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떡볶이 - '이건 맛있는 떡볶이다'라는 확신이 왔다 아무튼 시리즈 25
요조 (Yozoh) 지음 / 위고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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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의 글은 잘 읽힌다. 쉽게 읽히기에 쉽게 쓰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작가는 몇 번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어렵게 쓴다고 한다. 아마 이 책도 후루룩 읽히지만 결코 후루룩 쓰지는 않았으리라.


나는 이 책을 다사다난했던 지난 연말 일터에서 읽었다. 하기 싫은 주말 근무를 하는 날,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읽으려고 가져갔는데 오전에 한 번 읽고 오후에 한 번 더 읽었다. <책, 이게 뭐라고>에서 이 책에 대해 '떡볶이 책인데 떡볶이 이야기가 많지 않다'고 해서 떡볶이 이야기가 많지 않은가 보다 했는데 생각보다는 많았다. 오며 가며 간판은 많이 봤던 미미네 떡볶이도 먹어보고 싶고, 요조님 단골이라는 영스넥 떡볶이도 먹어보고 싶다. 부산 깡통시장 떡볶이 맛도 궁금하고, 세검정에 있다는 떡볶이 카페라는 곳도 궁금하다. 이대 근처에서 판다는 베지터리안 떡볶이도, 어느 여름 요조님이 한 달 내내 먹었다는 자이언트 떡볶이도 먹어보고 싶다.


가장 궁금한 건 역시 파주 코펜하겐 떡볶이려나. "어떻게 사람이 변하니?"라는 말이 턱밑까지 차오르게 만드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 제하를 만날 순 없겠지만(있을까?), 전골에 밀떡과 당면, 오뎅, 콩나물, 대파 등등을 넣고 보글보글 끓인 즉석 떡볶이가 참 맛있을 것 같고, 입이 매울 때마다 콘치즈와 맥주로 얼얼한 혀를 달래는 것도 너무 좋을 것 같다. 요조 님이 중학 시절 '미친 듯이' 다녔다는 '환상의 떡볶이집'을 알고 있는 독자가 나타났는지도 궁금하다. 1990년대 중반 무렵 서울 도봉동 북서울중학교 인근에서 간판도 없이 떡볶이를 팔았던 그 가게를 아는 독자분은 부디 요조 님께 연락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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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걸 안전가옥 오리지널 2
김민혜 지음 / 안전가옥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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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 트위터와 달리 텍스트보다 이미지가 부각되는 매체다. 그러다 보니 아름다운 외모와 화려한 패션, 기발한 메이크업 등을 남들에게 뽐내고 싶어 하는 사용자들이 많이 찾는다. 또 그런 이미지에 자극받은 사람들이 자신도 인스타그램 상의 셀럽처럼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지고 싶고 남들이 동경할 만한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김민혜의 소설 <인스타 걸>은 지방 출신의 평범한 스무 살 여성 '조가비'가 인스타그램 상의 셀럽 '유진주'를 동경하다 그와 실제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무작정 상경한 가비는 꾸미기 좋아하고 예쁜 데 관심 많은 적성을 살려 네일숍에 취직한다. 강남 한구석에 있는 네일숍에서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가비는 어느 날 자신이 동경하던 인스타그램 셀럽 진주가 손님으로 찾아와 크게 놀란다. 스물셋인 진주는 명문 D 외고를 졸업하고 Y대 법학과에 다니는 엘리트에, 미인 대회 수상 경력도 있다. 가비는 진주의 손톱을 매만지면서 처음으로 진주와 말을 트게 되고, 상냥하고 우아한 진주의 태도에 전보다 더 큰 호감을 가지게 된다.


문제는 진주를 추종하는 여자들이 가비가 일하는 네일숍에 우르르 몰려오면서 발생한다. 평일 이른 시각부터 네일숍을 찾아온 영지와 수정, 세린은 진주가 받은 네일 케어를 똑같이 해달라며 가비를 보챈다. 그러고는 진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험담을 늘어놓는데, 어쩌다 보니 가비가 그들의 말에 끼어들게 되고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가비는 홧김에 자신이 이 네일숍의 원장이며 부모님이 건물주라는 거짓말까지 하게 된다. 그러자 이제까지 가비를 무시했던 여자들의 눈빛이 바뀌면서 가비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 하고 그들의 무리에도 끼워준다. 이때부터 가비는 강남의 네일숍 원장인 척하면서 진주와도 초고속으로 가까워진다.


