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기별을 안 지 꼭 39주만에
나에게 왔다. 

아슬히 까물어지던 출산의 두려움을
살며시 밀쳐 내고 아이는 무사히 세상과
조우했다.

핏덩이에 뒤엉킨 아이, 뜨겁다.
홧홧한 또 하나의 새로운 우주가 이내
흐릿해진다. 목울대를 뻗어 조여오는
압박이 나를 타고 흐른다.

경이로운 이 순간, 나는 충만해진다.
아이가 발산하는 아우라에 오염된 모든 것이
사그라지고 순결의 중심으로 흡수된다.

사랑의 스펙트럼을 쪼갠다면 이곳이
시초이고 터전이겠다.

세상의 언어로 형용할 수 없는 기쁨과 세파에
물든 고착된 경험의 찌꺼기가 만들어낸 불안이
찰나에 교차하고 이내 뭉개진다.

그래도 벅차다. 아이의 삶의 끈이 어디로 이어
지든 나는 응원할테다. 그것이 곧, 기쁨일테니...

 


p.s) 오래도록 자리를 비웠습니다. 아내의 출산이 임박하면서 손 갈 곳이 많아졌습니다. 태어난 아이외에도 이미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을 위해 아내의 자리를 메꿔야 했습니다. 비록 몸은 고단하고 피로감이 엄습하지만 무거워진 몸을 지탱하느라 고생한 아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 사이 우리 사회에 엄마로서의 역할이 얼마나 무겁고 큰 지를 새삼 느껴봅니다. 큰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과 공개수업에 참여하면서 아빠의 자식교육에 대한 비협조적인 현실에 올바른 교육의 본령이 어디인지를 되묻게 되었습니다. 무엇답다는 그 무엇이 아이의 세계에는 기성세대의 그늘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살았나 봅니다. 물론 습관이 하루 아침에 변하겠냐마는 신선한 자극은 변화를 위한 밑거름이라 믿어 봅니다.

그리고 아내는 걱정하여 주신 님들 덕분에 순산했습니다. 아이를 낳으려면 힘을 비축해야 된다는 지인들의 조언에 고기를 구워 먹고 그 저녁을 보낸 뒤 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늦은 밤 이미 시작된 진통에도 불구하고 몸을 씻고 새사람을 맞을 준비를 마친 후 1시간만에 순풍 건강한 여자아이를 낳았답니다. 그 덕에 아내는 통증을 없애주는 무통주사를 맞을 시기를 놓쳤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저의 시간은 다시 두 녀석의 젖먹이 시절로 회귀했습니다. 이제는 사용할 일이 없을 것 같아 나눠주고 처분해 버린 그 모든 아기용품이 낯설기만 합니다. 마트에 진열된 아기용품에 먼저 눈이 가고 아이의 울음소리에 예민해지는 걸 보면 경험이 참 중요한가 봅니다. 그래도 제가 하는 일이야 서툴고 덤덤해서 아내와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기쁘다는 말, 외에는 떠오르는 단어가 없습니다. 제어할 수 없이 흐르던 눈물에도 기쁨이 용해되어 있었나 봅니다. 가족은 나에게 힘이 되어준다는 명제는 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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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들이 태어나던 순간들
    from 가보지 못한 길 2011-03-23 23:14 
    오월햇살 네 엄마를 분만실로 들여보내고 문밖에서 겁 많은 네 엄마의 불안을 주워 담으며 아직 태어나지 않은 네가 노래 못 부르는 것은 나를 닮지 말고 뽀얀 속살은 네 엄마를 닮았으면 하다가도 저어기 네 엄마의 신음소리가 들릴때면 여자이기보다는 남자이기보다는 예쁘다기보다는 선하다기보다는 그저 너와 네 엄마가 건강하기를 햇살처럼 들풀처럼 건강하기를 병원 복도를 동동거리는 동안 창 밖엔 오월 햇살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한주 / 너희들 키만큼 내 마음도 자랐
 
 
Arch 2011-03-2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일테면 아빠의 출산기인데, 저는 왜 이렇게 설레일까요~

