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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걸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2
김민혜 지음 / 안전가옥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 트위터와 달리 텍스트보다 이미지가 부각되는 매체다. 그러다 보니 아름다운 외모와 화려한 패션, 기발한 메이크업 등을 남들에게 뽐내고 싶어 하는 사용자들이 많이 찾는다. 또 그런 이미지에 자극받은 사람들이 자신도 인스타그램 상의 셀럽처럼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지고 싶고 남들이 동경할 만한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김민혜의 소설 <인스타 걸>은 지방 출신의 평범한 스무 살 여성 '조가비'가 인스타그램 상의 셀럽 '유진주'를 동경하다 그와 실제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무작정 상경한 가비는 꾸미기 좋아하고 예쁜 데 관심 많은 적성을 살려 네일숍에 취직한다. 강남 한구석에 있는 네일숍에서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가비는 어느 날 자신이 동경하던 인스타그램 셀럽 진주가 손님으로 찾아와 크게 놀란다. 스물셋인 진주는 명문 D 외고를 졸업하고 Y대 법학과에 다니는 엘리트에, 미인 대회 수상 경력도 있다. 가비는 진주의 손톱을 매만지면서 처음으로 진주와 말을 트게 되고, 상냥하고 우아한 진주의 태도에 전보다 더 큰 호감을 가지게 된다.
문제는 진주를 추종하는 여자들이 가비가 일하는 네일숍에 우르르 몰려오면서 발생한다. 평일 이른 시각부터 네일숍을 찾아온 영지와 수정, 세린은 진주가 받은 네일 케어를 똑같이 해달라며 가비를 보챈다. 그러고는 진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험담을 늘어놓는데, 어쩌다 보니 가비가 그들의 말에 끼어들게 되고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가비는 홧김에 자신이 이 네일숍의 원장이며 부모님이 건물주라는 거짓말까지 하게 된다. 그러자 이제까지 가비를 무시했던 여자들의 눈빛이 바뀌면서 가비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 하고 그들의 무리에도 끼워준다. 이때부터 가비는 강남의 네일숍 원장인 척하면서 진주와도 초고속으로 가까워진다.
소설의 표면만 보면 외모 꾸미기에 여념이 없고 남성 편력을 자랑하는 데 급급한 여성들의 모습이 어리석고 한심해 보이지만, 소설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들을 이렇게 만든 부모 세대의 그릇된 욕망과 '여성은 이래야 한다'는 식의 사회적 편견이 얼마나 그들을 좀먹었는지가 보인다. 만약 그들이 남성으로 태어나 보다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면 기껏해야 누군가의 여자, 누군가의 아내가 되기 위해 자기들끼리 경쟁했을까. 저런 노력, 저런 열정을 사업이나 정치, 예술, 학문 같은 활동에 썼다면 대단한 성취를 이루지 않았을까. "평범한 게 행복까진 아니어도, 적어도 불행할 확률은 더 낮을지도 몰라요."라고 한 진주의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