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뉴욕
이디스 워튼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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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는 누구일까. 정답은 1920년 발표한 <순수의 시대>로 1921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디스 워튼이다. 이디스 워튼은 열여섯 살 때 첫 시집을 출간해 일흔다섯 살 때 프랑스 파리에서 숨을 거두기 전까지 소설, 시, 에세이, 여행기, 회고록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디스 워튼의 책 중에 국내에 발표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얼마 전 이디스 워튼의 단편집이 국내 최초로 번역, 출간되었다. 네 편의 단편이 실린 <올드 뉴욕>이다. 


이디스 워튼은 미국 뉴욕의 상류층 가문 출신이다. 이디스 워튼의 작품에는 이러한 특성이 잘 반영되어 있다. <올드 뉴욕>에 실린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헛된 기대>는 미국 동부의 유서 깊은 상류층 가문인 레이시 가의 유일한 아들이자 상속자인 루이스가 그의 사촌 여동생 베아트리스와 연정을 품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루이스는 베아트리스를 좋아하지만 루이스의 아버지는 베아트리스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아버지에게 경제적, 사회적으로 크게 의존하고 있는 루이스는 아버지와 대립할 경우 뒤따를 일들을 감당하기가 버겁다. 좋아하는 여자와 돈 많은 아버지 사이에서 갈등하는 루이스. 사랑이냐 돈이냐를 두고 갈팡질팡하는 건 결코 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처녀>는 미국 뉴욕의 명문가 중 하나인 랄스턴 가문에 시집간 델리아 로벨의 이야기를 그린다. 역시 미국의 유서 깊은 명문가의 영애인 델리아 로벨은 스무 살 때 랄스턴 가문에 시집가서 스물여섯 살 때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결혼 전 잠시 연정을 품었던 남자가 있었지만 결혼 후에는 그 남자에 대한 생각을 깨끗하게 지우고 오로지 남편과 두 아이를 돌보는 일에만 전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조만간 랄스턴 가문에 시집올 예정인 샬롯의 일을 듣게 된다. 명문가 출신인 샬롯이 언제부터인가 빈민가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푹 빠져서 시집갈 마음을 접었다는 것이다. 델리아는 샬롯이 자신처럼 명문가의 여인으로 사는 일을 포기하고 빈민가 아이들을 돌보며 노처녀로 살겠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과연 샬롯의 생각은 무엇일까.


이어지는 <불꽃>, <새해 첫날> 같은 작품도 마찬가지로 미국 상류사회에서 실제로 있었을 법한 일들을 섬세하고 예리하게 묘사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비슷한 시기에 활약한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이 외부인의 시선으로 미국 상류사회를 관찰해 썼다면, 이디스 워튼의 소설은 내부인의 시선으로 미국 상류사회를 관찰해 썼다. 두 작가의 문체나 관점을 비교하면서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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