穀雨(곡우) 2011-03-21 15:06   좋아요 0 | URL
arch님 감사합니다. 전 아직도 어리둥절합니다.^^

pjy 2011-03-21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너무 축하드려요~ 진정한 애국자입니다! 이제 많이 고단하고 낮밤이 바뀌게 되고 살짝 짜증이 나겠지만, 그보다 더 행복하실거예요~

穀雨(곡우) 2011-03-21 15:07   좋아요 0 | URL
고단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볼 때마다 신기합니다.
그리고 애국자와는 거리가 멀답니다.^^
pjy님 고맙습니다.^^

sslmo 2011-03-23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늦동이 딸 하나 낳아서...남편에게 이런 멋진 시도 선물받고 싶고 그런데 말이죠.
너무 너무 축하드려요, 근데 피곤하고 고단한 날들의 시작이겠군요~^^

穀雨(곡우) 2011-03-23 13:50   좋아요 0 | URL
시라고 하기에는 발로 쓴 것에 가깝습니다. ^^
축하, 감사합니다. 이번 기회에 양철댁님도 늦둥이를.....ㅎㅎ

감은빛 2011-03-23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저도 첫째와 둘째의 터울이 조금 있는데,
오랫만에 다시 갓난아기를 키우려니 안해본 일처럼, 낯설고 힘들더라구요!
첫째때는 이럴 때 어떻게 했던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잘 생각나지 않구요.
곡우님께서는 더욱 낯설것 같은데, 부디 힘내시길 바랍니다!

穀雨(곡우) 2011-03-23 16: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낯설기도 하지만 모든 게 신기합니다.
잊힌 기억을 하나 둘 끄집어 내서 퍼즐처럼 조합해 나가는 기분처럼 말이지요..^^

위 두아이와 터울이 커서 그런가 봅니다.
감은빛님의 응원에 힘을 얻어 갑니다.^^
 
나는 아버지입니다
딕 호이트.던 예거 지음, 정회성 옮김 / 황금물고기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회가 각박해지고 냉혹해질수록 따뜻함에 대한 갈망은 본능적으로 커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드라마처럼 가슴을 후벼 파는 이야기나 콧방울을 시큰거리게 만드는 이야기에 끌리게 된다. 이러한 감정 인자를 구동하는 조합들은 우리 몸속에 퍼져 있는 따뜻함의 감각점을 자극하는 매개체이자 더불어 사는 것의 진정한 참 가치를 일깨워주는 좋은 재료가 된다. 그러하기에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고 불리한 상황을 긍정으로 바꾸고 한계를 극복하는 인간의 위대한 도전은 더욱 아름답다. 그 중에서도 장애를 가진 경우라면 삶은 더욱 경이로워진다. 하지만 우리는 신체적 불리함, 소위 장애에 대해 편견의 늪에 사로잡혀 차별을 구조적으로 생산해 낸다. 장애는 불편함의 허울이 만들어 낸 허상에 불과하다. 다름에서 오는 차별은 제대로 된 명분이나 구실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주어진 조건이 누구에게나 동일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본질은 같다. 나는 차별에서 오는 불편한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대할 때마다 부정적인 사회 현상이나 관점에 먼저 시선이 고정된다.

 

        이 책 <나는 아버지입니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스토리다. 뇌성마비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 릭 호이트와 아버지 닉 호이트의 믿기지 않는 마라톤 역주를 보여주는 차가워진 심장을 뜨겁게 달구는 이야기다. 그들이 오랜 세월동안 함께 레이스를 펼치고 정상인도 하기 힘든 철인3종경기를 치러 낼 때마다 그 감동의 선율은 힘차게 울려 퍼졌다. 그렇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의지가 빚어 만든 성공스토리에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의 근간을 이루는 기저에는 가족애, 의지, 조화의 긍정적인 요소를 위시해서 고착화된 편견의 시선을 깨트리는 집념이 어우러져 있다. 호이트 부자가 실제 포기하고 안주했다면 개인적인 일로 그쳤을 테다. 그러나 아버지 닉과 어머니 주디의 불굴의 의지가 팀 호이트를 세상으로 밀어 낸 원동력이다.