소설의 표면만 보면 외모 꾸미기에 여념이 없고 남성 편력을 자랑하는 데 급급한 여성들의 모습이 어리석고 한심해 보이지만, 소설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들을 이렇게 만든 부모 세대의 그릇된 욕망과 '여성은 이래야 한다'는 식의 사회적 편견이 얼마나 그들을 좀먹었는지가 보인다. 만약 그들이 남성으로 태어나 보다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면 기껏해야 누군가의 여자, 누군가의 아내가 되기 위해 자기들끼리 경쟁했을까. 저런 노력, 저런 열정을 사업이나 정치, 예술, 학문 같은 활동에 썼다면 대단한 성취를 이루지 않았을까. "평범한 게 행복까진 아니어도, 적어도 불행할 확률은 더 낮을지도 몰라요."라고 한 진주의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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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기억이 그곳에 있었다 - 추억이 오늘의 나를 지켜줍니다
김용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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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기억은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좋은 밑거름이 된다." <행복한 기억이 그곳에 있었다>의 저자 김용일의 말이다. 저자는 제11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했고, 2018년 KIAF(한국국제아트페어)에서 '신작로_쌍쌍식당' 작품이 대표작으로 추천되어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기도 한 화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오늘날을 만든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감동적인 글과 아름다운 그림으로 소개한다.


책에는 저자의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들어 있는 장소들의 그림이 연이어 나온다. 창기네 식육식당, 제창이네 집, 신작로 서부정류장, 숭산댁네, 숙이네 뒤안 같은 이름들이 정겹다. 그림 옆에는 해당 장소에 얽힌 추억 이야기가 짤막하게 적혀 있다. 5일장이 열리면 낮부터 식당에서 술을 마시던 어른들, 그 옆에서 고기 안주를 얻어먹던 동네 아이들, 어린이날 용인자연농원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렸던 정류장, 어느 집 담벼락 밑에서 차가운 겨울바람을 피해 가며 놀았던 기억, 친구 아버지가 외국 다녀오는 길에 사온 외제 필통을 한없이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던 기억 등 정겨운 이야기들이 마음을 훈훈하게 덥힌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는 '그때 그 시절'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123층이나 되는 롯데월드타워가 생기기 전, 서울을 대표하는 초고층 빌딩은 단연 여의도 63빌딩이었다. 1985년 63빌딩이 완공되던 해에 서울 사는 이모 덕에 63빌딩을 보러 왔던 이야기, 그때 처음으로 백화점에도 가보고 에스컬레이터도 타봤다는 이야기. 원하는 게 있으면 사주겠다는 이모의 말에 운동화를 사달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차마 말하지 못했다는 이야기. 백화점도 흔하고 운동화도 흔한 세상에 사는 요즘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라테는 말이야~~' ㅎㅎㅎ)


이사가 잦은 유년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추억할 고향이 있고 그리워할 사람들, 장소들이 있는 저자가 참 부러웠다. 어릴 적 함께 뛰놀았던 친구들과 지금도 연락하며 지내는 것도 부럽고, 그네들의 부모님도 알고 형제자매도 다 알아서 가족이나 다름없이 지내는 것도 부럽다. 무엇보다도 이 아름다운 풍경들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그림 실력! 한 권의 책을 읽었을 뿐인데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눈이 즐겁고 마음이 풍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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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희열 - 내 삶을 바꾸는 혁신 독서법
이형우 지음 / 북카라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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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지금 이 순간 내가 있는 곳이 바로 천국이 되는 비결이다." <독서 희열>의 저자 이형우의 말이다. 저자는 군 복무 중 다리를 심하게 다쳐 재활 훈련을 받는 동안 독서를 통해 수많은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그 후 독서의 매력에 흠뻑 빠져 1,000여 권의 책을 독파했고, 현재는 책을 가까이하고 싶지만 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 독서의 재미를 알리고 올바른 독서법을 가르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책에는 저자가 발견한 독서의 의미, 책 읽는 방법, 책 쓰는 방법, 독서를 통해 달라진 삶 등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스마트 기기가 보편화된 시대에 굳이 종이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종이책을 읽을 때 독자는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고 문장의 여백을 그리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 상상하는 힘을 기른다. 또한 종이책을 읽을 때 독자는 다른 매체나 콘텐츠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오로지 텍스트에 몰입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체험이 반복되면 학업 성취도가 높아지고 업무 성과가 발전하며 인생의 깊이 또한 전보다 깊어지게 된다.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던 사람이 한 권이라도 읽으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저자는 우선 읽고 싶은 책부터 고르라고 말한다. 남들이 좋다고 한 책도 좋지만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 편이 더 좋다. 책을 구했으면 일단 만져보자. 책장을 쓰다듬고 표지와 책등도 살펴보고 작가 이력도 읽다 보면 서서히 책을 읽을 준비가 될 것이다. 어느 정도 책을 읽을 마음이 들었으면 하루에 한 장이라도 꾸준히 읽어본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든 퇴근 후 침대 위에서든 정해진 자리에서 매일 조금씩 읽다 보면 어느새 책 읽는 습관이 몸에 밸 것이다.


