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Days of the Dinosaurs: An Asteroid, Extinction, and the Beginning of Our World (Hardcover)
Riley Black / St. Martin's Press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 완독한 이 책은 공룡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멸종하게 된)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지구의 생태와 공룡과 함께 살던 양서류 동물들 그리고 초기 초유류들의 상황을 재현하여 설명한 책입니다.

이 이야기는 일부 현재까지 고생물학( Paleontology)과 지질학(Geology) 적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하고, 또 다른 부분은 작가의 상상(speculation)으로 메꿔졌습니다.

흔히 대중적으로 생각하는 화석채집가 (Fossil Hunter)들인 고생물학자들은 인간이 세상에 나타나기 훨씬 이전의 고생물을 탐구하기 때문에, 그리고 당시 고생물들의 변이와 진화를 살피기 때문에 과학적인 사실에 기반한 서술도 가능하겠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한 정보 탓에 유사한 후대의 생물군에서 유추를 통한 상상이 일부 불가피하리라고 봅니다.

비전문가인 제가 이책에서 다룬 공룡들과 원시 양서류와 포유류에 대한 언급을 하는 건 주제가 넘는 것이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다만 눈길을 끄는 건 이 책의 서술방식입니다.

이책은 전체 10장으로 이루어진 200쪽 분량의 작은 책입니다. 그리고 부록으로 저자가 이 책을 쓰게된 동기와 각 장에 대한 서술근거와 각장에서 매인으로 소개된 여러 공룡들과 고생물을 택한 이유가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 부록은 저자의 작가후기라고도 할 수 있고 각주가 생략된 이책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함께 저자가 상상으로 서술한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해 밝히는 ‘작가후기’ 성격입니다.

진화생물학에는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으나 공룡의 세계는 사실 영화로나 보았지 별 흥미가 없었는데 공룡의 멸종에 대한 이 책을 보니 지구의 역사에서 공룡이라는 거대한 파충류가 사라지고 양서류와 포유류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는 과정은 그 스케일과 시간이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생물학에 대한 이야기이나 생물의 탄생과 죽음에 대한 자연사(natural history)이기 때문에 시간의 순서에 따른 역사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유력한 공룡 멸종 가설 중 하나인 소행성(Asteroid)의 지구충돌을 근거로 공룡의 멸종과 그 이후의 영향을 서술합니다.

따라서 각장은 소행성 충돌 이전과 충돌하는 당일 그리고 그 후 1시간 후, 하루 이후, 한달 이후, 1년 이후, 100년 이후, 1000년 이후 , 10만년 이후 그리고 100만년 이후로 설명됩니다.

마치 한편의 재난영화를 플래시백(flashback)기법으로 설명한 느낌입니다.

어렵고 전문적인 고생물과 화석에 얽힌 이야기를 쉽게 풀어 놓은 것에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솔직히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책의 구성과 서술방식에 더 끌렸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책 내용은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물론 해부학이나 동물학, 지질학, 생태학 등에 대한 전문용어가 나오지만 문장이 명확해서 가독성이 좋습니다.

저자가 미국지역에 떨어진 소행성 충돌지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영향을 조금씩 추가했으나 기본적으로 미국 지역 중심의 공룡 멸절에 대한 이야기로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3년 2월에 나온 서울의 근현대 도시역사에 대한 책입니다.

그동안 여러권의 근현대 도시사책을 읽었는데 이 책은 동남아시아의 여러 도시들의 역사를 고찰한 아래의 책의 후속편입니다.

도시사학회& 연구모임 도시담화 지음, 동아시아 도시 이야기(서해문집, 2022)

아직 이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도시는 기억이다 ( 서해문집,2017)‘은 읽지 않아서 나중에 읽은 후 소개할 예정입니다.

책 내용으로 돌아가서, 여기 있는 내용 중 제게 인상깊은 서울의 ‘장소’ 몇 곳만 언급할까 합니다.

