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ㅣ 오늘의 젊은 작가 24
김기창 지음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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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일주일 간 태국 방콕으로 여행을 간다. 인생 첫 동남아 여행이라서 설렘 반 걱정 반이다. 한국은 벌써 이렇게 추운데 태국은 아직 덥다고 하고, 일부러 건기를 택했는데도 일기예보에는 일주일 내내 비 소식이 떠 있고... 걱정과 불안으로 잠이 오지 않을 때 나는 주로 책을 읽는데, 방콕 여행을 준비 중인 지금이 방콕에 관한 책을 읽을 최적의 타이밍이다 싶어 고른 책 중 한 권이 이 책이다. 


이 소설에는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한국에서 불법 체류하며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베트남인 남성 '훙', 훙이 일하는 공장의 사장의 딸이자 피아니스트인 한국인 여성 '정인', 동물권 운동에 헌신적으로 임하는 미국인 여성 '섬머', 정인의 오빠이자 섬머의 애인인 한국인 남성 '정우', 은퇴 후 태국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는 섬머의 아버지 '벤', 벤의 애인인 태국인 여성 '와이', 훙의 룸메이트가 되는 태국인 여성 '린' 등이다. 


등장 인물의 소개만 봐도 알겠지만, 이들은 연령도 국적도 직업도 사회적 지위도 천차만별이다. 벤처럼 미국에서 태어나 경제적으로 유복하게 살았고 은퇴 후 태국에서 자기 딸보다 훨씬 어린 여자와 동거하는 삶을 사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와이나 린처럼 몸뚱이 하나로 벌어 먹고 사는데 그게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여자들도 있다. 같은 성별이라도 미국인 남성인 벤과 한국인 남성인 정우는 유복하게 사는 반면, 베트남인 남성인 훙은 외국을 떠돌며 최하층 노동자로 살다가 신체 일부를 잃고 범죄자로 전락한다. 미국인 여성인 섬머와 한국인 여성인 정인은 좋은 교육을 받고 원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반면, 태국인 여성인 와이와 린은 그렇지 못하다. 이들을 보면 만인이 평등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현실이 국가를 넘어 국제 단위로 펼쳐진 듯하다. 성별의 차이, 국적의 차이, 경제적 계급, 사회적 지위의 차이가 개인의 삶을 어떤 식으로 규정하고 구획 짓는지를 알 수 있다. 


소설 제목은 <방콕>이지만, 서울, 나아가 한국에 관한 소설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훙은 오랜만에 만난 여동생 트린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말을 한다. "많이 벌려면 많이 잃어야 돼. / 뭘 잃어? / 그런 게 있어. / 그런 게 뭔데? / 존엄." (182-3쪽) 한국에서 훙은 손가락만 잃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엄도 잃었다고 말한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얼마 전에 본 기사 하나가 떠올랐다. 한국에 사는 네팔 이주노동자 사망자 중 자살률이 32퍼센트인데 이는 네팔 본국의 자살률의 세 배 이상이라는 내용이었다. 통계 자료이기에 개별적인 사유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한국이 그들의 존엄을 해쳤고 그것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않았을까. 아니기를 바라고 싶지만, 한국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임을 감안할 때 아니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이 소설에는 룸피니 공원, 에라완 사원 등 태국 여행을 준비하며 친숙해진 지명과 송크란 축제, 악어 농장 등 태국 하면 떠오르는 문화 행사나 관광 상품 등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 발견할 때마다 반가웠다. 관광 산업을 위해 학대 당하는 코끼리들 이야기도 나오는데 너무 끔찍했다. 원래도 동물을 이용하는 관광 상품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이 소설을 읽고 무관심만으로는 (더 큰 피해 방지에)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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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의 날마다 자연관찰 - 어린이를 위한 자연관찰 그림일기 ㅣ 개똥이네 책방 60
이다 지음 / 보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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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서너 번은 집 근처 공원이나 강변을 산책한다. 산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늘도 보고 나무도 보고 꽃도 보고, 이따금 새도 보고 동물도 보고 벌레도 본다. 볼 때마다 좋다, 예쁘다, 신기하다 이상의 표현을 못하는 게 내심 부끄럽고 아쉬웠다. 어휘가 부족해서일까, 표현력이 떨어져서일까, 아는 게 없어서일까(셋 다 같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이 책을 발견했다.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이다 님의 책 <이다의 날마다 자연관찰>. 이 책은 (나처럼) 산책을 즐겨 하는 저자가 자연을 관찰한 뒤 일기 형식으로 남긴 글과 그림을 담고 있다. 관찰에 필요한 준비물과 직접 만든 자연관찰 일기 양식도 나와 있고, 관찰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들, 구체적인 관찰 방법 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 유용하다. 


