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세파에 시달렸다. 읽기만 하고 토해 내질 못했으니 응어리가 단단해 이물감마저 든다. 소통할 수 없는 것과의 불편한 조우, 어색함은 독버섯처럼 자란다. 모르긴 몰라도 괜실히 날씨탓으로 내 몬다.
모든 것이 다 귀찮고 무료할 때가 있다. 힘듦이 없어서도 아니겠고 배 부른 자의 소회라고 치부할 수 있겠으나 에너지가 고갈된 느낌이다. 서걱서걱 밟히는 바람에서도 불안은 쉽게 잠들지 않는다. 휴식을 취하라는 신호이겠지만 그것도 마음 먹은 대로 쉽게 되지 않는다.
달빛이 부서지듯 곱게 내려 앉은 간 밤, 물끄러미 자는 아이를 한참을 보았다. 창백한 달빛에 아이의 얼굴은 곱디 곱다. 막 피어 난 꽃봉오리처럼 투명하다. 이제 밤이 무섭다는 아이의 투정으로 작디 작은 손으로 목덜미를 꼭 끌어 안고 잠이 들었다. 무엇이 무서운 것인지 아이는 알까? 보이지 않는 헛것이 두렵다고 하지만 사실 보이는 것이 더 무섭다는 것을 알까? 지나간 시간의 층위는 살인적인 등록금에, 생존을 위협당하는 불안정한 그 처절한 생존의 현장에 어찌 존재하지 않는 헛것과 비교하겠는가.
잠 들지 못한 밤, 토해 내지 못한 날 것들에 불편했으며 침잠한 마음에 자조 섞인 위로를 보내 다, 어느 새 나인투파이브를 꿈 꾸는 지루한 안정에 까무룩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