제1부 장소의 기억에 나온 더섯번 째 글 을지로, 호텔 스카이라운지의 풍경’, 그리고 제2부 현장의 삶의 두번째 글,‘ 혜화동, 일제강점기 신흥계층의 거주지’ 와 제3부 공간의 명암의 다섯번 째 글, ‘도축장, 유혈의 증거를 남기지 마라’ 입니다.

을지로는 일제시대 황금정으로 불리던 지역으로 이글은 현재 롯데호텔 자리에 있던 반도호텔과 조선호텔에 대한 글입니다.

두번째 혜화동은 조선시대 성균관과 반촌(泮村)이 있던 곳으로 제 개인사와도 연관된 지역입니다. 1980년대 명륜동에서 버스를 탈때마다 보던 기와집들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이곳은 지금 모두 없어졌지요. 이글은 1925년 이곳에 경성제대가 설립되며 나타난 변화에 대한 것입니다. 주위의 여러학교들이 학교총을 이루고 경성재대에서 공부하는 학생과 지식인들이 모여 새로운 문화를 상징하는 곳이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조선시대 성균관에 전속된 노비들이 살며 쇠고기 도축을 하던 지역이 1920년대 들어 학교촌으로 변한 겁니다.

세번째는 도축장에 대한 이야기로 일제시대부터 이어진 도축장에 대한 이야기로 마장동에 도축장이 생기기 전의 역사입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고기를 즐기면서도 도축장은 혐오시설로 생각해 처음 도축장이 생길 때부터 경선의 외곽에 지어졌고, 현재는 서울시내에는 도축장이 없고 도축시설이 서울을 떠나 충북 음성으로 이전되었습니다.

이책에 나온 다른 지역, 즉 정동이나 명동에 대해서는 별도의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순우 지음, 정동과 각국공사관 ( 하늘재,2012)

야마모토 조호 외 지음, 명동 길거리 문화사(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 2019)

그리고 1970년대 개발이후 한국의 중심이 된 ‘강남’에 대한 연구서도 있습니다. 사실 서울의 장소와 공간에 대한 제 첫 관심도 어떻게 강남이 신기후처럼 갑자기 서울에 나타나게 되었는지에서 출발되었습니다.

한종수 강희용 지음, 강남의 탄생 (미지북스,2016)

박배균, 황진태 편집, 서울대SSK동아시아 도시연구단 기획, 강남 만들기, 강남 따라하기 ( 동녘 , 2017)

첫번째 책은 1970년대 한강 이남의 농촌이 어떻게 영동으로 개발되고 현재의 강남이 되었는지 도시발달의 역사를 추적합니다.

두번째 책은 ‘심상지리(imagined geography)에 관한 것으로 일종의 논문집입니다. 강남사람들이 강남의 경계를
어디까지 보는지, 그들이 서울의 다른지역 사람들에 비해 느끼는 우월감이 무엇인지 매우 흥미로운 글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건축적 관점이나 도시개발 혹은 도시계획 관점에서 물리신 분들이 한번 보시면 좋을 책입니다.

그 외에도 서울의 근현대 도시답사에 대해서는 일본근세사와 전쟁사 전문이신 문헌학자 김시덕 교수님의 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이분의 강점이 잘 나타나는 부분은 일제시대 서울에 대한 부분입니다. 아래 소개하는 책도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책이지만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책입니다.

김시덕 지음, 서울선언 (열린책들,2018)

1925년 일어난 을축년 대홍수에 대한 글과 최초의 강남이었던 흑석동에 관한 글 그리고 일제가 새운 공업단지 영등포에 대한 글이 인상적이었고, 우리가 스쳐지나가듯 본 풍경에 대한 역사적 이면(裏面)을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서울의 풍경과 장소에 대해 관심을 가진 분들은 우선 서울에 관한 책을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역사에 관심이 없어도 당장 나의 부모님이 사셨던 장소를 나중에 찿을 수 없다면 그 상실감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국이 너무나 급격하게 변하는 나라이긴 하지만 변화가 언제나 급작스럽게 그리고 폭력적인 파괴를 동반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변하는 것이 있다면 변하지 않는 것도 몇개쯤 있어야하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본의 역사전문 언론인인 와타나베 노부유키가 저술한 책을 역사학자이신 이규수교수께서 번역하신 책입니다.