봄에는 겨우내 누렜던 풀밭이 조금씩 초록색이 되어가는 걸 관찰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다양한 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걸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벚나무와 매화나무가 생긴 건 비슷한데 어떻게 다른지, 산책을 하면서 자주 보이는 새는 무엇인지 등 자연관찰에 도움이 될 만한 지식도 많이 나온다. 모르는 새를 보면 사진을 찍어 두었다가 이름을 찾아보고, 그러한 기록이 쌓이면 그동안 몇 번 그 새를 보았는지, 그 새가 주로 언제 어디에서 보이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여름에는 비가 많이 오고 비 온 후 온 세상이 초록으로 물드는 걸 보는 재미가 있다. 여름에 주로 나는 맛있는 과일도 많고, 과일의 단내에 혹해 날아드는 벌레들도 많다.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만난 강아지에 관한 이야기도 넓은 의미의 자연 관찰이다. 


가을은 무더운 여름과 달리 바깥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라 자연관찰에 제격이다. 여름에는 엄두도 못 냈던 등산을 해보는 것도 괜찮고, 길을 걷다 발견한 예쁜 낙엽을 주워서 압화로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겠다. 겨울은 날씨도 춥고 볼거리도 많지 않아서 자연관찰에 부적합하게 생각될 수 있지만 찾아보면 이때에도 관찰할 거리가 많다. 한국보다 먼 나라에서 겨울을 보내러 온 철새들을 관찰하거나, 눈이 왔을 때 달라지는 주변 풍경을 관찰하는 것도 좋겠다. 이런 식으로 자연을 관찰하는 활동은 단순히 기분을 전환하고 자연을 보는 눈을 더욱 섬세하게 만들어줄 뿐 아니라, 무심히 흘러가는 순간을, 덧없이 지나가는 인생을 즐기는 자세를 익히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난 가끔 너무 즐겁고 행복할 때 불안해. 이 즐거움이 사라지면 어떡하지? 늘 그렇지는 않았는데 말이야. 앞으로 그럴 땐 목련꽃이 지면 벚꽃이 피고, 벚꽃이 지면 철쭉꽃이 피고, 철쭉꽃이 지면 장미꽃이 핀다는 걸 떠올려야겠어. 지금 느끼는 즐거움이 사라진다고 해도, 앞으로 또 다른 즐거운 일이 생길 거라는 걸 말이야. 그러니 이 순간을 충분히 느끼고 즐길 거야. 불안하고 슬픈 일이 있을 때, 다가올 즐거움을 떠올리고 상상해 봐! 아마 도움이 될 거야."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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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 벚꽃
유즈키 유코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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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이 끝없이 반복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인생이다. 예상치 못한 사건이나 사건으로 인해 결코 전과 같은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된 사람들을 무수히 봐왔다. 일본 작가 유즈키 유코의 소설 <지지 않는 벚꽃>의 주인공 '모리구치 이즈미'의 경우도 그렇다. 인구 200만이 조금 못 되는 요네자키현 출신인 이즈미는 도쿄에 있는 의류 회사에 다니다 현재는 어머니의 간병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와 현경(경찰) 홍보과 직원으로 재직 중이다. 자신이 원해서 한 결정이었지만 도쿄에 비하면 자극은 부족하고 사생활 보장은 안 되는 생활이 조금은 지겹게 느껴지던 차에 어떤 사건이 벌어진다. 경찰의 부실 대응으로 한 여대생이 목숨을 잃으면서 요네자키 현경이 전국 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게 된 것이다.


