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울고 들어온 너에게: 김용택 시집 창비시선 401
김용택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개도 안 짖는다

ㅡ김용택

무엇인가를 잘못 눌러
써놓은 시들이 다 날아갔다 .
머릿속이 하얘졌다 .

며칠 후 세편이 돌아왔다 .
한편은
마당에 우두커니 서 있고
두편은 뭐가 불편한지
자꾸 밖을 내다본다 .

돌아오지 않은 몇편 중에
어떤 시는 눈썹이 생각나기도 하고
어떤 시는 아랫입술이 생각나기도 하고
어떤 시는 귓불 밑 까만 점이 생각난다 . 언젠가는
그것들이 모습을 갖추고
돌아올지도 모른다 .

개의치 않겠다 .
나머지는 어디로 갔는지
이웃집 개도 안 짖었다 .

58/158

울고 들어온 너에게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엉덩이 밑으로 두 손 넣고 들었다 놨다 되작거
리다보면 손도 마음도 따뜻해진다 . 그러면 나는 꽝꽝 언 들을 헤매다
들어온 네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다 .

74/158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지금은 노벨문학상후보자로 번번히 물망에 오르고 있는 그를 흐뭇하게 보지만 , 한때 나는 하루키의 글을 읽을 수가 없었다 .
아니 제법 오래 걸렸다라고 하는게 맞는 표현일게다 . 상실의 시대는 나와 맞질 않았다 . 십여년이 지나 누군가 단편이나 에세이로 다시 시작해보란 얘기에 시작을 했고, "여자없는 남자들"을 만난 나는 꽤나 하루키를 좋아하게 되었다 . 

 

그간 밀리고 쌓인게 얼마나 많을 것인지는 두말하면 잔소리고, 여기서 간단히만 전하고 픈 건 , "도쿄기담집"을 통해 만나게 된 <우연한 여행자> 속 이야기로 피아노 조율사로 나오는 남자의 경험담인데 , 어느 날 맘에 드는 카페를 발견한 그가 화요일 마다 그곳에가서 디킨스의 황폐한 집을 읽다 같은 책을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게 되고 이여자의 호감을 받게된다 .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피아노조율사는 게이였고 그 때문에 오래도록 집안과 인연을 멀리한 채였다가 이 여자의 귓불에 난 점이 기억나면서 누나를 떠올리게된다 . 그리곤 전화를 걸고 누나와 안부를 주고 받다 누나가 갑자기 그 여자처럼 울음 섞인 목소리란걸 눈치채고 유방암으로 곧 입원한다는 소식을 듣게된다 . 이 이상한 우연은 그 여자도 유방암일지 모른다고 두려워한 부분은 물론이고 디킨스도 그렇고 , 암튼 다행히 누이가 혼자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었다는데 있다 .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 있다 . 어쩌면 한번 쓴 시도 잃어버린 시도 , 다시 기억해내 써봐도 이전의 시와 완전히 같더라도 한번 잃었던 것이라서 어쩐지 돌아온 후에는 뭔가 변한 기분이 느껴지는 때가 있지 않던가 , 저 글 속의 남자도 멀어졌을 당시의 동생이나 다시 돌아간 이후의 동생이나 똑같지만 , 받아들이는 가족은 그 이해가 달라져 있듯이 ...

 

어릴 적 어느 저물 녘에 까무룩 잠이들어 깨었다가 까닭모를 서러움에 울어버린 적이 있다 . 아랫목에 손을 덮혀 두었다가 얼굴을 감싸주는 이가 아버지일 것 같다고 이제야 제목을 제대로 본다 .
울고 들어온 너에게 , 는 어딘가에서 잔뜩 찬바람 냄새를 묻히고 돌아오는 가족에게 하는 말이로구나 ...하고 , 가슴 저미는 사랑의 슬픔을 말하는 시가 아니었다고,

(yuelb17@naver.com)

#창비#책읽는당#10월선정도서#책읽는당10월도서
#울고들어온너에게#김용택시인#10월2주차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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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부인 2016-10-11 0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이북이 있었군요. 당장 사야겠어요.