청일전쟁사를 일본 육군참모본부에서 공식적인 정사 (正史)로서 1904년 <일청전사>라는 이름으로 간행되는데, 이 책은 이 정사 역사서를 쓰기위한 초고(草稿) 에 해당되는 <일청전사 결정초안>을 발굴해 대조함으로서 청일전쟁 이후 매이지 정부와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県有朋)로 대표되는 일본 육군의 군벌세력들이 청일전쟁의 역사적 사실을 어떤 방침을 가지고 취사선택해 국민에게 보이려고 했는지를 밝힙니다.

그리고 최초로 공식편찬된 이 청일전쟁의 정사가 이후 일어난 러일전쟁의 공식역사서인 <일러전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일본이 제2차세계대전에서 패전을 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핍니다.

한마디로 일본은 최초 청일전쟁사를 편찬하면서 자신들에게 불리하거나 일본군이 어려움에 처했던 역사적 사실은 모두 정사에서 뺐습니다. 여기엔 일본군이 청나라 군대에 행한 무모한 작전과 인명을 경시한 사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청전사 결정초안>에서 보여준 청일전쟁 당시 평양성 전투는 사실 두 군대간의 싸움이 백중세였고, 청국 군대가 평양성을 버리고 나오다가 죽게된 건 당시 도입된 만국공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에도 공식 <일청전사>애는 일본이 압도적으로 청나라를 이겼다고 서술된 것이 한 예입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서 미래에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으려면 역사적 사실을 모두 제대로 기록하고 평가를 해야할텐데 매이지 육군 군벌둘은 자신들의 군대가 저지른 실수와 만행은 모두 삭제하고 전과(戰果)를 부풀린 겁니다.

1894년 일본이 조선땅에 들어와 경복궁을 무력으로 점령하고 국왕을 위협한 사건은 일본군이 치밀하게 작전을 세운후 실행한 ‘군사작전’으로 학자들 사이에서는 발생한 날을 따서‘7월 23일 전쟁’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만한 사건인데도 공식 <일청전사>에는 내용이 누락되었습니다.

일본의 나카츠카 아키라 (中塚明)교수가 1997년 <역사의 위조를 묻다-전사에서 지워진 일본군의 ‘조선왕궁점령’>이라는 책을 펴냈고, 한국에는 2002년 원광대 박맹수 교수 번역으로 출판되었습니다.

나카츠카 아키라 지음, 박맹수 옮김, 1894년 경복궁을 점령하라! ( 푸른역사,2002)

작은 책인데 아직도 발행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러일전쟁과 관련해서는 시바 료타료의 <언덕위의 구름坂の上の雲)>과 일본에서 군신으로 추앙받는 노기 마레스케(乃木希典)가 뤼순공방전애서 승리한 이면에 어떤 진실이 있는지 파헤칩니다. 러일전쟁에서 가장 많은 일본군 전사자가 나온 이 전투를 지휘한 사령관이 군신 노기 마레스케가 아니라 당시 만주군 총참모장 고다마 겐타로(児玉源太郎)일수도 있다는 정황을 설명합니다 (pp168-182).

총평으로 이책을 보면서 편견일수 있겠지만 좀 발칙한 개인적 의견을 말해보고 싶습니다.

청일전쟁사를 일본 육군에서 편찬하려고 준비한게 청일전쟁 직후이고 최초 공식역사서가 나온게 1904년이니 이미 120여년전 일입니다.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조상뻘인 조슈(長州)의 육군군벌 야마가타 아리토모 (山県有朋)와 그 추종자들은 애초부터 역사를 사실(史實)대로 기록할 의지가 없었습니다.

