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에서 연구하시는 근현대 사상사 연구자 홍정완씨의 박사학위 논문을 기반으로 쓰여진 책입니다.
본문 389쪽에 총 4부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1945년 해방이후부터 한국전쟁전까지의 시기와 한국전쟁이후 1961년 5.16 군사혁명과 그 이후 제1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 당시까지의 시기를 다루며, 한국의 ‘근대화(modernization)’을 주로 다루었던 정치학과 경제학이 이책이 다루는 주요 사회과학 분과입니다. 1945년 해방과 미군정의 시기를 지나 1948년 남한에 정부가 수립된 이후 새로운 정치체제와 경제체제를 만들어야 했던 당시에 가장 두드러지는 활동을 했던 분과이기 때문에 선택된 걸로 보입니다.

정치학분야의 특징을 보면 해방이후 새로운 정치체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현재 당연히 여기는 민주주의 체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한국천쟁이전까지 영미식 자유민주주의보다 유럽의 사회민주주의적 체제와 심지어 나찌 독일의 파시즘적 독재체제까지 논의가 되었습니다.

1930년대 나찌 독일에서 공부했던 학자들이 활동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제국대학에서 공부한 학자들이 활동하던 당시에는 어쩌면 당연한 경향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점차 냉전( the Cold War)의 대결양상이 증대되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 전쟁 이전의 사회민주주의적 논의는 줄어들고 미국의 행태주의적 정치학을 받아들이면서 자유민주주의적 이데올로기가 주류로 자리잡습니다.

해방이후 우파진영에서 파시즘에 기반한 전체주의적 국가주의를 체제대안으로 연구했고 공론장에서 논의된 건 이미 소개한 선행연구서에서 다루었습니다. 이 책에도 물론 이 책을 인용했습니다.

후지이 다케시 지음, 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 역사비평사, 2012)

경제학의 경우 한국전쟁 발발이전까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영향이 컸습니다. 상당한 수의 독립운동가들이 사회주의 계열인데다가 사회민주주의적 성향의 제헌헌법이 재정되었고 북한과 분단되기 전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1929년 촉발된 대공황과 그결과 일어난 제2차세계대전을 겪었기에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불신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합니다 (p381).
하지만 한국전쟁이후 남한에서 자본주의는 ‘객관적 필연’으로 받아들여졌고, 한국경제의 당시의 후진성은 경제학자들이 ‘자본주의 전단계 (前段階)‘로 인식되었고 서구 선진국들의 근대화 산업화의 경험은 따라가야 할 본보기로 인식되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경제학자들은 휴진국의 경제개발과 성장이론에 관심을 가지고 후진적 사회에서 어떻게 경제 사회개발을 해서 근대화를 이루는지에 대한 이론적 기반을 확립하려 했습니다.
1950년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경제개발이론은 넉시 (R Nurkse)의 이론으로 많은 경제학자들이 ‘균형발전’과 ‘수입개체산업화’를 주징했고 민간은 자본투입 부담이 적은 중소기업위주의 경공업에 국가는 기간산업 건설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1960년 4.19 혁명이후 후진국인 한국은 시장가격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므로 국가가 장기적인 경제발전계획을 수립해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의 경제계획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졌습니다.

마르크스경제학자인 모리스 돕 (Maurice Dobb)의 사회주의 산업화전략과 허쉬먼(Albert O Hirschman)의 불균형발전론이 1950년대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주목을 받게됩니다.

경제개발계획에 대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경제학자 박희범은 체제와 상관없이 휴진국의 경우 계획에 다라 ‘속성공업화’가 가능하다고 보았고 농업의 잉여가치생성력이 그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p360). 속설공업화에 필요한 재원을 농업에서 얼마나 계속 공급가능한가가 포인트로 위에서 언급한 모리스 돕의 관점을 수용한 겁니다.

한국의 경우 불균형발전론을 채택해 경제개발을 시작했는데 균형발전론은 실현불가능하고 투입가능한 자원이 희소하고 기업의 경영의사결정능력이 한정적인 가운데 특정산업에 집중적으로 지원을 투입하는 곳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여기에는 경제학자 로스토우 (W W Rostow)가 역사적인 관점에서 경제성장을 설명하면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일어나는 곳에서는 1-2개 산업의 성장이 빠르게 일어나 경제성장을 주도했다는 사실에 근거한 겁니다 (p351).

이런 상황에서 위의 박희범 교슈는 사회주의적 계회경제가 불가능한 한국의 상황에서는 급속한 공업화를 위해서 유일한 방법은 국가에 의한 자본조달의 강제적 조직화밖에 옶어ㅛ다 (p361).

