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수집노트 - a bodyboarder’s notebook
이우일 지음 / 비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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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일, 선현경 부부의 에세이 시리즈를 좋아한다. 미술을 공부하는 딸과 함께 미국 포틀랜드에서 보낸 2년간의 기록을 담은 <퐅랜,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우린>도 좋았고, 부부만 단둘이 하와이에서 지내며 서핑과 훌라댄스, 우쿨렐레 등의 취미에 눈을 뜬 과정을 담은 <하와이하다>도 좋았다. 


<하와이하다> 이후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문득문득 궁금할 때가 있었는데, 얼마 전 인터넷서점을 둘러보다가 작년에 이우일 작가님의 에세이 <파도수집노트>가 출간된 걸 알고 서둘러 구입했다(이래서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면 미리미리 신간알리미를 신청해야 한다). 책을 읽어보니 저자는 여전히 서핑의 매력에 푹 빠져 있고, 시간만 나면 동해로 서해로 남해로 파도를 타러 다닌다고 한다. 


저자가 하는 서핑은 일반적인 서핑보드를 이용하는 서핑이 아닌 '부기보드(바디보드)'라는 서핑보드를 이용하는 서핑이다. 부기보드는 일반적인 서핑보드에 비해 사이즈가 작고, 일어설 필요가 없어서 상대적으로 배우기 쉽다. 그러나 부기보드 서핑도 서핑이라서, 잘못하면 큰 부상을 입을 수 있고, 바다에 들어갈 때는 입수 신고도 따로 해야 한다. 


그런데도 계속하는 건 (당연한 말이지만) 재미있기 때문이다. 몇 시간씩 용변을 참아야 해도, 추위 때문에 손가락이 얼어도, 장롱면허를 꺼내고 차를 사면서까지 서핑을 할 정도라니. 대체 서핑이 얼마나 재미있길래 그럴까(서핑을 좋아한다고 알려진 유명인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기무라 타쿠야, 크리스 헴스워스...). 나도 살면서 한 번은 해보고 싶다. 그런 날이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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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 채식주의자 - 입맛과 신념 사이에서 써 내려간 비거니즘 지향기
정진아 지음 / 허밍버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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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 요조, 오지은, 슬릭, 손수현, 신승은 등 내가 좋아하는 예술가들이 비건을 선언하고, 그들이 들려주는 비거니즘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육고기는 원래 많이 좋아하지 않았던 터라 쉽게 끊었는데 계란과 유제품 끊기가 쉽지 않다. 이 또한 동물 착취임을 알고 있고,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실망하던 와중에 <불완전 채식주의자>이라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을 쓴 정진아 님은 원래 채소를 싫어하고 고기만 편애하는 육식주의자였다. 그랬던 저자가 2010년 말 구제역 발생으로 수백만 마리의 농장동물이 살처분되는 영상을 보게 되었고, 죽음을 예감하고 울부짖다 산 채로 매장당하는 동물들을 보면서 처음으로 "고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숨이 붙은 생명'"임을 인식했다. 그때부터 동물의 삶에 관심을 가졌지만 바로 채식주의자가 되지는 못했다. 여름 날 한강공원에서 먹는 치맥, 친구들과 펜션에 놀러 가서 숯불에 구워 먹는 삼겹살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고기를 먹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고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동물을 고기의 원료가 아닌 생명의 주체로 인식하니 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다른 문제들도 눈에 띄었다. 길고양이, 개 식용, 사육곰 등의 문제부터 암컷 동물과 인간 여성 간 억압과 착취의 유사성까지 눈에 들어왔다. 나 하나 채식을 하고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나부터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훨씬 컸다. 


불완전하게라도 채식을 한 지 올해로 10년. 앞으로도 저자는 "세상에는 한 명의 완전 채식주의자보다 열 명의 불완전 채식주의자가 더 필요하다."라는 문장을 마음에 새기며 불완전 채식을 계속할 생각이다. 문제의 원인은 인간이지만 해답 또한 인간에게 있다며 "혐오의 대상이지만 변화의 희망이기도 한 인간"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말라는 저자의 당부가 마음에 남는다. 불완전 채식주의자로서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마다 이 책을 꺼내어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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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만 팔아요, 알맹상점 - 용기를 내면 세상이 바뀌는 제로웨이스트 습관
고금숙.이주은.양래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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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은 필요 없고 내용물만 살 순 없을까.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인터넷으로 주문한 제품의 포장을 벗기면서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을 생각이다. 이 생각을 현실로 만든 상점이 있다. 한국 최초의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이다. 비닐과 플라스틱 등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칫솔, 비누, 세제, 화장품, 기름 등의 제품을 포장 없이 내용물만 판매하는 알맹상점은 현재 망원과 서울역 지점을 두고 있다. 





알맹상점과 알맹상점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 <알맹이만 팔아요, 알맹상점>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알맹상점의 고금숙, 이주은, 양래교 공동대표가 공저한 이 책에는 알맹상점이 탄생한 배경과 설립 과정을 비롯해, 알맹상점 같은 제로웨이스트 가게 또는 리필스테이션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과 누구나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 및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제안이 담겨 있다. 





이들이 처음부터 알맹상점을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니다. 망원시장에서 비닐 대신 장바구니 대여하기, 자기 용기에 리필하는 '용기 내' 활동하기 등의 캠페인을 벌이면서 만나게 된 이들은 정부 보조 및 비영리단체 차원의 활동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느꼈다. 그러다 우연히 비행기 경유로 들른 태국에서 제로웨이스트 가게와 리필스테이션 사업을 접했고, 이거야말로 적당히 벌면서 잘 살고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활동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부터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며 차근차근 준비해 현재의 알맹상점을 만들었다. 





