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의 생

신 용목 시

창밖으로 검은 재가 흩날렸다 달에 대하여

경적 소리가 달을 때리고 있었다
그림자에 대하여

어느 정오에는 이렇게 묻는 사람이 있었다 왜 다음
생에 입을 바지를 질질 끌고 다니냐고
그림자에 대하여 나는 그것을 개켜 넣을 수납장이
없는 사람이라고

어김없는 자정에는 발가벗고 뛰어다녔다

불을 끄고 누웠다
그리움에도 스위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밤

신은 지옥에서 가장 잘 보인다

지옥의 거울이 가장 맑다

p.73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막 한은형 소설 속 하석이 그림자 안치소를 생각하듯
그림자를 벗고 넣어두고 찾으러오고 하는 장면 생각이
난다.
그림자를 넣을 서랍 ...
그림자를 잃은 피터팬
그것을 꿰매주던 웬디.
황정은 소설 속 그림자는 불행을 말하는 거라고 했다.
그러나 모두 그걸 혼 처럼 읽는다.
불행이 자주 오면 못이겨 죽으니 결국 죽음과 다를게 없고

시인은
누군가를 보내고 온 모양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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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2-14 01: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장소 님의 글을 보면서 행간을 들여다보고 상황을 재구성해내는 남다른 능력을 가졌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장소] 2016-02-14 02:09   좋아요 3 | URL
아핫~고맙습니다ㅡ^^
사차원으로 가기 귀찮아 책을 빌려왔어요.
하긴 ㅡ생각을 해도 다 책생각뿐인가봐요.
제 스스로 하는 생각이 있긴 한가..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이번 설에 엄마가 내려와서 저더러
그러니 책좀 그만보라고..그러대요.^^;
곧 말도 책의 말만 내뱉게 될거라고요.
그렇지 않음 자신이 없으니까..
ㅎㅎㅎ 나중엔 어느것이 자신의 말인지
그마저도 잊을거라고..

오거서 2016-02-14 06:07   좋아요 2 | URL
네~ 그 말은 책의 화신으로 변한다 아닌가요? 얼마나 책을 좋아하면 …
괜한 걱정이지 않을까 싶어요. ^^;

[그장소] 2016-02-14 06:18   좋아요 2 | URL
ㅎㅎㅎ사람이 텍스트 같음 빈 껍데기죠..뭐.
트위터에 ㅡ보면 봇 있잖아요..
그 봇이랑 뭐가 달라요?
ㅎㅎㅎ 그러니 사람일때 정신 챙겨놔야죠.^^

오거서 2016-02-14 08:06   좋아요 2 | URL
그 말씀도 맞군요. 그래도 즐거움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어휴 …

[그장소] 2016-02-14 15:07   좋아요 1 | URL
푸흐흡~^^
뭐 ~그러는 저희 엄마는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자동 봇 같다는...그래서 아직은 엄마나 내 상태를 그런 식으로 타인화해 볼 여지가 있다는
건 여유있다는 걸로 생각하고 아직까지는 위험 신호까진 아니라고 진단중예요.
ㅎㅎㅎ아휴..웃기죠?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엄마도 엄마좋아하는거 나도 나 좋아 하는거
하는데 서로 간섭이라는..~

서니데이 2016-02-14 17: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장소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그장소] 2016-02-14 17:55   좋아요 1 | URL
고마워요...일요일도 토요일도 엄마는 밥해야하는...아...지.겨.워..ㅎㅎㅎ
이 엄살...

나와같다면 2016-02-15 0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머리위에 재를 얹는 마음에 대해서.. 생각중이였어요..

창밖으로 흩날리는 검은 재에 마음이 가네요

[그장소] 2016-02-15 01:12   좋아요 1 | URL
머리위에 재를 얹 는..?
어떤 의식 같은것?


창밖에 날리는 재 ㅡ공간적 인 구성이 저는 보이는데..
일단은..^^
너무 1차원적이죠?!^^제가.

나와같다면 2016-02-15 0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참회하며 애통할때 머리에 재를 써요..
그리고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안다는 뜻..

[그장소] 2016-02-15 01:44   좋아요 1 | URL
재의 수요일 ?
이마에 바르는 그걸 ㅡ그렇게 말하는 곳도 있는가봐요.

흙으로 ㅡ그것은 이해할것 같네요.^^
 

녹색 부전 나비의 문제

이를테면 , 껍질은
수많은 버선을 화폭에 걸어 놓고 떠나간 화가의 뒷모습
같기도 하지만

나는 내 몸을 싸고 있던 껍질을 벗자마자 그것을, 말끔
히 먹어 치웠다

내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돋아날 것을 짐작하지는 못했으나
나는 내게, 우월한 족속이라는 최면을 건 적 있다

