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들살이에 빠져 산 지 이태 즈음 되었다. 종달새처럼 수시로 물어 날라 오던 택배전령이 반갑기도 했고 새로운 취미에 흠뻑 젖어 있었다. 명분이야 아이들을 위한 답시고 온갖 장비를 저울질 하며 머릿속에는 온통 들로 산으로 내달렸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단단히 미치지 않고서야 다시 또 그 짓을 할 수 있을까? 그나마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고 위안을 삼으며 욕망을 잠재웠기에 이 정도지 막 질러댔음 그나마 있던 세간살이도 남아 나질 않았을거다.

 

각설하고 몇 달 전 강화 캠핑장사고로 정부에서 관련법령을 정비한다고 떠들석하다. 요즘 돌아 가는 정황을 보면 추측이 가능하겠지만 역시나를 거듭해 황망하기까지 하다. 그 옛날 아버지 손에 이끌려 낡은 부르스타와 은박 돗자리에 온통 파란색 일색인 케빈텐트를 들고 다니던 시절에도 그랬고 사고는 곧 금지와 등치되었다.

 

야업장에 대한 규제의 골자는 강화도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동식천막(사방이 막힌 텐트나 타프(폴대를 세...워 그늘을 만드는 천막)) 내 전기, 가스 전면금지 및 텐트 내 취사금지란다. 비 오면 어디서 밥해먹지...?

 

사고는 안타깝고 불안하지만 금지는 구속이고 통제다. 개정하겠다고 들고 나온 야영장에 대한 관련규정은 온통 금지로 도배했고 어떻게 이런 발상이 쉽게 안건으로 상정되고 협의를 통해 나온 것인지 도통 이해불가다. 하기사 뭐든 이 땅에 올라타면 버젓이 한자리 꿰차는 세상인데 이게 무어라고. 어느 안중에라도 있었을까?

야영이 이젠 극기가 되었고 원시체험 코스프레로 돌변했다. 아이가 있건 말건 KS품질 인증이 선연하게 찍힌 전기장판하나도 쓰지 못해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체온을 공유하는 진정한 야생이 기다리게 되었다. 낭만은 고사하고 감내할 수 없는 불편과 동행해야 한다.

 

규제는 최소화되어야 하고 사회통념에 맞아야 한다. 금지는 불법을 양산하고 억제는 또 다른 불만을 가져 온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감시와 처벌은 보편성과 필연성을 증가시킨다고 미셀 푸코는 말했다. 결국 주류적 판단에 인간은 구속되고 판단을 유보하게 되며 규범적 상황에 길들여지게 된다.

 

거창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소통없는 규제는 폭력이다. 불행하게도 폭력에 길들여지면 순응하게 되고 체념하게 되는 것이 또 인간이다. 어찌하다 힐링하겠다고 시작한 캠핑에 이런 무거운 상념까지 보태야 하는 지 참으로 모를 일이다.

 

가진 게 없으니 잃을 게 없다만 이건 아니지 않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뻣뻣한 바람이 들쥐를 타고 대지를 뒤흔들었던 페스트가 그랬을까? 14세기 유럽에 불었던 검은 바람이 21세기를 사는 지금, 기시감처럼 닮았다면 과장일까? 매일 같은 시각, 올라 타는 전철 안 가려진 눈빛들 사이가 그저 낯설기만 하다.

 

 

아놔....마스크 사야 하나....쩝...
재난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게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선생이 나오는 자리는 호불호가 갈린다. 지난 밤 심드렁한 이야기 중에도

백선생은 누군가에게는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또 누군가에게는 공공의 적(?)

즈음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가 나와 송송 식감을 썰어 내고 휘리릭 다지고 버무리는 동안 탁탁 놓이는

집밥의 마력. 신기방기하다.

 

그가 쥔 칼이 물론 좋겠지만 어찌 저리도 수월하게 절묘한 조합을 이뤄내는지

그저 감탄 또 감탄.

 

물론, 그로 인해 때 아닌 구박은 몹시 불편하지만 말이다. 그의 아내가 부럽다는

나의 아내는 그가 잘 나서도 아니고 요리를 잘하기 이전에 진심이 느껴져서란다.

 

 

...

백선생의 인기가 찌르는 이유,
그의 음식에 건강함을 넣지 않음에도
어눌하게 드러낸 그의 손맛으로부터
착착 감기는 누구나의, 누구나를 위한
누군가의 요리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가만가만 읽지 않고 쟁여 둔다는 건 마치 포만감을 앞당겨 온 기분이다. 굴곡처럼 퍼덕이는 변명이라도 내 곁에 선 그것은 가야 할 곳이 있다는 또 다른 표식이다. 닮은 듯 다른 일상이 매일 이어지지만 나는 침잠할 수 없다. 존재와 당위의 사이를 오고 가는 나에게 책은 더욱 그렇다. 풋풋한 설익은 향과 진득하고 노련한 향이 교차하는 오묘함이다.  