 

        성공의 반대말을 실패라고 한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첩경이다. 도전하고 부딪히고 넘어지는 동안 우리는 시나브로 성공에 다가선다. 그러므로 성공의 진정한 반대말은 포기다. 포기는 모든 상황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심각한 언어장애가 있고 신체의 70%이상이 움직이지 않는 불편한 몸을 가진 릭 호이트가 포기를 했다면 아버지 닉 호이트가 장애를 가진 아들의 불행에 대해 절망 속에 갇혀 있었다면 그것이 바로 포기다. 실제 이들 부자의 영상은 유트브에 1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접속해서 감동의 전율을 만끽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들 모두 포기를 모르는 그들 부자에 대해 경이를 표했을 테다. 인생에서 성공하는 법은 상황에 따라 다르고 능력에 따라 천양지차라 하겠지만 이것이야말로 삶을 경이롭게 만들고 참가치를 되새기게 되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아울러 차별에 대한 관점은 인식의 문제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골은 광범위하게 얽혀 있다. 사회 전 방위 모든 영역에 차별은 침투해 있으며 무엇보다 기형화된 신체만큼 차별은 무겁다. 기실 차별은 다르다는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인식의 오류다. 다르다는 이유로 조롱과 비아냥거림, 무능력으로 격하시키는 것의 근본적인 이유가 그것이다. 이 책의 대부분의 일화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차별의 시선 또한 동일한 이유다. 인간답게 살 권리, 즉 행복추구권은 천부인권이다. 태어나면서 누구에게나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를 뜻한다. 그러므로 팀 호이트는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고독하고 지난한 경주를 펼쳤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부성에 대한 위대함이나 장애를 극복한 성공스토리에 감명 받기 이전에 차별에 대한 문제는 생각을 환기시키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우리보다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태도를 견지하는 사고가 강한 미국조차 이러할 진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하겠는가. 어디선가 제2, 제3의 팀 호이트가 오늘도 외로운 싸움을 펼치고 있겠으나 그들의 가녀린 노력이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이 책에서 보아 알 수 있듯 사회적 편견을 허무는 따뜻한 관심이 절실하다. 장애인에 대한 소외를 그들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마땅히 존중해야 할 권리로 인식한다면 우리 사회는 보다 더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로 이행할 것이다. 나는 아버지 닉 호이트가 아들과의 소통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 붙일 수 있었던 가치의 본질은 다름의 차이를 마음의 눈으로 보았고 이해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마라톤 42.195㎞ 64차례ㆍ보스턴 마라톤 대회 26차례(1982~2005년까지 24년 연속완주, 보스턴 대회 최고 기록 2시간 40분 47초)ㆍ세계 철인3종경기 6차례ㆍ단축 철인3종경기 206차례 완주 / 미국 대륙 6000㎞ 횡단.

 

        팀 호이트가 세운 기록의 향연이다. 놀랍고 또 놀랍다. 수치상으로 드러난 기적적인 업적에 놀라기보다 그 속에 담긴 위대함에 더 놀라게 만든다. 위대함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자존감과 집념, 모험, 끈기와 어우러져 직관의 힘이 발휘될 때 표출된다. 팀 호이트는 아버지의 격려와 헌신적인 사랑과 아들의 끈기, 도전정신이 뭉쳐 만든 위대함이다. 이 책에서 주목할 주옥같은 가치는 바로 위대함의 근원, 긍정의 힘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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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2-10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곡우님, 해피 뉴 이어. ^^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차 한잔과 음악과 읽기를 잘 했어요.
저런 분들에게 숙연해지고, 자신이 창피해지는 이유는.... 노력과 최선의 문제겠죠.
남들과 비교는 중요하지 않다는, 나의 상황에서 얼마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문득 합니다.