높은 데로 비상하는 것은 내가 꿈꾸던 삶의 방식이다
그러므로 지 몸을 먹어 치운 대가로 날개를 얻었다고 수
군거린들 무슨 상관 있겠는가만

솔직히 볼품없고 징그러운 껍질을 세상에 남기지 않는
것은
내 우월감과, 공중과 , 우유부단한 구름 때문이다

문제는 공중, 공중에는 또 수많은 공중이 있다

p.13

송종규 시집 :공중을 들어 올리는 하나의 방식 중 에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단 하나의 시가 아니다.
이어지고 이어진 시들이
모이고 모인
물방울이 비가되고
순환하는 이치처럼
구름처럼
구름이 시가되고
시가 껍질 인냥
벗겨지듯 남겨지면
하얀 것은 자국처럼 남고 까만것은 글씨처럼
따라오고 구겨진건 버려지고 어떤것은 없어지고

2016. 01.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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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6-01-21 00: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시가 그장소님의 마음인냥, 그장소님의 마음이 시인냥 느껴지는 글이예요.....혹시 시인..? ㅎ 잘 읽고갑니다. 뀰밤되세요^~^

[그장소] 2016-01-21 00:11   좋아요 2 | URL
어제 온 ㅡ고운 님의 마음이었어요.
잘 받아서 한장 한장 넘기는데
시가 마치 하나가 전체같고 전체가
하나같고 그러더라고요..
물론 아직 다...읽은건 아니지만..^^

해피북 님도 아름다운 밤 ㅡ되세요!^^

2016-01-21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01-21 00:24   좋아요 2 | URL
네 ㅡ네 놀러오세요.
무슨일이 있는걸까..걱정이 좀 되네요.
많은 분들이 서니데이님 글이 참 귀엽고 예쁘다고들 해준 날였는데..왜 기분은 쓸쓸을
파도 칠까요? 하긴 제가 오늘 농담을 덤벙덤벙하면서 사실 화가난 기분을 풀어낸 것
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몰라요.
ㅎㅎㅎㅎ생각같아선 집주인에게 부동산에 전활해 소릴지르고 싶었는데 그래서 될게 아니어서 얼른 집이나 알아보고 이사나 해야겠구나...뭐 그런 생각을 했죠. 피곤하면
댓글하셔요..^^ 농담 따먹기나 해요.^^
문제 집 풀다 모르는 문제는 물어보세요.(뭥?)
아프지 않게 살살요...!^^ㅋㅋㅋ

2016-01-21 0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1 0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1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01-21 01:13   좋아요 2 | URL
음 ..이 나이가 되도 ..또 더 나이가 들어도 다른 도전을 계속하는분들은 계속 해요.
기꺼이 즐기면서 실패자체를 두려워 않죠.
그것조차 경험으로 끌어 않는 것 ㅡ이 중요한것 같아요.이미 반이상은 하신것 같아요.긴장감을 느끼는것 ㅡ부터해서..이제 즐기는것만 남았네요..^^ 나이 육십 칠십 넘어도 하는데.. 그런데..아직 뭐...그쵸!^^ 기회가 얼마든지 우리편인데..조급해 마세요.^^
잘될거니까요.남들은 안해본 경험도 하고요.!^^
또 심심하면 소금 .간장.뭐든 ...종을 치세요~!!
 

 

 

모든 것은상실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 우리 집 식탁 위에
놓인 유리잔, 유리잔이 떠올랐다 고인이 잔을 들었다가, 목
을 조금 축이고 도로 제자리에 내려놓는 것처럼 그것은 상
실의 의지 , 수정 전의 대본대로 연출이 내게 펑펑 울라고
지시했는데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처음의 마술처럼, 젖은
공기의 책, 갈피마다 아직 스며 있는 햇빛을 그러모아 다시
그를 빚을 것이다, 다짐했던 장지에서 돌아오니 이미 모서

리란 모서리는 다 녹아내려 네모난 식탁은 둥굴어져 있고
네개였던 다리가 하나로 달라붙은 채 빙빙 돌고 있다 그것
은 바로 자전의 법칙, 식탁 위에 놓인 유리잔의 물은 절반
으로 줄어 있다 그것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상식적인 증발
의 법칙, 내 온몸을 던져도 막을 수없는 상실의 의지,우리
의 목숨은 매 순간 증발하고 한방울씩 부족하게 채워지고
있다, 날아가던 새가 무심히 떨어지던 잎이,빈 잔을 채우려
는 바람의 비행을 우연히 방해라도 한다면 그것 또한 상실

의 의지, 암막처럼 창문마다 드리운 비, 저녁의 모자처럼 정

교하게 제작된 부엌의 어둠이 ,식탁 위에 유리잔을 덮어 감

춘 채 내 눈 앞에서 야바위처럼 빙빙 돌리고 있다
..

김중일 시 ㅡp.62 p.63

시를 옮겨 쓰다..손가락이 경련을 하는 중이다.
쉽게 쓰지도..외지도 말라고 시인은 주술을 길게
나열해 놓는다 .
라즈니시 ㅡ구병모의 소설 '(별명의 달인 중)
을 압축한 시같다고 느낀다.
죽음 ㅡ 있진 않았지만 그에 가까운
서글픔은 보였던 단편 ..
뒷면에 계속 이어진 부분의 시를 그냥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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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9-29 15: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국경꽃집> 이후 김중일 시인을 한참 잊고 지냈는데, 여전히 좋은 시를 쓰고 있어서 반갑습니다....
이제니 시인도 그렇고 ˝상실의 빈 자리들˝도 여전히 시의 화두 라는 것도 익숙한....