그들에게 위대한 대일본제국은 전쟁에서 이겨야 하며 어떠한 실수나 반문명적인 행동, 집단학살이나 강간 등 전쟁범죄 그리고 전술과 전략의 부재, 그리고 병참문제로 전쟁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든 일본군의 약점은 일본의 국민들이 알아서는 안되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항상 이기는 줄 알았던 일본은 제2차세계대전에서 미국에 대항해서 싸우다 그 결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을 맞고 패배했습니다.

20세기초부터 1945년까지 일본은 ‘집단최면’ 상태였고 그 원인은 물론 일본이 처음 행한 국제전인 청일전쟁과 그 이후러일전쟁 등 초기 전쟁에 대해 공과를 왜곡하고 역사를 위조하도록 지시한 일본의 육군군벌에게 있는 것이죠.

과문하지만 이들의 영향력이 아직도 일본의 군국주의와 맥이 닿아있는 일본의 극우 정치인과 역사수정주의자들에까지 마치고 있다고 추정합니다.

일본의 국민소설이라고 불린 <언덕위의 구름(坂の上の雲 )>이 3대에 걸쳐 읽힌 문제작이고 이책을 통해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안 일본인들도 많다하니 그 내용을 봐야할 것 같습니다. 더구나 2009-2011년 일본 NHK에서 드라마로 만들어 방영한 작품입니다.

특히 시바 료타로의 우익적 역사관은 ‘일본과 중국은 근대화에 실패한 나라이고 일본은 성공한 나라‘라는 것으로 이 글을 쓰는 저를 비롯한 한국인들에게 특히 문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세대학교에서 연구하시는 근현대 사상사 연구자 홍정완씨의 박사학위 논문을 기반으로 쓰여진 책입니다.
본문 389쪽에 총 4부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1945년 해방이후부터 한국전쟁전까지의 시기와 한국전쟁이후 1961년 5.16 군사혁명과 그 이후 제1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 당시까지의 시기를 다루며, 한국의 ‘근대화(modernization)’을 주로 다루었던 정치학과 경제학이 이책이 다루는 주요 사회과학 분과입니다. 1945년 해방과 미군정의 시기를 지나 1948년 남한에 정부가 수립된 이후 새로운 정치체제와 경제체제를 만들어야 했던 당시에 가장 두드러지는 활동을 했던 분과이기 때문에 선택된 걸로 보입니다.

정치학분야의 특징을 보면 해방이후 새로운 정치체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현재 당연히 여기는 민주주의 체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한국천쟁이전까지 영미식 자유민주주의보다 유럽의 사회민주주의적 체제와 심지어 나찌 독일의 파시즘적 독재체제까지 논의가 되었습니다.

1930년대 나찌 독일에서 공부했던 학자들이 활동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제국대학에서 공부한 학자들이 활동하던 당시에는 어쩌면 당연한 경향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점차 냉전( the Cold War)의 대결양상이 증대되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 전쟁 이전의 사회민주주의적 논의는 줄어들고 미국의 행태주의적 정치학을 받아들이면서 자유민주주의적 이데올로기가 주류로 자리잡습니다.

해방이후 우파진영에서 파시즘에 기반한 전체주의적 국가주의를 체제대안으로 연구했고 공론장에서 논의된 건 이미 소개한 선행연구서에서 다루었습니다. 이 책에도 물론 이 책을 인용했습니다.