그리고...... 팀 호이트의 아버지, 아아,, 저도 저런 어머니가 되어야 할텐데 말이죠, 맨날 아이와 싸우기나 하고. ㅠ

穀雨(곡우) 2011-02-10 13:02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투닥투닥대는 여느 평범한 일상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유지한다는 것만으로도 잘 살아 가는 게 아닐까요...^^
오히려 이마저도 없는 냉혹한 무관심이나 무자비가 더욱 문제겠지요.
그래서 세상은 따뜻한가 봅니다. 마녀고양이님같은 분들이 계시기에
말이지요....ㅎㅎㅎ

sslmo 2011-03-19 0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세요?
곡우님 주니어는 건강하게 태어났나요?
여러가지로 분주하고 바쁘시겠네요.
건강하시구요~^^

穀雨(곡우) 2011-03-21 11:1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제가 너무 소원했습니다.
염려하여 주신 덕에 무사히 이쁜 딸을
낳았습니다. 모두 건강하고 분주한
삶의 연속입니다.^^
 

 

        아내를 안해라고 부르는 옛말이 있다. 아내의 어원이 어디에서 유래했느냐 데에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 중 아내(안해)를 '집 안의 해sun'라는 좋은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아내에 대한 호칭이 무엇이든 생애를 통틀어 가장 밀접하고 살가운 사이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에 감정이 무뎌지고 옅어져 남남처럼 냉랭한 사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기는 하나 소중함 속에 있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몰라서다. 적게는 20여년 많게는 40여년을 남남으로 살다 살 부비며 살아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여간 인연이 아니다. 

 

        아내에 대해 시답잖은 썰을 푸는 이유는 지금 아내는 부재중이다. 아내는 생리학적 가임기간에 있으나 노산의 기준점에 걸려 있으며 현재 31주, 만삭이다. 복중 아이는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란다. 그런데 문제는 아내의 약한 몸 상태다. 배가 뭉치고 돌처럼 단단해지기를 숱해 반복되는 현상이 최근 빈번하게 일어났다. 큰일이야 있겠냐는 마음과 두 번의 출산경험이 그럴 수도 있다는 안이함을 키웠다.

 

        금요일 오후 아내는 정기검진차 병원에 들렀다. 요사이 일어난 변화에 대해 무덤하게 던진 말이 담당의사의 입을 통해 당장 입원하라는 급박함으로 돌아왔다. 심전도결과 부정맥이 간헐적으로 보이고 자궁이 미세하게 열린 상태라고 한다. 그렇다고 당장 출산을 한다든지 수술을 하여야 할 정도는 아니라 황망함 속에 다행이다. 아내는 그래도 꿋꿋하게 내게 전화를 걸어온다. 수화기 저 편 너머를 통해 흘러오는 차분한 음성이 전광판의 광고처럼 한 자 한 자 휙휙 빠르게 흐른다.

 

        아내는 아이들과 내 걱정이 우선이다. 복중태아도 소중하겠지만 아내는 아이들이 눈에 밟혔던 모양이다. 말문이 막힌다. 별 일 아니라는 말도 입원하면 홀로 있을 가족들은 어떻게 하냐는 그 말도 누군가의 애석한 기별처럼 꺼끌거린다. 나는 아내가 여자이기 이전에 어미임을 망각했다. 어미의 넉넉하고 넓은 모성의 본질을 잊어 버렸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싫다. 뭐라고 말을 넘겨주기도 전에 걱정의 실체를 만들어 올리는 아내의 생각이 못 마땅하기 때문이다.

 

        겨를도 없이 버럭 내 지른 까칠한 말에 아내도 나도 당황했다. 이내 후회가 태산처럼 밀려든다. 그렇게 아내는 입원했다. 주말 내 병원에 들러 아내를 위로한 후 두 아이와 아내가 없는 휑뎅그렁한 집을 지켰다. 철부지 아이들에게도 아내의 부재는 컸다. 떼를 쓸 상황, 고집을 부릴 상황에서 아이들은 눈망울을 굴리며 제 어미를 먼저 떠올리는 눈치다. 고맙고 또 고맙다. 언제 이만큼 훌쩍 자라버렸는지 아이들의 생각꼭지에 대견해진다. 무엇보다 아내의 빈자리가 얼마 만큼인지를 가족들은 제 각각 깨달았다. 아름드리나무처럼 쉴 자리를 만들어주고 곰살맞게 중심을 잡아 주던 아내의 자리를 말이다.

 

        안해가 집 안의 해에 비유한 그 말을 어렴풋하게나마 공감이 간다. 투닥투닥 사소한 일로 서로의 속을 상하게 하고 오기를 부리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별 일 아닌 일에 웬 호들갑이냐는 주책이겠으나 무사귀환을 소망한다. 그래서 나는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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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1-18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해’라는 말 속에 그렇게 멋진 뜻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무사귀환 하실 수 있도록 저도 기도드리겠습니다.