[그장소] 2016-10-11 02:52   좋아요 0 | URL
네~ 이북 ( 그렇다고 월북은 말고욤~^^ㅋ)
예요 ~ 리디북스 포인트가 있어서 사봤어요 .
^^ 원래 좋아하던 시인이면 덜컥 시집으로 했을텐데 예전시엔 그닥 감흥이 없었던지라 저와 안맞지 싶어 , 이북을 구했는데 이번시집은 또 좋네요 ...^^
 
식물의 밤 문학과지성 시인선 451
박진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익명에서, 익명에게

박진성


왜 여기 있니 얼마나 찾았는데
네 목소리만 들리더구나
내 귀로 분명 들었는데
너는 그냥 종이들이구나
숨은 것과 없는 것을 골몰하다가
나는 어느 밤이 되었는데
너는 그걸 과일이라 부르는구나
오래전에 나는 죽었는데
너는 손목을 잡고 싶다는구나
네가 흘리고 간 그림자는 성대만 가졌구나
나는 기차가 되었는데 너는 그걸
아르헨티나라고 말하는구나
좁은 방에서 비명을 지르는데
너는 오빠가 드디어 나타났다고 웃는구나

팔레스타인 여자를 언니로 바꾸는 기술을
네게서 배운다
우리는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푸른 공기였지만
아파트 복도의 새벽 두시였지만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안 보이는 폭력들에 대해서
더 안보이는 죽음들에 대해서
말해야만 했지

선언문이 되는 순간 목소리를 잃을까봐
너는 두려워했다 사랑하는 방식은 도시의 숲에서 배울 것,
아니다 사랑은 배우는 게 아니다
나무의 목소리를 나무에게 돌려주는 게 사랑이라고
너는 말했지

그렇다면 나는 내 귀를 걸어둘게
바람에 빵집에 거대한 크레인의 공중에
그리고 네가 쓰지 못한 문장들에
떠도는 귀들을 걸어둘게
목소리들의 주인은,
움직임라고 해둘게

p . 10 , 11
박진성 시집 ㅡ식물의 밤 ㅡ중에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떠도는 귀들을 걸어 놓겠데 ... 풍문으로, 멀리 떠도는 소문으로
라도 그대 소식 한자락 듣겠다는 말처럼 따듯하네 ...
내 귀를 얼마든 걸어 놓겠다니 ...
다 못한 말이나 속엣말들을 위해 문장이라고 했지만
편지같이 ... 기다리는 마음 . 쫑긋하고 세운 오롯한 마음
예쁘구나 . 참 ...어떤 얼굴인지는 몰라도 그 귀 참 잘 생겼겠네
그런 말 하는 고 입도 참 예쁘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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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7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10-07 22:41   좋아요 2 | URL
안그래도 너무 피곤해서 책만 읽고 정리를 못하고 ..시로 떼운다는 ..
페이퍼 쓸것도 있는데 ..비와서 기분은 좋은데
몸은 안따라 줘요 ..잠깐 쉬려고 눈감고 ..^^
서니데이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2016-10-07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10-09 00:04   좋아요 2 | URL
이제 진짜 추워지려나봐요..으, 추운건 싫은데...
음,계속 며칠 못자고 조금 자고 그러는중, 입술헐고 , 아주 피곤해
죽겠단 말이 절로 나올지경..ㅎㅎㅎ
신경은 왤케 곤두서는지..바람소리에도 날카로워져 더 피곤한것 같아요.
서니데이님은 주말 잘 보내고 계신지 모르겠네요.
공부도 쉬엄쉬엄하시길 ~~

2016-10-09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eBook] 울고 들어온 너에게: 김용택 시집 창비시선 401
김용택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초저녁 ㅡ 김용택 

     산에서 내려온 아버지는 땀과 이슬에 젖은 옷을 벗어 강가 바위 위에다 얹어놓고 양손으로 강물을 찍어 가슴에 바르며 가만가만 강물로 걸어들어가 희미한 몸을 물속에 숨겼다가 다시 걸어나와 옷 속에 깃든 어스름을 털며 물결들이 모여드는  소리를 듣는다 .

바위에서는 찬 이슬이 돋아나고
어머니는 처마 밑에서 강까지
희미한 길을 놓아주었다

24/158

아버지의 복사뼈

어둠이 오면 잔물결들은
살얼음이 되어 강을 단단히 조인다 .
처마 밑으로 싸락눈이 들이친다 .
목숨을 매단다 . 옥수수야 ,
씨앗들은 모든 걸 바람에게 주고
스스로 고립한다 .
고립 속에는 수분이 없다 .
빈곤이 단 것은 곶감뿐이다 .
살얼음 주름에 싸락눈이 모여들어 강이 희미해졌다 .
갈라진 발뒤꿈치 틈으로 외풍이 찾아드는지
어머니의 발이 자꾸 아랫목 콩자루 밑을 찾는다 .
굳은살 박인 아버지의 복사뼈 절반이 밖으로 밀려났다 .
산이 눈을 감는다 .