[그장소] 2015-09-29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시에 스민 정서가 아무래도 그렇죠?^^우리나라 상황이 아무래도 큰사건사고가많았던 탓이아닐까 !그럽니다.^^

페크pek0501 2015-10-02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상실하고 싶지 않은 의지 때문에 마음 편히 늙지 못하나 봐요.
시간 가는 게 아까워 죽겠어요.
젊음을 상실하고 싶지 않음... ㅋ
확 늙어 버리자, 하고 마음먹으면 편해질까요?

[그장소] 2015-10-02 18:39   좋아요 0 | URL
결국 그것도 같은 말이 아닐까요..상실의 의지라든가..하지 않고자 하는 의지라든가..지금의 순간에 대한 분명한 마주침..왜..늙음에 견주세요?^^
씩씩하신데..자각을 못하는 철없음 보단..아쉬움을 아는 것이 아름다울지도..애씀도 어여쁘잖아요.
저마다..다르긴 하겠지만..그 때 그때..볼 수 있는 풍경이 있을 거예요..^^
어차피 편한 것 도 노력이 있어야하니...
 
어린 당나귀 곁에서 창비시선 382
김사인 지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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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먹는행위가 주는 것이 이런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었구나..깨닫는 일..새삼 거부의 음식이, 상차림이, 문득 공허함으로 다가들어서 서글픈 그런 날...

먹는다는 것

 

내 안을 허락한다는 것.

너에게 내 몸을 열고 싶다는 것 내 혀와 이빨과 목구멍과

대장과 항문을 열어준다는 것 그렇게 음탕한 생각.

또한 지금의 내가 아니고 싶다는 것 지금의 죽음이고 싶

은 것 다른 나이고 싶다는 것 사랑을 느낀다는 것.

너를 내 안에 넣고 싶다는 것 네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것 너이고 싶다는 생각 네가 아닌 나를 더는 견디지 않겠다

는 의욕.

너를 먹네

포충식물처럼 끈끈하게, 세포 하나하나까지 활짝 열어

너를 맞네 세포 하나하나까지 너에게 내주네.

그러므로 허락이 있어야 하는 일 모든 구애가 그렇듯이

밥이건 고기건 사람이건

먹는다는 것은 먹힌다는 것 죽음처럼 아찔한 것 길고 황

홀한 키스 먹는다는 것은 갖고 싶다는 것 새 자동차를 장

화를 장미를 새끼 고양이를 향해 눈이 빛나는 것 같이 있고

싶다는 것 한 몸이 되고 싶다는 것.

자본주의보다 훨씬 오랜 식욕의 역사

몸 너머 영혼 속에까지 너를 들이고 싶은 것 네가 되겠다

는 것 기어이

먹는다는 것은.

 

p.52  / 53

어린 당나귀 곁에서

김 사 인 시집 중에.

.........................................................................................................

 

먹지 않음, 단식이  온통 거부의 몸짓이듯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강한 표시이듯 때론 원한다를 넘어선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이듯 그래서 그 것을 걸고 싸우는 것처럼

먹는 다는 것은 온통 다 내걸고 투쟁하는 삶의 본질 적인 것.

사랑이 아니면 ,

적당히 대충해서 가능한 무엇이 결코 아닌 것이라고

시인이 말을 한다.

최소한의 것으로 최소한의 것만 있으면 그래도 될 줄 알았다.

사랑에는 표정이 아주 많듯이

표현할 수있는 애정도 아주 다양하듯이 먹어야 하는 것에

이유는 꼭 살아야 하는 것을 넘어서라도 있는 것.

그러니 먹어야 한다.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에서라도, 살아 있기 위해서라도,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 오직 먹기 위해서라도,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서라도,

아무것 아닌 이유를 위해서라도,

그처럼 순수하고 맹목적인 받아들임의 세계가 또 있을까.

하면서...

그처럼 거짓없이 꾸밈없이 내어주는 세계가 또 있을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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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전집 1 - 시 김수영 전집 1
김수영 지음, 이영준 엮음 / 민음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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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 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 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 (靈感)이여

 

<1957>

 

김수영 詩

,,,,,,,,,,,,,,,,,,,,,,,,,,,,,,,,,,,,,,,,,,,,,,,,,,,,,,,,,,,,,,,,,,,,,,,,,,,,,,,,,,,,,,,,,,,,,,,,,

 

그의 시가 닻"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노라 하면..웃을까.

.

사물과 사물의 생리와

사물의 수량과 한도와

사물의 우매와 사물의 명석성을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p.19/  공자 (孔子)의 생활난 중에서)

 

라는 말이 마치 미리 내게 한 유언 이 이제야 닿은 듯이 느껴져

발에 닿은 찬 물 마냥 차가웠노라고..적으며..

하냥 마냥, 나는 이 시들을 읊고 외고 할 것이란 것을..

쓰러지어 누울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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