후지이 다케시 지음, 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 역사비평사, 2012)

경제학의 경우 한국전쟁 발발이전까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영향이 컸습니다. 상당한 수의 독립운동가들이 사회주의 계열인데다가 사회민주주의적 성향의 제헌헌법이 재정되었고 북한과 분단되기 전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1929년 촉발된 대공황과 그결과 일어난 제2차세계대전을 겪었기에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불신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합니다 (p381).
하지만 한국전쟁이후 남한에서 자본주의는 ‘객관적 필연’으로 받아들여졌고, 한국경제의 당시의 후진성은 경제학자들이 ‘자본주의 전단계 (前段階)‘로 인식되었고 서구 선진국들의 근대화 산업화의 경험은 따라가야 할 본보기로 인식되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경제학자들은 휴진국의 경제개발과 성장이론에 관심을 가지고 후진적 사회에서 어떻게 경제 사회개발을 해서 근대화를 이루는지에 대한 이론적 기반을 확립하려 했습니다.
1950년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경제개발이론은 넉시 (R Nurkse)의 이론으로 많은 경제학자들이 ‘균형발전’과 ‘수입개체산업화’를 주징했고 민간은 자본투입 부담이 적은 중소기업위주의 경공업에 국가는 기간산업 건설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1960년 4.19 혁명이후 후진국인 한국은 시장가격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므로 국가가 장기적인 경제발전계획을 수립해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의 경제계획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졌습니다.

마르크스경제학자인 모리스 돕 (Maurice Dobb)의 사회주의 산업화전략과 허쉬먼(Albert O Hirschman)의 불균형발전론이 1950년대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주목을 받게됩니다.

경제개발계획에 대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경제학자 박희범은 체제와 상관없이 휴진국의 경우 계획에 다라 ‘속성공업화’가 가능하다고 보았고 농업의 잉여가치생성력이 그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p360). 속설공업화에 필요한 재원을 농업에서 얼마나 계속 공급가능한가가 포인트로 위에서 언급한 모리스 돕의 관점을 수용한 겁니다.

한국의 경우 불균형발전론을 채택해 경제개발을 시작했는데 균형발전론은 실현불가능하고 투입가능한 자원이 희소하고 기업의 경영의사결정능력이 한정적인 가운데 특정산업에 집중적으로 지원을 투입하는 곳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여기에는 경제학자 로스토우 (W W Rostow)가 역사적인 관점에서 경제성장을 설명하면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일어나는 곳에서는 1-2개 산업의 성장이 빠르게 일어나 경제성장을 주도했다는 사실에 근거한 겁니다 (p351).

이런 상황에서 위의 박희범 교슈는 사회주의적 계회경제가 불가능한 한국의 상황에서는 급속한 공업화를 위해서 유일한 방법은 국가에 의한 자본조달의 강제적 조직화밖에 옶어ㅛ다 (p361).

경제적 정치적으로 후진성을 극복하고 급속한 공업화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식인들은 한국에서 ’독재적 권력형태’의 불가피성을 주장했습니다(p369).

서구의 민주주의 발전과정과 근대화과정의 전범으로 삼은 당시 지식인들은 사고방식이 현대기준으로 ‘유럽중심주의’레 치우쳐있고, 아시아가 ‘정체(停滯)’되어 있다는 서구의 주장을 주어진 사실(given fact)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들 입장에선 한국이 기독교적 전통도 없고 부르조아 계급도 없으며 근대화에 필수적인 중산층 (middle class)도 없어서 자유민주주의는 실현가능하지 않고, 엘리트층이 주도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5.16 군사혁명을 민족적 사명감을 가진 엘리트층에 의해 수행된 혁명으로 긍정했습니다(p373).

이상으로 이책에서 정리한 1950-1960년대초까지 지식인들이 한국의 정치체제와 경제체제를 어떤식으로 사고하고 어떤 이론적 군서로 자신들의 주장을 전개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어찌보면 2023년 현재 한국의 ‘반공보수’의 기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현재 경제학분야에서 뉴라이트의 태두로 인정되는 안병직교수가 1960년 당시 후진국 경제개발과 관련하여 독재를 긍정하는 발언이 나옵니다(p329).

