 세 번째 빛, 나는 내 여름을 지금을, 그리고 대체로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한다. - P96

나는.손을 놓으면 물에 빠지기라도 할 것처럼 아저씨를 꼭 붙든 채 아주머니가 목구멍 속으로 흐느끼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는 소리를 듣는다. 꼭 한 명이 아니라 두 명 때문에 우는 것 같다. ……더욱 심오한 무언가 때문에.나는 아저씨의 품에 안긴 채 꼭 잡고 놓지 않는다.
"아빠." 내가 그에게 경고한다. 그를 부른다. "아빠."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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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 탐험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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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구에서 달까지>(리뷰 바로가기)의 후속편으로 4년 후에 출판되었다.

지난주에 리뷰를 쓸 때만 해도

쥘 베른의 선견지명은 감탄할만하지만 굳이 찾아 읽을만할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정정한다.

이 책까지 세트로 읽기를 권한다.

후속작인터라 앞의 내용을 요약하며 시작하는데

이 요약이 딱 세 페이지로 깔끔하게 이루어진 데다,

작가가 전작의 오류(날짜 계산)를 바로잡으며

뒷이야기에 무리 없도록 설정을 이끌어간다.

전편에서는 포탄을 쏘아서 달로 보낼 수 있는가,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이런 걸 토론하고 준비하다가

사람 세 명과 두 마리의 개까지 함께 보내는 유인우주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러고는 그들이 달의 주위를 빙빙 도는 위성이 되었다고 하며 마쳤었지.

그 '포탄' 속에 있던 그들은 어떻게.되었나가 이 책의 주제인 셈.

포탄 발사 직전, 한 명의 프랑스 인과 두 명의 미국인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발사의 충격으로부터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가를 놓고 토론한다.

여기서부터 '포탄 속'이라는 제한된 공간, 제한된 자원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론이 계속된다.

특히 함께 '포탄'을 탔던 개, 새틀라이트가 발사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을 때

죽은 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토론한다.

해결책은 현창을 급히 열었다 닫는 것으로 해결하고 이후의 쓰레기 처리도 동일한 방식으로.

새틀라이트와 쓰레기들은 포탄의 위성처럼 그들을 따라오는데…….

(사실 별거 없음. 그냥 문제 해결을 위한 팁을 하나 주는 용도임.)

우주식이라든가 산소 발생 문제 등의 해결법도 재미있다.

우주 유영, 달의 뒷면을 관찰하는 이야기,

그리고 달로 가기 위해 '역추진'을 이용하기 위한 노력 등에

모두 관찰-증명(계산)-반박-검증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셋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티키타카를 재미나게 하는데

"또 숫자로군." 하며 머리를 쥐어짜는 건 미셸 아르당. 삽화도 재미있다.

그래서 그들은 달에 도착했을까? 그다음엔 어떻게 됐을까?

스포를 하고 싶지만 여기서 멈춤.


TMI :

여기서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물질 '에테르'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나온다.

하지만 1887년 마이컬슨-몰리 실험으로 없다고 증명됨.

고대부터 내려오던 개념, 에테르는 이제 판타지 속으로 들어가서

어제 내가 읽은 책 속 '드래곤'이 검은 에테르를 흡수해서 마력을 강화하고

흑화한다는 이야기까지 흘러갔다.

186Ⅹ년에는 과학 역사상 전례 없는 실험이 전세계를 흥분시켰다. 남북 전쟁이 끝난 뒤 볼티모어에 창설된 대포 클럽 회원들이 달에 포탄을. 보내 연락을 취할 생각을 해낸 것이다. - P9

나중에 밝혀졌듯이, 사실 이 전보에는 두 가지 오류가 포함되어 있었다.
첫째는, 관측의 오류다. 전보에는 포탄과 달 표면의 거리가 추정되어 있지만, 12월 11일 밤에는 그것을 볼 수가 없었다. J.T. 매스턴이 보았다고 말했고 보았다고 믿은 것은 절대로 콜럼비아드가 발사한 포탄일 수 없었다. 둘째는 포탄을 기다리고 있는 운명에 대한 가설이 잘못되었다. 포탄을.달의.위성으로 만드는 것은 모든 역학 법칙에 정면으로 모순된다. - P14

"모두 제자리에 있어." 바비케인이.말했다. "이제 어떤 자세를 취하면 충격에 가장 잘 견딜 수 있을지를 결정해야 돼. 자세는 아무래도 좋은 문제일 수 없어. 그리고 우리는 피가 갑자기 머리로 몰리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돼. - P20

"아아! 그런데 지구는?" 아르당이 소리쳤다.
"지구?" 바비케인이 되물었다. "저기 있잖아."
"뭐라고? 저 실처럼 가느다란 게? 저 은빛 초승달이 지구라고?" - P43

유압 스프레이로 압축하여 영국 식당의 주방에서 바로 가져온 것처럼 연하고 즙이 많은 비프스테이크 - P51

대수학은 보습이나 망치 같은 연장이야. 사용법을 아는 사람에겐 훌륭한 연장이지 - P65

새틀라이트는 밖으로 던져졌다. 공기는 거의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작업이 워낙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나중에 바비케인은 포탄을.채우고 있는 쓰레기도 서슴없이 같은 방법으로 처리했다. - P89

"아아! 나는 밖을 산책할 수 없는 게 유감이야." 미셸이 말을 이었다. "이 빛나는 에테르 속에 떠서 에테르에 몸을 담그고 순수한 햇빛에 싸여 있으면 얼마나 유쾌할까. 바비케인이 잠수복과 공기통을 가져올 생각만 했다면, 나는 용감하게 밖으로 나가 포탄 위에서 카마이라와 히포그리프 같은 괴물들을 흉내 낼 수 있었을 텐데."
……
"…… 잠수복을 입어도, 진공 속에서는 몸속의 공기가 팽창해서 포탄처럼 폭발해버리거나 너무 높이 올라간 풍선처럼 터져버리겠지. 그러니까 아쉬워하지 말게.…" - P108