30/158


김용택 시집 - 울고 들어온 너에게 ㅡ중에서


#창비 #책읽는당 #10월선정도서#책읽는당10월도서
#울고들어온너에게#김용택시인#10월1주차미션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외 발로 서는 새들을 말하던 단편을 최근 읽었는데 , 언니의 폐경 속
동생이 만나게되는 남편의 부하직원이던 그가 꼭 위태하기가 새같아
저런 느낌였지 . 또 , 박민규 소설 속 그렇습니까 , 기린입니다 . 에서
실종된 아버지의 모습도 간신히 버티고 서있는 외 발의 조류같은 이
미지 . 시 속에 아버지는 물 새도 아닌데 스윽 물수제비만 뜨고 그림
자는 거기 놓고 나오는 냥 가뿐해 뵌다 . 허깨비처럼 .
아내는 허깨비인줄 모르고 우렁각시마냥 부엌에서 밥짓는 연기로
시장기를 부른다 . 어서 돌아오라 . 그렇게 .
산이 얼마나 깊은 곳일까 . 인적은 얼마나 없는 곳일까 . 눈 앞에 있
는 듯이 정경을 보는 듯 , 꿈을 꾸는 중이다 .

(yuelb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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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05 1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 책 인증샷 이벤트 출판사가 ‘창비’던데 이번에 그장소님이 응모하면 당첨 100퍼입니다. ^^

[그장소] 2016-10-05 11:22   좋아요 0 | URL
아 ~핫 정말요? 찾아봐야겠네요!^^ 저는 이벤트 정보는 깜깜이네요!^^;;
감사해요! 정보공유해주셔서~~

오후즈음 2016-10-05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책 제목에 철렁 가슴이 내려 앉고 말이죠. 좋아하는 작가의 시를 보니 하루가 흐믓해집니다!

[그장소] 2016-10-05 16:16   좋아요 0 | URL
이 시인의 책은 이번이 세번째인가봐요. 이번엔 e-book으로 구했는데,
이전의 시에서 제가 보고싶은 걸 못 봤었던 ...그래서 별 기대 않고 있다가
기습을 당한 느낌 , 제목도 맘에 들고요.. 시도 흡족한 !^^
오후즈음님이 좋아하시는 분이군요! 반갑네요! 더!^^

나와같다면 2016-10-05 19: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울고 들어온 너어게` .. 가슴 한쪽이 찌르르..

[그장소] 2016-10-06 10:44   좋아요 1 | URL
제목이 유독 좋네요!^^
 
채식주의자의 식탁 문학과지성 시인선 469
이기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풀처럼 ㅡ 이기성

엄마 , 시체가 발견되었어 . 검은 무화과나무 아래
누워 있었대 . 낯선 비린 냄새를 피우며 , 밤의 벌레들
이 눈과 코와 심장을 갉아 먹었대 . 손가락도 없고 얼
굴도 없고 목소리도 없이 그냥 누워 있었대 . 길고 지
루한 문장 속에서 툭 튀어나온 뚱뚱한 시체 . 누군가
벗어놓고 간 외투처럼 상투적인 시체가 말이야 . 누
런 하품처럼 부풀어서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대 .
등뼈가 휘어진 것도 모른 채 파란 입술로 풀처럼 , 풀처
럼 중얼거리고 있었대 . 지나가는 노파가 텅 빈 눈알을
주워 간 것도 , 비틀거리는 취객이 찌그러진 심장을 들
고 간 것도 모른 채 . 무화과나무 밑의 그것은 정말 시체
처럼 . 엄마 , 시체는 왜 아름다운 거지 ? 그것은 왜 나를
닮았지?

p . 54

이기성 시집 ㅡ채식주의자의 식탁 ㅡ중에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극도의 피곤이 몰려오는 시간 ㅡ 풀처럼 풀로 쒀진다면
벽지를 바르는 풀이 되면 곤죽처럼 들러붙어 내내 안주로
쉼을 할텐데 . 붙밖이로 ... 이왕이면 실크로...
하품을 깨물며 몰려오는 졸음을 창 밖에 내다가 털어 버린다
그래도 잠시 뿐 ㅡ 고인 공기가 원인인가 싶어 환기시키자
여름 불청객쯤 , ...하며서 시체놀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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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4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10-04 17:57   좋아요 1 | URL
아 ..하핫~ 그런 상상도 좋네요! ^^