한 동안 밀어 내고 또 밀어 냈다 했음에도 돌아 와 보니 거기더라. 토해 내지 못한 문장들과 찰박찰박 파문을 일으키며 퍼지는 행간들 사이로 쓰러지는 익숙함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가뭇없어 현기증이 일어도 실체없는 불확실함은 아니다. 때론 덴고와 아오마메의 몽환적인 세계를 걷기도, 기억할 수 없는 곳에서 삼킬 듯 불어 오는 바람이 현실처럼 앞서는 것도 그 때문이다.

" 아이야, 오늘을 기억하렴, 

  네가 만들어 낸 그 웃음,  

  너의 뇌를 헤집고 나온 순간의 문장, 

  감각의 중추가 작동한 그 모든 감정선...  

  다시 새길 수 없는 시간의 은혜임을."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1-10-13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3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3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10-14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곡우님 너무 오랜만이셔요,
아이들 잘 크고 있죠. 바쁘신가봐요............

돌고 돌아도 거기라면, 그 자리가 나의 자리일지도 몰라요.
무한 회피로 돌고 도는게 아니라면 더욱 그렇겠죠. 저는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며 살아볼까 하구요. ^^

穀雨(곡우) 2011-10-14 14:17   좋아요 0 | URL
아...마녀고양이님..잘 지내시죠..^^
아이는 무럭무럭 너무 잘 자랍니다. 집안일이 더 늘어 난 거 외엔 달라진 것은 없지만...
시간이 줄어드니 서재도 소원해졌네요...ㅎㅎ

큰아이랑 뜬금없이 오늘, 바로 현재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조금 감상에 젖었나 봅니다.ㅎㅎ
자주는 아니지만 간간히 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2011-10-14 2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7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 동안 세파에 시달렸다. 읽기만 하고 토해 내질 못했으니 응어리가 단단해 이물감마저 든다. 소통할 수 없는 것과의 불편한 조우, 어색함은 독버섯처럼 자란다. 모르긴 몰라도 괜실히 날씨탓으로 내 몬다.

모든 것이 다 귀찮고 무료할 때가 있다. 힘듦이 없어서도 아니겠고 배 부른 자의 소회라고 치부할 수 있겠으나 에너지가 고갈된 느낌이다. 서걱서걱 밟히는 바람에서도 불안은 쉽게 잠들지 않는다. 휴식을 취하라는 신호이겠지만 그것도 마음 먹은 대로 쉽게 되지 않는다.

달빛이 부서지듯 곱게 내려 앉은 간 밤, 물끄러미 자는 아이를 한참을 보았다. 창백한 달빛에 아이의 얼굴은 곱디 곱다. 막 피어 난 꽃봉오리처럼 투명하다. 이제 밤이 무섭다는 아이의 투정으로 작디 작은 손으로 목덜미를 꼭 끌어 안고 잠이 들었다. 무엇이 무서운 것인지 아이는 알까? 보이지 않는 헛것이 두렵다고 하지만 사실 보이는 것이 더 무섭다는 것을 알까? 지나간 시간의 층위는 살인적인 등록금에, 생존을 위협당하는 불안정한 그 처절한 생존의 현장에 어찌 존재하지 않는 헛것과 비교하겠는가. 

잠 들지 못한 밤, 토해 내지 못한 날 것들에 불편했으며 침잠한 마음에 자조 섞인 위로를 보내 다, 어느 새 나인투파이브를 꿈 꾸는 지루한 안정에 까무룩 잠이 들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실 2011-06-13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만 읽고 살고 싶어요......
제가 한동안 그랬었지요. 내 맘을 다독이는 수밖에요.
힘내세요. 님

穀雨(곡우) 2011-06-14 10:43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세실님의 응원에 불끈....^^
감사합니다. 그냥 마음이 그랬나 봅니다.

2011-06-13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4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3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4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1-06-14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만 읽고 살고 싶어요.2.

근데 있잖아요, 그런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해요.
아무것도 안 하고 책만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전 아무것도 안 하고 온전히 책만 읽을 수 있을까요?
주어진 시간의 귀중함 따위는 모르고...또 그렇게 그렇게 흘려보내게 되진 않을까요?

그냥...내가 책 읽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들도 중요하다는 최면이 필요했고,
그래서 몇 자 끄적거려 봅니다.

穀雨(곡우) 2011-06-15 09:17   좋아요 0 | URL
잘 지내셨어요...^^ 양철댁님...
멍석 깔아주고 모든 환경이 허락해도 그리 되지 않는 게 사람인가 봅니다.
바쁜 와중에 피어 오르는 바람이 더 절실하듯 그래야 하나 봅니다.
딜레마입니다. 딜레마....^^

blanca 2011-06-14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곡우님 돌아오셨군요. 이제는 곡우님의 정갈한 리뷰를 고대해 봅니다. 아이도 그간 많이 자랐겠지요.

穀雨(곡우) 2011-06-15 09:19   좋아요 0 | URL
돌아왔다는 기별이 엉성해도 진심으로 환대해 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여물어 가고 있습니다. 신기하고 또 신기합니다.
예전에 미처 몰랐던 세상입니다.^^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