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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기억이 그곳에 있었다 - 추억이 오늘의 나를 지켜줍니다
김용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1월
평점 :
"행복한 기억은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좋은 밑거름이 된다." <행복한 기억이 그곳에 있었다>의 저자 김용일의 말이다. 저자는 제11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했고, 2018년 KIAF(한국국제아트페어)에서 '신작로_쌍쌍식당' 작품이 대표작으로 추천되어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기도 한 화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오늘날을 만든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감동적인 글과 아름다운 그림으로 소개한다.
책에는 저자의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들어 있는 장소들의 그림이 연이어 나온다. 창기네 식육식당, 제창이네 집, 신작로 서부정류장, 숭산댁네, 숙이네 뒤안 같은 이름들이 정겹다. 그림 옆에는 해당 장소에 얽힌 추억 이야기가 짤막하게 적혀 있다. 5일장이 열리면 낮부터 식당에서 술을 마시던 어른들, 그 옆에서 고기 안주를 얻어먹던 동네 아이들, 어린이날 용인자연농원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렸던 정류장, 어느 집 담벼락 밑에서 차가운 겨울바람을 피해 가며 놀았던 기억, 친구 아버지가 외국 다녀오는 길에 사온 외제 필통을 한없이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던 기억 등 정겨운 이야기들이 마음을 훈훈하게 덥힌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는 '그때 그 시절'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123층이나 되는 롯데월드타워가 생기기 전, 서울을 대표하는 초고층 빌딩은 단연 여의도 63빌딩이었다. 1985년 63빌딩이 완공되던 해에 서울 사는 이모 덕에 63빌딩을 보러 왔던 이야기, 그때 처음으로 백화점에도 가보고 에스컬레이터도 타봤다는 이야기. 원하는 게 있으면 사주겠다는 이모의 말에 운동화를 사달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차마 말하지 못했다는 이야기. 백화점도 흔하고 운동화도 흔한 세상에 사는 요즘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라테는 말이야~~' ㅎㅎㅎ)
이사가 잦은 유년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추억할 고향이 있고 그리워할 사람들, 장소들이 있는 저자가 참 부러웠다. 어릴 적 함께 뛰놀았던 친구들과 지금도 연락하며 지내는 것도 부럽고, 그네들의 부모님도 알고 형제자매도 다 알아서 가족이나 다름없이 지내는 것도 부럽다. 무엇보다도 이 아름다운 풍경들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그림 실력! 한 권의 책을 읽었을 뿐인데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눈이 즐겁고 마음이 풍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