구름물고기 2016-10-04 1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시집 읽기 참 좋은 온도에요

[그장소] 2016-10-04 18:20   좋아요 0 | URL
말이 참 예쁘네요! 시집 읽기 좋은 온도!^^

cyrus 2016-10-04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죽음에 관한 주제의 책을 읽어서 그런 걸까요? 시가 잔혹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이 시의 표현이 정서적으로 좋지 않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그장소] 2016-10-04 18:27   좋아요 0 | URL
그럴까요? 풀 , 하면 짓이겨진 풀냄새 , 장마끝엔 썩은 풀냄새 , 그런데서 연상한 푸른 시취 , 전 풀에서 짓이겨지다 ...이게 연상 되던데..그래서 시체라는 단어는
사실 반복되어도 풀을 강조해 버릴 뿐이라 잔혹을 못 느껴요. 차라리 제가 연상하는
짓이김 에서 잔혹을 느끼죠.. cyrus 님 덕에 이시가 더 재미있어졌어요..스릴러처럼요!

yureka01 2016-10-04 2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시집 있는데요..다시 펼치게 하셨어요 ..^^..

[그장소] 2016-10-04 20:52   좋아요 1 | URL
드라마틱한 변화를 바라나봐요..저런 시를 고른 걸 보면...ㅎㅎㅎ제가, ^^

2016-10-04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10-04 21:29   좋아요 2 | URL
대구 시죠 ..광역시 ~^^ㅋㅋㅋ
대구 광역시가 우체국에 접수 되다니~ㅋㅋ
어쩐지 엄청난 일 같아요!
저도 보낼때 알려드릴게요. 송장번호!
고생하셨어요~ 애써 보내는 수고까지 하시느라!
감사해요!^^

북프리쿠키 2016-10-04 2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가 독특하네요

˝시체는 왜 아름다운 거지?
그것은 왜 나를 닮은 거지˝

이 대목에서
설명하기 힘든
뭔가를 느꼈습니다^^;

[그장소] 2016-10-04 21:27   좋아요 2 | URL
잔인, 잔혹한 것들은 사람을 매혹한다는
점 ㅡ에서 ,
출발한 것같아요 .
죽어있는 것들 의 아름다움 .
그럴수없음의 희망 같기도하고 ..
 
정오의 희망곡 문학과지성 시인선 315
이장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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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선 들

우리는 완고하게 연결돼 있다
우리는 서로 통한다

전봇대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배선공이
어디론가 신호를 보낸다

고도 팔천 미터의 기류에 매인 구름처럼
우리는 멍하니
상공을 치어다본다

너와 단절되고 싶어
네가 그리워

텃새 한 마리가 전선 위에 앉아
무언가 결정적으로 제 몸의 내부를 통과할 때까지
관망하고 있다

p . 9
이장욱 시집 ㅡ
<정오의 희망곡>중에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무언가 통할 때까지 ㅡ까짓거 얼마의 시간이 흐르던
새야 알게 뭐겠어
다만 , 온 종일 말이라곤 몇 음절 되지않는 걸 하면서
그마저도 매우 매우 귀찮아 하는 내가
통신이란 어떤 수단도 없이 ㅡ이를테면 인터넷이라든가 ㅡ
시간을 나라고 한다면 어땠을지 ,
아 ...그래도 잘 있었을 거라고...
헌데 '네가 그리워' 와 '너와 단절되고 싶어' 사이를
나는 어찌 이리도 몹시 이해하고 마는 걸까 ...

이제 펼치는 중이지만 매우 매우 기대가 되는 중이므로
몇날 며칠을 정오 속 희망으로 허밍곡을 부르게 될 것이
분명하다 .

