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불의 연회 : 연회의 시말 上 권 ,
무섭다
ㅡ.
아오키는 사실을
말하자면 , 희미한 의심을 품고 있었다 . 헤어질 때의 기바의 태도와 말이 묘하게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
그래서 안은
어땠습니까 , 하고 가와라자키는 다부진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 만일 뭔가 있었다면 아오키가 지금 이렇게 느긋하게 있을리는 없으니 , 결론을
말하지 않아도 알 텐데 .
" 깨끗했습니다 .
굳이 말하자면 지나치게 깨끗했어요 . "
" 평소에는
더럽습니까 ? "
" 더럽지는 않습니다
. 하지만 , 저도 그렇지만 혼자 사는 남자의 방은 ㅡ 아시잖아요 . "
" 예에 . 제 방도
삭막합니다 . "
" 홀아비살림에
구더기가 끓는다 ㅡ 고 하나요 . 하지만 선배님의 경우는 좀 달라서요 . 그 사람은 어제도 말했지만 , 상스러운 것치고 꼼꼼합니다 . 취사는
귀찮다고 말하고는 했지만 , 옷을 수선하거나 청소를 하는 일은 부지런히 해내거든요 . 정리 정돈은 특기입니다 .
"
" 그럼 마누라가
필요 없겠네요 . "
필요해요 , 필요해
ㅡ 하고 아오키는 손을 흔든다 .
" 마누라는 꼭
필요해요 . 그 사람의 아내는 힘들겠지만요 . 기바 씨네 하숙집은 얼핏 보면 깨끗합니다 , 항상 .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음식물 쓰레기가 들어
있는 양동이가 방치되어 있거나 , 담배꽁초가 종이봉투에 몇개나 담겨 있기도 해요 . 쓰레기도 분류해서 늘어 놓고요 . 그러니까 버리지를
못.하.는 . 겁니다 . "
" 버리지를 못한다 . "
" 버리지 못합니다 . 영화 전단이나 광고지나 , 신문 스크랩이나 ,
그런 이상한 걸 놔둬요 . 스크랩북에 붙이거나 묶어서 깔끔하게 하기는 하지만 왜 필요한 건지 알 수가 없어요 . 기차역 도시락의 포장지라든가
말입니다 . 그런 걸 귤상자 같은 데 넣어서 벽장에 두기도 하고요 . 놔둘 가치가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구별이 되지 않아요 . 그리고
버리게 되면 전부 다 버려 버리고요 . 한 번은 수첩을 버릴 뻔했다니까요 . "
" 경찰수첩을 ? "
아오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 사실이다 .
ㅡ본문 203 /204 쪽에서 ㅡ
기바가 아오키에 의혹만 남기고 사라진지 일주일 .
다른 지역의 경찰 가와라자키가 아오키를 찾아와 자신의 상관이 벌인 일과
연관해 기바의 소식을 물으러 오고 후배 경찰이면서 , 기바를 따르던 아오키는 그와 기바에 대한 이야길 주고 받는 장면이다 .
읽은지 조금 지났는데 . 가끔 이런 부분은 생각이 난다 .
누군가가 사라지고 난 후 주변인들로부터 그에 대한 술회가 있을 것이란
상상을 가끔 하면 , 살아 있는 나를 , 누군가의 솔직한 (나도 못느끼는 부분에 ) 시선 이랄지에 대해 혼자 궁리를 해보게 되는 것
.
얼마전에 일러스트레이터 난나 씨의 죽음과 그에 따른 동료 (?)
인터뷰들을 읽었다 . 슬픈 생이 뭔가를 , 알려주는 대목이었고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
죽음이후에 오는 것들 이랄까 ...
아 , 윤에게 알려 줄까 말까 , 걱정을 살짝 얻어서 ... 아인 만화가가 꿈이라는데 , 스토릴 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 그에 따른
삽화를 그리는 사람도 분명 있기는 하지 . 그런데 이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는 드물어서 삶에 룰모델이 없었다고 한다 . 일을 해도 가난하고 힘겹고
연신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겨우 먹고 사는 정도였다니 ,
윤 , 넌 이런 부분들도 알아두면 좋을 거야 ... 하고 말해줘야 할까 ?
스스로 롤모델이 되지 않으면 , 방황하게 되거라고! 정확한 꿈의 지점이 뭐냐고 ... 더 물어야 할까 ?
뭐 , 나도 롤모델이 필요한지도 모르지만 ... 암튼 , 삶의 목표나 , 지향점에 있는(있을지 모르는 ) 이들의 치열했을 삶도 , 가끔은
생각해 본다 .