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플레이리스트 4 - 상 - 드라마 원작소설
안또이 지음, 이슬 극본, 플레이리스트 제작 / 대원앤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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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저씨>로 유명한 배우 김새론이 투입되면서 화제를 모은 인기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 소설판 제4권이 출간되었다. 1권에선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대학교 1, 2학년이었는데 4권에선 3, 4학년에 되거나 군대에 가고 없다. 그 대신 빈자리를 채워주는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3권에서 처음 등장한 푸름과 하늘, 그리고 4권에서 처음 등장하는 지민이다.


지민은 재수를 해서 서연대학교에 들어온 신입생이다. 지민이 재수를 불사하며 서연대학교에 들어온 건 고등학교 시절 서연대학교에 캠퍼스 투어를 하러 왔다가 첫눈에 반한 '수시남'을 만나기 위해서다. 아직까지 수시남을 찾지 못한 지민은 선배들에게 남학생들이 많이 듣는 교양 수업을 알아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수강 신청에 성공한다. 수업의 제목은 '현대 사회의 사랑'. 대체 수시남은 누구이며, 과연 지민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짝사랑했던 수시남을 만날 수 있을까.


한편 나의 연플리 최애 캐릭터 재인은 4학년이 되어 졸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 시각 디자인학과이다 보니 졸업 전시도 준비해야 하고 취업 준비도 해야 하고 이래저래 바쁘기 때문에 연애에 정신을 팔 겨를이 없다. 그런데 이 와중에 강윤이 제대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벌써 1년 이상 지나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강윤의 이름을 들으니 가슴이 세차게 뛴다. 재인은 자신이 신청한 수업을 강윤도 듣는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고 수강 신청을 철회하고 다른 수업을 신청한다. 그 수업의 제목은 '현대 사회의 사랑'. 설마 재인과 안 좋게 헤어진 강윤이 이 수업을 듣지는 않겠지?


지민이 재수까지 하면서 서연대학교에 들어오게 만든 수시남의 정체가 무척 궁금했는데 알고 나니 너무 안타까웠다. 이미 수시남에게는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도 수시남을 좋아한다는 걸 독자인 나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지민이 수시남을 만나기 위해 공강 시간마다 다른 단과대를 누비고, 동기들한테 '미(팅에 미)친'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가능한 한 많은 남자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마음이 더 아팠다(게다가 지민 역의 김새론 배우, 왜 이렇게 예쁜가요 ㅠㅠ 이제까지 소설만 읽었는데 이러다 드라마 정주행 갈지도 ㅎㅎㅎ).


그런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잘 돼가는 커플 방해하는 밉상 캐릭터로 전락할 줄 알았던 지민에게 좋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 최애 캐릭터 재인과 강윤도 이 정도면 괜찮은 결말인 듯. 완결 같지만 완결 아니길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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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플레이리스트 3 - 드라마 원작소설
안또이 지음, 이슬 극본, 플레이리스트 제작 / 대원앤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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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캠퍼스를 배경으로 젊은 남녀들의 풋풋한 사랑과 성장을 그리며 글로벌 통합 조회 수 4억 뷰를 달성한 초대박 인기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의 소설판 제3권이 출간되었다.


3권은 연플리 공식 커플 현승과 지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싸움과 화해를 반복하며 교제를 이어왔던 현승과 지원은 한 번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도 사이가 여전히 좋지 않다. 처음 사귈 때는 상대에 대한 호기심과 연애를 하고 싶다는 갈망이 더 커서 상대의 흠이나 단점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한 번 헤어졌다가 다시 사귈 때는 상대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연애에 대한 갈망도 별로 없어서 상대적으로 상대의 흠이나 단점이 전보다 잘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둘은 사소한 일에도 말다툼을 일삼다 '진짜 이별'을 하기로 한다. 과연 이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


한편 준모는 남몰래 좋아하고 있는 도영에게 먼저 고백할까 말까 고민하는 중이다. 괜히 먼저 고백했다가 차이면 서로 민망하고 어색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 남자에게 1도 관심 없어 보였던 도영이 소개팅에 나간다는 소문이 퍼진다. 준모는 도영이 소개팅에 나가는 게 싫지만, 남자친구도 아니고 아는 선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주제에 소개팅에 나가지 말라고 말하는 게 주제넘는 짓이라는 걸 잘 안다. 결국 준모는 친구들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도영이의 마음을 얻기 위한 작전을 준비한다.