급속한 경제발전과 산업화를 위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독재채제를 용인하는 건 현재 언론지면에서 볼 수 있는 친일성향 극우 정치세력의 주장과 판에 박힌 듯 닮았습니다. 역사에 우연이란 없고 역사는 반복된다고 느낍니다.

좀더 양보를 해서 사실상 전근대적 농업사회였던 1960년에 안병직 교수의 주장이 타당했다고 해도, 이미 불균등설정론에 잆각해 경제개발을 끝내고 중산층이 자리잡고 있는 세계6위 경제대국인 현재의 한국에서 아직도 1960년과 동일한 주장을 하는 극우는 지극히 시대착오적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한국은 30년이 넘은 대통령 직접선거의 전통이 있고 후진적인 정치권에 신물이 난 배울만큼 배운 중산층이 두텹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1960년대처럼 한줌도 안되는 엘리트층이 몽매한 국민을 ‘계몽’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현재 한국의 엘리트가 엘리트가 맞는지도 의심이 되는 상황이고 배울만큼 배운 중산층이 엘리트의 말을 듣지도 않습니다. 고시출신들 무능하다는 게 오히려 솔직한 평가지요.

경제개발 시대에 적절했던 정치경제적 사고가 현재는 유효하지 않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제대로된 체제가 제대로 들어선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면에서 대안으로 제헌헌법 당시의 사회민주주의적 체제가 대안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국은 서구와는 다른 경로로 민주주의에 도달했고, 경제개발에 따라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루었습니다. 중산층이 없고 민주주의 전통이 없다는 엘리트층의 주장은 더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국민이 준 권력을 국회와 고위관료들이 ‘남용(abuse)’하고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대의민주주의만이 유일한 민주주의 형태라고 국민을 현혹하는 정치인들은 사라져야 합니다. 기술적으로 직접민주주의도 가능합니다. 네트워크가 없는것처럼 말하면 안됩니다. 가능하지만 국회의 이해관계때문에 못하고 있는 걸로 봅니다.

이책과 관련해 인용된 선행연구 몇건 더 소개하고 줄입니다.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과 로스토우의 영향에 대해서는

박태균 지음 , 원형과 변용 ( 서울대학교 출판부,2007)

을 참조바랍니다.


사상계에 관한 연구로는 아래를 참조바랍니다.

김건우 지음, 사상계와 1950년대 문학 (소명출판,2003)

제가 읽은 19050-60년대 보수지식인 동향에 대해서 김건우 교수의 다음 책이 유용합니다. 서북출신 지식인들이 5.16군사쿠데타에 동조하게 되는 과정이 설명됩니다.

김건우 지음, 대한민국의 설계자들 (느티나무 책방,2017)

그외 출판된 지 오래되었지만 언급해야 할 책으로 박희범 교수의 아래의 책입니다. 경제개발계획의 이론적 기반을 대표하는 연구서입니다.

박희범 지음, 한국경제성장론( 고려대학교출판부,1968)

한국이 추진한 경제개발개획의 이론적 기반인 불균형성장론은 아래의 책이 근거입니다.

W W Rostow, The Stage of Economic Growth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6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술사를 공부하시고 근대건축에 대해 탐구해 오신 최예선 작가의 한국의 오래된 집, 그중에서도 근현대시기에 지어진 오래된 집에 대한 책입니다.

건축적인 견지보다 미학적인 견지에서 감각적으로 집에대한 감상기를 쓰신 것입니다.

책의 모태가 잡지 <샘터>에 연재한 글을 기반으로 한 책이다보니 다른 건축비평서나 연구서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책을 보면서 놀라운 건 이 책에 수록된 19세기 말부터 1950년대까지 지어진 고택들이 가지는 고유성( uniqueness)입니다. 1970년대 이후 주택이라고 하면 늘 아파트를 먼저 떠오르는 현재 과거의 다양한 살림집들을 보면 한국이 과연 주거생활에서 선진국이 된 것이 맞는지 회의하게 됩니다.

