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를 공부하시고 근대건축에 대해 탐구해 오신 최예선 작가의 한국의 오래된 집, 그중에서도 근현대시기에 지어진 오래된 집에 대한 책입니다.

건축적인 견지보다 미학적인 견지에서 감각적으로 집에대한 감상기를 쓰신 것입니다.

책의 모태가 잡지 <샘터>에 연재한 글을 기반으로 한 책이다보니 다른 건축비평서나 연구서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책을 보면서 놀라운 건 이 책에 수록된 19세기 말부터 1950년대까지 지어진 고택들이 가지는 고유성( uniqueness)입니다. 1970년대 이후 주택이라고 하면 늘 아파트를 먼저 떠오르는 현재 과거의 다양한 살림집들을 보면 한국이 과연 주거생활에서 선진국이 된 것이 맞는지 회의하게 됩니다.

발전이란 것은 빨리 멀리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고유성을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며 다양한 개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게 아닌가하고 생각하면 우리는 지금 반대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소 일률적으로 10층에서 30층 높이의 고층 아파트에 살면서 주위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것이 주거생활에서의 발전일까요? 건설회사의 마케팅에 너무 쉽게 포획된 것이 아닌가요?

단순히 편리함과 가격을 생각한다면 경제적으로 이성적 결정일 수 있으나, 단순히 낡고 오래되었으며 조선시대 왕궁이 아니고 사대부 집이 아니라고, 일제시대 지어진 일본식 주택이라고, 내지는 산업화시대 노동자들이 살던 사택이라고 다 밀어버리면 한국전쟁이전 그리고 산업화시대 이전 우리의 조부모들과 부모들이 사셨던 가까운 과거의 기억은 없어져도 되는건지 되묻고 싶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서울을 비롯한 도시공간에서 경제적 논리에 위해 가까운과거의 건물들이 무수히 사라졌습니다.

지나간 삶의 가장 구체적 증거인 근현대시기 옛 살림집들은 안타깝게도 계속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책에 나온 사례에서처럼 보존되어야 할 근현대시기 옛집들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특히 일제시대 건축물의 경우 일본이 전쟁범죄애 대한 사죄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의 식민통치의 직접적 증거물인 당시 건축물을 파괴하는 건 일종의 ‘증거 인멸’로 볼 수 있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물리적 증거가 남아 있어야 일본에 사과요구도 구체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분별한 일제시대 건축물 철거는 그 주도자가 혹시 청산되지 않은 친일파의 후손이 아닌지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증거가 없어야 본인들의 친일행적을 숨기는데 도움이 될테니까.

일본의 극우 전체주의자들은 지속적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전범인 자신들이 미국의 원폭에 대한 피해자라고 주장합니다.

팩트는 미국이 도쿄와 나고야 등에 폭격을 퍼부어 압도적 화력으로 일본이 항복하길 원했으나 일제 군국주의자들은 국민의 희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에 저항했고, 더이상 미군의 인명피해를 볼 수 없었던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겁니다. 즉 일본이 자초한 겁니다.

그리고 원폭이전에 일본군은 중국 난징에서 중국인들을 대량학살하고 미군과도 오키나와에서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벌였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서구에 이런 일제의 만행은 잘 알려져있지 않습니다. 난징대학살을 처음 안 서구인들은 대부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죠. 일본외교가 그만큼 철저히 그들의 과거 잔혹한 만행을 철저하게 숨긴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전사를 빼고 원폭투하만 이야기하는 건 전형적인 역사왜곡입니다. 모르는 사람은 오해하기 쉽습니다. 일부러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의도를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끝으로 이 책의 저자 최예선 작가의 책 몇권을 더 소개합니다.

첫번째 책은 오래된 집의 인테리어에 촛점을 맞춘 책으로 미술사가의 입장이 잘 드러난 책입니다. 책 자체도 상당히 이쁩니다

두번째 책은 작가가 건축가인 남편과 같이 지은 책으로 책의 성격이 지금 소개하는 책과 유사합니다. 한국의 군대문화유선으로서의 근대건축물을 바라본 책으로 2000년대에 나온 선구적인 책이지만 지금은 절판상태입니다.

최예선 , 모던의 시대 우리 집 (모요사,2022)

최예선 정구원 지음, 청춘남녀, 백년 전 세상을 탐하다 (모요사,2010)

끝으로 저자가 프랑스에서 공부를 하셔서 유럽에 남아있는 오래된 건축물을 보면서 한국은 왜 건물을 오래 보존하지 않는지 궁금하셨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저 역시도 유럽에 나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과거가 잘 보존되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것이었고, 서울에 와 보니 너무도 과거의 흔적을 쉽게 지워버린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런 의문이 오래된 집을 찿아가 과거의 삶에 대해 반추하는 것으로 돌아온 것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