연플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커플은 재인과 강윤이다. 재인이 워낙 당차고 씩씩한 캐릭터인 데다가 재인과 강윤이 연플리에서 유일한 연상 여자 - 연하 남자 커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잘 사귀는 줄 알았던 재인과 강윤이 연애 시작 100일을 넘기지 못하고 헤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한다(ㅠㅠ). 재인은 이제까지 몇 명의 남자와 사귀었지만 한 번도 100일을 넘기지 못한 것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재인의 고민을 들은 후배 푸름은 재인이 좋아하는 남자에게 '진짜 한재인'이 아니라 '짝퉁 한재인'을 보여주기 때문에 연애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 거라고 말한다.


이번 3권에선 정푸름과 박하늘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푸름과 하늘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나 친구가 되었다. 외향적인 성격의 푸름은 하늘을 처음 보는 순간 마음에 들어 바로 말을 걸었고, 그때부터 친구가 되어 대학교까지 함께 진학했다. 사람들은 친해도 너무 친한 두 사람을 연인 사이 또는 썸 타는 사이로 보지만, 그때마다 푸름은 자신의 이상형은 마동석이고, 하늘의 이상형은 수지라며 극구 부정한다. 기존 커플들의 만남과 헤어짐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이 둘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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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만드는 타라북스
노세 나쓰코.마쓰오카 고다이.야하기 다몬 지음, 정영희 옮김 / 남해의봄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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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업계나 대량 생산이 일반적이고, 이는 출판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인도에는 여전히 대량생산이 아닌 핸드메이드 방식을 고수하는 출판사가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그림책상과 아동문학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타라북스'다.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는 일본의 편집자 노세 나쓰코, 사진작가 마쓰오카 고다이, 북디자이너 야하기 다몬이 인도에 있는 타라북스를 직접 취재한 내용을 담아 펴낸 책이다. 이들은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2년여간 인도에 방문하며 타라북스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했다.


타라북스는 1995년 인도 타밀나두주의 가장 큰 도시인 첸나이에서 어린이책 전문 독립 출판사로 시작했다. 인도는 전체 인구가 13억이 넘는 거대한 나라라서 어린이책, 그림책 시장도 클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인도는 여러 민족과 부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민족과 부족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 그래서 공용어는 힌디어와 영어지만, 힌디어와 영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도 엄청 많다. 그러다 보니 인도에서 한 해 동안 출판되는 책이 약 9만 권에 달해도 이 중에 공용어인 힌디어와 영어로 된 책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약 120개의 서로 다른 언어로 되어 있다.


타라북스는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오히려 더 불리한 길을 택했다. 다수의 독자들에게 도달할 수 없다면 소수라도 책의 가치를 확실히 알아봐 주고 분명히 구입해줄 독자들을 공략한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핸드메이드다. 타라북스의 책은 발주하고 받아보기까지 평균 9개월, 아무리 빨라도 반년은 걸린다. 일단 발주하면 종이 만들기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얼마나 걸릴지 예상하기 힘들다. 그런데도 전 세계의 수많은 서점과 독자들이 타라북스의 책을 주문하고 기다린다. 온라인 서점에 책을 주문하면 당일 배송을 받을 수 있는 시대인데도 반년은 걸려야 받을 수 있는 타라북스의 책을 찾는다.