쇄도하는 민원 때문에 밥 먹을 시간도 없는 것도 문제지만 이즈미에게는 더 큰 고민이 있다. 아무래도 경찰의 비밀을 언론에 흘린 범인이 자신 같았기 때문이다. 보도가 나기 전에 이즈미는 지역 신문사 기자인 친구 '쓰무라 지카'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자기도 모르게 얼마 전 경찰이 워크숍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말해버렸다. 실수를 깨닫고 지카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절대 기사로 쓰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얼마 후 기사가 나왔고 엄청난 소동이 일어났다. 지카는 자신이 쓴 기사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이즈미는 믿기 어려웠다. 그런데 얼마 후 지카가 시체로 발견되고, 이즈미는 지카가 자신의 억울함을 풀고 진범을 알아내기 위해 신문사까지 쉬면서 단독으로 취재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카를 믿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지카가 목숨과 바꾼 진실을 알아내야 할 책임감으로, 이즈미는 경찰 학교 동기인 형사 '이소카와 슌이치'(워크숍 이야기를 해준 장본인이기도 하다)와 함께 경찰 조직과 별개로 수사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또 한 명의 여성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조용하고 평화로운 동네에서 젊은 여자가 한 명도 아니고 두 명도 아니고 세 명이나 잇달아 죽다니 너무 무서웠고, 이렇게 좀처럼 있기 힘든 상황이 일어났는데도 이상함을 인식하지 못한(않은?) 경찰 조직의 무능함(게으름?) 또한 끔찍했다. 경찰이 이렇게 시민들의 안전에 무감하고 무능할 수 있었던 이유가 후반에 밝혀지는데, 이 또한 남의 나라 일같지 않아서 섬뜩했다.


이 소설은 경찰이 배경인 소설에서는 드물게 여성이 주인공인 데다가, 여성인 주인공이 여성(들)을 위해 수사하고 다른 여성들이 그 여성을 도와주는 - '여적여'가 아닌 '여돕여'를 보여주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소설에 그려진 경찰 조직은 지극히 남성 중심적인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 같은 직원인데 차 내오기나 사무실 정리, 설거지 같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일이라고 여겨져 왔던 잡무는 전부 여성 직원들의 몫이다. 남성인 상사가 여성인 부하 직원에게 성차별, 성희롱에 가까운 말이나 행동을 하는 일도 왕왕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설 속 여성들은 대놓고 잘못되었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그들이 본 것, 들은 것, 아는 것들을 공유하고 활용해 궁극적으로 서로를 돕는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건 이즈미와 지카의 우정이다. 이즈미에게 결백함을 증명하려다 목숨까지 잃은 지카와, 지카의 결백함을 믿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위험한 수사에 발벗고 나선 이즈미. 여성들이 이런 식으로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다른 소설에선 본 적이 없다(그에 비하면 이 소설에 나오는 남자들 사이의 충직함과 의리란...). 오랫동안 남성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져 왔던 충직함과 의리가 여성들 사이에도 존재한다는 걸(어쩌면 더 낫다는 걸) 보여줘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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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 - 일러스트레이터 이다의 카메라 없는 핸드메이드 여행일기
이다 지음 / 미술문화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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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로망 중 하나가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보기였다. 그때는 대학에만 가면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대학에 가고 나서는 취업 준비를 하느라 갈 수가 없었고, 취업 후에는 로망이고 뭐고 당장 하루하루를 살아내기도 바빴다. 그래도 언젠가는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났다(2022년). 이 책을 구입한 2024년에는 전쟁이 곧 끝날 줄 알았는데,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과연 나는 생전에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타본다는 로망을 실현할 수 있을까. (역시 여행은 갈 수 있을 때 가야 한다.) 


