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사 강의 - 10개의 강의로 프랑스사 쉽게 이해하기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시바타 미치오 지음, 정애영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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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하면 맛있는 빵과 디저트, 아름다운 강과 거리, 우아한 궁전과 정원 등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는 프랑스의 일면에 불과하다. 프랑스의 다양한 면을 보고 싶다면 장장 2천여 년에 달하는 프랑스의 역사를 알아야 할 터. 도쿄대학 명예교수를 지낸 시바타 미치오의 책 <프랑스사 강의>는 10개의 강의로 프랑스의 길고 복잡한 역사를 알기 쉽게 소개해 준다. 프랑스의 시작부터 중세 사회와 카페 왕국, 중세 후기의 위기와 왕정의 강화, 근대국가의 성립, 계몽주의 시대, 프랑스혁명 이후의 혼란기, 양차 세계대전과 현재에 이르는 역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유익하다.


프랑스가 위치해 있는 유럽의 서쪽 지역은 예부터 기후가 온화하고 토지가 비옥해 고대 그리스인, 켈트인, 로마인, 게르만족 등 다양한 민족이 이주해 왔다. 그러다 5세기 경 게르만 부족 중 하나인 프랑크족이 이 지역을 통일해 프랑크 왕국을 세웠다. 프랑크 왕국은 건국 초기부터 가톨릭 세력의 지원을 많이 받았고 현재도 프랑스는 가톨릭 신자의 비중이 높은데, 14,15세기 경 유럽 전역에서 일어난 페스트와 백년 전쟁 등으로 인해 교회 세력이 약해지고 민족 의식이 높아졌다. 이후 절대왕정 시대를 지나 프랑스혁명을 치르고 국민국가로 발전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이 책의 장점은 프랑스의 역사를 단순 요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요 사건의 전후 맥락과 의미를 해설하고 동시대 일본 및 아시아의 역사와 비교, 분석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유럽이 근대 이후의 세계 패권을 차지한 이유에 대해 근대 직전 해상 무역의 발달을 드는 경우가 많은데, 사료를 살펴보면 같은 시기 동아시아에서도 활발한 교역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해외 무역의 발달이 국내 산업 및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원활하게 연계된 반면, 동아시아에서는 그러한 연계가 일어나지 못했다. 다만 일본에서는 해외 무역 증가가 국내 산업 발전까지는 연계되어 막부 말기 개항 시기에 어느 정도 대응력이 되었다고 평가한다.


프랑스 혁명과 일본의 메이지 유신을 비교한 대목도 흥미로웠다. 프랑스 혁명과 일본의 메이지 유신은 시기적으로는 1세기 정도 차이가 있지만, 두 사건 모두 기존 체제를 무너뜨리고 근대화를 통해 새로운 국가를 형성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저자에 따르면 프랑스 혁명은 혁명 주체에 일반 시민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서 자코뱅주의와 인민 투표적 데모크라시로 파생된 반면, 일본의 메이지 유신은 민중의 개입이 약했기 때문에 그러한 파생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역사적 사실뿐 아니라 정치적 함의까지 분석하고 있어서 일반적인 역사서를 읽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공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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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하는 인류 - 인구의 대이동과 그들이 써내려간 역동의 세계사
샘 밀러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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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이 발전하기 시작한 건 수렵과 채집을 위해 유목 생활을 하다가 한 곳에 정착해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기 시작하면서부터라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상식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역사와 정치를 전공하고 BBC의 뉴델리 특파원을 지낸 언론인 샘 밀러의 책 <이주하는 인류>에 따르면,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주성이 강한 동물이고, 인류가 정착하기 시작한 건 고작 1만 2천 년 전의 일이며, 최근까지도 - 실제로는 지금도 - 수많은 사람들이 정착 대신 이주 또는 이민을 택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이주 또는 이민의 사례를 제시한다. 에덴동산, 노아의 방주, 선사시대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이동, 그리스 로마의 정착지 건설, 북유럽의 바이킹,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이주, 노예무역, 황색 위협, 유대인, 남북전쟁, 이주 노동자 등 수많은 예시가 나온다. 아쉬운 점은 저자가 든 사례의 대부분이 서양, 그중에서도 유럽과 미국의 역사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제1세계에 포함되지 않는, 제2, 제3세계 국가들(러시아, 중국, 쿠바, 베트남, 동유럽 국가들, 인도, 이집트,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 등등)은 어떤 이주 또는 이민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점은 이주의 역사와 유전학이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유튜브에서 <Who do you think you are?>라는 TV 프로그램의 클립을 보고 한동안 빠져 살았는데, 이 프로그램은 유명인들이 자신의 가계도를 추적하며 조상의 삶과 역사를 발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빅뱅이론>의 배우 짐 파슨스는 프랑스계 조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더 페이보릿>의 배우 올리비아 콜먼은 인도계 조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비슷한 미국의 TV 프로그램 <Finding your roots>에선 일본계 미국인 코미디언 프레드 아미센이 사실은 한국계임이 밝혀져 화제가 되었다. 나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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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 역사 - 중동의 3천년 역사를 이해한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시토미 유조 지음, 정애영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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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란 무엇일까. 아라비아 숫자, 아라비아 문양, 아라비아 커피 등등 아라비아라는 단어가 포함된 말이 은근히 많은데 (나를 포함해) 그 뜻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 일본 도쿄대학 명예교수 시토미 유조가 집필한 책 <아라비아 역사>에 따르면, 아라비아는 '아랍이 사는 땅'을 의미한다. '아랍'이라는 호칭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사료는 앗시리아 왕 샤를마네셀 3세의 비문이다. 이후 기록에도 표기상으로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어떤 경우든 '시리아 사막의 낙타 유목민'을 가리켰다. 아라비아는 아시아 대륙 남서쪽에 위치한 반도이며 북쪽으로 시리아 사막과 연결된다.


