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 콜렉터
캠론 라이트 지음, 이정민 옮김 / 카멜레온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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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캄보디아.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 외곽에 있는 한 쓰레기 매립장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렌트 콜렉터>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상 리. 어려서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 손에 자랐으며 현재는 '스퉁 민체이'라는 쓰레기 매립장에서 살고 일하며 남편 기 림과 아들 니사이를 키우고 있다. 상 리의 가장 큰 걱정은 태어난 지 16개월 된 아들 니사이가 먹은 것을 소화하지 못하고 그대로 설사해 발육 상태가 엉망이라는 것이다. 상 리는 공기 나쁘고 물 안 좋은 쓰레기 매립장에서 살아서 니사이가 아픈 것이라고 생각하고 남편에게 어떻게든 이사할 방법을 찾자고 하지만, 기 림의 능력으로는 쓰레기 매립장 밖에서 돈을 벌 수도 없고 집을 구할 수도 없다.


그런 상 리에게 어느 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 매월 첫째 날 상 리의 집에는 소피프라는 여자가 집세를 걷으러 온다. 집세를 내지 않으면 호통을 치고 욕을 하는 소피프를 스퉁 민체이 사람들은 '암소'라고 부르며 비난한다. 그날도 언제나처럼 집세가 밀려 소피프에게 욕이란 욕은 다 듣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피프의 시선이 한곳에 멈췄다. 기 림이 쓰레기장에서 주워 왔지만 부부 중 누구도 글을 읽지 못해 던져두었던 책이다. 소피프는 저 책을 주면 월세를 안 내도 된다고 말했다. 대체 저 책이 뭐기에 그동안 악독하기 그지 없었던 소피프가 월세를 면제해준 걸까.


상 리는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소피프에게 이렇게 묻는다. "제게 글 읽는 법을 가르쳐줄 수 있나요?" 사실 상 리는 글 읽는 법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생활에는 불편함이 없었지만 니사이에게 글 읽는 법도 모르는 엄마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았다. 상 리 자신이 글 읽는 법을 알아야 니사이에게 책도 읽어주고 공부도 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상 리의 말이 꽁꽁 얼어 있던 소피프의 마음을 녹인 걸까. 결국 소피프는 상 리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얼마 후 두 사람은 세입자와 집세 수금원이 아닌 학생과 선생으로 만나기 시작한다.


알고 보니 소피프는 프놈펜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였다. 상 리는 소피프의 지도 아래 글 읽는 법을 배우게 되고 나중에는 책을 읽고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에 푹 빠지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한때 국립 대학교수였던 소피프가 왜 쓰레기 매립장의 집세 수금원이 되었는지도 알게 된다. 소피프를 변하게 한 그 책의 비밀이 무엇인지도. 이토록 영화 같은 이야기가 실화라는 사실이 놀랍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를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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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 - 사랑에 서툰 사람들을 위한 연애 심리 에세이
우연양 지음, 유지별이 그림 / 서사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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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랑으로 움직이는 동물이다." 언젠가 어떤 책에서 읽고 마음에 들어 기억해둔 구절이다. '사람'이라는 단어에는 'ㅁ'자가 들어 있다. 상자처럼 정적이고 멈춰 있다. 사랑이라는 단어에는 'ㅇ'자가 들어 있다. 바퀴처럼 동적이고 뭔가를 움직일 힘이 있다. 사랑은 가만히 멈춰 있던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사람은 사랑을 만난 후에야 비로소 움직일 수 있다. 사랑이 떠나면 사람은 멈춘다. 사람은 다시 사랑이 오기 전까지 한동안 멈춰 있게 된다.


카카오 브런치 220만 뷰에 빛나는 화제작, 우연양(본명 김동현)의 산문집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에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멈추게도 하는 사랑에 관한 글이 다수 실려 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빨리 고백해야 하는 이유>라는 글에서 저자는 관심 있는 남자에게 좀처럼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는 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남자 친구가 있느냐, 결혼은 언제 할 거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이 나는 남자가 있다. 그런데 막상 고백을 하자니 부끄럽다. 마음을 먼저 알아채고 고백하지 않는 남자가 원망스럽다. 사랑 앞에 주저하는 여자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여자가 남자를 그렇게 많이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진심이라면 이것저것 따지고 있을 여유가 없을 텐데.


<어차피 그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라는 글에는 내가 학교 다닐 때 한창 인기 있었던 시트콤 <논스톱>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반가웠다. <논스톱>에 나오는 커플 중에 박경림과 조인성 커플이 있었다. 성격 좋고 똑똑하지만 외모는 전형적인 미인상과 거리가 먼 박경림과 학교 최고의 킹카인 조인성이 커플이 되었을 때 찬반양론이 일어났던 것을 기억한다. 어떤 사람들은 둘의 외모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항의한 반면, 어떤 사람들은 연애를 마음으로 하지 얼굴로 하느냐며 항변했다. 비록 시트콤 속 가상 커플이기는 하지만 두 사람을 통해 오늘날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연애의 조건'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요즘 만약 이런 커플이 방송에 나오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해졌다.


