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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샤크
베르너 J. 에글리 지음, 배수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는 이 대륙에 대하여 별로 할 말이 없다. 이 대륙이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하여 내가 관계가 있을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아프리카의 자원들을 모두 착출해내어, 염가의 식품들을 먹는 것이 내가 그들에게 끼친 피해이고, 그들은 굶주리고 있다. 하지만, 나는 결코 이러한 일을 해달라고 한 적이 없다. 그들이 괴롭게 된 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나는 비열한 자본가들에게, 어째서 그들의 음식을 모두 빼앗아갔으면서 총까지 쥐어주며, 자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
블랙 샤크라는 해적이 등장하여, 온갖 화물선의 물건들을 훔쳐내어 가난한 이들에게 남는 음식을 조금 나누어주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희망을 갖는다. 이 사람이야말로 자신들을 위해 일해줄 의적이라고. 하지만 실체를 만나보니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조금 더 교활하고, 조금 더 폭력적인 우두머리였을 뿐이었다. 단순한 계획을 세워 성공하는 데에 그치고, 이 성공을 자축하다가 은신처에 공격용 헬기 다섯 대만 오면 깨끗이 증발하는 이들이니 말이다. 그는 자기 자신도 모를 꿈을 가지고 있었다.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어, 사람들이 모두 굶어죽지 않는 최고의 이상 국가를 내세우겠다고. 나는 질문한다. 이 세계에, 그런 꿈을 품고 시작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몇이나 될 것 같은가? 그는 폭력적인 방법으로, 우둔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누구도 결코 좋아하지 않을 짓을 행하고선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
이 블랙 샤크의 실체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나는 멍청하다고 할 수 없겠다. 이들은 굶주려 있다. 이들은 마치 북한의 기아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 아마 사람들은 왜 북한 사람들이 독재정권에 대항하여 싸울 수 없냐고 말하면, 그 이유는 너무나도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북한에 보낸 구호품이 누구에게 갈 것이라 생각하는가? 대다수는 자신의 군대를 위해 쓰이는 군량미로 속해지고, 쌀이 와서 베푼다는 증거를 보여주기 위해 아주 일부만 그들에게 쥐어준다. 죽지 않을 정도로만 주는 쌀을 주기 위해, 우리는 독재 정권의 배터리를 충전해주고 있음을 알면서도 계속 쌀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건 아프리카 인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적십자사를 통해 보낸 음식들은, 아마 대다수 정치가의 손에 들어가 암시장에서 비싼 값에 팔리게 될 것이다. 그들에게 무료로 제공해야 될 음식이, 결국 돈 있는 사람의 손에 다시 들어가게 된다. 이것이 정치의 모순이다.
블랙 샤크라는 사람 아래, 서로 만났던 다섯 명의 소년 소녀들은 각자의 꿈을 품고 헤어졌다. 오마르와 티렉은 블렉 샤크의 밑으로 들어가 자국을 위해 싸운다는 순수한 뜻을 품고, 누리아는 상처밖에 남지 않는 이 조국을 영원히 떠나려 했다. 그리고 제삼자가 될 수 있었지만 이 대륙에 발을 들인 토미와 에이미는, 그들의 상처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지금, 아프리카는 어떤 곳인가? 검은 피부를 가진 아이들이 살아갈 곳은 더 이상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