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이제 세상에 난 지 오늘로써 꼭 한달하고 열흘이 흘렀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살이 차오르고 줄어드는 배냇짓만큼 허공을 맴돌던 눈짓이 서로를 향해 겹쳐지곤 합니다. 무엇이 그리도 신기하고 또 신기한 지 가뭇없이 초점을 맞추는 그 검은 눈망울에서 무한한 생명의 신비로움을 새삼 느껴 봅니다.
비록 밤낮으로 안아달라는 제법 매운 울음 신호를 보내 오지만 품에 안겨 까무룩 잠이 드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순하디 순한 천사와 같습니다. 느즈막에 온 이 아이를 은혜 '은'에 빛낼 '서'를 붙여 부르기로 했습니다. 여러 가지 고운 이름이 물망에 올랐으나 제 언니의 이름인 은솔에 맞춰 부르기 쉽고 예쁜 이름이라 여겨 흔쾌히 지어 불렀습니다. 아직 입에 붙질 않아 제 언니의 이름과 혼동해서 부르기도 하지만 이제사 부족했던 나머지를 채운 기분입니다.
이 아이를 보면서 위로 두 아이의 그 잊힌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 갑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잘 자던 아이가 갑작스럽게 자지러질 듯 울어 대는 통에 응급실로 뛰어 날랐지만 아무것도 아니더라는 황망함에 안도하던 기억들이 새록새록합니다. 아무래도 처음이여서 영아산통이겠거니 하는 지레짐작이 낳았던 결과지 싶습니다. 아이가 아프면 마음이 찢어진다는 말, 틀림이 없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커 주었으니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세 아이를 키운다는 것, 말처럼 쉽지만은 않겠지만 아이들이 있어 미처 몰랐던 행복과 마주한다는 것은 엄청난 기쁨입니다. 때론 지치고 힘들겠지만 아이가 도약해 가는 과정을 지켜 보고 응원하는 일은 정말이지 소중하고 설레는 시간들의 연속입니다. 맑디 맑은 웃음 한 소끔이면 육아로 지친 고단한 몸은 새로운 활력에너지로 넘쳐 흐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모든 행복의 터전은 아내의 인내와 사랑이 없었다면 불가능할 일임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p.s) 갑자기 생각 난 마녀고양이님의 부탁, 이름 괜찮은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