穀雨(곡우) 2011-01-20 09:16   좋아요 0 | URL
무사귀환했습니다. 나무꾼님의 기도에 감사드립니다.^^

혜덕화 2011-01-18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님의 글에서 반듯하고 정선된 느낌을 받아서 가끔 들러서 읽고 갑니다.
무사히 돌아오실 거예요._()_

穀雨(곡우) 2011-01-20 09:25   좋아요 0 | URL
혜덕화님 처음 뵙겠습니다. 제가 꾸준하질 못 해 블로그 관리가 엉성합니다.
그러니 글도 삐뚤어지고 두서가 없는 게 많습니다. 정선된 글로 추켜 세울 바는
못 됩니다. 하지만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즐거워진답니다.^^

볼 건 없지만 자주 놀러오세요....^^


마녀고양이 2011-01-18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곡우님... 세째 임신 축하드리고, 당연히 무사귀환 하실 겁니다.
그런데 맘 고생이 크시겠습니다. 날도 추운데.

가족이란게 없으면 부재가 무척 크더군요. 소중함도 느끼게 되고.
잘 해드리셔염... ㅎㅎ... 임신과 출산이란게 보통 힘든 일이어야 말이죠.

여하간.... 좋으시겠다, 세째. 부럽습니다. 저는 아이 하나인데, 너무 노산이 될지라 포기 상태거든요. ^^

穀雨(곡우) 2011-01-20 09:30   좋아요 0 | URL
세째,....아직도 현실이 아닌 것 같습니다.
뒤늦게 가진 아이라서 더 그런가 봅니다.

마녀고양이님, 염려해 주신 덕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2011-02-01 0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1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 선 삭풍이 매섭다. 매조지게 몰아치는 날씨에 심신이 뒤엉켰다. 가뜩이나 하는 일까지 바뀌어 생활리듬이 변했고 균형을 상실했다. 시간과 시간의 간격을 내키는 대로 잘라 붙이고 오려낼 수 있다면 지금이 적격이다. 목울대 근저를 간질이던 무엇이 급기야 온몸으로 전이된 느낌이다. 그래서 일까? 요즘 어딘가에 진득하게 몰입하고 집중하지 못한다. 글도 쉬이 써 내려가지 못하는 것도 한 동안 더디 움직였던 마음의 활동이 정체되어 밀린 탓이리라.

 

그렇지만 실이 있으면 득도 있는 법. 오히려 분주히 움직인 덕에 휴식을 톡톡히 만끽했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지인들과 안부를 묻고 음주가무에 흠뻑 취했으며 여유를 제대로 부렸다. 무엇보다 익숙하던 업무와 결별한 어색함이 주는 잔잔한 긴장감이 좋았다. 내가 해야 했던 일,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을 내가 아니어도 해결이 된다는 현실, 홀가분하다. 일이야 누군들 하겠지만 그 속에 파묻혀 지낼 동안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 속에 빠져 지낸 모양이다.

 

이것도 집착의 일종이 아닐까? 그런데 지금에서야 돌이켜 보건데, 지나 온 자리가 반듯하기를 바란다. 후임이 업무를 파악하고 일이 눈에 익어 윤곽이 보이기 시작할 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나의 과오를 지적해 낸다면 난감한 일이다. 뭐, 그것이 큰 잘못이겠냐 마는 가능하면 깨끗하기를 바라는 것, 아니 그렇게 처리했던 합당한 이유라도 술술 풀어낼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이다. 어찌 보면 지나친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내가 온전하게 벗어나는 일의 시작이 아니겠는가.

 

아마 이러저러한 이유가 시베리아기단의 냉혹한 바람처럼 나를 휘몰아쳤던 이유도 다 그 때문이겠다. 아직 넘겨주어야 할 숙제가 남았지만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 한다는 마음도 정리해야겠다.

 

그동안 볼 것 없는 블로그를 방문해 준 이름 모를 분들께 늦은 새해 인사를 전한다.