저자는 이러한 생산 방식을 보면서 일본의 상황을 돌아본다. 일본의 서점에는 '도서정가제', '반품제도'가 있어서 재고가 생겼을 때 가격을 내려서라도 팔아치울 수 없고 고스란히 반품된 책은 출판사의 손해로 돌아간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도서정가제와 반품제도라는 시스템을 바꾸기 어렵다면 타라북스처럼 확실히 팔릴 수량만 고품질로 소량 제작하는 방식을 시도해보면 어떨지 제안한다. 요즘 유행하는 독립출판이나 텀블벅 등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출판 방식과 비슷한 접근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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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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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늪지대에 살고 있다.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한 어머니와 손위 형제들은 진작에 집을 나갔다. 유일한 식구였던 아버지도 어느 날 말없이 소녀의 곁을 떠났다. 소녀는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고 학교에도 가지 않으며 혼자서 살아간다. 배가 고프면 해변에서 조개를 줍거나 물고기를 잡아먹고, 옷이 필요하면 언니 오빠가 놓고 간 옷가지를 주워 입는다. 마을 사람들은 소녀를 '마시 걸'이라고 부른다. 어쩌다 소녀를 보면 더럽다고 피하고 돌을 던지며 쫓아낸다. 마을의 남자아이들은 소녀를 먼저 '따먹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을 한다며 소녀의 집 주변을 배회하고 소녀를 위협한다. 소녀는 누구의 도움도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한동안 그렇게 살아간다. 소녀의 이름은 카야다.


델리아 오언스의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어린 나이에 혼자 몸으로 늪지대에서 살게 된 카야의 성장과 생애를 그린다. 처음엔 카야가 어떻게 살아갈지 너무나 불안하면서도 궁금했다. 그 많던 식구가 줄줄이 사라진 후 카야는 깊은 외로움을 느낀다. 그런 카야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자연이다. 사람은 떠나도 자연은 떠나지 않는다. 늘 그 자리에 있으면서 먹을 것도 주고 땔감도 준다. 일찌감치 자연만은 자신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카야는, 자연을 가족처럼 친구처럼 여기며 살아간다. 얼마 안 되는 식량도 반드시 새들과 나누어 먹고, 새의 깃털이나 조개껍데기 같은 자연의 흔적을 관찰하고 탐구하며 혼자인 시간도 혼자가 아닌 것처럼 보낸다.


평생 그렇게 자연하고만 어울리며 살아갈 줄 알았던 카야의 삶에 몇몇 사람이 들어온다. 그중 두 남자의 영향이 지대하다. 첫 번째는 테이트다. 카야의 손위 오빠 조디의 친구였던 테이트는 항상 멀리서 카야를 지켜봐 왔고 카야도 그 사실을 알았다. 이후 테이트는 카야에게 글을 가르쳐주고 책도 가져다주며 카야에게 큰 도움을 준다. 두 번째는 체이스다. 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년인 체이스에 대해 카야는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 체이스가 카야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둘은 급격히 가까워져 서로의 몸을 허락하는 사이가 된다. 그런데 이 체이스가 망루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마을 사람들은 체이스와 친하게 지낸 카야를 의심한다.


이 소설은 카야의 성장 소설인 동시에 아름다운 러브스토리이고, 흥미진진한 법정 소설이고, 훌륭한 페미니즘 소설이다. 가부장으로부터 폭력을 당했던 카야는 결국 가족에게 버림 당한 후 스스로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며 혼자 힘으로 살아갈 능력을 기른다. 정규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테이트가 가져다준 책을 열심히 정독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관심 분야를 넓힌다. 결국 카야는 성인 여성으로서 자립하고 작가, 연구자로서도 상당한 위치에 오른다. 게다가 카야는 자신을 조롱하고 모욕하고 비난하고 상처 주었던 사람들에게 완벽한 복수까지 해낸다. 대단한 캐릭터다. 엄청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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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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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유정 작가는 좋아해도 정유정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이른바 '악의 3부작'이라고 불리는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을 모두 읽었고 작품 하나하나의 몰입도와 완성도는 높았지만, 대체 작가가 이 작품들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작가 자신이 안고 있는 어떤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이토록 긴 서사를 늘어놓고 있는 건지 나로서는 명확하게 알 수 없었다. 신작 <진이, 지니>는 달랐다. <진이, 지니>는 작품의 결 자체도 악의 3부작과 다르지만, 작가가 그동안 어떤 문제를 고민해 왔는지, 오랜 고민 끝에 어떤 결론에 다다랐는지를 전과 달리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제까지는 몸풀기였고 지금부터 승부를 건 싸움을 시작한다는 느낌이랄까.


