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서 멈추다 - 초록빛 힐링의 섬
이현구 지음 / 모요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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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 그곳을 고향처럼 느끼는 일은 가능할까. 작가 이현구가 쓴 <초록빛 힐링의 섬 아일랜드에서 멈추다>를 보면 그런 일이 가능할 것도 같다.


저자는 대학 졸업 후 잡지사 기자, 사보편집사 기획자, 광고기획사 카피라이터 등으로 일했다. 일하면서 틈틈이 해외여행을 다니다가 삼십 대 중후반의 나이에 아일랜드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낯선 곳에서 잠깐 지내면서 영어도 배우고 글도 쓰겠다는 생각으로 결정한 일이었는데, 아일랜드 사람인 현재의 남편을 만나 벌써 10년째 정착해 살고 있다. 현재는 '마야 리'라는 필명으로 아일랜드에 관한 글을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하고, 동시대 아일랜드 연극을 한국어로 번역해 한국에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여행이 삶이 되고, 사랑까지 찾아줬다고나 할까.


10년 가까이 아일랜드에서 거주한 사람이 쓴 책답게, 일반적인 여행 에세이나 가이드북과는 정보의 양이나 질이 다르다. 저자의 남편 존은 아일랜드 하면 떠오르는 아이리시 펍의 주인이다. 직접 경영하는 것은 아니고 어릴 때부터 함께 산 릴리 이모에게 물려받았다. 남편이 펍에서 자란 펍의 주인이다 보니 저자 역시 펍에 대해 잘 안다. 존의 직업이 요리사인 만큼 아일랜드 요리에 대해서도 잘 안다. 아일랜드의 명물인 감자 요리는 물론, 스콘, 카버리 같은 요리도 소개한다. 저자와 존이 틈날 때마다 여행한 아일랜드의 크고 작은 도시에 관한 소개도 나온다. 더블린의 대표적인 대중교통수단인 '다트'를 타고 더블린 근교 여행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자동차를 타고 북아일랜드 벨파스트까지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일랜드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아일랜드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은 헨리 스트리트와 그래프턴 스트리트다. 저자는 인디 예술가의 핸드메이드 제품과 빈티지 물건을 파는 플리 마켓을 더 좋아한다.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아일랜드는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는 나라다. 아이리시 남편과 사는 저자가 아일랜드의 역사와 문화, 전통을 이해하기 위해 읽은 책과 본 영화 등도 종종 소개된다. 이제는 한국보다 아일랜드가 더 고향 같다는 저자의 말에서 아일랜드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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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알고 있다 - 꽃가루로 진실을 밝히는 여성 식물학자의 사건 일지
퍼트리샤 윌트셔 지음, 김아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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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의 삶은 소설보다 극적이다. <꽃은 알고 있다>의 저자 퍼트리샤 월트셔의 삶이 그렇다. 퍼트리샤 월트셔는 지난 25년간 300건 이상의 까다로운 범죄 사건을 해결했다. 퍼트리샤 월트셔의 직업은 형사일까? 아니면 법의학자? 놀랍게도 퍼트리샤 월트셔의 직업은 식물학자다. 그것도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꽃가루를 연구하는. 대체 어떻게 식물학자가 범죄 사건 해결에 투입된 걸까. 꽃가루로 시체를 찾거나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되는 증거를 찾는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궁금하다면 이 책 <꽃은 알고 있다>를 읽어보길 권한다.


책은 저자가 범죄 현장에 투입되어 강력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와 저자의 지난 생애에 관한 이야기가 교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절 웨일스의 광산촌에서 젊은 부부의 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기관지염을 앓은 저자는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식물도감을 읽은 적이 많았다. 의대에 진학했지만 동물 실험이 꺼려져 연구원의 길을 포기했다. 이후 '여자다운' 일을 하라는 남자친구의 말에 따라 비서 수업을 받고 유명 기업에 들어갔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결국 저자는 20대 후반에 킹스칼리지 대학에 진학해 식물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식물도감을 닳도록 읽었던 기억이 마침내 저자를 식물학의 세계로 이끈 것이다.