발전이란 것은 빨리 멀리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고유성을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며 다양한 개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게 아닌가하고 생각하면 우리는 지금 반대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소 일률적으로 10층에서 30층 높이의 고층 아파트에 살면서 주위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것이 주거생활에서의 발전일까요? 건설회사의 마케팅에 너무 쉽게 포획된 것이 아닌가요?

단순히 편리함과 가격을 생각한다면 경제적으로 이성적 결정일 수 있으나, 단순히 낡고 오래되었으며 조선시대 왕궁이 아니고 사대부 집이 아니라고, 일제시대 지어진 일본식 주택이라고, 내지는 산업화시대 노동자들이 살던 사택이라고 다 밀어버리면 한국전쟁이전 그리고 산업화시대 이전 우리의 조부모들과 부모들이 사셨던 가까운 과거의 기억은 없어져도 되는건지 되묻고 싶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서울을 비롯한 도시공간에서 경제적 논리에 위해 가까운과거의 건물들이 무수히 사라졌습니다.

지나간 삶의 가장 구체적 증거인 근현대시기 옛 살림집들은 안타깝게도 계속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책에 나온 사례에서처럼 보존되어야 할 근현대시기 옛집들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특히 일제시대 건축물의 경우 일본이 전쟁범죄애 대한 사죄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의 식민통치의 직접적 증거물인 당시 건축물을 파괴하는 건 일종의 ‘증거 인멸’로 볼 수 있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물리적 증거가 남아 있어야 일본에 사과요구도 구체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분별한 일제시대 건축물 철거는 그 주도자가 혹시 청산되지 않은 친일파의 후손이 아닌지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증거가 없어야 본인들의 친일행적을 숨기는데 도움이 될테니까.

일본의 극우 전체주의자들은 지속적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전범인 자신들이 미국의 원폭에 대한 피해자라고 주장합니다.

팩트는 미국이 도쿄와 나고야 등에 폭격을 퍼부어 압도적 화력으로 일본이 항복하길 원했으나 일제 군국주의자들은 국민의 희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에 저항했고, 더이상 미군의 인명피해를 볼 수 없었던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겁니다. 즉 일본이 자초한 겁니다.

그리고 원폭이전에 일본군은 중국 난징에서 중국인들을 대량학살하고 미군과도 오키나와에서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벌였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서구에 이런 일제의 만행은 잘 알려져있지 않습니다. 난징대학살을 처음 안 서구인들은 대부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죠. 일본외교가 그만큼 철저히 그들의 과거 잔혹한 만행을 철저하게 숨긴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전사를 빼고 원폭투하만 이야기하는 건 전형적인 역사왜곡입니다. 모르는 사람은 오해하기 쉽습니다. 일부러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의도를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끝으로 이 책의 저자 최예선 작가의 책 몇권을 더 소개합니다.

첫번째 책은 오래된 집의 인테리어에 촛점을 맞춘 책으로 미술사가의 입장이 잘 드러난 책입니다. 책 자체도 상당히 이쁩니다

두번째 책은 작가가 건축가인 남편과 같이 지은 책으로 책의 성격이 지금 소개하는 책과 유사합니다. 한국의 군대문화유선으로서의 근대건축물을 바라본 책으로 2000년대에 나온 선구적인 책이지만 지금은 절판상태입니다.

최예선 , 모던의 시대 우리 집 (모요사,2022)

최예선 정구원 지음, 청춘남녀, 백년 전 세상을 탐하다 (모요사,2010)

끝으로 저자가 프랑스에서 공부를 하셔서 유럽에 남아있는 오래된 건축물을 보면서 한국은 왜 건물을 오래 보존하지 않는지 궁금하셨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저 역시도 유럽에 나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과거가 잘 보존되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것이었고, 서울에 와 보니 너무도 과거의 흔적을 쉽게 지워버린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런 의문이 오래된 집을 찿아가 과거의 삶에 대해 반추하는 것으로 돌아온 것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