이야기는 진이와 민주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진이는 서른다섯 살의 유인원 책임 사육사이다. 어려서부터 동물을 유난히 좋아했고, 대학 시절 동물원에서 사육사를 보조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적성에 맞는다는 걸 깨닫고 쭉 동물 관련 일을 해왔다. 진이는 평생 이렇게 좋아하는 동물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민주는 서른 살이 되도록 취직도 독립도 못 하고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백수다. 보다 못한 아버지가 민주를 쫓아냈고, 친구 집과 고시원을 전전하며 근근이 살아가던 민주는 오래전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할 때 알게 된 장의사 할아버지가 살다가 힘들면 무곡에 있는 '산꼭대기 원숭이 동물원'에 가보라는 말이 떠올라 무곡으로 향한다.


무곡에 있는 한국과학대학교 영장류연구센터에 재직 중인 진이는 국내에 밀반입된 침팬지가 도망쳤다는 연락을 받고 황급히 달려간다. 힘들게 확보에 성공한 진이는 구급 대원들이 침팬지인 줄 알았던 동물이 사실은 보노보임을 알게 된다. 한편 민주는 '원숭이 동물원' 구경이 끝난 후 딱히 갈 곳이 없어서 출입 금지 표시가 되어 있는 산속 정자에 들어가 노숙을 하기로 한다. 돌아갈 차비를 빼면 밥값도 남지 않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잠을 청하는데 문득 멀리서 교통사고가 난 듯한 소리가 들린다. 사고 현장으로 짐작되는 곳에서 민주는 웬 보노보 한 마리를 발견한다. 그런데 이 보노보가 하는 행동이 어쩐지 동물 같지 않고 인간 같다. 설마 이 보노보, 인간인 걸까?


보노보가 인간이라니. 황당한 생각 같지만 이 소설에선 '리얼'이다. 진이와 보노보 '지니'가 타고 가던 밴이 고라니를 피하려다 전복되는 사고가 나면서 진이와 지니의 영혼이 바뀌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동안 의식을 잃었던 진이는 자신의 영혼은 그대로인데 몸은 지니의 몸과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고 좌절한다. 보노보의 몸에 갇혀 살아가는 것은 죽는 것보다 못하다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그러다 우연히 민주를 만나고 간청한다. 제발 진이의 몸을 찾아달라고. 사고 직후 병원으로 실려간 진이의 몸을 되찾으면 모든 것이 원상복구될 테니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여기까지의 줄거리를 보면 동물과 몸이 바뀐 인간이 원래의 몸을 되찾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로 보인다. 하지만 이후 전개는 그렇지 않다. 우여곡절 끝에 병원으로 간 진이는 자신의 몸이 죽기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만약 이 상태에서 원래의 몸을 되찾으면 진이의 영혼은 꼼짝없이 죽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보노보의 몸으로 '살아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 작가는 진이가 동물로 살 것인지 인간으로 죽을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결국 진이는 '어떤 선택'을 한다. 나는 이 선택을 보면서 작가가 그동안 삶과 죽음에 관해 고민해 왔음을, 구체적으로는 나 자신 또는 타인의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 결국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 산다는 것에 관해 고민해 왔음을 깨달았다.


돌이켜보면 악의 3부작도 '죽음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다. 내가 그동안 정유정 작가의 작품을 좋아할 수 없었던 건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고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올해가 가기 전에 정유정 작가의 전작들을 전부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분명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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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자나 2019-10-21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보고 싶네요.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또 나는 어떻게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