이 책은 아라비아와 아랍에 관한 정의에서 출발해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아라비아의 약 3천 년에 걸친 역사를 각 시기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소개한다. 아라비아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낙타다. 낙타는 원래 야생 동물이었는데 가축화를 통해 짐을 싣거나 이를 타고 사막을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전까지 발들일 수 없었던 사막지대가 처음으로 인류의 생활권에 편입되고 상업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경제가 융성하기 시작했다. 기원전 12세기경 안장의 개발은 이동 수단으로서의 낙타 이용을 더욱 활발하게 하여 대상무역을 가능하게 했다.


아랍 문명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슬람교다. 이슬람교는 7세기 초 아라비아 반도에서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슬람 세력은 빠른 속도로 아라비아 반도를 장악하고 오리엔트와 지중해 세계 남반을 정복했다. 그 비결에 대해 저자는 당시 유행하던 '네이티비스트 무브먼트'와의 결합을 든다. 당시 아라비아 반도에는 수많은 종교가 난립하고 너도나도 선지자를 자처하면서 정치 갈등, 민족 갈등에 더해 심각한 분열 및 혼란 양상을 보였다. 이런 시기에 무함마드를 필두로 한 이슬람 교가 등장하면서 같은 종교, 같은 민족끼리 연대하고 타자와는 대립, 배척하는 문화가 보편화 되었다는 것이다.


근세 이후에는 여기에 유럽이 가세하며 더욱 복잡한 정세를 이루게 되었다. 15세기 이후 유럽은 신대륙으로의 항로 개척을 위해 크고 작은 전쟁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아라비아 반도의 정세 역시 다양한 변화를 보였다. 18, 19세기 이후로는 영국의 영향력이 컸는데, 제1차 세계 대전 시기 이 지역의 역사와 정세를 알 수 있는 영화로 그 유명한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있다. 저자 후기에 따르면 아라비아는 지리적으로는 하나의 반도이지만 역사적, 정치적으로는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내용을 완벽히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 지역에 관한 책에 워낙 적어서 무척 귀한 독서 체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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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여왕과 공주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Cha Tea 홍차 교실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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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배경인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차 한 잔 하실래요?"라는 대사가 심심찮게 나온다. 그만큼 차 마시는 걸 좋아하는 영국인들에게 처음으로 차를 소개한 사람은 누구일까. 이 책에서 그 답을 발견했다. <영국의 여왕과 공주>라는 제목이 붙은 이 책은 2002년 개교한 일본의 Cha Tea 홍차 교실에서 집필했다. 일본에 영국의 차 문화를 전파하는 일을 하고 있는 이곳에서 만든 이 책은 영국 왕실에 차 문화를 정착시킨 브라간사의 캐서린 이후의 여왕과 왕비 22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국의 역사와 문화 중에서도 왕실의 역사와 차 문화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아주 유용하고 흥미로울 것이다.