책 읽기가 끝나면 글쓰기에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 좋은 글을 많이 읽어도 스스로 써보지 않으면 마음에 남지 않는다. 저자는 꾸준히 일기를 쓰고, 블로그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렇게 계속 쓴 글을 엮어서 책도 냈다. 저자는 독서를 하면서 새로 발견한 관심사를 바탕으로 공부에도 도전했다. 주선희 교수의 <얼굴경영>을 읽고 흥미가 동해 얼굴경영학과 한방건강학을 공부했고, 사이버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부에 입학해 외국어 공부도 시작했다. 재학 중 직업(공무원)과의 연관성을 살려 지방행정, 의회학과로 전과했다. 독서를 통해 인생이 보다 풍성하게 바뀐 이야기가 흥미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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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머리 앤 특서 청소년문학 10
고정욱 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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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중학교 때를 돌아보면 학교 운동장에는 늘 남학생들이 있었다. 남학생들이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축구를 하거나 농구를 하면, 여학생들은 운동장 구석에서 수다를 떨거나 학교 안에만 머물렀다. 여고에 진학한 후에는 달랐다. 점심시간이 되면 전교의 여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나와서 놀거나 산책했다. 여대에서도 운동장에는 늘 운동을 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는 여학생들이 있었다. 적어도 나의 경험으로는 남자들은 바깥에서 움직이길 좋아하고 여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건 편견에 불과하다.


<빡빡머리 앤>은 교과서 수록 작가 6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이다. 각각의 소설은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편견을 반영하고 있다. 고정욱의 소설 <빡빡머리 앤>에는 축구를 좋아하는 여자 중학생 조앤이 나온다. 어려서부터 축구 선수로 활동했던 조앤은 "여자애는 조신하게 요리나 미용 같은 걸 배우라"는 아버지의 말에 따라 축구를 그만두었다. 그러다 같은 반 남학생들이 자꾸만 축구 시합에서 지는 모습을 보니 자기가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같은 반 남학생들을 설득해 마침내 축구 시합에 선수로 나간다. "여자가 무슨 축구를 하느냐"는 남학생들의 말에 열받아 머리까지 빡빡 밀고 온 조앤은 어떻게 될까. 당당하고 호쾌한 조앤처럼 유쾌 상쾌 통쾌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으니 끝까지 읽어보시길.


이어지는 <언니가 죽었다>는 죽은 언니가 어릴 때 성폭행을 당했던 기억 때문에 자신의 딸을 과잉보호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다. <파예할리>는 오빠처럼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에 들어가라는 부모의 말을 거역하고 요리를 배우고 싶은 해미의 이야기를 그린다. <분장>은 상담을 받으러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에게 성희롱을 당한 여학생의 이야기를 그린다. <마카롱 굽는 시간>은 남아 선호 사상이 있는 집안에서 딸 둘을 낳았다는 이유로 고통받는 엄마와, 그런 엄마 때문에 고통받는 딸의 이야기를 그린다. <넌 괜찮니?>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중에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은 <마카롱 굽는 시간>이다. 나 역시 남아 선호 사상이 지배적인 집안에서 딸로 태어나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 한 번 받지 못했다. 엄마는 딸 둘만 낳고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이유로 할머니에게 '씨받이'를 붙여주겠다는 모욕을 당했다. 나와 내 동생 이름이 남자 이름인 것도 겉으로는 집안의 돌림자를 따랐다고 하지만 내심 딸이 아니라 아들을 낳고 싶었던 부모의 소망이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딸이 아들 노릇하길 바라는 마음은 과연 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일까. 삼십몇 년 동안 나를 괴롭혔던 문제를 이 소설에서 보고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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