이 책은 일러스트레이터 이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만 쓰고 그린 '내 손으로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저자가 발리, 교토, 치앙마이에 이어서 러시아를 여행의 목적지로 선택하게 된 이유는 뭘까. 2018년 여행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저자는 러시아에 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느 날 친구가 블라디보스톡 여행을 제안했고, 검색해 보니 항공권과 숙소도 저렴하고 물가도 싸고, 그동안 친구들과 차곡차곡 모아둔 곗돈도 있었다. 그러다 블라디보스톡이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출발지임을 알게 되었고, 7박 8일 동안 기차를 타고 하바롭스크, 이르츠쿠츠, 예카테린부르크를 거쳐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가볼 수 있다는 사실에 전율했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은 거의 매일이 사건 사고의 연속이었다. 그중에는 다시는 겪고 싶은 불쾌한 일도 있었고 민망한 일도 있었지만,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에 나오는 말처럼 - "눈물 닦으면 다 에피소드"가 아니겠는가. 어떻게 보면 많은 사람들이 가급적이면 여유롭고 쾌적하게 여행하기를 바라는 이 시대에, 비행기가 아닌 기차를 타고, 그것도 언어도 문화도 낯선 외국인들과 며칠을 부대끼며 여행하기를 선택한 것부터가 스스로 고생문을 여는 행위였다. 그렇다고 '그런 일들'을 겪어도 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해서 그 나라의 어두운 일면이나 사회의 그늘진 부분을 목격하는 것도 (여행이 전보다 여유롭고 쾌적해진 시대에 놓치기 쉬운) 여행의 매력 아닐까. 


이렇게 쓰고 보니 여행에서 안 좋은 경험만 한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7박 8일간의 기차 이동은 생각 외로 편안했고(누워만 있어도 저절로 여행이 된다니!) 생각 이상으로 즐거웠다. 겉모습은 무뚝뚝하지만 알고 보면 인정이 많고 친절한 사람들(주로 여자들)을 많이 만나서 불쾌한 기억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시간이 부족해서 못 봤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미술 작품과 공예품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한국과는 규모부터가 다른 광활한 자연과 사회주의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는 사람들의 생활 모습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언젠가 실제로 러시아 여행을 가게 되기 전까지는 이 책을 반복해 읽으며 로망을 잘 간직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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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생애 - 명화와 함께 읽는 ‘진정한 우리 왕’ 이야기
찰스 디킨스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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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예수의 생애>인데 저자가 찰스 디킨스라니. 찰스 디킨스가 왜 예수에 관한 책을 썼는지 궁금한 마음이 들어서 이 책을 구입해 읽었다. 책에 나와 있는 답부터 알려주자면, 이 책은 찰스 디킨스가 출판을 목적으로 집필한 책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자녀들에게 누구보다 "선하고 친절하며 온화한 분"이셨던 예수의 삶에 관해 알려주기 위해 이에 관한 글을 썼고, 그의 사후에 글의 존재를 알게 된 출판사가 유족들의 동의를 얻어서 이 책을 출간했다. 다시 말해 한 명의 작가로서가 아니라 자녀들의 아버지로서 쓴 글인 셈이고, 그래서인지 내용이나 문장이 왠지 모르게 더 진솔하고 다정하게 느껴졌다.


내용은 예수의 탄생부터 죽음 그리고 부활을 다루고 있으며, 성경을 읽었거나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익히 알고 있을 내용이지만 그런 내용이라도 한 권의 책으로 (그것도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시선으로) 정리된 것을 읽으니 느낌이 색달랐다. '동방박사'의 '동방'이 고대 페르시아를 뜻한다는 걸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바리새인은 유대인의 한 분파이며, '오병이어의 기적'이라든가 '착한 사마리아인'이라든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처럼,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일상 생활이나 소설, 영화 등을 통해 접해본 적이 있을 표현들의 일화가 나와서 일종의 인문 교양을 쌓을 목적으로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이 책에는 그림도 많이 실려 있다. 알다시피 예수의 생애는 수많은 예술가와 창작자들의 영감이 되었고, 특히 화가들이 그에 관한 그림들을 많이 남겼다. 이 책은 예수의 생애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장면들을 그림으로 남긴 화가들의 작품이 매 장면마다 실려 있다. 그 화가들이 무려 푸생, 엘 그레코, 들라크루아, 고흐, 렘브란트, 다빈치, 카라바조 등이라서 눈도 즐거웠다. 같은 인물, 같은 장면, 같은 이야기를 각각의 화가들이 서로 다른 풍으로 그린 것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반 고흐가 (특유의 붓터치와 색채로) 그린 <선한 사마리아인>과 <나사로의 부활>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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