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처럼 ㅡ 이기성
엄마 , 시체가 발견되었어 . 검은 무화과나무 아래 누워
있었대 . 낯선 비린 냄새를 피우며 , 밤의 벌레들 이 눈과 코와 심장을 갉아 먹었대 . 손가락도 없고 얼 굴도 없고 목소리도 없이
그냥 누워 있었대 . 길고 지 루한 문장 속에서 툭 튀어나온 뚱뚱한 시체 . 누군가 벗어놓고 간 외투처럼 상투적인 시체가 말이야 .
누 런 하품처럼 부풀어서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대 . 등뼈가 휘어진 것도 모른 채 파란 입술로 풀처럼 , 풀처 럼
중얼거리고 있었대 . 지나가는 노파가 텅 빈 눈알을 주워 간 것도 , 비틀거리는 취객이 찌그러진 심장을 들 고 간 것도 모른 채 .
무화과나무 밑의 그것은 정말 시체 처럼 . 엄마 , 시체는 왜 아름다운 거지 ? 그것은 왜 나를 닮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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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성 시집 ㅡ채식주의자의 식탁 ㅡ중에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극도의 피곤이 몰려오는 시간 ㅡ 풀처럼 풀로 쒀진다면 벽지를 바르는 풀이 되면 곤죽처럼 들러붙어 내내
안주로 쉼을 할텐데 . 붙밖이로 ... 이왕이면 실크로... 하품을 깨물며 몰려오는 졸음을 창 밖에 내다가 털어 버린다 그래도
잠시 뿐 ㅡ 고인 공기가 원인인가 싶어 환기시키자 여름 불청객쯤 , ...하며서 시체놀이 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