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선 삭풍이 매섭다. 매조지게 몰아치는 날씨에 심신이 뒤엉켰다. 가뜩이나 하는 일까지 바뀌어 생활리듬이 변했고 균형을 상실했다. 시간과 시간의 간격을 내키는 대로 잘라 붙이고 오려낼 수 있다면 지금이 적격이다. 목울대 근저를 간질이던 무엇이 급기야 온몸으로 전이된 느낌이다. 그래서 일까? 요즘 어딘가에 진득하게 몰입하고 집중하지 못한다. 글도 쉬이 써 내려가지 못하는 것도 한 동안 더디 움직였던 마음의 활동이 정체되어 밀린 탓이리라.
그렇지만 실이 있으면 득도 있는 법. 오히려 분주히 움직인 덕에 휴식을 톡톡히 만끽했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지인들과 안부를 묻고 음주가무에 흠뻑 취했으며 여유를 제대로 부렸다. 무엇보다 익숙하던 업무와 결별한 어색함이 주는 잔잔한 긴장감이 좋았다. 내가 해야 했던 일,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을 내가 아니어도 해결이 된다는 현실, 홀가분하다. 일이야 누군들 하겠지만 그 속에 파묻혀 지낼 동안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 속에 빠져 지낸 모양이다.
이것도 집착의 일종이 아닐까? 그런데 지금에서야 돌이켜 보건데, 지나 온 자리가 반듯하기를 바란다. 후임이 업무를 파악하고 일이 눈에 익어 윤곽이 보이기 시작할 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나의 과오를 지적해 낸다면 난감한 일이다. 뭐, 그것이 큰 잘못이겠냐 마는 가능하면 깨끗하기를 바라는 것, 아니 그렇게 처리했던 합당한 이유라도 술술 풀어낼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이다. 어찌 보면 지나친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내가 온전하게 벗어나는 일의 시작이 아니겠는가.
아마 이러저러한 이유가 시베리아기단의 냉혹한 바람처럼 나를 휘몰아쳤던 이유도 다 그 때문이겠다. 아직 넘겨주어야 할 숙제가 남았지만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 한다는 마음도 정리해야겠다.
그동안 볼 것 없는 블로그를 방문해 준 이름 모를 분들께 늦은 새해 인사를 전한다.
p.s) 분주한 통에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알라딘에서 주최한 박민규 작가의 <더블>리뷰대회에 1등으로 당선되었다는 소식과 나무수 출판사 2010년 정산 우수리뷰에 <다만, 그것은 누구나의 삶>의 내 글이 뽑혔단다. 공으로 얻어 걸린 것 같아 민망하기 짝이 없으나 훗날 이 날을 기억하며 기록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