이후 저자는 식물학자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킹스칼리지 대학에서 미생물과 일반생태학을 강의했고, 런던대학교에서 환경고고학자로 일했다. 그렇게 남은 생을 식물학자로 살아갈 줄로만 알았는데, 오십 대의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받으면서 인생이 확 바뀌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형사였다. 형사는 중국 삼합회가 저지른 범죄를 뒤쫓고 있는데, 범인이 사체를 버리기 위해 차를 타고 도랑을 지나면서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만한 생태학적 증거를 남기지 않았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왠지 모르게 사건에 끌린 저자는 차 안팎을 샅샅이 뒤져 약간의 진흙 덩어리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덩어리에서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만한 옥수수 꽃가루를 발견했다.


이때부터 저자는 식물학 또는 생태학을 이용해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시체를 찾지 못할 때는 범인이 시체를 묻고 온 장소에서 자기도 모르게 묻히고 온 꽃가루, 먼지, 포자 등에서 시체를 묻고 온 장소의 특징을 밝혀냈다. 범인을 모를 때는 용의자의 몸이나 옷, 신발 등에 미세하게 남아 있는 흙이나 모래를 채집해 그가 범인인지 아닌지를 가려냈다. 이는 범인이 범죄 현장에 머리카락이나 혈액, 정액 같은 DNA 증거를 남기지 않은 경우에 더욱 용이하다. 목격자가 없고 범인이 자백하지 않는 상황에서 범죄의 구체적인 정황이나 과정을 밝혀낼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일흔이 넘은 저자는 세계법의학협회, 영국왕립생물학협회, 린네협회 등의 회원으로 왕성한 연구와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자는 '여자다운' 일을 해야 한다고 했던) 전 남편과의 이혼 후 더 멋진 남자를 만나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좋았고, 무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해 지역 주민들을 위해 일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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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천천히, 북유럽 - 손으로 그린 하얀 밤의 도시들
리모 김현길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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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쯤 북유럽에 가볼 수 있을까. 나처럼 북유럽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당장 북유럽행 티켓을 끊을지도 모른다. 여행 드로잉 작가 '리모' 김현길의 책 <혼자, 천천히, 북유럽>이다.


저자는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연구원에서 여행 드로잉 작가로 변신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피해 북유럽으로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저자는 한 달 동안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를 여행하며 그림을 그릴 계획을 세웠다. 첫 여행지인 핀란드는 저자의 예상대로 때로는 약간의 추위가 느껴질 만큼 날씨가 선선했으며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한가했다. 그런 곳에서 저자는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마음에 드는 카페가 나오면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고, 도시 곳곳에 있는 미술관을 구경하고 아무 공원에나 들어가 앉아 그림을 그리는 나날을 보냈다. 느릿느릿 흘러가는 저자의 일상을 보고 있노라니 나까지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듯했다.


얼마 후 저자는 배를 타고 스웨덴으로 넘어갔다. 스톡홀름과 웁살라에서 며칠을 보낸 후, 이번에는 기차를 타고 노르웨이로 넘어갔다. 노르웨이에서는 저자가 가장 고대했던 암벽과 피오르, 빙하를 맨눈으로 봤다. 예상보다 심한 추위 때문에 몸을 덜덜 떨면서도 감격에 찬 저자를 보니 나까지 마음이 벅찼다. 노르웨이에서 직접 피오르를 보는 건 나에게도 로망인데, 나는 언제쯤 나의 로망을 이룰 수 있을까(존버만이 살 길이다!). 덴마크까지는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다. 덴마크 최북단에 위치한 스카겐에서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둘러본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나라면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외국의 마을에서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여행할 수 있을까. 스카겐 화파의 그림들을 전시하는 스카겐 미술관에도 가보고 싶다.


어디에 가든, 누구를 만나든,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기록을 남긴 저자의 모습이 멋있다. 그림을 그리면 대상을 오랫동안 자세하게 관찰하게 되어 기억이 쉽게 휘발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저자의 손끝에서 탄생한 그림들이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데, 저자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풍경들과 추억들은 얼마나 더 멋지고 아름다울까. 언젠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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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뉴욕
이디스 워튼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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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는 누구일까. 정답은 1920년 발표한 <순수의 시대>로 1921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디스 워튼이다. 이디스 워튼은 열여섯 살 때 첫 시집을 출간해 일흔다섯 살 때 프랑스 파리에서 숨을 거두기 전까지 소설, 시, 에세이, 여행기, 회고록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디스 워튼의 책 중에 국내에 발표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얼마 전 이디스 워튼의 단편집이 국내 최초로 번역, 출간되었다. 네 편의 단편이 실린 <올드 뉴욕>이다. 