<여자 친구가 성폭행 당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라는 다소 충격적인 제목의 글도 있다. 연인이나 배우자가 과거에 성폭행 당한 사실을 고백했을 때 적절한 반응은 무엇일까. 이 경우는 가족이나 친구가 성폭행 당한 사실을 고백했을 때와 상황이 약간 다를 수 있다. 연인끼리, 배우자끼리는 성관계를 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도 고백을 들은 남자 친구는 훗날 여자 친구와 성관계를 할 때 여자 친구가 혹시라도 과거의 상처를 떠올리지 않을까 조심하게 된다. 여자 친구도 성관계에 대한 공포와 남자 친구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한다. 과연 이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 고백을 들은 후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나를 대해 달라던 여자 친구의 말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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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만큼 힘들어도 나는 울지 않기로 했다 - 내 삶을 지켜주는 진정한 긍정의 마법
백정미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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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긍정 심리학이 유행했다. 매사에 긍정적인 면을 찾으라는 조언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죽을 만큼 힘든데 긍정적인 면을 찾을 여유가 어디 있느냐며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나는 단연 후자였다. 누가 봐도 부정적인 상황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는 사람을 보면 자기 기만 같기도 하고 정신 승리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정적인 건 부정적으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백정미의 <죽을 만큼 힘들어도 나는 울지 않기로 했다>를 읽고 '긍정'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긍정의 진정한 의미와 그 가치에 관해 설명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나쁜 상황을 좋게 해석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상황을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냉철하게 판단해 긍정적인 결과를 낼 방법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전 재산을 투자해 편의점을 개업했으나 매출이 부진한 상황이라고 하자. 이때 "난 망했어."라고 절망하며 매일 밤 술만 퍼마시는 것은 이성적인 태도가 아니다. 매출이 부진한 이유가 무엇인지, 매출을 높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차분히 분석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이성적인 태도다. 긍정적인 사람은 위기 상황에서 즉흥적인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이다. 긍정적인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쉽게 행복해질 수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상대를 성별이나 학력, 지역, 재산 등의 기준으로 재단하고 분류하는 사람은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차이를 신경 쓰지 않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평등하게 대하는 사람은 삶이 훨씬 단순하고 가볍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기회가 주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사람에게 남들이 기회를 줄 리 없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먼저 문을 두드리고 구해야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삶에서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할 줄 안다는 것이다. 지나간 일이나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원망하거나 미련을 품은 사람은 삶에서 필요하지 않은 것을 아직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 원망과 미련을 버리면 지금 현재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충실할 수 있고, 내 인생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일에 몰입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긍정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글이 많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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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를 믿나요? - 2019년 볼로냐 라가치 상 오페라프리마 부문 대상 수상작 웅진 모두의 그림책 25
제시카 러브 지음, 김지은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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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응원과 격려는 무엇일까. 아이에게 어른의 욕망을 투영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 제시카 러브의 <인어를 믿나요?>는 인어가 되고 싶은 아이 '줄리앙'과 줄리앙의 할머니를 통해 바람직한 양육자의 자세에 관해 생각해보게 하는 그림책이다.


줄리앙은 인어를 무척 좋아한다. 할머니와 지하철을 탈 때도 인어가 나오는 그림책을 읽는다. 인어가 나오는 그림책을 읽을 때면 아름다운 인어들과 함께 바닷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상상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줄리앙은 할머니가 목욕하러 욕실에 들어간 틈을 타 스스로 '인어'가 된다. 목욕을 마치고 거실로 나온 할머니가 줄리앙을 보고 엄한 표정을 짓는다. "줄리앙, 이리 와 보렴." 이후 줄리앙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남자아이가 '여자아이처럼' 옷을 입고 화장을 했다고 야단을 맞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할머니는 줄리앙을 더욱 멋지게 꾸며주고 다른 '인어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준다. 동경하던 인어들과 함께 행진하게 되어 기쁘고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줄리앙. 인어가 되고 싶은 마음을 함부로 평가하거나 재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해해준 할머니 덕분에 앞으로 더 잘 자랄 수 있을 것이다.


아이의 개성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길러주는 줄리앙 할머니의 양육 태도가 무척 멋져 보이고 마음에 들었다. 아이에게 양육자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지 않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고 사랑해주는 양육자가 늘기를 바란다. 제시카 러브의 <인어를 믿나요?>는 2019년 보로냐 라가치 상 오페라프리마 부문 대상, 스톤월 북 어워드 대상, 에즈라 잭 키츠 상 명예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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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내게 혹은 이 세계에 일어났을 때,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뭔가를 끄적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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