영국 왕실에 차 문화를 정착시킨 브라간사의 캐서린은 어떤 인물일까. 캐서린은 1638년 포르투갈의 브라간사 공작 주앙 4세의 둘째딸로 태어났다. 리스본의 수도원에서 가톨릭 교육을 받으며 자란 그는 포르투갈과 영국의 동맹이 더욱 굳건해지기를 바란 군주의 명에 따라 1662년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결혼했다. 결혼 전부터 차를 즐겨 마셨던 캐서린은 차 마시는 습관이 없는 왕실 사람들에게 차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직접 차 모임을 열었다. 차를 마실 때 위를 보호하기 위해 버터를 바른 빵을 먹거나 차에 설탕 또는 사프란, 오렌지 마멀레이드 등을 곁들이는 방식은 모두 캐서린이 고안한 것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차 문화로 '애프터눈 티'를 빼놓을 수 없다. 애프터눈 티의 기원은 무엇일까. 1837년 즉위한 빅토리아 여왕의 침실 여관(女官)이었던 제7대 베드퍼드 공작부인 안나 마리아 러셀은 퇴임 후 자신을 만나러 오는 손님들이 너무 많아서 그들 모두를 만찬에 초대할 수 없었다. 불가피하게 만찬에 초대하지 못한 사람들은 만찬 전 티 타임에 초대했는데, 이것이 관습으로 굳어져 애프터눈 티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이 시기에 영국에서 차는 이미 유행을 넘어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잡아 엄청난 차 수요를 야기했고 이는 1840년에 일어난 아편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영국 드라마 <더 크라운>을 봤다면 반가울 이름들도 여럿 등장한다. 엘리자베스 2세의 큰아버지인 에드워드 8세의 어머니 메리 왕대비, 엘리자베스 2세의 어머니이자 조지 6세의 아내인 엘리자베스 왕대비, 2022년 타계한 엘리자베스 2세, 그리고 엘리자베스 2세의 며느리였고 현 찰스 3세의 전 부인인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 등이다. 이 책은 영국 왕실 여성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애와 업적을 알 수 있는 점도 좋았지만, 명예혁명이나 스페인 계승 전쟁 등 영국 및 유럽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한 명의 여성의 삶을 통해 바라볼 수 있는 점도 유익하고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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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 신화·거짓말·유토피아
자미라 엘 우아실.프리데만 카릭 지음, 김현정 옮김 / 원더박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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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어디에나 있다. 정치도 종교도, 문학도 과학도, 예술도 스포츠도, 본질적으로는 이야기이거나 이야기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인간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인간들은 어떤 이야기를 선호할까. 궁금하다면 독일의 저널리스트 자미라 엘 우아실과 프리데만 카릭이 공저한 책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를 읽어보길 권한다.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 힘을 가진다. 하나는 사람들을 변화시키거나 세상을 움직이는 동인이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을 선동하거나 불안 또는 혐오를 조장하는 것이다. 사실 이 두 가지 힘은 방향만 다를 뿐 크게 다르지 않다. 성경의 문장들이 기독교인들에게는 치유와 평화의 메시지로 읽히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인간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동물과 자원의 착취를 합리화하는 파괴의 메시지로 읽히는 것처럼, 어떤 사람의 '변화'가 누군가에게는 '선동'으로 보이고, 어떤 사람의 '동인'이 누군가에게는 '조장'으로 보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야기의 힘을 이해하고 그것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최초로 시도한 사람은 아마도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일 것이다. 조지프 캠벨은 1945년에 출간된 자신의 저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수천 개에 이르는 전 세계 신화와 전설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패턴을 정리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를 다시 6가지로 정리한다.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경쟁, 탐색, 변신, 복수, 약자, 러브스토리 등의 코드가 들어 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유난히 인기 있는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떠올려 보면 이러한 코드가 하나도 빠짐 없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대표적인 예 :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인간이 존재의 우연성을 견디느니 차라리 잘못된 설명을 믿는 편을 택한다는 것이다. 만사를 통제할 수 없는 인간은 그저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의 노리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스스로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무력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인간은 스스로를 운명의 플레이어라고 '믿고' 믿음을 통해 자신에게 권능을 부여한다. 대표적인 예가 종교인데, 나는 사랑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지는 건 무수히 많은 우연이 겹쳐서 일어난 사건이자 일종의 오해 또는 착각인데,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까 운명이니 인연이니 같은 말로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 아닐까.


이야기의 다양한 형태 중 하나인 문학의 힘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다. 프랑스에서 문학이 발전한 시기는 공교롭게도 프랑스에서 세계 최초로 인권 선언이 발표되고 민주주의가 급속도로 발전한 때와 일치한다. 저자들은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당시 프랑스 국민들이 수많은 문학 작품을 열심히 읽으며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발달하고 인권 의식이 향상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문학의 위기와 독서 인구의 감소는 곧 인권의 위기, 민주주의의 후퇴로 연결되는 걸까.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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