 

p.s) 분주한 통에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알라딘에서 주최한 박민규 작가의 <더블>리뷰대회에 1등으로 당선되었다는 소식과 나무수 출판사 2010년 정산 우수리뷰에 <다만, 그것은 누구나의 삶>의 내 글이 뽑혔단다. 공으로 얻어 걸린 것 같아 민망하기 짝이 없으나 훗날 이 날을 기억하며 기록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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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1-11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 선 삭풍이 매섭다. 매조지게 몰아치는 날씨에 심신이 뒤엉켰다." 요 표현 참 좋습니다.
님 어쩜 제 심정이랑 똑같으세요.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될 일은 없더라구요. 그저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후임의 몫. 한편으로는 사소한 것을 부풀려 저의 잘못을 들출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와우 1등 축하드리고, 우수리뷰 당선도 축하드립니다.

穀雨(곡우) 2011-01-12 15:24   좋아요 0 | URL
날이 너무 추워요...세실님 계신 곳은 눈도 많이 나리겠지요?
제가 있는 곳은 눈 보담 바람이....^^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겸사겸사 감사드립니다.

blanca 2011-01-11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사 이동이 있었나요? 이동하기 전의 후임이 전화오면 가슴 떨렸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일이 더뎌서 항상 인사 이동 철에는 참으로 힘들더라구요. 그대로 곡우님은 내공이 있으니 금세 적응하실 걸로 믿어요. 게다가 겹경사였군요!! 축하드립니다. 새해 벽두부터 너무 좋은 소식인걸요. 1등이라니요!

穀雨(곡우) 2011-01-12 15:25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감사합니다. 유쾌한 소식 상기하면 좋은 일이 꼬리를 물고
일어 날 것 같아 기록에 남겼어요.
감사...감사...^^

마녀고양이 2011-01-12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업무 인수인계하셨나요? 이젠 전화기 꺼놓으실 일만... 아하하.
역시나.. 더블 리뷰 멋졌거든요, 아마 제 감탄사가 서재 어딘가 있을텐데...
축하드려염!

穀雨(곡우) 2011-01-12 17:43   좋아요 0 | URL
전화기 꺼놓고 싶은데...유선전화는 어찌할 수 없군요.
그덕에 목감기가 왔어요. 하루 몇 시간을 트레이닝을 하려니....
그래도 다른 일이 재미있어서 위안이 된답니다.

마고님, 감사합니다.^^
 
잘 지내나요, 내 인생
최갑수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이 아직 말랑말랑하게 보이던 시절,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막연함에 포위되는 일이다. 가물거리는 기억을 헤집어 떠올려보면 마흔이라는 나이는 이미 모든 것을 알아 챈 나이로 기억된다. 인생의 쓴맛과 단맛의 절묘한 배합을 깨달은 나이라고나 할까. 그땐 그렇게 커 보이기만 하고 웅장해 보이던 그곳은 인생의 근엄함이 깃든 지점이었다. 하지만 그 치열한 순간을 통과하는 지금에서야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에 멈췄다.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말이다. 사실 인생에 정답이 없다하건만 불확실함은 인생의 경계를 끝없이 맴도는 회오리바람이다.




그렇다보니 누군가가 걸어 간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망설이게 되고 주저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모험보다는 안전함을, 새로움보다는 편안함을 짜여 진 틀에서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산다. 이상理想보다는 명분名分이 차곡차곡 포개지는 그 속에서 열정은 밀려난다. 혹자는 그럴지도 모른다. 인생은 그렇게 명분을 쌓다 허물기를 통해 살다 가는 것이라고. 지리멸렬하게 반복되는 삶의 던적스러움에 때론 명분도 야속하게 다가설 때도 있다. 한 움큼의 위로가 한 덩어리의 빵보다 필요할 때도 있더라는 말이다.




<잘 지내나요, 내 인생>은 딱 그만큼의 거리감과 밀접함에 선 이야기다. 저자 최갑수가 인생의 풍광을 찍어대고 그 속에 담긴 인생의 파노라마를 마감 시간에 쫓겨 글을 휘날릴 때, 우리는 다른 곳 다른 자리에서 삶에 쫓기고 지쳐가고 있었다. 모양은 달라도 그 속살은 어슷비슷하다. 잘 나가는 지인들의 승승장구하는 소식에 한없이 위축되다가도 모르핀처럼 따박따박 꼽혀 금세 바닥을 보이며 사라지는 월급날에 즐거워한다.




