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Dennis Kim > 러시아의 스텝 식민화의 역사
흔히 기술되는 역사는 농경(農耕)을 기반으로 하는 정주문명(定住文明)의 시각에서 유목문명 자체를 ‘야만(Savagery)’으로 규정합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의 화이론(華夷論)이 이런 시각을 대표하는 역사인식론입니다.
만리장성 밖의 여진, 거란, 몽골, 위구르, 투르크 그리고 조선과 일본까지 모두 오랑캐로 보고 만리장성 안쪽의 중원이천하(天下), 즉 ‘온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연히 농경문명이 유목문명보다 우수하다는 편견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합니다.
현재 한국도 오랜 중국의 화이론적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해 알지 못했던 문명인 유목문명을 제대로 아는 것은 공정하게 역사를 바라보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중앙아시아의 수많은 소수민족들과 그들의 언어가 한데 엉켜있는 유목민족의 삶은 그래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합니다. 실상과 다르게 기록되어온 동 서양의 역사기록은 여기에 혼란을 더욱 부추기기 때문입니다.
최근 읽고 있는 중앙아시아관련 책에 동일한 지명(地名)을 각 민족별로 언어별로 다르게 부르는 것을 보고 몹시 놀랐습니다.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명칭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이죠.
2년전 서평을 쓴 이 책은 러시아가 시베리아의 스텝지역에 어떻게 식민지를 만들어 세력을 팽창시켜 왔는지에 대한 글입니다. 제목 그대로 거친 평원을 ‘부드럽게 만든다’ 즉 ‘문명화시킨다’는 제국주의의 관점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모르는 것을 ‘야만’으로 부르는 것처럼 오만한 태도는 없습니다.
유목문명이라는 낯선 존재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 이런 오만한 태도를 바꿀 수 있는 조그만 한걸음일 수 있겠네요.
끝으로 서양이 바라본 조선에 대한 책 몇권을 같이 소개합니다. 짧지만 내용이 알차다고 생각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