"이보게, 친구들." 바비케인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몰라. 지구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인지도 나는 몰라. 하지만 이 일이 언젠가는 인류에게 도움이 되리라 믿고 행동하세. 모든 걱정을 떨쳐버리자고. 우리는 천문 학자이고, 이 포탄은 케임브리지 천문대의 방 하나를 우주 공간으로 가져온 걸세. 자, 어서 관측하세!"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밀한 관측이 시작되어, 시시각각 변하는 달과 포탄 사이의 거리에 따라 달의 다양한 모습이 충실하게 묘사되어 있다.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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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모노 에디션) 열린책들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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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목이 <메피스토>이거나 주요 등장인물이 메피스토펠레스인 책들을 읽다보니

진짜 '메피스토펠레스'가 등장하는 이 책이 생각났다.

아주 오래전에 읽고나서 오랜만에 손에 들며

수업이 가능한 책을 찾고싶어 '축약본'을 읽었지만

역시 '원전이 최고'라고 되내며 완역본을 읽게 된 것.

(물론 청소년은 축약본도 좋다고 생각한다.)

악마라도 신의 허락이 없이는 인간사에 개입할 수 없고,

인간의 허락 없이는 개입할 수 없는 제한적 존재.

'감각적 현세'와 '숭고한 세계' 사이에서 방황하는 파우스트.

파우스트의 영혼을 걸고 한 내기에서

메피스토와 파우스트 중 누가 이길 것인지 지켜보는 게 관전 포인트.

악마의 도움으로 마녀의 물약을 먹고 청년으로 돌아간 파우스트는

제일 먼저 하는게 '수작 부리기'다. 일명 픽업아트.

그레트헨을 꼬시고, 버리고.

그리스의 헬레네를 사랑하고 쟁취한다.

이 긴 이야기 속에는

파우스트가 버리고 간 제자이자 과학자 바그너의 '호문쿨루스'도 등장하여

과학 만능주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파우스트는 한 여자를 사랑하는 사적 개인으로 시작해

헬레네로 상징되는 아름다움 자체로 사랑의 대상을 넓히고

마지막에는 그 사랑과 헌신을 인류 전체로 확대한다.

그리하여 메피스토펠레스가 그토록 원하던 말을 뱉게 되지만

결국엔 신에게 구원받는다.

하지만 이건 비극.

파우스트가 방황하지 않았다면, 언제나 노력하며 애쓰지 않았다면,

그의 구원은 없는 건가?

파우스트가 버리고 간 실험실에서 노력하는 바그너의 삶은 의미가 없는건가?

그레트헨은?

다시 읽은 <파우스트>는

어떻게든 다 누리려는 파우스트와

무슨 수를 써서든 계약의 말을 듣고 말겠다는 악마 때문에 재미있었고

어떤 이유로든 인간 영혼을 포기하지 않는 신 때문에 아리송해졌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떤 삶이 올바른 삶인가.

물어보면서.


구름고래 논술토론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니라. - P20

내 가슴 속에는 아아! 두 개의 영혼이 살면서
서로에게서 멀어지려고 하네.
하나는 감각으로 현세에 매달려
방탕한 사랑의 환락에 취하려 하고,
다른 하나는 이 티끌 같은 세계에서 과감히 벗어나
숭고한 선인들의 세계로 나아가려 하네.
오, 대기를 떠돌며
하늘과 땅 사이를 지배하는 정령들이 있다면,
황금빛 안개를 뚫고 내려와
나를 새롭고 현란한 삶으로 이끌어다오. - P56

순간이여, 멈추어라!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이렇게 말하면,
자네는 날 마음대로 할 수 있네.
그러면 나는 기꺼이 파멸의 길을 걷겠네.
죽음의 종이 울려퍼지고,
자네는 임무를 다한 걸세.
시계가 멈추고 바늘이 떨어져 나가고,
내 시간은 그것으로 끝일세.

명심하시오. 우리는 이 말을 절대 잊지 않을 거요. - P79

아름다운 아가씨, 제 감히 아가씨를
댁까지 호위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
원 세상에, 저렇듯 아름다울 수 있다니!
……
이보게, 저 처자를 꼭 만나게 해주게! - P118

여기 육지에서는 낙원 같은 삶이 펼쳐질 걸세.
파도가 거세게 덮치며 삼키려 들면,
다함께 서둘러 달려가서 벌어진 틈을 막지 않겠는가.
그렇네. 나는 이 뜻을 위해 헌신하고
이것이야말로 지혜가 내리는 최후의 결론일세.
날마다 자유와 삶을 쟁취하려고 노력하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네.
어린아이, 젊은이, 늙은이 할 것 없이 이곳에서 위험에 둘려싸여
알찬 삶을 보내리라.
나는.사람들이 그리 모여 사는 것을 보며,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사람들과 더불어 보내고 싶네.
그러면 순간을 향해 말할 수 있으리라.
<순간아 멈추어라, 정말 아름답구나!>
이 지상에서 보낸 내 삶의 흔적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걸세.
그런 드높은 행복을 미리 맛보며,
나는 지금 최고의 순간을 즐기노라. - P545

언제나 노력하며 애쓰는 자는
우리가 구원할 수 있노라. - P530

모든 무상한 것은
한낱 비유에 지나지 않느니라.
그 부족함이 여기서 완전해지리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것이
여기에서 이루어졌도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리노라. - P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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