인생은 언제나 요령부득,

운명과 우연의 절묘한 조합.

약간의 행운과 수많은 불행이 합쳐져 만들어진 것.

그러니 잘 사는 비법 같은 게 있을 리 없지.

끝까지 가든지 아니면 기름이 떨어져 포기하든지.

(p.198)




인생은 패턴이다. 낯설거나 익숙하거나 혹은 멀거나 가깝다. 그리고 삶의 무게만큼 무너지는 새로움 또한 휘발성이 강하다. 그러나 기약 없는 희망은 나를 살게 하는 동인이 되는지 모른다. 치이고 베인 자리에 새살이 돋아나듯 희망은 등대처럼 영롱하다. 그것은 나를 위무하고 사그라진 에너지를 채워주는 충전재가 된다. 그래서 누군가의 위로가 마흔에 즈음한, 인생을 치열하게 달려온, 그들에게 맞춤한 공감의 울타리를 만들 터이다.




감성코드는 환경에 따라 변한다. 그 옛날 공자가 쓴 <논어>의 위정 편에 보면 마흔, 즉 불혹은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는 지점을 뜻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의 그곳은 정반대의 대척점에 서 있는지 모르겠다. 아직 나아가야할 길이 많음에도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 수 없는 혼돈의 순간처럼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다가선다. 이럴 때 멀리서 날아든 반가운 소식 한 자락처럼 최갑수의 글은 메마른 감성을 돋우게 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하는 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p.175)




최갑수의 글은 지나쳐 버린 감성의 조각들을 끄집어내어 공감하게 만든다. 그의 곳곳을 둘러 싼 주위의 사물을 분해하고 재해석하여 전해 오는 이야기를 통해 따뜻함이 봄날 햇살처럼 아련하게 퍼져 오른다. 내가 하지 못한 일들, 가보지 못한 미지의 그곳을 동경하고 대리만족하게 만드는 그것은 인생이라는 고독한 순간을 모두 통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아님을 뼈저리게 인식했지만 그 아무것도 아닌 그곳을 채울 순간의 에너지를 채워야 한다. 가수 이석원이 쓴 <보통의 존재>마냥, 보통으로 산다는 것 어렵고도 또 어렵다. 그러나 인생은 판타스틱하다.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후회하고 또 후회하는 삶을 반복한다할지라도 열정의 불씨를 지펴 올리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지치고 힘든 점 위에 올라 선 우리 모두를 향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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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1-11 0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삶이 폭폭해 눈물겹다가도, 그렇게 그렇게 사는 게 인지상정이다 싶어 위로가 되기도 하죠.
아무것도 아닌 그곳을 채울 순간의 에너지라...좀 어려운 걸요~^^

穀雨(곡우) 2011-01-11 09:11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 늦은 새해 인사드립니다.
개인적인 일로 책도 뜸했고 무엇보다 심신이 뒤엉켜 바빴답니다.
사는게 그런가 봅니다. 채우고 가지려 무던히 노력해 얻는 순간,
그게 전부가 아니더라는, 그리고 채울 자리가 어마무지하게 남더라는...
결국 탐욕이 화근입니다.
올해는 욕망을 다스리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좋은 일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마녀고양이 2011-01-11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곡우님, 오늘 글 너무 좋은데요.. 입 안으로 가만히 되새기고 있습니다.
마흔이라는 나이, 그 이야기에 더욱 가만히 입 안에 물고 있게 되네요.

후회할지도 모르는 삶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올라설거라고 긍정하는 심상이 전 참 좋아요.
삶이란 그래야 하는거잖아요.

너무 오랜만에 서재에 나타나셔서, 새해 인사 늦었습니다.
새해에 건강하시고 즐거운 일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穀雨(곡우) 2011-01-12 15:27   좋아요 0 | URL
이래저래 좀 바빴어요. 이제 여유를 더 가지고 리듬을 찾으려구요.
항상 제 글에 과분한 칭찬을 아낌없이 퍼 주시는 마녀고양이님...^^
올해는 기분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