이디스 워튼은 미국 뉴욕의 상류층 가문 출신이다. 이디스 워튼의 작품에는 이러한 특성이 잘 반영되어 있다. <올드 뉴욕>에 실린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헛된 기대>는 미국 동부의 유서 깊은 상류층 가문인 레이시 가의 유일한 아들이자 상속자인 루이스가 그의 사촌 여동생 베아트리스와 연정을 품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루이스는 베아트리스를 좋아하지만 루이스의 아버지는 베아트리스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아버지에게 경제적, 사회적으로 크게 의존하고 있는 루이스는 아버지와 대립할 경우 뒤따를 일들을 감당하기가 버겁다. 좋아하는 여자와 돈 많은 아버지 사이에서 갈등하는 루이스. 사랑이냐 돈이냐를 두고 갈팡질팡하는 건 결코 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처녀>는 미국 뉴욕의 명문가 중 하나인 랄스턴 가문에 시집간 델리아 로벨의 이야기를 그린다. 역시 미국의 유서 깊은 명문가의 영애인 델리아 로벨은 스무 살 때 랄스턴 가문에 시집가서 스물여섯 살 때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결혼 전 잠시 연정을 품었던 남자가 있었지만 결혼 후에는 그 남자에 대한 생각을 깨끗하게 지우고 오로지 남편과 두 아이를 돌보는 일에만 전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조만간 랄스턴 가문에 시집올 예정인 샬롯의 일을 듣게 된다. 명문가 출신인 샬롯이 언제부터인가 빈민가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푹 빠져서 시집갈 마음을 접었다는 것이다. 델리아는 샬롯이 자신처럼 명문가의 여인으로 사는 일을 포기하고 빈민가 아이들을 돌보며 노처녀로 살겠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과연 샬롯의 생각은 무엇일까.


이어지는 <불꽃>, <새해 첫날> 같은 작품도 마찬가지로 미국 상류사회에서 실제로 있었을 법한 일들을 섬세하고 예리하게 묘사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비슷한 시기에 활약한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이 외부인의 시선으로 미국 상류사회를 관찰해 썼다면, 이디스 워튼의 소설은 내부인의 시선으로 미국 상류사회를 관찰해 썼다. 두 작가의 문체나 관점을 비교하면서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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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 나를 위로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마법의 시간
루이스 L. 헤이 지음, 김태훈 옮김 / 센시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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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좋아하지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런 사람에게 자기 자신을 좋아하게 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만났다. 미국의 심리치료사 루이스 L. 헤이의 책 <미러>다.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다. 생각의 대부분은 자기 자신과의 대화, 즉 혼잣말이다. 자기 자신에게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자기 자신에게 무심코 하는 말들이 잠재의식으로 쌓여서 생각과 행동의 습관으로 굳어진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에게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자동적으로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지고, 반대로 자기 자신에게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자동적으로 자신감과 자존감이 낮아진다.


자기 자신을 좋아하지 못하는 사람은 대체로 자기 자신에게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한다. 이는 아마도 어려서부터 형성된 습관일 가능성이 높다. 어릴 적 부모님이나 선생님으로부터 "넌 멍청해", "넌 못됐어", "넌 못생겼어.", "넌 뚱뚱해." 같은 부정적인 말을 들은 것이 그대로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굳어져서 사소한 일에도 과도하게 비난하고 부정적인 자기 평가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타인의 시선이나 발언에 민감하고 외부 평가에 심하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자기 평가를 멈추는 방법으로 저자는 '미러 워크', 즉 거울 보기 활동을 제안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좋은 일이 일어나면 거울 앞에 서서 "고마워. 정말 잘 됐어!"라고 말한다. 나쁜 일이 일어나면 "괜찮아. 사랑해!"라고 말한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고, 화장실에서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거울을 볼 때 수시로 해도 좋다. 얼굴에 뭐가 묻었나 확인하거나 머리 스타일만 점검하지 말고 자신의 모습을 천천히 들여다보면서 긍정적인 말을 해준다.


저자는 "해야 한다"라는 말 대신 "할 수 있다"라고 말하라고 조언한다. "해야 한다"라고 말하면 그 자체로 스트레스가 된다. "할 수 있다"라고 말하면 왠지 모르게 힘이 나는 것 같고 자기 자신에게 재능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힘든 일이 있거나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는 억지로 밀어내려 하지 말고 그 자체를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나는 이 일을 이겨낼 수 있다."라고 긍정적인 암시를 한다. 오늘부터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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