경제적 정치적으로 후진성을 극복하고 급속한 공업화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식인들은 한국에서 ’독재적 권력형태’의 불가피성을 주장했습니다(p369).

서구의 민주주의 발전과정과 근대화과정의 전범으로 삼은 당시 지식인들은 사고방식이 현대기준으로 ‘유럽중심주의’레 치우쳐있고, 아시아가 ‘정체(停滯)’되어 있다는 서구의 주장을 주어진 사실(given fact)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들 입장에선 한국이 기독교적 전통도 없고 부르조아 계급도 없으며 근대화에 필수적인 중산층 (middle class)도 없어서 자유민주주의는 실현가능하지 않고, 엘리트층이 주도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5.16 군사혁명을 민족적 사명감을 가진 엘리트층에 의해 수행된 혁명으로 긍정했습니다(p373).

이상으로 이책에서 정리한 1950-1960년대초까지 지식인들이 한국의 정치체제와 경제체제를 어떤식으로 사고하고 어떤 이론적 군서로 자신들의 주장을 전개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어찌보면 2023년 현재 한국의 ‘반공보수’의 기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현재 경제학분야에서 뉴라이트의 태두로 인정되는 안병직교수가 1960년 당시 후진국 경제개발과 관련하여 독재를 긍정하는 발언이 나옵니다(p329).

급속한 경제발전과 산업화를 위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독재채제를 용인하는 건 현재 언론지면에서 볼 수 있는 친일성향 극우 정치세력의 주장과 판에 박힌 듯 닮았습니다. 역사에 우연이란 없고 역사는 반복된다고 느낍니다.

좀더 양보를 해서 사실상 전근대적 농업사회였던 1960년에 안병직 교수의 주장이 타당했다고 해도, 이미 불균등설정론에 잆각해 경제개발을 끝내고 중산층이 자리잡고 있는 세계6위 경제대국인 현재의 한국에서 아직도 1960년과 동일한 주장을 하는 극우는 지극히 시대착오적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한국은 30년이 넘은 대통령 직접선거의 전통이 있고 후진적인 정치권에 신물이 난 배울만큼 배운 중산층이 두텹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1960년대처럼 한줌도 안되는 엘리트층이 몽매한 국민을 ‘계몽’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현재 한국의 엘리트가 엘리트가 맞는지도 의심이 되는 상황이고 배울만큼 배운 중산층이 엘리트의 말을 듣지도 않습니다. 고시출신들 무능하다는 게 오히려 솔직한 평가지요.

경제개발 시대에 적절했던 정치경제적 사고가 현재는 유효하지 않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제대로된 체제가 제대로 들어선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면에서 대안으로 제헌헌법 당시의 사회민주주의적 체제가 대안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국은 서구와는 다른 경로로 민주주의에 도달했고, 경제개발에 따라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루었습니다. 중산층이 없고 민주주의 전통이 없다는 엘리트층의 주장은 더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국민이 준 권력을 국회와 고위관료들이 ‘남용(abuse)’하고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대의민주주의만이 유일한 민주주의 형태라고 국민을 현혹하는 정치인들은 사라져야 합니다. 기술적으로 직접민주주의도 가능합니다. 네트워크가 없는것처럼 말하면 안됩니다. 가능하지만 국회의 이해관계때문에 못하고 있는 걸로 봅니다.

이책과 관련해 인용된 선행연구 몇건 더 소개하고 줄입니다.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과 로스토우의 영향에 대해서는

박태균 지음 , 원형과 변용 ( 서울대학교 출판부,2007)

을 참조바랍니다.


사상계에 관한 연구로는 아래를 참조바랍니다.

김건우 지음, 사상계와 1950년대 문학 (소명출판,2003)

제가 읽은 19050-60년대 보수지식인 동향에 대해서 김건우 교수의 다음 책이 유용합니다. 서북출신 지식인들이 5.16군사쿠데타에 동조하게 되는 과정이 설명됩니다.

김건우 지음, 대한민국의 설계자들 (느티나무 책방,2017)

그외 출판된 지 오래되었지만 언급해야 할 책으로 박희범 교수의 아래의 책입니다. 경제개발계획의 이론적 기반을 대표하는 연구서입니다.

박희범 지음, 한국경제성장론( 고려대학교출판부,1968)

한국이 추진한 경제개발개획의 이론적 기반인 불균형성장론은 아래의 책이 근거입니다.

W W Rostow, The Stage of Economic Growth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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