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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평점 :
이 소설이 낯설지 않다 . 이미 식물애호로 만났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기대하고 서둘렀다 .
단편의 세계가 어떻게 확장 될 수 있나 궁금해서 견딜수 없었으니까 . 단편으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었던 소설였는데 , 그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장편으로 옮겨 온 것에 놀랐다 .
그런데 상상한 다른 어떤건 없었다 .반전적인 일이나 예상을 깨는 일 따위가 그게 좀 아쉬웠다 . 복병처럼 있었으면 너무 식상해졌을까 ? 어느 소설같이 ? 그럴지도 모르겠다 . 이만큼이 딱 편혜영표 소설인건지 모른다고 끄덕끄덕 .
처음은 오기씨의 행실이 미웠다 . 나도 여자라 남자들이 한번씩 한다는 그런 실수가 싫고 용납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니까 . 그래서 증오에 촛점을 두고 복수의 시선으로 읽었었다 .
그런데 이번에 읽고 덮으며, 곰곰 생각하니 , 인간 하나 죽어도 세상은 그냥 잘 굴러가고 빈 자리가 있어서 내가 빠진 자리가 크길 바라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 , 다만 사람만 , 사람들 마음에만 그 구멍이 오래 갈 뿐이라는 얘길 하는게 아닌가 했다 . 실제로 인용한 소설 속 의 소설같은 내용을 봐도 아내가 슬퍼한 그 무게는 나 하나의 존재가 아무런 무게도 공간도 무엇도 아니고 느껴지지 않는다는데서 오는 상실감 였고 , 실종되서 멀쩡히 타인이 되어 다른사람으로 새인생을 사는 남자이야기는 그 사람은 알아버린거다 . 여기 반드시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절대가 없다는걸 . 그러니 그 남자는 새로만든 곳에서도 역시 가볍게 자신을 들어 올릴 수도 있겠지 . 법으로는 안되지만 , 사람은 자신의 가치가 그렇듯 허약하단 사실을 믿고 싶어하지 않는다 . 그렇기에 온갖 술수와 엄청난 죄를 지어가면서도 현재와 그보다 더한 자리로 힘을 가지려한다 . 아내가 유명인이 되고자한건 적어도 그들은 모범적 사례로 이름을 남겨서이다 . 오기는 그걸 단지 성공이라고 보지만 , 유명인만 되려
한게 아니라 죽어서도 차지하는 어떤 자리 , 그 자기" 같은 것 . 망각되지 않는 걸 바란 거 라고 보는게 어떨까 ? 여기선 남편과의 갈등으로 죽었다고 하면 다소 지저분하니 자신은 조용히 빠진것 같고 , 우연인지 계산인지 몰라도 낄때 와 빠질때를 좀 아는 여자인것 같다.
다만 , 왜 자신의 삶은 그리 애쓰지 못했냐고 하면 , 좀 그렇겠지 ? 세상일이 혼자만 맘 먹는 다고 어디 척척 풀리던가? 오기씨야 한번 기류를 탄 것 뿐이고 아내는 그 기류를 타지 못했던 탓이지 ...들어 올려지는 상승 기류에 타면 그 다음은 날고 바람이 부는대로 가야한다 . 그렇지 않으면 추락하고 곤두박질 칠테니 , 그게 바로 오기씨에게 일어난 일이다 . 갑자기 바람이 멎고 뚝 하고 떨어진 일이... 인생의 구멍 , 거기에 빠지는 일 , 스스로 만든거냐 아니냐 , 돌아보고 후회하고 다 사람의 마음이 하는 일 . 어두운 구멍은 누구에게나 있다 . 어떤 것으로 매꿔지지 않는게 있을 것 아닌가 . 자꾸만 발목 잡히는 것이 . 아내는 그저 자신의 구멍을 어떻게 해보려고 남편을 미워하는데 최선을 다하려다 죽고 , 장모이자 아내의 어머니인 그녀 역시 딸이 비운자리와 아무도 남지 않은 자리에 자신의 인생을 투영해 오기씨를 괴롭히는 것이다 . 그것이 이미 없는 딸을 위한 거라고 자신을 속여 가면서 사실 자신의 복수를 하는거겠지 . 누구하나 죽어도 변함없이 굴러가는 세상 . 구멍따위 낼 수없는 존재 , 자신의 마음에만 패이는 어둠 . 어둠을 키워 주위를 어떻게 잠식하고 가정을 삼키는지 보여주는 소설였다고 해야겠다 . 그러니 그 어둠이 자라기 전에 서로 달래며 같이 내게도 그런 어둠이 있어 , 당신만 그런게 아냐..하고 나눠 가지는
걸 했어야 한다는 그런얘기 .
누가 누구의 구멍인가 하는 단순한 얘기가 아니고, 구멍은 ,어둠은 덮는게 아니라 나누는 거라고 서로 보여주고 ..보듬어 안는 거란 얘기를 잘 들었다고..
오기씨의 사투덕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