시인의 말을 보다 말고 ㅡ몇자 ㅡ

정오의 희망곡 ㅡ
익숙하게 맴도는 시그널 음악이 들리면서 ㅡ
그런데 어.김.없.이. 어깃장 처럼 갈등하게
되곤하는 정오라는 시간을 생각한다 .
어김없는 어깃장 ㅡ하면 이장욱 만한 사람을
떠올릴 수가 있을까 ...
뭐 ,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이다만 시인의 시도
결국은 개인적 시선에서 확장된 이야기로 끌려
나오는 셈이니 부른다는 건 ㅡ이름이란는 건
ㅡ대체 무엇이라는 걸까요 ? ㅡ 하하핫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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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3 0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10-03 07:54   좋아요 2 | URL
완고하죠, 그러면서 허약할 뿐이고요. 고작 전신주가 쓰러지면 단절될 ...^^

yureka01 2016-10-03 08: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연결은 완고하지만, 소통은 너무 느슨한 현실을 시인은 너와내가 완고한 연결을 단절하고 싶다고 표현했나 봅니다...시가 수작이네요^^..

[그장소] 2016-10-03 08:55   좋아요 2 | URL
시가 ,시인이 수작질이죠.^^ㅋㅋㅋ

벤투의스케치북 2016-10-03 0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완고하게 연결돼 있다/ 우리는 서로 통한다..”란 구절을 보고 용원화(溶原化)라는 생물 용어를 생각했다면 시인에게, 그리고 글을 올리신 그장소님께 실례일까요? 용원화는 바이러스의 DNA의 양끝이 숙주의 끊어진 DNA와 결합해 하나의 DNA가 되는 것을 말하지요. 저는 다시 과학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시간을 만들 생각입니다. ㅎㅎ...

[그장소] 2016-10-03 08:59   좋아요 0 | URL
시를 해석하시는 벤투님의 세계도 좋고
과학,인문,철학 ,다양하게 섭렵하시는 벤투님도 같은 분이란 걸 압니다.^^
어딘가 간절히 닿고자 하는 염원이 연구를 , 개발을 이루는 거죠!^^과학도
그 언어가 다를뿐 경이롭기는 시와같다고 ,

벤투의스케치북 2016-10-03 0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북플에서 글을 올렸는데 어쩐지 안 보이네요.
수작질이란 말씀이 궁금하니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그장소] 2016-10-03 09:07   좋아요 1 | URL
수작 ㅡ빼어난 시라고 유레카님이 하신 말씀을 제가 말장난을 받은 것입이다.
유희였는데, 제딴엔,, ㅎㅎㅎ 죄송해요.. 심각했나봅니다!

벤투의스케치북 2016-10-03 0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심각한 것은 아니고 수작질이라 하시니 (시집 전체를 못 보고 단 한 편의 시만을 대한 입장에서) 제가 알지 못하는 시인의 잘못이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문의한 것입니다. 저는 궁금증이 많지요. 근거와 설득력만 충분하면 어떤 비판도 다 의미 있고 또 수용할 만하다고 생각하기에 쓴 글이었습니다.

[그장소] 2016-10-03 09:15   좋아요 1 | URL
저는 가십에 느린 사람이라 , 그런걸 알아도 제가 제일 느리게 알텐데, ㅎㅎㅎ
순전히 시만 놓고 (감히) 단순한 장난을 했을뿐예요.. 시집 전체를 논할 주제도
못되고요..ㅎㅎㅎ

벤투의스케치북 2016-10-03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십에 느리지 않으실 것 같은데... 저는 그장소님의 직관적이고 빠른, 어떤 의미에서는 다듬어지지 않은 문체가 좋던데요... 그런 역량으로 시집 한 권을 분석하시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니면 진연주란 소설가가 자신의 코케인이란 작품집을 주제어 없이 흘러가는대로 읽을 수 있는 것이란 취지로 평한 것처럼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이어 붙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매끄럽지 않은 숙주의 DNA와 바이러스의 DNA가 하나로 결합하는 것 같은 효과가 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장소] 2016-10-03 09:48   좋아요 0 | URL
ㅎㅎ가십을 들여다보지않는데요.ㅎㅎㅎ 아, 이전의 막 쓰던 방식을 말씀하시나봐요. 그것도 꽤 호흡이 , 응축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라서 매일매일 쓰는 일엔 지치는 방식 ... ㅎㅎㅎ(아마추어라 , 그런다는!)

벤투의스케치북 2016-10-03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막 쓰는 것은 아니고... 서로 먼저 나가려는 생각들을 잘 달래지 않는 것이라고 할까요... 시를 읽는 직관 같은 것이 매력적인 분, 그장소님..

[그장소] 2016-10-03 09:55   좋아요 1 | URL
네, 네 무슨 얘긴지 알아요!^^ 제 입장에선 막 쓰는 거고요..ㅎㅎ 한 호흡에 몰아붙여 쓰는 거거든요..그러니 다듬을 수 없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