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가만 읽지 않고 쟁여 둔다는 건 마치 포만감을 앞당겨 온 기분이다. 굴곡처럼 퍼덕이는 변명이라도 내 곁에 선 그것은 가야 할 곳이 있다는 또 다른 표식이다. 닮은 듯 다른 일상이 매일 이어지지만 나는 침잠할 수 없다. 존재와 당위의 사이를 오고 가는 나에게 책은 더욱 그렇다. 풋풋한 설익은 향과 진득하고 노련한 향이 교차하는 오묘함이다.  

한 동안 밀어 내고 또 밀어 냈다 했음에도 돌아 와 보니 거기더라. 토해 내지 못한 문장들과 찰박찰박 파문을 일으키며 퍼지는 행간들 사이로 쓰러지는 익숙함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가뭇없어 현기증이 일어도 실체없는 불확실함은 아니다. 때론 덴고와 아오마메의 몽환적인 세계를 걷기도, 기억할 수 없는 곳에서 삼킬 듯 불어 오는 바람이 현실처럼 앞서는 것도 그 때문이다.

" 아이야, 오늘을 기억하렴, 

  네가 만들어 낸 그 웃음,  

  너의 뇌를 헤집고 나온 순간의 문장, 

  감각의 중추가 작동한 그 모든 감정선...  

  다시 새길 수 없는 시간의 은혜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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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3 13: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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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3 14: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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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3 14: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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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0-14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곡우님 너무 오랜만이셔요,
아이들 잘 크고 있죠. 바쁘신가봐요............

돌고 돌아도 거기라면, 그 자리가 나의 자리일지도 몰라요.
무한 회피로 돌고 도는게 아니라면 더욱 그렇겠죠. 저는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며 살아볼까 하구요. ^^

穀雨(곡우) 2011-10-14 14:17   좋아요 0 | URL
아...마녀고양이님..잘 지내시죠..^^
아이는 무럭무럭 너무 잘 자랍니다. 집안일이 더 늘어 난 거 외엔 달라진 것은 없지만...
시간이 줄어드니 서재도 소원해졌네요...ㅎㅎ

큰아이랑 뜬금없이 오늘, 바로 현재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조금 감상에 젖었나 봅니다.ㅎㅎ
자주는 아니지만 간간히 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2011-10-14 21: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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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7 15: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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