알맹상점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시민들, 쓰레기를 만든다는 죄책감 없이 쇼핑하고 싶은 사람들, 포장 없이 알맹이만 공급할 의지가 있는 생산자들을 연결하며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샤이니의 키(key)를 비롯해 요조, 박진희, 봉태규 등 셀럽들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책의 뒷부분에는 제로웨이스트를 위한 제품들로 채운 '왓츠 인 마이 백'과 인테리어 팁, 선물 팁 등의 읽을거리도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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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고백들 에세이&
이혜미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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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단어의 마술사다. 내가 익히 알고 있는 문장도 시인의 손을 거쳐 나오면 전혀 다른 의미와 분위기를 얻는다. 이혜미 시인의 요리 에세이집 <식탁 위의 고백들>을 읽으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분명 내가 아는 재료들로 만든, 내가 아는 요리들인데 이혜미 시인의 눈으로 보니 새롭다. 어떤 재료는 마치 내가 처음 보는 재료 같고, 어떤 요리는 심지어 에로틱하게 느껴진다. 눈으로만 즐길 수 있는 문장이 아니라서 그런가. 글을 읽었는데 입맛이 돌고 온몸이 자극되는 경험은 처음이다. 





요리를 좋아하고 즐겨 하고 잘 하는 저자이건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요리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고 해서 놀랐다. 타인을 마주하는 일이 두려웠던 십 대 시절에는 거식과 폭식을 오가는 식이장애를 앓았으며, 스스로를 혐오하며 모든 음식에서 멀어진 적도 있다. 그러다 옥탑에 살게 되면서 마법처럼 입맛이 돌아왔다. 정원에 방울토마토, 깻잎, 바질, 세이지 등의 허브를 심으니 저절로 요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요리를 하면 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해 직접 만든 음식을 나누어먹고 싶어졌다. 





어느새 저자의 취미이자 주특기가 된 요리. 저자가 즐겨 만들고 특별히 애정하는 음식으로는 콥샐러드, 라자냐, 라따뚜이, 콘킬리에, 프렌치 어니언 스프, 스모크 크림 스튜, 안키모, 웰링턴, 무사카, 카레, 파스타 등이 있다. 책에는 각각의 음식에 관한 글뿐만 아니라 사진도 실려 있는데, 글도 좋지만 사진도 멋있어서 보고만 있어도 군침이 돌았다. 음식 이름만 보면 만들기 어려워 보이는데, 유튜브 영상 레시피를 보니 요리 초보인 나도 쉽게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gjAgvsIZB9JLr2m-psM8Sg/featured 





식재료에 대한 글도 좋다. 가장 좋아하는 글은 여름 과일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여름의 무른 눈가들>인데, 이 중에서도 물복숭아에 대해 쓴 대목이 정말 좋다. 이 글은 창비 팟캐스트 <북북서로>에서 황인찬 시인님의 낭독으로 먼저 접했는데, 이 낭독도 정말 좋다.


"이거 봐, 장난 아니지. 난 이런게 좋아."라고 말하던. 끊어질 듯 이어지며 손목을 타고 흐르던 과즙과 발효되어 술에 가까워진 향은 언니가 쓰던 위태로운 시들과 닮아 있었다. 언니, 그 이후로 나도 물복이 좋아졌어요. 진심으로 엉망과 진창을 사랑하기로 했거든." - 59쪽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83390/episodes/24309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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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타, 이탈리아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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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젊을 때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젊을 때 해야 보고 듣고 배우는 것도 많고, 그것들을 인생의 자양분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는 뜻일 텐데, 단순히 젊을수록 체력이 좋아서 그런 말이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요즘의 나는 생각한다. 실제로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여실히 느끼고, 장거리 이동은 엄두가 안 난다. 그러니 여행은 더더욱 어렵게 느껴질밖에. 이런 나와 달리, 나이를 상관하지 않고 활기차게 이곳저곳으로 여행 다니시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이금이 작가님의 이탈리아 여행 산문집 <페르마타, 이탈리아>를 읽으면서도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저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기 직전에 40년 지기 친구와 35일간 이탈리아를 여행했다. 당시 저자의 나이는 쉰여덟 살. 환갑을 앞두고 그동안 수고했다는 의미로 자기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자, 오랫동안 힘든 세월을 함께 넘어온 친구와의 우정을 기념하기 위한 여행이었다. 


오랫동안 들뜬 마음으로 준비한 여행이건만, 막상 떠나보니 무엇 하나 쉽지가 않았다. 언어도 안 통하고, 음식도 입에 안 맞고, 숙소나 관광지가 기대와 달라서 실망하는 일도 왕왕 있었다. 아무리 사이좋은 친구라고 해도 한 달 넘게 붙어 있으니 안 맞는 부분이 있었다. 저자는 작가답게 호기심도 많고 그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유적이나 유물에 관심이 많은데, 함께 간 친구는 천천히 다니면서 푹 쉬는 여행을 추구했다. 그래서 답답했고 충돌도 있었지만, 종국에는 여행을 통해 친구를 더욱 잘 알게 되고 서로 맞춰가며 여행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런 의미에서 친구와 여행할 예정인 분에게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200쪽이 안 되는 책이지만, 밀라노, 베네치아, 볼로냐, 피렌체, 로마, 나폴리 등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들이 거의 다 나온다. 각 도시에서 인상적이었던 것과 그것과 관련한 저자 개인의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 있어서, 나처럼 당장 이탈리아를 여행할 계획은 없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 에세이를 읽고 싶은 독자도 만족할 만한 책이다. 무엇보다 나이 때문에 도전을 망설이거나 지레 겁먹고 포기한 적이 있는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나도 저자처럼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호기심 많고 해보고 싶은 일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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